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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46

       

        

        

        

        

        

        

        

       “기다렸나요, 비얌 막내들? 여기 누가 돌아왔는지 보시죠, 후후후….”

        

       “끼야아아악-!”

        

       “왔다, 왔어! 저 문! 저 문-!”

        

       “그렇게나 반가웠나보군요! 자, 이리 오세요! 아이리스도! 저랑 꼭 닮아서 그런지 더더욱 정이 가는군요, 혹시 물은 좋아하는지?”

        

       “…저 반응들을 반가워한다고 번역할 수 있다는 두뇌가 부럽네요.”

        

        

        

       -어후 시작부터 시끄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텐션 ㅋㅋㅋ

       -진짜 독보적인 캐릭터다 ㅋㅋㅋㅋㅋㅋ

       -이 세상에 저런 사람이 또 있을까 싶더니 외형만이라면 아이리스가 있긴 하네….

       -생각해보니 진짜 닮았네 ㅋㅋ

        

        

        

        상 어 출 현.

        

        사실 불과 30분 가량 전에 도착해서 얼굴을 비추긴 했지만, 남들에게는 들려줄 수 없는 자잘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그리고 새끼 비얌들의 심신 안정을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고, 이제서야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정확히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뱀의 둥지를 강습한 로렌티나는 무자비하게 뉴 막내들을 쓰다듬었고, 특히나 아이리스를 보고는 아주 반겨대었다. 이리 보니 둘이 상당히 많이 닮았네.

        

        종족을 비얌으로 변경한 상어를 보는 것 같다-대강 그런 생각을 뒤로 한 채 호들갑을 떠는 이들을 얌전히 관람했다. 로렌티나의 강습은 길고 긴 오늘 스케줄의 편린일 뿐이었으니까.

        

        뭐어, 일단 스케줄에 동행할지에 대한 선택권은 줄 예정이었다.

        

        가령-

        

        

        

       “일단, 저랑 로렌티나는 지금 D동으로 살살 가볼 예정입니다. 상어는 저와 함께 별도의 스케줄이 있거든요. 여러분들은 동행해도 되고 안 와도 됩니다. 편하게 선택하세요.”

        

       “D동이면 설마, 또 불행한 피해자를 양산…으브븝!”

        

       “하모니는 그 사이 굉장히 대담해졌군요. 곁에 두고 다녀야겠어요. 언니랑 드라이브스루 같이 갈래요?”

        

       “유, 유진 쌤, 오늘따라 이 분의 플러팅이 심상치 않은데에…!”

        

       “저런. 두고두고 곁에 둔 다음 조져버린다는 뜻이랍니다.”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택지를 주는거야 마는거야 ㅋㅋ

       -이사람은 항상 나오는 족족 불도저처럼 하고싶은거 다 하고 다녀서 그런지 봐도봐도 질리지가 않네

       -괜히 상어가 포식자가 아니다….

       -아니 근데 이건 하모니가 딴소리한 벌이잖아 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딱히 선택권이 없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항상 말했듯이 나는 진심이다. 따라오기 싫으면 굳이 따라올 필요가 없지만…뭐어, 얘네들이야 이미 운명공동체라고 스스로를 정의하고 있지 않을까.

        

        이 즈음엔 이미 부담스러움은 동행과 별개의 감정이라고 느끼고 있을 것이다.

        

        아무튼 그리하여, 내가 생각해봐도 딱히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은 ‘D동에서의 희생자 찾기’가 시작되었다. 물론 실질적인 명목은 모의교전장소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지만.

        

        얼마 전에도 말했듯 교전 장소는 D동 전체였고, 이 말인 즉슨 다음 주엔 이곳에서 UDT 대원들 및 로렌티나와 그녀 휘하의 팀원들이 휴머노이드와 격렬한 전투를 치를 예정이란 뜻.

        

        실측은 필수였다.

        

        

        건물을 나가자마자 안 그래도 사람이 셀 수 없이 많이 돌아다니는 엑스포의 인파 대다수가 이쪽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다행인 점이 있다면 얼마 전보다는 그나마 상황이 좀 낫다는 것 정도. 엑스포가 열린 지 그래도 어느 정도가 지났기에, 사람들은 우리를 일종의 움직이는 이벤트로 여겼고, 바로 그 덕분에 호들갑은 좀 줄어들었다.

        

        어느 정도, 디즈니 월드에 있는 캐릭터 그리팅을 모티브로 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해야 하나.

