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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42

    <642 – 위기의 가능충(4)>

     

    모브가 2차 전직의 위기 아닌 위기를 겪는 사이, 기프트 아카데미에서는 오크노디가 교수님과 독대라는 두려운 이벤트를 경험하고 있었다.

     

    “오크노디. 너는 용의 고수 봉우리가 뭐라고 생각하고 친구들을 그리로 보낸 것이냐.”

     

    용의 고수 봉우리.

    지상을 떠난 옛 용의 둥지.

    많은 강자가 신성시하며 영맥의 기운을 얻고자 들르는 성지를 오크노디는 뚱한 얼굴로 평가했다.

     

    “용의 고수 봉우리요? 거다이맥스 빈대 집이죠.”

    “…빈대? 드래곤교장이 들으면 아주 좋아 죽겠군. 무슨 생각을 해야 그런 결론이 나오니?”

     

    오크노디 산하조직원들이 죄다 외출증을 끊고 나가는 바람에 2학년부장 제파르는 오크노디를 불러다가 짧은 상담시간을 가졌다.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용의 고수 봉우리에 조직원을 파견한 목적을 조사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당사자가 이런 황당한 생각을 품고 있었다니.

     

    “빈대는 피 빨아먹는 것도 제대로 못 해서 여기저기 다닥다닥 붙어서 옮겨 다니잖아요. 봉우리마다 옮겨 다닌 용이 빈대랑 다를 게 뭐가 있어요!”

    “빈대는 그늘진 구석이나 틈에 숨어 산다.”

    “용도 봉우리에 숨어 사네요!”

    “…갑자기 인생에 우환이 생겼나? 아무리 자살이 하고 싶어도 드래곤 교장을 도발해서 자살하는 방식은 그리 권장하고 싶지 않은데.”

    “에이. 교장님은 잡룡들이랑은 격이 다른데 자기 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죠. 사람도 종족값이 낮은 하급인간이랑 종족값이 높은 상급인간은 따로 나뉘어져 있잖아요?”

     

    이게 소문으로만 듣던 다크프린세스인가.

    과연, 인간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군.

    제파르는 솔직히 조금 감탄했다.

    사악한 정신도 이렇게까지 반듯하게 사악하면 오히려 감탄을 부르는 까닭이다.

    하지만 오크노디에게 부림당하는 조직원들도 오크노디만큼 강한 건 아니었다.

     

    “네 생각이야 어찌됐건 용의 고수 봉우리는 실제로 고수들이 용맥의 기운을 통해 힘을 얻고자 머무르는 고수들의 성지순례 장소 중 하나다. 아카데미 재학생이 등정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하지 않아.”

    “저희 조직원들도 만만하지 않거든요?”

    “아무튼. 네 조직원들이 다치거나 죽기라도 한다면 그 불상사는 네가 책임져야 한다. 저들은 모두 네 부탁으로 무모한 장소에 향했으니까. 각오는 됐나?”

     

    남의 인생을 소모품처럼 다룰 작정으로 대답한다면 다크프린세스든 재단의 후계자든 가만두지 않겠다.

    그럴 각오를 담아 으르렁거리듯이 낮고 사나운 목소리로 경고하는 제파르 교수.

    오크노디가 갑자기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빙글 한 바퀴를 돌았다.

     

    “자, 보세요!”

    “…?”

    “아직 모르시겠어요?”

     

    오크노디는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제 호위골렘들이 옆에 없잖아요. 당연히 비상시에 대비해서 친구들을 지키라고 같이 보냈죠!”

     

    …소문만큼 악독한 아이는 아닌 건가?

    3학년의 로버트 엘하임 교수의 말로는 아주 차기마왕의 탄생이 따로 없을 무시무시한 아이였지만 직접 대화를 나눠본 소감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정말로 이 아이가 그런 나쁜 아이인지, 로버트 엘하임 교수가 새로운 조교를 들이려고 미리 침 바르고 학생의 평판을 나쁘게 만들어서 다른 교수들이 건드리지 못하도록 만들려는 개수작은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이 들 정도로.

