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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43

    <643 – 위기의 가능충(5)>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 조직원들은 용의 고수 봉우리로 향하면서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여기가 뭐 하는 곳인데?”

    “전송소가 설치되어 있으면 각국 대도시처럼 중요한 시설이긴 한가 본데, 왜 들어본 기억이 없지?”

    “그야 당연히 온갖 조직들이 정보를 통제하는 지역이니까 그렇지.”

     

    지식을 펼친 이는 평소 다른 조직원들에게는 별 관심이 없던 암살자 즈앙이었다.

     

    “헉, 즈앙이 말했어!”

    “나 즈앙이랑 말 처음 섞었어.”

    “부럽다…”

     

    같은 재단 장학생 신분임에도 오크노디와 변변찮은 대화도 하기 힘든 자신들과 달리, 매번 베프라는 이유로 비겁하게 오크노디와 함께 다니는 즈앙.

    재단장학생들 사이에서는 즈앙을 향한 선망과 동경 어린 시선도 은근히 있었다.

     

    “…뭐야, 그 반응들은. 시비 거는 거야?”

    “떽! 그러면 못써, 즈앙!”

     

    친구의 사교성 없는 행동에 인싸가 되는 것이 꿈인 티토소가가 냅다 조명대를 휘둘렀다.

    폴짝 뛰어서 조명대 위에 걸터앉은 즈앙과 티토소가가 으르렁거리는 사이, 그냥 순수하게 여기가 뭐 그리 대단한지 의문이었던 학생에게 헤스티아가 대신 설명을 해주었다.

     

    “저기 봉우리 앞에 깔린 사람들 보여?”

    “붕어빵 팔고 있네.”

    “옷 팔면서 덤으로 수선도 맡는 포목점도 있고.”

    “술이랑 만두 파는 음식점도 있네.”

    “숙박도 가능하고.”

    “캠핑 장비도 파는데?”

    “그냥 여기 있을 거 다 있는데?”

     

    장학생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에 헤스티아가 모험 경력을 앞세우며 뿌듯하게 길잡이 노릇을 했다.

     

    “용맥의 중심지인 봉우리 위까지 등정하기 어렵지만 조금이라도 빠르게 경지를 올리고 싶은 하수들이 봉우리 아래, 용산에 몰려들어서 그래.”

    “정보통제가 됐다면서 쟤들은 어디서 온 건데?”

    “마도가문. 검문. 유명한 마법사나 검사를 배출한 명가의 자제들이 있겠지. 모험가들 사이에서는 연차가 상당히 높고 의뢰주나 길드의 높으신 분들과의 친분도 깊은 강자들이 있고. 세력다툼에서 밀린 범죄조직 수장이나 수행자들도 알음알음 찾아왔겠네.”

     

    생각보다 다양한 경로로 모여든 사람들을 보며 장학생들은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저렇게나 많은 사람이 우리만 빼고 꿀을 빨고 있었다니!

     

    “꺼져라. 여긴 바질 가문의 검수들이 장악한 영역이다. 수행은 다른 땅에서 해라.”

    “그 선은 넘지 말길 바라네. 이세라 마도가문의 융단폭격술식을 겪게 될 터이니.”

    “거 어디서 온 젊은것들인진 모르겠는데 우리가 카넬레 시에서 힘 좀 쓰던 건달들이거든? 귀찮게 굴지 말고 저리 가라.”

     

    정보를 독점해왔던 치사한 무리답게 다른 이들을 대하는 태도도 영 좋지 않았다.

    장학생들이 어차피 지나가는 길, 다 때려눕히고 갈지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티토소가가 와다다 달려왔다.

     

    “와! 카넬레 시!”

    “…어? 저, 저 빛은 설마 걸어 다니는 태양이라 불리는…”

    “저희 시 아세요? 몇 년 살았어요? 이번에 아카디아 언니네 상단이랑 제휴해서 동방제국에서 넘어오는 부채랑 치파오랑 비단도 수입해 왔는데 사봤어요?”

