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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44

    <644 – 위기의 가능충(6)>

     

    헤스티아는 쓰러진 학생들과의 간격을 눈으로 재어보며 조심스럽게 사과했다.

     

    “우선 선배님이 쉬시는 곳에 버릇없이 쳐들어온 점을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세속의 고리를 모두 끊은 자연인에게 새로운 원한의 고리는 필요 없단다. 아무것도 묻지 말고 그대로 떠나거라.”

     

    금패급 용병 촌비객.

    동시에 청부업의 길을 청산하고자 악연의 고리를 피로 끊은 혈비객이기도 한 여자.

    그녀의 너그러운 제안에 헤스티아는 도리어 얼굴을 굳혔다.

     

    “저희가 떠나려는 즉시 공격할 생각이군요. 우릴 모두 죽일 수 있다고 자신하십니까?”

     

    엄청난 고수가 자신들을 죽일 작정이었다는 말에 놀라서 바짝 굳은 학생들.

    혈비객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변함없이 우수에 젖은 슬픈 얼굴로 말했다.

     

    “비는 맞을수록 몸이 젖지. 네가 머무르는 모든 시간도 비처럼 쏟아지고 있단다. 만일 너희의 몸이 젖게 된다면, 그건 피를 보아서겠지.”

    “와씨, 존나 멋지네.”

    “저거 외웠다가 나중에 써볼까?”

     

    20m의 간격에 들어가 보지 않은 장학생 몇몇이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지도 못하고 시시덕거렸다.

     

    <가르기>

    <균형감각>

    <멀리 뻗기>

     

    별안간 헤스티아가 도끼를 휘둘렀음에도 그 의미를 알지 못하고 쟤가 왜 저러나 멀뚱멀뚱 쳐다보던 장학생 한 명이 제 옆의 바위가 퍽 터져나가는 모습을 발견했다.

     

    “히에엑! 기, 기습!”

    “보, 보이지도 않았는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음공이 자신들을 터뜨릴 뻔했으나 헤스티아 덕분에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싱이나 헤스티아처럼 고수는 아니어도 나름 기습감지에 자신이 있던 그들이 반응조차 못 할 정도로 빠르고 은밀한 기습이었다.

     

    “크읏…”

     

    처음부터 긴장을 놓치지 않고 공격에 반응할 준비를 했던 헤스티아였지만, 기습을 받아낸 대가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헤스티아의 손에서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균형을 이루지 못했구나. 아니면 스스로 깨뜨렸거나. 자신이 쌓아온 세월을 스스로 부정하니, 네 기술도 너를 돕지 않았어.”

    “그러는 선배님도 과거를 부정하며 은퇴하지 않으셨습니까. 어찌하여 세속을 떠난 선택을 부정하며 또다시 자신을 부정하고 손을 더럽히려 드십니까?”

     

    아카데미 학생들은 모두 보통 학생들이 아니다.

    세계제일의 교육기관에 자원할 정도의 실력자.

    개인의 실력, 가문의 가르침, 조직의 지원.

    독보적인 무언가가 없이는 쉬이 입학할 수 없다.

    심지어 그런 아카데미에서 1년을 버티고 진급했다.

    지원자들이 거는 기대도 한창 커져있을 무렵이다.

    그런 학생들을 몰살시켰다가는 이들의 배후가 혈비객을 용서치 않을 것이다.

    뛰어난 재능을 알아본 후원자.

    충실한 후계를 육성한 귀족가.

    강력한 칼을 갈아왔던 조직들.

    이들의 존재는 도시 하나 따위에 그치지 않고 세계 전역 어디에서든 혈비객을 괴롭힐 수 있다.

     

    ‘무언가 논리적으로 맞지 않아. 이 선배, 정말로 그럴 각오를 해가면서 우리를 죽일 이유가 있나…?’

     

    혈비객에게 다른 의도가 있지는 않을지 궁리를 시작하자 헤스티아의 살기가 옅어졌다.