    실제로도 학생을 조교로 삼으려고 대인관계를 단절시키고 심리적으로 위축시켜서 가스라이팅을 하는 교수들이 있음을 고려하면 더욱 수상했다.

     

    “네 호위골렘의 강함은 어느 정도냐.”

    “하나는 남겼는데 구경하실래요?”

    “직접 볼 수 있다면 더 좋지.”

     

    오크노디가 배낭배낭에 손을 집어넣고는 제 키보다 커다란 골렘을 꺼냈다.

    아공간에 보관할 수 있는 대상은 <무생물>임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일이었다.

    생명체가 탑승하지 않고도 술식설계만으로 자동대응이 가능한 골렘을 만들었다는 뜻이니까.

     

    <강제침식>

     

    제피르 교수가 손가락을 들어 골렘의 술식에 자신의 마나를 집어넣었다.

    제어권을 박탈하고 소유자를 빼앗으려는 시도에 골렘 내부의 술식이 자동적으로 반응하여 제피르의 마나를 모조리 불살랐다.

     

    ‘안정성 합격.’

     

    적어도 골렘들이 오크노디의 친구들을 도살하는 대참사는 일어나지 않음을 확인했다.

     

    <거짓축복>

     

    대상에게 득이 되는 술식을 과하게 작용시켜 망가뜨리는 가짜축복술식.

    근력을 강화하는 술식이 뼈를 짓눌러 부러뜨릴 정도로 근육을 강하게 만들고, 마나사출속도를 증가시키는 술식이 마나회로를 파손시킬 정도로 강해진다.

    축복의 위력을 강제로 상승시켜 대상을 파괴하도록 만드는 교묘한 축복이 걸리자, 골렘이 제게 걸린 마나술식을 해체해서 보관했다.

     

    ‘술식의 저장, 해체, 재가공? 응용력 합격.’

     

    이 정도면 닳고 닳은 노고수들의 수작으로부터도 친구들을 지킬 실력은 충분했다.

     

    <최상급 소환술>

    <에고소드 – 비올레타 5식 시리즈>

    <에고소드 – 네메르트 7식 일검>

     

    마지막 시험은 골렘 자체의 전투력.

    검 한 자루마다 검객 한 명의 검술을 집어넣은, 그것도 5위계급 검 여럿에 7위계급 비전소드가 하나.

    실제로 강자들의 합공과 고수의 습격과 다름없는 검들의 습격에 오크노디의 골렘이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며 검격을 튕겨내었다.

     

    <회전>

    <대회전>

    <나선가르기>

     

    술식을 넘어서 자유자재로 활용 가능한 기능이 직접 삽입된 것처럼 심상치 않은 <회전> 기능이 5위계급 합공을 튕겨내었다.

    제파르 교수의 눈이 커졌다.

    물질에 기능을 담는 것.

    그것은 <기능각인술>을 통해 그가 가르치는 강의내용의 심화과정이었으니까.

    이 정도의 숙련도, 아니 숙련을 넘어선 완성도는 4학년들에게도 찾아보기 힘들다.

    마치 전문적으로 기능심기를 연마한, 재학생 시절로는 부족해서 그가 심혈을 기울여 정립한 모든 이론을 대학원생이 되어서 5년 이상 1 대 1로 전수 받은 것처럼 대단한 솜씨!

     

    ‘아무리 그래도 내 7계위급 네메르트 7식 일검까지 막아내지는 못하겠지.’

     

    7식은 경고를 위한 검이다.

    용의 고수 봉우리에는 이 정도 고수도 있다고.

    대장 노릇에 심취해서 교만하게 굴지 말라고.

    네 친구들과 호위골렘도 곤경에 처할 수 있다고.