     

    동향사람을 만나 신이 난 티토소가의 외침에 건달들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게 안색이 질린 건지, 조명에 얼굴이 새하얘진 건지는 다른 이들의 눈으로는 구별되지 않았지만, 아무튼 당사자들은 그랬다.

     

    “시장 가문의 따님이 이, 이곳에는 대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친구의 부탁으로 사람을 구하러 왔어요!”

    “저희는 아닙니다. 인신매매나 납치 감금은 일절 저지른 적 없는 상납금 장사만 해왔던 몸입니다. 심지어 거리가 혁명군의 습격으로 쓸려나가서 상납금을 뜯을 구석도 없어서 수련이나 하러 온 건전한 건달들이란 말입니다!”

    “그러셨구나. 그럼 저희가 사람 찾는 것 좀 도와주실래요?”

    “여긴 고수들이 많아서 그러다가 눈먼 칼이나 마법에 맞아 죽을지도 모릅니다… 그 길 안내를 꼭 저희가 해야 합니까?”

     

    티토소가가 고개를 갸웃했다.

    오크노디가 누군가에게 부탁을 할 때는 다들 들어주지 못해서 안달이었고, 자신도 평상시에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면 주변에서 곧잘 들어줬는데.

    이 사람들은 왜 들어주지 않는 걸까?

     

    “아!”

     

    고민은 짧고 깨달음은 빨랐다.

     

    “설득의 파랑빔을 안 쐈구나!”

    “설득의 빔…?”

     

    파랑이라는 말에 북부대공녀 아니랄까 봐 아이린이 귀를 쫑긋 세웠다.

     

    딸칵. 드드득.

     

    조명대의 색상버튼을 누르고 밝기를 조절하자 근처 바위가 냉기광선에 적중당해 얼어붙었다.

     

    “…설득의 빔?”

     

    좀 전과는 다른 의미로 같은 말을 반복하는 아이린.

    마찬가지로 다른 의미로 얼어붙은 건달들을 앞두고 티토소가가 앗, 하고 외쳤다.

     

    “칸을 너무 돌렸어!”

     

    티틱, 틱.

    광선의 색상이 바뀌자, 심해처럼 짙은 남색광채를 따라 압력광선이 얼어붙은 바위를 산산조각 냈다.

     

    “어라? 이 색이 아니었나? 음… 파랑이 아니면 머였지? 까먹었다!”

    “…”

    “왼쪽에서부터 하나씩 다 조절해 봐야 하나?”

    “하겠습니다. 현지가이드, 제발 시켜만 주십쇼.”

    “…설득?”

     

    살고 싶어서 울상을 지으며 자발적으로 돕겠다고 나서는 건달들을 보며 아이린은 못된 깨달음을 얻었다.

    설득은 힘으로 해야 제맛이긴 하지.

     

    “헉. 아직 설득의 빔은 쏘지도 않았는데요.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여러분을 마음 속 깊이 설득시킬 수 있는 빔을 쏠 수 있어요!”

    “아닙니다. 저희는 어렸을 때부터 남색이 아주 좋았습니다. 그 머시냐, 뒷골목의 서늘한 그늘색을 닮아서 마음에 든다고 해야 하나.”

    “형님 말씀이 맞습니다. 저희처럼 그늘 속에서 사는 건달 놈들한테는 그 퍼렇고 남색인 빛을 바라만 보는 걸로도 만족이 됩니다.”

     

    고강 조명대에 아직 적응이 덜 된 티토소가가 만든 소동은 정작 본인보다는 카넬레 시에서 도망쳐 나온 건달들에게 피해를 끼쳤으니…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은 엉겁결에 현지가이드를 무료로 고용했다!

     

    “찾으시는 분은 어느 정도로 강합니까?”

    “음, 사다코 교수님이 우리들 중간고사 시험 상대로 불려서 오시기는 했었는데…”

     

    즈앙이 옆에서 말했다.

     

    “최소 6위계.”