        

        

        그리고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흐음, 이곳이 바로 그…모의교전실이로군요. 내부 구조와 구현도는 나무랄 데가 없는 것 같고, 시설 관리도 우수하군요. 이런 곳이 부대에 하나씩 있다면 더할나위없이 기쁠 것 같단 말이죠.”

        

       “이번 엑스포 열면서 제일 돈 많이 들어간 곳이라나 뭐라나요. 자세한 건 저도 모르지만….”

        

       “그래 보이는군요. 저 아래로 내려가봐야겠네요. 각자 원하는대로 자유롭게 행동하시길. 저는 아래쪽에서 좀 더 자세히 보도록 하죠.”

        

        

        

        관객석 도착.

        

        주변에는 사람이 꽤 있었다. 온 이유도 다양했다.

        

        다음 차례, 혹은 며칠 후에 빌린 사람들이 게임이 모의교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하러 온 사람, 이곳저곳 둘러보다 온 사람, 아니면 그저 남의 경기 관음이 즐거워 관람하고 있는 사람까지.

        

        로렌티나는 이러한 여러 케이스 중에서 그 어떠한 것에도 해당되지 않았지만, 모든 상황에서 재미와 일처리를 동시에 확립시키고 있는 걸 보면 그저 감탄만 나오곤 했다.

        

        역시 인생은 상어처럼 살아야 해.

        

        

        때마침 할당된 세션이 종료되고, 로렌티나를 포함한 일행은 일제히 VIP 라운지로 이동했다.

        

        이곳의 장점은 제일 가까운 곳에서 남이 어떻게 교전하는지를 구경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가벼운 다과가 준비되어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딱히 컨텐츠라고 할 것도 없고, 구경하는 것보단 직접 하는 것이 더 즐겁기도 하거니와, 실제 게임을 하는 사람과 재수없으면 마주칠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인기 자체는 미묘했다.

        

        그렇기에 근래 우리가 자주 오긴 했지만-

        

        

        

       “와, 미친! 로렌티나다!”

        

       “어, 그, 사인, 사인해주세요! 제발! 저 진짜 누나 나온 영상 다 챙겨봤어요!”

        

       “절 가져요-!”

        

       “후후후, 이렇게나 열성적인 반응…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특대 세일이랍니다. 하고 싶은 거 다 하세요. 같이 기념사진 찍고 싶은 분 있으신가요?”

        

        

        

       -시1팔나내일모레예약했는데왜나는저런이벤트없어나지금배아프고배알꼴려서배때기찢어질거같애상어눈나나도해줘!!!!!!!!!!!!!!

       -와 이벤트 개십혜자 ㄷㄷㄷ

       -사진도 안찍어주고 악수도 안해주는 비얌련은 반성해라!!!!!

       -아니 요즘 엑스포 발현자등장이벤트 왜이렇게 많이하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진짜 카페방문추첨도 맨날떨어지고 나만비얌못보고 상어못보고 진짜 너무한다증말

        

        

        

        …어쩐지 드론캠의 채팅창에서 온갖 저주가 소용돌이치고 있는 것 같은데.

        

        아무리 얼마 전부터 공평하게 운으로 뽑느니 어쩌니 말하긴 했지만…그래도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는 인원수 자체가 그렇게 많지가 않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해야만 할지.

        

        앞으로는 좀 밖에 자주 나가서 인사도 건네고 사진도 찍어주고 해야 하려나. 그리 생각하며 사람들 사이에서 아주 날라다니고 있는 상어를 복잡미묘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로렌티나 눈나, 한 번 밟아주시면 소원이 없겠…끄악!”

        

       “어으, 이 새끼 끌어내. 제발 현실에서 뇌절 좀 그만 해라.”

        

       “야야, 쟤 대기실에 던져놔.”

        

       “뭐어. 여러분이 생각하는 물리적인 스탬핑은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다른 의미로는 가능하겠군요.”

        

       “에…?”

        

        

        

       -???????????

       -헉

       -퍄퍄ㅑㅍ퍄퍄퍄퍄퍄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바로 바지내렸다 ㅋㅋㅋㅋㅋㅋㅋ

       -팩트)교전으로 뚜까팬다는 소리다

        

        

        

        순식간에 어안이 벙벙해지는 이들과는 다르게, 나를 비롯한 새끼 비얌들은 상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를 진즉 눈치채고 있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 그녀는 잠시 읏차 하고 몸을 풀더니, 고개를 휙 돌려 내게 덧붙였다.