    이를 알아차린 혈비객이 즉시 손을 뻗었다.

     

    “컥!”

     

    커다란 망치에 맞은 것처럼 헤스티아가 뒤로 치여 날아가는 것을 시작으로 학생들이 싸움을 피할 수 없음을 깨닫고 달려들었다.

    아이린과 로지니, 샌드쿠커가 영창을 개시하고 티토소가와 뾰이가 조명대와 저주받은 비키니를 들고 방해에 나섰다.

     

    “티토 빔-!”

     

    번쩍!

     

    학생 수준에서는 상상조차 불가능할 광채의 등장에 아무리 잘난 고수라도 이건 당할 수밖에 없다며 주먹을 불끈 쥐는 학생들.

    티토소가의 조명대는 날이 갈수록 대처하기 힘든 전략병기이니 처음 당하는 사람은 무조건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모두의 생각이었다.

    혈비객의 형체 없이 날아드는 강력한 음공도 뇌리를 새하얗게 만드는 백색섬광에 집어삼켜졌다.

     

    “늦추지 마.”

    “알고 있어.”

     

    그러나 아이린과 로지니는 술식전개를 멈추지 않고 더욱 첨예하게 마법진을 빚어내었다.

    두 사람보다 깨달음과 경지가 낮은 샌드쿠커는 그들이 무엇을 경계했는지를 뒤늦게 깨달았다.

     

    “으악! 섬광이 돌아오잖아!”

     

    반사.

    마치 허공에 거울이라도 생긴 것처럼 혈비객의 앞에서 티토소가의 방해기가 아카데미 생도들에게 분산되어 되돌아왔다.

    빛의 일부.

    그 편린에 당한 것만으로도 샌드쿠커는 눈이 멀고 머리가 하얘지며 술식이 느슨하게 풀려나가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냉기의 벽>

    <화광충천>

     

    아이린의 얼음벽이 빛을 차단하고 벽이 광채를 막는 틈에 맞불로 시야를 이중으로 뒤덮은 로지니가 아니었다면 마법시전이 즉시 취소될 정도의 위력!

     

    ‘고대영창마법이나 중세써클마법처럼 시전이 중지되면 완전소멸하는 마법 외에도 현대술식마법을 전공하길 잘했어!’

     

    샌드쿠커는 술식의 올바른 이미지를 투영하며 전개된 술식을 되살리는 것만으로도 마법의 흐름을 다시금 이어나갈 수 있음에 안도했다.

    마법사들이 스스로 시간을 벌어주니 그제야 깜짝 놀란 티토소가가 빔 사출을 멈추었다.

     

    <프릴가 독자개발무장>

    <남부신성도시국가연맹 대기사방어장비 마갑ver1.0 가동>

     

    <침식계 버프기술>

    <트러플 펌프>

     

    티토소가의 친구이자 아카디아 친위대로도 활약했던 도시국가 출신의 프릴과 카닐리언 트러플이 티토소가에게 날아드는 음공에 맞서 앞에 나섰다.

     

    ‘제국의 귀족가에서도 사용되던 마갑, 금기 골렘을 대신하여 인간의 몸으로 장착할 수 있는 가장 얇은 골렘을 입은 지금 저는 무적이에요!’

    ‘그런 프릴의 골렘에 조우하는 모든 존재의 힘을 증가시켜 마계 전역에 널리 서식하는 트러플의 고유술식을 첨가한 버프기술을 걸었어. 순수 기술력은 폰급에 그쳐도 강화된 출력만으로 따지면 나이트급 골렘에 육박해!’

     

    두 도시영애의 자부심처럼 티토소가를 노리고 날아든 음공이 마갑의 외부장갑을 뚫지 못하고 막혔다.

     

    “꺄악! 너무 아파요!”

    “충격보호마법진이 일격에 깨졌어?!”

     

    하지만 마갑을 착용한 사람의 내구력을 노린 핀포인트 술식파괴로 인해 프릴은 무릎을 꿇었다.