    “헉! 그런 강자는 봉우리 하나를 차지할 무력이 있습니다. 이런 산 언저리가 아니라 정상들을 들쑤시면서 돌아다니셔야 합니다.”

    “힝. 그래도 올라갈 수가 없는데요? 저분들이 자기네 땅 밟지 말래요.”

    “개소리입니다. 땅 주인도 없는데 영기의 끝자락이나 먹어보겠다고 수작 부리는 거죠. 안 그래도 더럽게 아니꼬웠는데 이참에 성주가문의 힘을 보여줍시다, 티토소가 님.”

    “티토소가 님의 싸늘한 죽음의 파괴광선이라면 녀석들이 내지르는 비명조차 최후의 숨결로 꺼뜨릴 수 있을 겁니다!”

     

    건달들답게 못된 바람부터 불어넣는 행동에 헤스티아가 냅다 주먹을 쥐고 건달들의 머리통을 쥐어박았다.

     

    쾅!

     

    “끄엑”

    “오크노디 친구한테 이상한 바람 불어넣지 마. 애들은 그런 거 좋아한다고.”

     

    한창 죽음의 데스나 바람의 윈드가 좋을 질풍노도의 2차 성징기 소녀에게 건달들의 난폭한 작명은 지나치게 멋있었다.

     

    “아무튼 저길 지나갈 수밖에 없겠네. 올라가자.”

     

    길을 가로막고 일행들을 쫓아내던 검문과 마도가문의 일원들이 무기를 뽑아들었다.

     

    “쯧. 현명한 자는 바람의 날카로움에 물러서지만 어리석은 자는 칼에 베여야만 아픔을 느끼지.”

    “후회하지 말게. 선을 넘으려 드는 것은 당신들이니. 융단폭격 술식에 당한들 우리의 영역을 침범한 탓에 벌어지는 어쩔 수 없는 사고일 뿐이니.”

     

    헤스티아가 융단폭격 술식이 설치된 이세라 마도가문의 땅에 발을 들였다.

    대지가 적색으로 물들며 단절되었던 술식이 연결되니, 잠복했던 마법진을 따라 고위력의 마나가 허공에 밀집하였다.

     

    “뭐가 저렇게 느려?”

    “양도 어중간하네.”

    “도와줄 필요도 없겠는데?”

     

    장학생들의 시원찮은 반응에 심혈을 기울여서 술식을 새겨두었던 마도가문의 일원들이 눈을 찌푸렸다.

    두려움을 모르는 젊은것들의 송장을 치우게 생겼다며 땅에 묻어줄지 불로 태울지를 고민하기가 무색하게도 헤스티아가 커다란 양날도끼를 들었다.

     

    <가르기>

    <강력>

     

    대단한 재주도 아니었다.

    그저 기능이 발현될 정도로 힘을 싣고 도끼로 공기를 가른다.

    그 간단한 행동이 자연마나를 진탕시키자 허공에 밀집되던 융단폭격술식이 흐트러지고 제멋대로 허공에서 오폭을 일으켰다.

     

    퍼벙 펑펑펑

     

    불꽃놀이처럼 터지는 불꽃에 이세라 마도가문의 제자들이 머리 위로 떨어지는 불에 놀라 비명을 지르고, 실드를 전개하고, 너무 늦어서 옷에 불이 붙은 채로 물마법을 시전하며 난리법석을 피웠다.

     

    “술식파괴?!”

    “저 정도의 전사가 대체 왜 이런 변두리에…”

     

    맞은편의 바질 가문 검수들이 당황하며 주춤거렸으나, 몸을 사리기엔 이미 늦었다.

     

    “고작 이거에 쫄 정도면 이것들 아무것도 아닌 거 아니야?”

    “존나 만만해 보이는데?”

     

    강약판별이 끝난 장학생들이 우르르 다가와 한칼씩 먹이니 검수들의 검이 부러지고 하늘을 날며 명가의 자제와 제자들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원체 고수가 많은 기프트 아카데미에서, 심지어 작년까지 1학년으로 지냈던 981기 학생들로서는 미지의 고수를 경계하며 간을 보는 과정은 생존을 위해 당연히 가져야 할 과정이었다.

