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644

        

         

       한 사람이 미국에 들어왔다 나갔다.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언제나 일어나는 일이고, 심지어 그 숫자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이상해할 것이 없는 이야기.

       평범한 이야기.

         

       하지만 그것에 집중하는 사람은 분명히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박진성 주술사는 갔습니까?”

         

       그 중 한 사람에 집중하는 사람이 있었다.

         

       [ 음성 데이터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이 쉽도록 재차 말씀해주시기를 바랍니다. ]

         

       “박진성 주. 술. 사는 갔습니까?”

         

       [ 키워드 ‘박진성’, ‘주’, ‘술’, ‘사.’ 언어체계 확인 중…검색 중입니다. 언어체계가 아시아 계통과 유사한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검색을 시작합니다. 확인 중…검색이 완료되었습니다. 동북 아시아권의 언어일 확률이 높음을 확인하였습니다. 맞습니까? 확인하였습니다. 검색을 계속합니다…중국 계통의 성조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빅데이터 중 중국어 데이터를 제외합니다. 검색을 계속합니다. 사용자가 발음한 키워드에 명확한 받침이 존재합니다…유사 언어 확인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어, 조선어…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합니다. 조선어를 사용하는 권역이 멸망하였음을 확인하였습니다. 국가명 ‘통일 대한민국’의 한국어임을 확인하였습니다. 해당 국가와 관련된 정보를 검색합니다.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그 사람은 똑바로 서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과 마주 보고 있는 것은 피가 흐르지 않는 것이었으니.

       그것에게는 얼굴 대신에 디스플레이가 존재하고 있었고, 성대 대신에 스피커가 달려 있었으며, 혈관 대신에 기나긴 전선이, 뇌 대신에 막대한 양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거대한 서버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안의 내용물 또한 사람의 인격도 영혼도 아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무언가가 존재하였으니.

       세간에서는 그것을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라고 불렀다.

         

       [ 박진성 주술사의 현재 위치 정보에 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현재 박진성 주술사는 정부 소유의 ‘747-8’ 항공기에 탑승하였습니다. 현재 이동 중인 항로 코드는….]

         

       “항로 코드는 설명에서 제외해주세요.”

         

       [ 항로 코드 설명을 생략합니다. 박진성 주술사는 현재 목적지인 통일 대한민국에 근접해 있습니다. ]

         

       삐-

         

       [ 새로운 데이터가 갱신되었습니다. 항공기가 대한민국 공항에 무사히 착륙하였으며, 박진성 주술사는 통일 대한민국에 도착하였습니다. 좌표는- ]

         

       “그만 설명해주셔도 됩니다. 박진성 주술사에 대한 정보를 띄워주세요. 현재 갱신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4번 디스플레이에 띄워주시기를 바랍니다.”

         

       [ 설명을 종료합니다. ]

         

       인공지능은 남자가 물어본 것을 대답해주기 위하여 최선을 다했다.

       자신의 성능이 허락하는 한에서 말이다.

         

       하지만 최선과 최고는 비슷하지만 다른 법.

         

       남자로서는 자신에게 답해주는 인공지능에게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최적화가 아직 덜 되었군.’

         

       특이점을 넘는 것은 고사하고 그 근처에도 근접하지 못한 성능이었으니 당연히 그 성능에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그렇기에 이 부족한 성능만큼이나, 자신의 목적과 거리가 떨어진 만큼 갈망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갈망을.

         

       “일시 정지하였던 프로젝트 J-11-b-103-4를 진행하세요.”

         

       [ 프로젝트 J-11-b-103-4가 맞습니까? ]

         

       “네.”

         

       [ 프로젝트 J-11-b-103-4를 다시 진행합니다. 프로젝트 확인 중…코드명 ‘시날로 지나가지 못하게 하는 이들’과 다시 연락을 개시합니다. 프로젝트 확인 중…코드명 ‘116-118’ 계획을 시작합니다. 계획에 적합한 항공기 정보를 전달합니다…코드명 ‘검은 바다’와 연계, 딥웹을 통하여 정보를 시작합니다….]

         

       “잠깐. 딥웹 말고 고전적인 방식을 사용하죠. 해당 정보를 USB에 옮기고, ‘시날로 지나가지 못하게 하는 이들’ 중 광신도들을 골라서 그들이 자리 잡은 지역의 마약상들을 통해 그들의 이동 경로에 은밀하게 떨어뜨리도록 하세요. 그들이 USB를 입수하고 확인할 때까지 작업은 계속하며, 최초로 USB를 확인한 뒤에는 그 USB를 제외한 모든 USB의 데이터를 망가뜨리도록 하죠.”

         

       [ 계획을 수정하였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남자는 명령하던 것을 잠시 멈추고는 디스플레이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박진성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

         

       그 정보는 계속해서 갱신되고 있었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위성이 호응하여 그의 좌표를 확인하였고, 인공지능이 해킹한 CCTV가 그의 모습을 찍어 영상과 사진을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하였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의 표정과 몸짓을 세밀하게 분석하며 하나하나 분해하듯이 그를 뜯어보고 있기까지 했다.