    졸지에 티토소가의 앞을 막은 세 사람 모두가 위험에 처한 순간, 마갑에 비견되는 인상적인 갑옷을 입은 생도가 그들의 앞으로 달려들었다.

     

    “으아아아아!”

    “모브, 저 멍청이가…!”

     

    콰앙.

    모브는 자신의 수련용 특제갑옷+5강이 처음으로 구겨지는 모습을 보았다.

    더럽게 무겁지만 그만큼 방어력 하나만큼은 요새가 따로 없었는데, 자동회복술식이 최대출력으로 전개될 정도로 손상도가 엄청났다.

     

    왈칵.

     

    입가에 흐르는 피는 미처 다 흡수하지 못한 충격이 얼마나 거대한지를 알렸다.

    프릴의 마갑이 얼마나 대단한 물건인지, 충격보호술식이 얼마나 요긴한 것인지도 실감했다.

    저 좋은 걸 오크노디는 훈련용 갑옷에 왜 안 집어넣었는지 원망이 생길 정도로 말이다.

     

    ‘새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갑옷이 다 흡수해버리면 내 몸은 어떻게 강해지는데?’

     

    휘청거리던 모브의 두 다리에 힘이 실렸다.

     

    ‘굽히지… 않아!’

     

    콰앙!

    날아드는 이격이 모브를 갑옷 채로 튕겨냈다.

    의식이 날아가 버릴 정도의 일격이 오고 있음을 알면서도 피하지 않고 맞선 의지에 자쿠는 자신까지 피가 끓는 기분을 느꼈다.

     

    ‘사려도 모자랄 판에 네가 부추기면 어쩌자는 거냐. 참아. 여기선 물러나야해.’

     

    속으로 스스로를 다그치는 자쿠.

    그러나 어린시절부터 오랜 라이벌이었던 모브의 분투는 자쿠에게도 오기를 부리게 만들었다.

    모브조차도 해냈는데 어찌 여기서 물러서겠냐고.

    심지어 그에게는 모브보다 더한 힘도 있었다.

    다른 모든 장학생은 남들의 눈치를 보느라 사용할 수 없지만, 981기 내에서는 오직 그와 오크노디만이 사용 가능한 힘.

     

    <암흑마나>

    <마나제어술>

     

    과거, 이 힘을 처음 발현했을 때에는 오크노디의 압도적인 재능 앞에서 허무하게 꺾였다.

    그러나 오크노디의 가르침을 직간접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된 지금, 자쿠는 육신의 손상이나 내부장기의 침식 없이 암흑마나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마나증폭>

    <충전>

    <암흑투기>

     

    고조된 기운이 검 끝에 유형화된 검은 기운으로 솟구치니, 무식하게 날아드는 음파와 피격 직전에 발현되는 충격술식을 암흑투기를 실은 검술, 폭증한 마력계수를 검술로 한층 가속하여 뻗어내는 공격으로 받아칠 수 있었다.

     

    파직!

     

    기술은 좋았다.

    부족함이 있는 것은 그가 다루는 검이었다.

     

    ‘일격조차도 벅찬 거냐!’

     

    이격을 받아치면 검은 틀림없이 부러진다.

    충격흡수는 없어도 방어력은 있는 갑옷이라도 입었던 모브와 달리, 자쿠는 검이 부러지면 맨몸으로 저 공격을 받아내어야 한다.

    더럽게 아프겠지.

    덜 아프게 맞고도 기절한 모브가 부러워질 정도로.

    그래도 물러서지 않는다.

    자세를 수복하며 받아치기에 나서기 무섭게 그를 향해 까딱 움직이던 혈비객의 손이 측면으로 향했다.

     

    따앙!

     

    혈비객의 손가락이 겨냥하는 경로의 저편에서 즈앙의 암기가 가로막혔다.

    상급은신술의 접근조차 허락하지 않는 <음파탐지>에 충격술식이 실리는 순간, 혼잡한 교전을 틈타 접근했던 모든 생도가 주저앉았다.