    그러나 애초에 세계각지에서 내로라하는 전도유망한 인재들을 모아다가 1년이나 훈련을 시켰으니, 어디 지역명가나 도시조직 따위가 막을 수 있는 학생들이 아니었다.

     

    “와 여긴 뭐지. 알아서 시비를 걸어주는 약한 것들이 스트레스 해소를 도와주다니. 여기가 천국인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신이 난 학생들이 봉우리로 등정하는 길에 마주치는 모든 사람을 쥐어패고 박살 내며 이동하니, 오크노디가 붙여준 호위골렘들은 나설 것도 없이 뻘쭘하게 구경만 했다.

    진정한 고수들이 장악한 용맥의 중심지, 용의 고수 봉우리에 올라서기 전까지는.

     

    “멈춰! 저 사람은 안 돼!”

     

    헤스티아의 외침에도 기세를 탄 학생 몇이 천에 감싼 기다란 무언가를 끌어안고 봉우리의 바위에 걸터앉은 악사를 향해 경솔하게 달려들었다.

     

    <연주하기>

    <극의 – 일음, 폐단>

     

    악사의 주변으로 안개가 차오르니, 반경 20m에 들어서기 무섭게 학생들이 휘청거리고, 10m 안까지 걸음을 멈추지 못한 자들이 풀썩 쓰러졌다.

    그제야 당황한 얼굴로 멈추어선 학생들을 향해 고수가 시선을 던졌다.

     

    “구름에게도 운우지락이라 하여 구름과 비가 만나는 즐거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거늘, 내 마음속 구름에도 죽음이 두렵지 않은 혈기어린 핏덩이들의 핏방울이 만남을 기대했나 보구나.”

    “무례를 끼쳐 죄송합니다. 저희는 기프트 아카데미에서 친구의 부탁을 받고 납치범을 수색하러 온 981기 재학생들입니다. 고수 분께서는 혹시 소리 하나에 마을 하나가 슬픔에 젖는다 하여 자신의 이름을 일음촌비라 칭한 금패급 용병 촌비객이 아니십니까?”

     

    헤스티아의 극히 드문 깍듯한 태도에서 학생들은 마치 업계 선배이자 고수를 대하는 태도를 느꼈다.

    촌비객이라 불린 여성은 어딘지 모르게 슬픔에 젖은 눈으로, 그러나 망설임 없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한때는 그리 불린 적도 있으나, 지금은 네가 알던 촌비객은 여기에 없다. 청부업의 길을 청산하고자 악연의 고리를 피로 끊은 혈비객만이 있을 뿐.”

     

    헤스티아만 해도 눈 뒤집혀서 사람을 도살하는 광전사더니 이번에는 학살을 저지른 살인악객의 등장에 즈앙이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암살자 다 굶어 죽겠네. 뭐 이리 신생업체가 많아? 저 사람도 무슨 혈음악단이라도 돼?”

    “귀에 익은 이름이구나. 도시의 사람들이 낡은 악기의 줄을 끊고 새로이 줄을 달며 붙인 이름이 분명 혈음악단이라 하였지.”

    “…!”

     

    고수의 간격을 알아보고 처음부터 정확히 20m 간격 밖에 서 있던 즈앙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쳤다.

    데모니카 교수의 강의 <피크닉으로 힐링하기>가 얼마나 미친 시험인지는 서귀연의 안데르센이 했던 말을 주워들어서 알고 있다.

    그런 혈음악단의 전신으로 부려졌던 암살자라는 사실보다도 놀라운 대목을 즈앙은 깨달았다.

     

    ‘혈음악단은 조직이잖아. 하지만 저 사람은 혼자야. 그럼 조직이 할 일을 혈음악단의 등장 전까지는 저 사람이 혼자서 했었다는 뜻이야?’

     

    고수도 보통 고수가 아니었다.

    재야에 은둔한 초고수가 나타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은둔고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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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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