        

        물어본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통보였다.

        

        

        

       “잠시 이 친구들이랑 담소를 좀 나누다가 와야겠군요. 그래도 문제없겠죠, 막내?”

        

       “…무, 뭔가 분위기가 이상한데. 잠시만요.”

        

       “그, 저희는 그냥 사인과 사진 촬영 정도만으로 만족할 것 같은데, 어….”

        

       “유진 선생님, 저희 설마 막 지옥으로 끌려들어가고 있는 거 아니겠지요? 네!?”

        

       “으음, 뭐어. 이미 잘 알고 계시는 것 같은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그럴 줄 알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뒤에서 비얌막내들 자기들 당하는거 아니라고 안도하고있는거봐 ㅋㅋ

       -대충 새로운 제물을 찾은 표정wwww

       -그럴 거 같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로렌티나의 평소 이미지를 알고 있었다면 밟아달라는 말은 꺼내지 말아야만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야만 하겠지만, 뭐어. 몰랐을 테니까.

        

        설령 몰랐다면, 다음부터는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이 친구들도 앞으로 배우게 되겠지. 역시 배움은 끝이 없고, 그렇기에 즐거운 것이 아닐까…뭐, 내가 당하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상어는 아까 보여준 친화력을 그대로 발휘했고, 이번 세션을 빌리게 된 열두 명의 친구들을 끌고는 대기장으로 가기 시작했다.

        

        

        

       “자, 마일즈 장비가 있는 곳부터 가봅시다. 여러분들 덕분에 시설 탐방을 더욱 즐겁게 할 수 있게 되겠군요. 그 보답을 다들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라지요.”

        

       “자, 잠깐만요! 저희 납치당하고 있어요! 살려주세요! 살려줘어-!”

        

       “우왁, 이 사람 힘 너무 세! 잠깐───”

        

        

        

        쿠웅.

        

        그리고 닫혀버린 문.

        

        그 과정을 뻘쭘하게 바라보고 있는 세 비얌들을 뒤로 한 채, 나는 음료수를 한 잔 뽑아온 뒤 모의교전장이 잘 내려다보이는 의자에 슬그머니 앉아 마시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이어지는 말.

        

        

        

       “저 불쌍한 친구들을 위해 건배 한 번 해야겠네요.”

        

       “…그거 진짜 불쌍해서 그러는 거 맞아요?”

        

       “뭐어, 노 코멘트로.”

        

        

        

       -으이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도 가만보면 진짜 상어 닮긴 함 ㅋㅋ

       -서로 친한거보면 상어가 옛날 선임 중 한명이었을듯?

       -유 유 상 종 w w w w

       -불쌍하다(하지만 구경은 잘 하겠다)

        

        

        

        이리 말하긴 뭐하지만, 참. 즐겁지 않은 날이 없었다.

        

        

        

        

        

        

        

       “꾸에엑….”

        

       “후, 즐거웠네요. 겨우 두 판만에 다들 뻗어버리다니, 운동이 부족하네요. 다음부턴 다들 체력을 키워오시길.”

        

       “그게 체력만으로 되는 문제인가요?”

        

        

        

        그리고 20분 뒤.

        

        상어는 개운한 표정으로 복귀했다.

        

        그럼 그렇지.

        

        

        

        

        

        

        

        

        

        

        

        

        

        

        

        

        

        

        

        

       “우와, 유진 씨! 이거 봐요! 가이아 머리카락 풀렸대요!”

        

       “갑자기 무슨…아하.”

        

       “가이아의 머리카락이 풀렸다니, 무슨 소리인가요?”

        

       “아, 생각해보니 로렌티나 언니는 유진 씨가 무슨 이벤트 풀었는지 모르시는구나.”

        

        

        

        로렌티나가 엑스포에서 모의 교전을 하려던 친구들의 뚝배기를 댕댕 두드린 시점으로부터 대략 5시간 후, 엑스포.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수평선 너머로 떨어져내리는 햇빛과 동시에 엑스포 주변을 둘러싼 수많은 전등이 일제히 점등하고, 인공적인 불빛이 주변을 지나다니는 수천 명의 사람들을 밝힌다.

        

        그런 가운데, 이제는 일행을 위한 두 번째 쉼터가 되어버린 A동의 라운지에 비치된 소파 위에서 뒹굴거리던 다이스가 벌떡 일어났다.

