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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46

   첫 번째 시도가 교황의 정신공격에 의해 처참한 실패로 돌아간 후, 나는 다시금 계획을 세워 두 번째 탈주를 벌였다.

   

   

   전적이 있었으니만큼 경계심이 극도로 올라간 것을 노려서 전원의 시선을 끌어모아 섬광을 터트린 후 저택을 내달렸지.

   

   

   이전의 시도에서 저들의 대략적인 속도를 파악해뒀던 나는 일부러 경로를 잔뜩 비틀어가며 저들을 따돌렸다.

   

   

   여기까지는 참 좋았다만 두 번째로 의심했던 출구도 내 예상과는 다른 장소였다.

   

   

   설마 거기가 남자화장실이었을 줄이야. 거기에 더해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뭐. 뭘 보고 계신 겁니까!”

   

   

   “쪼그마한 거♡ 귀엽네?♡”

   

   

   열이 오른 기사가 무어라 하려는 걸 문을 닫는 것으로 막은 나는 다급히 달려 온 기사들에게 얌전히 잡혀갔다.

   

   

   “주신의 사도시여. 자꾸 이러시면 저희들이 곤란합니다.”

   “그러라고 하는 건데?♡ 설마 내가 너희 쓰레기들을 배려해줄거라 생각한 건 아니지?♡”

   “…저흰.”

   “자비와 포용을 이야기하는 허접주신이 너네들을 좋아할 리 없단 건 알잖아?♡ 괴롭힘당하고 싶어서 여기 온 주제에 충격받은 척은♡”

   

   

   기사들은 내 말에 어떤 반박도 하지 못했다. 그들은 신앙이 없기에 교황은 따라 온 것이 아니라 신앙을 지녔기에 교황에게 공감한 또라이들이었으니까.

   

   

   “그럴 각오도 없으면 애새끼처럼 울어보든가♡ 질질 짜면 동정해줄지도 모르잖아?♡ 허접주신은 호구니까 말야!♡”

   “아뇨. 각오라면 되어 있습니다.”

   “저희가 잠시 착각을 했군요.”

   “예. 저희에게 편안함이란 사치겠죠.”

   

   

   자기들 머리를 따라서 시련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마조새끼들로 변모한 기사들은 기꺼이 내 선전포고를 받아들였다.

   

   

   내가 계획했던 대로 말이다.

   

   

   이성적으로 생각을 해 봐. 당연히 내가 지껄인 말은 다 헛소리일 수밖에 없지.

   

   

   아그라의 사도마저 자기 아이랍시고 끌어안는 호구가 아르마디인데 얘네들이라고 미워하겠냐.

   

   

   설령 미워한다 그런들 뭐 어때.

   

   

   이미 다 각오하고 벌인 일이잖아.

   

   

   주신의 사도가 무슨 헛소리를 하더라도 그냥 포박하고 내버려 뒀어야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

   

   

   그치만 성기사들은 그러지 못했어.

   

   

   얘네들은 자기들이 악이라는 걸 받아들였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자신들의 위대한 신이 자신들을 악으로 규정하는 걸 견디지 못했던 거야.

   

   

   어중간하게 미친 거지.

   

   

   덕분에 난 기사들의 묵인 아래에서 계속해서 탈출을 시도할 수 있었다.

   

   

   세 번째 탈출. 목욕을 핑계로 기사들을 떨어트린 후 최소한의 의복만을 갖춘 채 내달렸다.

   

   

   진심을 담아 준비한 기사들의 감시가 내 예상보다 촘촘했던 탓에 출구에 도착하기도 전에 붙잡혔다.

   

   

   네 번째 탈출. 어디 한 번 다 박살내고서 탈출해보겠단 계획을 세웠다.

   

   

   내가 예상한 것보다 허접한 놈들이면 눈치를 보지 않고 저택을 마구잡이로 돌아다닐 수 있을테니까 말야.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개개인을 상대하는 건 어떻게든 가능했지만 단체를 상대하게 되니 답이 안 나오더라.

   

   

   상대가 패널티를 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격할 틈이 보이질 않았어.

   

   

   그나마 어느 정도 버틴 것도 3인칭의 시야로 모든 공격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지.

   

   

   요정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진즉에 박살이 났을 걸?

   

   

   어떻게든 버텨가면서 둘 정도는 쓰러트렸는데 그 이상은 무리였다.

   

   

   그래서 얌전히 항복했어.

   

   

   그 다음 다섯 번째 시도는 메스가키 스킬을 이용한 방식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기사들의 이성을 날려버린 다음 탈출을 시도하는 거지.