    앞서 10m 내에 접근한 생도들을 가격했던 혈비객의 영역공격술이 다시금 펼쳐진 것이다.

     

    “두 번이면 충분해.”

     

    원리를 이해했다.

    즈앙이 그렇게 판단하고 10m의 간격 안쪽으로 단숨에 파고들었다.

     

    ‘어?’

     

    발을 들이자마자 깨달았다.

    직전까지 보였던 약점이 모두 사라졌음을.

    애초에 관측조차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속임수>

    <진법>

    <구조설계>

     

    티토소가의 대마력 광선빔조차 막아내었던 반사기술이 절묘하게 펼쳐져 상대의 강함을 속이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브론즈 교수에게 배운 안법을 펼치지 않았다면 함정에 빠진 그녀를 노리고 날아드는 무형의 마나를 알아차리지도 못했을 것이다.

     

    <회피>

    <연속회피>

    <도약>

    <이중도약>

    <강제도약>

    <공중회피>

    <마나은신술>

     

    혈비객이 펼치는 마나은신술과 결이 같은 기술을 펼치며 공중에서 형체를 가린 즈앙.

    그녀에게도 자신은 있었다.

     

    ‘탐지파동이 덮치거든 그 순간에 파동과 같은 마나파장을 전개하면 돼. 오크노디는 작년부터 숨 쉬듯이 펼쳤던 기술을 지금이라면 따라 할 수 있어.’

     

    인지를 뛰어넘어 상대의 인식으로부터 사라지는, 고등제어술을 이용한 순간돌파&교란계열 은신술.

    최상급 마나제어술 테크닉을 완벽하게 펼쳐낸 즈앙이 뿌듯함을 느끼기 무섭게 <두 번째> 파동이 날아왔다.

    호흡을 쥐어 짜내며 파동을 흘려보낸 즈앙의 숨이 턱 막혔다.

     

    세 겹. 네 겹. 다섯 겹.

    그 뒤로도 가늠하기 벅찰 정도로 많은, 극도로 촘촘하게 이어진 마나 파장이 마치 악기연주처럼 하나의 흐름으로 다가옴을 감지했으니까.

    이렇게나 많은 모험을 보내고도 아카데미 교수들 외에도 자신의 힘이 닿지 않는 고수가 있단 말인가?

     

    서걱.

     

    베였다.

    아득한 절망감에 의지가 꺾이려던 나약함이.

     

    “넋 놓지 마라. 오크노디와 ‘무단장기외출’을 했다면 이 정도는 받아내야 하지 않는가?”

     

    고독한 동방검객 싱.

    그가 펼친 일검 앞에서.

     

    ‘이 남자, 언제 이렇게 강해진 거야?!’

     

    그렇게나 많은 학생이 힘을 합쳐서 만든 틈과 기회였는데.

    아이린과 로지니의 공격마법이 펼쳐지기 전에 한 템포 빠르게 자신의 손으로 끝장내고자 쳐들어간 기습이 도리어 아군도 따라잡을 수 없는 어긋난 공격이 되어 자중지란의 위기에 처할 뻔했는데.

    그런 자신의 틈과 속도를 완전히 따라잡아서, 그녀로서도 대처하기 막막한 파장을 모조리 갈랐다.

     

    “훗. 결국 내가 아니면 안 되는 건가.”

     

    고마움의 감정은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즈앙의 눈에는 보였다.

    싱이 방금, 그녀의 놀람을 비웃었음을.

    티토소가를 상대로 언제나 오크노디 베프방어전을 치르고 있는 즈앙이기에 활짝 트인 본능으로 예리하게 느낄 수 있었다.

    싱은 자신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통해서 오크노디의 <베프>자리를 넘어설 작정임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치타는 웃고 있다.
    수백 화 늦게 출발하더라도 우월한 차이로 베프 자리를 뺏어갈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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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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