        

        그녀가 들고 있던 단말기 위에 띄워진 홀로그램에는 인게임에서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영롱한 실버-헤어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흐음, 지금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메카 막내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로군요. 그 친구들은 은을 녹여 길게 뽑은 머리카락 같은 느낌이지만, 여기는 뭐라고 해야 하나, 조금 덩어리 같은 느낌도 들고….”

        

       “막상 만지면 부드럽게 풀어헤쳐진다네요. 어우, 반짝반짝해라. 그래도 머리카락이라 조금 아쉽네요. 전 세계 사람들은 전부 머리에 달린 뿔 가지고 싶어서 환장하던 것 같은데.”

        

       “꼬리도 마찬가지겠군요.”

        

       “그쵸. 저도 뿔 아니면 꼬리 가지고 싶긴 한데, 솔직히 별 기대는 안 해요. 요즘은 돌아다니면서 찾을 바에는 그냥…포기할라구요. 힘들어 죽겠어요, 그거.”

        

       “하하.”

        

        

        

        며칠 전 보여주었던 기세는 어디로 갔는지, 하모니와 다이스, 그리고 아이리스 모두 꽤 심드렁하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보여주고 있는 건 단순한 귀찮음이라기보단…여러 번 데였고, 실패했기에 나오는 체념이었으니까. 이 부분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후후, 후후후후….”

        

       “…엥, 로렌티나 씨…?”

        

       “큰일났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스위치 들어가셨어.”

        

       “이런 재미있는 술래잡기가 있었다면 진즉 말했어야죠, 막내. 당장 가도록 합시다. 매 정각마다 메카 막내들이 출현한다고 그랬나요? 그렇다면 어디 한 번 보도록 하자구요.”

        

       “켁.”

        

        

        

        …이렇게, 아예 한 번도 안 데여본 사람은 근거 없는 자신감에 휩싸인단 말이지.

        

        근데 그것이 근거 없는 자신감을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의 귀에 들어가면…글쎄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지금의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난장판이 벌어질 확률이 높다는 점이었다.

        

        나는 체념하고 덧붙였다.

        

        

        

       “여러분, 집 잘 보고 계세요. 저는 로렌티나 선임을 관측할 의무가 있으니까요.”

        

       “헉.”

        

       “에, 저도 구경 가도 되나요?”

        

       “라운지에서는…안 보이려나.”

        

        

        

        나와 로렌티나만으로도 이미 인기 한계치에 도달하지 않을까 싶은데, 거기서 이 세 명이 따라오게 되면…음, 이벤트성으로는 실로 훌륭하긴 하지만, 인파가 너무 많이 몰려도 문제다.

        

        그럴 때는…음, 하루 두 번 스트리밍을 켜는 건 조금 이상하지 않나 싶긴 했지만, 어차피 벌어질 일이다. 이왕 이렇게 된거 로렌티나의 정신나간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에 감응한 드론캠이 저절로 켜진다. 배터리는 50% 정도. 그동안 하도 많이 써서 그런지 배터리를 여러 번 교체했고, 무상으로 AS도 받았으며, 교환도 한 번 받은 물건이었다.

        

        아무튼 그것이 켜지는 순간-

        

        

        

       “먼저 내려가죠, 막내!”

        

       “그렇게 말하는 것치곤 계단이 아닌…우와아악!?”

        

       “유, 유진 씨! 상어가 발코니에서…!”

        

       “아이구야.”

        

        

        

       -???????????

       -아니 오자마자 본 게 상어의 자유낙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뭔데 이 무친련들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발 그만해 이러다 다른 하꼬들 컨텐츠없어서 다죽어!!!!!!

       -진짜 일상이 시트콤이다 이 사람들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 그대로.

        

        로렌티나는…높이만도 십수 미터가 넘는 곳에서 그대로 뛰어내렸고, 올리비아마냥 아주 자연스럽게 착지했다. 대신 부엉이마냥 무소음이 아니라 주변으로 쿵 소리가 나긴 했지만.

        

        따라갈까 했지만 괜히 이상한 이야기를 더 만들기 싫었기에 호다닥 계단으로 내려오자, 로렌티나는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웃어보였다.

        

        내가 그걸 보며 입을 열려던 순간, 스피커가 작동되며 한 시간마다 나오는 지정 메시지를 토해낸다.