   

   

   어쨌건 저 놈들 입장에선 난 건드려선 안 될 귀한 손님이니까. 어느 하나를 갈궈서 폭발시키면 다른 놈들은 강제로 그걸 막아야하잖아.

   

   

   별 어려운 계획은 아니었어. 며칠간 함께 지내면서 이 녀석들의 약점이 뭔지는 이미 두 눈에 새겨 뒀거든.

   

   

   “동정들♡ 이 추녀가 누구 좋아하는지 궁금하지 않아?♡”

   

   

   남자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성에 대해 깨달은 남성은 가끔 뇌 대신 다른 곳으로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이는 신께 귀의한 성직자라 해도 다를 수 없다.

   

   

   번식의 욕구는 생명이라면 누구나 지니고 있는 것이고, 성직자라 하여 생명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니 초월적인 정신력으로 번뇌를 지울 수는 있겠지만 완벽히 외면하는 건 불가능하다.

   

   

   특히나 자기 옆에 꽤 괜찮은 외견의 여성이 있다면 더더욱.

   

   

   “주신의 사도시여. 전 신께 귀의한 몸입니다. 사랑같은 건 잊은 지 오래죠.”

   “그런 것치고는 밤마다 이상한 소리를 내던 걸?♡”

   “저, 전 결코 그런 적이!”

   “농담인데 엄청 당황하네~♡ 사실 야한 여자였구나?♡”

   “그런. 전. 전. 결코. 아냐! 아니라고! 신께 맹세컨대 난 음란한 행위를 한 적이 없어!”

   “뭐어가 음란한 행위인데?♡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잘 아는 것 같은데 설명해주라♡ 난 어려서 잘 모르거든♡”

   

   

   눈동자를 떨면서 식은땀을 흘리던 여기사는 다급히 시선을 돌려 동료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정작 그들은 내 눈치를 살폈다.

   

   

   이래서 동정들은. 야한 이야기만 나오면 정신을 못 차린다니까.

   

   

   보란 듯 비웃음을 흘리고 있으려니 바깥에 서 있던 기사가 들어와 한숨을 내뱉었다.

   

   

   “뭣들 하는가. 우리들이 그런 욕심을 부려도 될 거라 생각하나?”

   “못생긴 아저씨는 아니니까 빠져♡”

   “무슨… 소릴 하시는 거죠?”

   “성기사가 되길 잘했다는 소리야♡ 어차피 그냥 살았어도 동정이었을텐데 핑계를 댈 수 있게 됐잖아?♡ 아저씨만큼은 매일 허접주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해도 인정할게♡ 고마워해야지♡ 이따위로 생겼는데 말야♡”

   “그런 도발을 하셔도.”

   “우욱♡ 입 열지 말아 줄래?♡ 안 그래도 역겨운데 입까지 여니까 진짜 토할 것 같잖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만 날 바라보던 기사는 허리춤에 손을 가져다대더니 즉시 검을 뽑아 내게 달려 들었다.

   

   

   “놔! 놔아아아!”

   “좀 진정하십시오!”

   “항시 냉정하던 분이 왜 이러십니까!”

   

   

   혼란 속에서 여유롭게 방을 빠져나온 나는 느긋이 저택을 돌아다니다 다른 성기사들에게 붙잡혔다.

   

   

   내가 건드렸던 기사를 말리느라 꽤 고생을 한 듯 나와 함께 있던 기사들은 여러모로 엉망진창이었다.

   

   

   다른 기사들이라 하여 표정이 좋진 못했다. 내 도발이 상당한 위협이라는 걸 이해한 거겠지.

   

   

   날 해할 수 없는 입장인 자신들에게 있어 이성을 날려버릴 수 있는 도발은 최악의 위험요소니까.

   

   

   최선은 내 입을 틀어막는 것이겠지만 쟤네들이 그런 걸 할 수 있겠어?

   

   

   주신의 사도의 입을 틀어막는 불경한 일을 저 쫄보들이 어떻게 하겠냐고.

   

   

   라샤라면 다르겠지만 저 쪽도 어느 순간부터 흥미진진하게 내가 하는 일을 구경하는 중이거든.

   

   

   아마 쟤는 내가 탈출해도 굳이 막으려들지 않을 거야.

   

   

   이미 내 가능성은 지겹도록 봤으니까.

   

   

   다음 번엔 전장에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으려나.

   

   

   <네가 중간부터 설렁설렁 돌아다닌 것도 이 때문이냐? 어차피 내보내지 않을 수 없다 여겼던거군.>

   ‘그것도 그건데요. 출구가 어딘지 찾아낼 수가 없어서요.’

