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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45

        

         

       성경에서 말하기를 온 땅의 언어는 하나요 말도 하나였다.

       이에 그들이 동방으로 옮기다가 시날 평지를 만나 거기 거류하며

       돌 대신에 벽돌을 굽고 역청으로 진흙을 대신하여 성읍과 탑을 짓기 시작하였으니.

       그것이 참으로 불경하고 보기에 좋지 않으셨다고 하더라….

         

       “탑이란 무엇입니까? 탑이란 위로 솟구치고 감히 하늘에 닿으려 하는 것들입니다.”

         

       그 이름은 바벨이라.

         

       “불경하고 불경한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인간이 어찌 하늘에 거할 수 있겠습니까? 그분의 허락을 맡고 거기에 지나가는 일은 있을 수 있으되 어찌 그곳에 거주하는 불경한 짓을 행할 수 있습니까? 그것은 천상에서 거니는 천사와 성인들과 같은 위치에 서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그 바벨을 경고하러 이곳에 왔다.

         

       “여러분. 신실한 기독교인 여러분들은 제가 하는 말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유일하고 오롯이 존재하시는 그분께서는 하늘에 닿는 탑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리하여 탑을 무너뜨리고 그들의 말을 다르게 만들어 온 세상에 흩어놓지 않으셨습니까?”

         

       감히 하늘에 닿는 탑을!

         

       “우리의 옛 조상들은 그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을 보았고, 느꼈고, 그분의 엄한 회초리를 달게 받아들이셨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사 우리에게 경고하였습니다. 감히 하늘에 탑이 닿도록 하지 않도록 하라고.”

         

       이렇게 빼곡하게 건설하는 어리석은 인간들에게!

         

       “하지만 그분께서는 참으로 자비롭게도 탑이 하늘 높이 치솟는 것을 용서해주었습니다. 우리 인간들이 이렇게 찬란한 문명을 기록하고, 기나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 마침내 빛 속에 온 것을 그분은 허락해주신 것입니다. 그것은 네발로 기어 다니는 아기가 마침내 두 발로 뚜벅 서고, 옷을 입고 말을 하기 시작하는 기쁨과도 같은 것입니다. 아기 때에는 차마 위험해서 가까이 두지도 손에 쥐여주지도 아니하였던 장난감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시고, 사리 분별할 수 있었음을 믿기에 과보호를 하는 것에서 벗어나 그들 나름대로 배우고 익혀가며 커가기를 기대하고 계신 것입니다!”

         

       경고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알아야 합니다. 사람은 아직은 그분의 품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사람의 탄생과 그 역사는 너무나도 짧은 것인지라, 그래서 그분께서 보시기에는 어린아이 같고 감히 내버려 둘 수 없는 존재임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유아기의 존재이며, 자립이라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는 시기에 놓여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과거를 돌아보고 기록을 살펴보며 신께서 우리의 안전을 염려하며 행한 일들을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네발로 기어 다니는 시기를 지나 두 발로 섰음을 기뻐하되 자만하지 아니하여야 할 것이며,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으리란 오만을 버리고 우리 스스로 조심을 해야 할 때가 된 것입니다!

         

       그러니 이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신실한 기독교인들.

       같은 신을 믿으나 다른 이슬람교.

       불교인지 뭔지 하는 이상한 종교의 잡것-기독교에서의 천사의 위치에 있는 것-들을 믿는 동양인들.

       그리고 우상을 숭배하는 이교도들까지!

         

       모두는 알아야만 한다.

         

       하늘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완전히 허락된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그곳에서 거주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그분께서는 하늘을 지나가고 별의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자비를 베푸셨으나 하늘에 우리가 거주하기를 원하지는 아니하였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은 그렇게 성숙하지 않으며, 감히 천상에 거주하게 된다면 아래의 존재와 위의 존재가 다르다고 여기며 오만에 빠져 스스로 타락할 위험 또한 존재하고 있으니.

         

       오만하고 또 오만하다.

         

       그리한다면 다시 한번 그분의 진노가 떨어져 탑이 무너지고 그 위에 살던 오만한 자들은 떨어지게 되리라.

       샛별이 땅으로 추락하며 흉한 꼴이 되었듯 그 또한 그렇게 되리라.

         

       그것은 막아야만 하는 일이다.

       그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감히 어찌 그러한 비극이 되풀이되도록 놔둘 수 있으랴!

         

       그러하니 우리는.

         

       “우리는 갑니다. 고층 건물을 향해서.”

         

       비행기를 타고.

         

       “보여줍시다. 우리 스스로 과거에서 배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리라.

         

       “우리는 스스로 자제하고 배운 것을 활용할 수 있음을. 그분께 보여드립시다.”

         

       증명하리라.

         

       “모래성을 무너뜨리며 옛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탑을 무너뜨려 수십억의 인류에게 보여줍시다. 우리는 하늘에 거주하여선 안 된다고 경고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 * *

         

         

         

         

       [ 속보입니다! 혀, 현재 비행기 한 대가 탈취되어….]

         

       [ 긴급 속보입니다! 현재 미국 국적의 비행기가 탈취되었습니다. 납치범들은 ‘바벨탑의 교훈을 사람들에게 일깨워주고자 한다.’라는 말만을 되풀이하고 있으며….]