       거기에 더해 그가 착용하고 있는 옷가지, 그가 몸에 지닌 물건들을 모조리 분석하고 있기까지 했다. 공산품은 어디서 구매했는지 알기 위해 해당 브랜드의 서버에 몰래 접속해서 구매기록을 살펴보는 것도 불사하였고, 주물로 보이는 것들은 그 문양과 글자, 그 형태까지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하며 어떠한 기원을 가졌는지- 그리고 어떠한 능력을 갖추고 있을지 찾아보고 있기까지 했다.

         

       ‘다시 미국으로 올 것 같지는 않군요. 거기에 더해 내륙 쪽으로 계속 이동하는 것으로 보아…. 변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인공지능이 아니라면 엄두조차 나지 않을 작업.

       아니, 인공지능이라고 하더라도 꽤 많은 연산량을 할당해야 하는 작업이었다.

         

       “일단 변수가 미국 밖으로 갔으니 신경 쓸 필요는 없겠죠…. 박진성에 대한 분석을 종료하세요. 그리고 프로젝트에 집중하도록 하십시오.”

         

       [ 명령을 수행합니다. ]

         

       남자가 명령하자 AI는 박진성에 대한 분석을 즉시 종료했다.

       박진성에 대해 분석하는 데에 사용되던 어마어마한 리소스는 모조리 프로젝트를 향해 투사되었고, 프로젝트는 아까와는 다르게 어마어마한 속도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확실하게 하려고 몇 번이나 검토하는 데에도 널널할 정도였다.

       박진성의 분석과 동시에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과부하가 걸려 느려지고 있던 것과 비교한다면 그야말로 천지 차이라고 할 수 있겠지.

         

       남자는 그러한 작업을 덤덤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박진성 주술사. 언젠가 다시 볼 것 같군요.’

         

       어떠한 예감을 느꼈다.

         

         

         

        * * *

         

         

         

         

       납치라는 것은 의외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특히나 이동 수단을 이용한 납치는 더더욱 말이다.

         

       총구를 들이밀고 차량에 납치 대상을 태우거나, 차를 어떤 식으로든 막아 세운 뒤 운전자를 끌어내리고 그 차를 탈취하는 행위, 심지어는 총이나 도끼를 들고 기관실로 달려가서 그것을 탈취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니 이동 수단과 납치는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쇳덩어리로 만들어진 탈 것이 존재하기 그 이전부터.

       말이나 소 같은 동물을 타고 다니던 그 시절.

       혹은 동물 대신에 사람을 이용해서 움직였을 그 옛날까지 거슬러 가야 할 정도로 역사가 깊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납치 행위 역시 파고든다면 세분화가 가능한 법.

       그렇게 세분된 것 중에는, 단언컨대 이것이 가장 역사가 짧을 것이다.

         

       “Hi, Jack?”

         

       지금 일어나고 있는 납치.

       비행기를 통한 납치…’하이재킹’이 말이다.

         

       타아아앙-!

         

       상공을 날아가는 비행기.

       그곳에서 총소리가 울려 퍼진다.

         

       잭(Jack)이라는 사람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듯한 짧은 문장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선 그들은 미리 연습이라도 해온 듯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총기를 꺼냈고, 그것을 발사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비행기에 구멍이 뚫리지 않게…사람에게 말이다.

         

       “으아아아악!”

         

       “꺄아아아악-!”

         

       그들이 총을 쏜 것은 옆자리에 앉아 있었던 사람들.

         

       그들은 3D 프린터로 뽑아낸 듯한 조악한 총기를 그들의 팔이나 다리에 쏘았고, 그들이 내지르는 비명에도 웃는 표정을 지었다. 게다가 총소리와 다친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공황에 빠진 승객들이 비명을 내지르는 소리를 마치 감미로운 음악을 듣듯이 감상하기까지 하였으니.

         

       누가 보아도 이들이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곳에 계신 형제자매님들, 그리고 이교도 잡것들. 모두 우리 말을 잘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그들은 이질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미소를 짓고 있으나 그 근육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뭔가 인공적인 느낌이 들고 있기까지 했다.

       마치 피부 아래에 무언가를 이용해서 그러한 미소를 고정하기라도 한 듯이 말이다.

         

       훈련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 도구로 강제했을 때 느껴지는 그 이질적인 느낌.

       맨얼굴이 아닌, 인피면구같은 것을 쓴 것이 분명했다.

         

       그들은 인피면구를 쓴 채 사람들에게 말했다.

         

       “여러분은 우리와 함께 지금부터 신성한 사명을 행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와 함께.

         

       “우리는 바벨탑의 과오를 반복하는 인류에게 경고를 줄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주게 될 것이다.

         

         

         

         

       

       

    다음화 보기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