    그런 사실을 깨닫게 해주기 위한, 이기라고 내보낸 것이 아니라 역으로 지고 깨지라고 내보낸 검이다.

     

    <도약>

    <공간도약>

    <일광질주>

     

    오크노디의 호위골렘에 <회전>기능이 탑재된 것처럼, 제파르의 네메르트 7식 일검에는 <도약>기능이 탑재되었으니까.

    원리는 같더라도 교수로서 그가 쌓아온 기능에 대한 이해와 각인 기술이 뒤처질 리가 없다.

     

    따아앙!

     

    귀가 저릿해지는 둔중한 금속음이 울렸을 때.

    제파르는 깨달았다.

    자신의 기술은 뒤처지지 않았다고.

     

    “쳇, 역시 안 되나?”

    “이런 말도 안 되는.”

     

    오크노디의 회전이 실린 골렘의 팔이 부러졌다.

    그러나 뚫리지는 않았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했다.

    오크노디의 기술도 뒤처지지는 않았다.

    교수클래스의 자신의 에고소드를 상대로.

    부족했던 것은 자본과 자원, 들인 수고의 차이.

    만일 같은 재료로 같은 시간 동안 연마했다면 각인기술과 기능에 대한 이해도에서는 결코 오크노디가 밀리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결과였다.

     

    “이 정도면 제 친구들도 안심이죠?”

    “…인정하지. 네 친구들은 무사함을.”

    “휴!”

    “그리고 네 재능 또한 무시무시함을.”

    “네?”

    “오크노디. 조교 일에 관심이 있나?”

     

    7위계급 에고소드의 등장에도 ‘와! 에고소드 다룰 줄 아시는구나!’라고 외치듯 여유만만하던 오크노디가 갑자기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뒷걸음질 쳤다.

     

    “교수님을 안심시키려고 조금 실력을 발휘했더니 설마 이런 억까함정이벤트가 있었다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조교가 되거든 네가 누릴 혜택은 많고, 얻을 강함은 드높을 터이니. 성검 엑스칼리버나 마검 데그문드. 너라면 에고소드계의 정점에 달한 무구들에 비견될 만한 무구도 만들 수 있다. 4학년 졸업과제는 그 프로토타입으로 대충 하나 만들어다가 내놓기만 해도 자동통과라는 말이다. 자, 어떠냐. 내 연구실에 들어올 마음이…”

    “아, 안 돼요! 저한테는 사다코 교수님과 브론즈 교수님이 있어요!”

     

    빼액 소리치며 달아나는 오크노디.

    허튼 소리라면 단숨에 <공간도약>으로 뒤를 잡을 제파르 교수였지만 언급된 이름들이 너무 강력했다.

     

    “사다코에 브론즈…?”

     

    언데드퀸에 의적.

    하나같이 엔간한 남자교수보다 강한 여자교수들이다.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거론하기엔 지나치게 강력한 이들.

    그래도 사실관계는 확인해야겠지.

    제파르 교수는 두 교수에게 오크노디가 그들의 제자인지를 확인하였고, 그렇다는 답변을 받았다.

     

    “후우. 재능 있는 인재를 1학년부터 선점할 수 있는 1학년 교수의 특권이 이럴 때는 부럽군. 내년에는 조금 더 하등하고 하찮은 애들 장난 수준의 각인술을 가르치는 강의를 하나 연구해 봐야겠어.”

     

    제파르 교수의 생각은 옳았다.

    오크노디는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제파르 교수의 연락을 통해 오크노디 본인이 제자라는 자각이 있었음을 확인한 사다코 교수와 브론즈 교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었으니.

    불행의 룬의 모든 판정 실패 확률 50% 상승은 오늘도 <행운판정> 실패로 대학원생 1스택을 피하려고 대학원생 2스택이 쌓이는 사악한 결과를 부르며 오크노디의 억까에 일조하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상상만으로도 무시무시한 대학원생 복수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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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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