         

       [ …속보입니다! 납치범들의 정체가 밝혀졌습니다. 그들은 미국의 포틀랜드 지역에서 세를 불린 사이비 종교의 일원이라고 합니다. 그들의 교리에서는 고층 건물은 바벨탑과 같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번 하이재킹은 이러한 그들의 교리와 연관이 되어 있을 것으로….]

         

       [ …미 정부 대변인은 강경하게 ‘우리는 공군을 출격시켰으며 최악의 상황도 염두에 두고 있다. 우리는 911의 악몽을 되풀이할 생각이 없으며, 테러리스트와의 협상 또한 더더욱 없을 것이다.’라고 연설하였습니다. ]

         

       [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는 현재 상황을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현재 해결책을 찾는 중이다. 또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안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이번 일과 연관이 있는 단체와 국가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였습니다. ]

         

       미친 듯이 터져 나오는 속보들.

         

       TV고 인터넷이고 난리가 나고 있었다.

         

       TV에서는 항공기 한 대와, 그 항공기를 포위하고 있는 전투기가 보이고 있었다. 전투기들은 딱 보아도 최신형으로 보이는 것들이었으며, 미사일 같은 것들을 잔뜩 달고 있었다.

         

       ‘불의의 상황’이 오면 항공기를 격추할 준비가 되었다는 듯 말이다.

         

       “흠.”

         

       그리고 그것을 본 진성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이한 일이로다.”

         

       포틀랜드 지역의 사이비 종교.

       하이재킹.

       바벨탑에 대한 언급까지.

         

       그가 알고 있던 것과 같은 사건.

         

       비행기에 타고 있던 이양훈에게 고초를 겪게 했던, 바로 그 테러 사건이 맞다.

         

       그의 기억과 그리 다르지 않은 모습인데….

         

       “기이하고 또 기이하다….”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고 하던가?

       그렇다면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딱히 이상한 것은 아니다.

         

       이런 거대한 사건이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수많은 것들이 쌓이고 쌓이며 거대한 흐름이 되어 마침내 일이 터져 나오는 것이 대부분이 아니던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인데.

         

       그래.

       이상한 일이 아니어야 하는데….

         

       ‘어찌하여 이리도 위화감이 느껴지는고?’

         

       그가 미국으로 직접 가게 된 것이 어떤 이유에서던가.

         

       경지에 이른 그의 정신과 영혼이 속삭이지 아니하였던가.

       테러가 일어나지 않았음에 의아함을 느꼈을 때, 이것은 변수와 변덕과는 뭔가 다른 것이 얽혀있음을 말하지 않았던가?

       무언가 커다란 변화가 있었던 것이라고, 매우 중요한 일이 있으리라고 속삭이지 아니하였던가.

         

       경지에 이른 정신과 영혼은 진리와도 맞닿아 있는 법.

       생존에 도가 튼 동물의 직감과 배부른 돼지의 직감이 어찌 같을 수 있으랴?

       북극성의 빛과 짐승의 안광의 빛이 어찌 같은 곳으로 인도하랴?

         

       경지라는 그런 것이다.

         

       그리고 그 경지가 그에게 그리 속삭였기에 그는 움직였다.

       말년에 수많은 주술을 얻도록 인도하였고, 담비가 죽어 사라졌음에 크게 공허함을 느끼던 그에게 그 빈자리를 채워주기 위하여 그의 직감은 언제나 일을 해왔다. 돌아갈지언정 목적지와 반대로 그를 인도하지는 아니하였으며, 날카롭고 강력하지는 않되 적어도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거기에 점괘와 정보가 더해졌으니 그는 그리하여 홀몸으로도 세상을 주유할 수 있는 몸이 되었다.

         

       그러한 것이 어찌 이번에는 다른가?

       어찌하여 그에게 틀린 것을 속삭였는가?

         

       무엇이 다른가?

         

       그저 나비효과였던 것인가?

       그저 테러의 시기가 늦춰졌을 뿐이며, 모든 것은 우연에 불과한 것인가?

       그의 직감은 실수한 것이고 이번 일은 그냥 일어나야 하는 일이 일어났을 아주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던 것인가?

         

       그러한가?

       진실로 그러한가?

         

       ‘아니다.’

         

       속삭인다.

       그의 정신이 속삭인다.

       그의 영혼이 속삭인다.

       미국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별들의 속삭임이 들린다.

       별들이 천체를 일그러뜨리고 저들끼리 이어지고 끊어지며 그에게 빛으로 속삭인다.

       구름의 움직임은 그들에게 호응하며 그림을 그리고, 새까만 어둠은 도화지를 자처한다. 저 어둠에 파묻혀 있을 미미한 별들은 그 빛을 죽이고 밝게 빛나는 별들이 타오르며 그에게 어떠한 것을 속삭인다.

         

       영감과도 같은 것.

       언어가 되지 못한 것.

       글자도 말도 되지 못하는 것.

       너무나 흐릿하고 애매하여 이미지로도 만들 수 없는 그것이 영감이라는 이름으로 그의 뇌리에 꽂힌다.

         

       그리하여 말하기를.

         

       너는 모른다는 것을 이제 깨달았다.

         

       고 하였다.

         

       ‘…그렇군.’

         

       무지의 앎이라.

         

       진성은 그 속삭임에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엔 내가 모르는 일들이 참으로 많고도 많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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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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