        

        그리고 그것이 무어냐 하니-

        

        

        

       -[알림 : 현재 시각 18시 00분.]

        

       -[알림 : 무작위 위치에 가이아의 흔적이 생성됩니다. 흔적은 주변을 스캔하며 사람이 많을수록 빨라집니다.]

        

       -[알림 : 행운을 빕니다.]

        

        

        

       “B동! B동이다! 가이아다!”

        

       “디코이야! 속지 마!”

        

       “알았으니 빨리 뛰어다녀! 이거 돌아다닌 거리 비례로도 게임재화 준단 말이야!”

        

       “달려-!”

        

        

        

        가이아 포획 작전의 시작이었다.

        

        로렌티나가 진중한 얼굴로 주변을 빠르게 살피는 사이 간단하게 설명을 이어간다.

        

        어차피 이 양반은 필요한 때를 제외하면 다크 존을 안 하니까 상관은 없지만, 이번 추격전은 사람이 뛰어다닌 거리에 비례하여 인게임 재화를 지급하는 것도 있었다.

        

        대신 부상당하거나, 서로 부딪히거나, 지나칠 정도로 인파가 밀집되는 순간 바로 경고가 울리며 재화가 깎여나가고, 혹시나 모를 부상 방지를 위해 근처 휴머노이드가 인원을 흩어버리는 시스템.

        

        나름 열심히 안전사고 대응은 하고 있다-까지 말하려는 순간,

        

        

        

       “그렇다면 일단 가보도록 하죠. 어떻게 돌아다니나 봅시다!”

        

       “우왓, 드론 붙여줄테니 천천히 좀 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후 어지러 ㅋㅋㅋㅋㅋ

       -아니 저런게 매시간마다 벌어지고있는데 아직도 다친 사람이 한 명도 없냐? 진짜 대단하다 ㅋㅋ

       -엑스포 휴머노이드가 사고날거같으면 칼같이 막긴 하더라

       -별의별게 다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순식간에 멀어지는 로렌티나.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을 빛살과도 같은 속도로 가로지른 그녀가 B동에 있다는 정보를 토대로 가장 가까운 건물 안으로 입성했다. 주변에서는 연신 삑삑거리는 소리와 함께 휴머노이드가 인파 흐름을 분산시키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보이는 모습 – 나를 닮은 듯한 검은 잔상이 일렁이더니, 무지막지한 속도로 계단을 오르고, 난간을 붙잡으며 위로 올라간다. 고작해야 몇 초만에 2층을 넘어 3층까지 올라가는 것이었다.

        

        저렇게 압도적인 스피드니까 다들 무턱대고 달려드는 것보단 계획을 짜서 천천히 올라가는 것에 가까웠-지만.

        

        

        

       “여기 좀 찌그러지거나 하는 곳 있어도 상관없죠?”

        

       “…네?”

        

       “나중에 개인적으로 물어줄테니 말해요!”

        

        

        

       -?????????

       -아니 이사람 점프랑 파쿠르만으로 잔상을 따라잡으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미친 한번에 몇미터를 뛰어오른거야

       -이게 그러니까 새로 나온 하이퍼 FPS인가 하는 그거냐?

       -제발 동네축구에 프로가 목숨걸고 달려들지 말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콰앙!

        

        폭음과도 같은 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서 점프한 로렌티나가 대략 2m 높이의 층계참을 발로 한 번 더 짓밟아 밀어내며 2차로 가속, 단번에 7m 이상을 뛰어올라 2층 난간을 타넘고 드론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저걸 따라가야 하나. 불가능할 건 아닌 것 같긴 한데…대략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내가 쓰고 있던 드론캠이 로렌티나를 따라 뽀르르 허공으로 올라갔다.

        

        시끌시끌했던 B동이 순식간에 적막으로 물들고, 주변에 있던 관람객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한테 쏠린다.

        

        내가 입을 열었다.

        

        

        

       “…왜 저를 쳐다보시나요?”

        

        

        

        발현자가 파쿠르 좀 할 수도 있지.

        

        뭐.

        

        왜.

        

        

         

        

        

        

        

        

        

        

        

        

       “막내, 이거 가져오는 거 맞나요?”

        

       “켁.”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저 멀리서 스윽 떨어져내린 로렌티나가 박살난 홀로그램 드론 – 가이아의 형상을 만들어내는 – 을 손에 쥔 채 물었다.

        

        진짜 환장하겠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와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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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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