   

   

   이미 의심이 가는 곳은 다 확인해봤다.

   

   

   내가 지닌 지식 하에서 할 수 있는 것도 다 시도해봤고.

   

   

   그렇지만 난 결국 출구를 찾아내는 데 실패했다.

   

   

   아직 남은 수단이 몇 가지 있지만 큰 의미는 없을 거다.

   

   

   아무래도 이 공간은 내 지식에서 벗어난 곳인 듯 하니까.

   

   

   ‘이럴 거라고 예상하고 있긴 했지만요.’

   <…그럼 무얼하러 여태 난리를 피운 것이냐.>

   ‘당연히 탈출을 위한 설계죠. 훗날을 위한 대비이기도 하고요.’

   

   

   이제 이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다 했다.

   

   

   더 이상 이 곳에 남아있을 이유는 없다. 그러니 이젠 나갈 거다.

   

   

   출구도 모르는 데 어떻게 나갈 생각이냐고?

   

   

   그런 건 걱정할 필요 없어.

   

   

   이 곳의 주인이 날 알아서 내보내 줄 예정이거든.

   

   

   지금 문을 열고 들어온 저 변태 노친네가 말야.

   

   

   “사도시여. 참 많은 일을 하셨더군요.”

   “정신나간 노친네의 추악한 욕망도 구경했어♡ 한심하더라~♡ 그 나이 먹고도 아래에 조종당할 줄이야♡”

   “크게 틀린 말씀은 아닙니다. 전 뇌가 아닌 마음에 따라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음담패설을 가뿐히 넘긴 교황은 성기사들을 바깥으로 내보낸 후 맞은편에 앉았다.

   

   

   “어찌하여 계속 이곳에서 빠져나가려 하시는 겁니까. 저희가 당신께 무언가 불편을 끼쳐드렸는지요.”

   “너네들 존재 자체가 민폐야♡ 같이 있는 것만으로 수명이 줄어든다고♡”

   “곤란하군요. 저희의 존재자체가 문제라면 해결할 방도가 없지 않습니까.”

   “바보야?♡ 쉬운 방법이 있잖아♡ 너희가 꺼지던가♡ 내가 떠나던가♡”

   “저는 당신께서 제가 하려는 일을 지켜봐 주길 바랐습니다.”

   

   

   교황이 진중한 어투로 꺼낸 말을 들은 순간 저도 모르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애정이 간절한 꼬마아이가 부모한테 부탁하는 것도 아니고. 나이를 처먹을대로 처먹은 노친네가 어린 여자애한테 간절하게 부탁을 하다니 정말 답도 없네.

   

   

   “병신이랑 놀면서 뇌세포도 끝났어?♡ 왜 머리로 생각을 안 해?♡”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어차피 난 널 조지러 갈 거야♡ 등신아♡ 밑바닥에서 추악하게 발악하는 꼴을 보는 게 얼마나 재밌을텐데 왜 내가 그걸 넘기겠어♡”

   

   

   어차피 난 교황의 계획을 마주하러 갈 거다. 이 녀석이 하려는 일을 막아야만 하니까.

   

   

   멍하니 날 바라보던 교황은 이윽고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렇군요. 당신께서 절 외면할 리가 없겠죠.”

   “내가 무서워서 묶어두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 감금하고 싶다면 해♡ 변태할배♡ 그래봐야 아무일도 없겠지만♡ 그치?♡ 넌 날 건드리지도 못하는 허~접이잖아♡”

   

   

   비웃음을 흘리며 속을 긁었더니 교황이 갑작스레 웃음을 터트렸다.

   

   

   방 안을 가득 채우다 못해 바깥까지 진동시킬 정도로 호쾌한 그 웃음에 담긴 감정은 분명 기쁨이었다.

   

   

   그는 내가 자신을 방해하려 한단 사실에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하. 씹. 누가 마조주신을 모시는 변태새끼 아니랄까봐.

   

   

   왜 내 주변에는 아군이고 적이고 항상 변태가 들러붙는건지 몰라.

   

   

   이쯤되면 나한테 뭔가 문제가 있는 거 아닐까.

   

   

   “저는 당신의 시련이고 당신께선 저의 시련이 되는 거군요. 좋습니다. 당신을 내보내 드리지요.”

   

   

   간신히 웃음을 그친 교황은 비틀거리며 일어나선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당신을 다시 뵐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고결하고 고귀하신 주신의 사도시여.”

   

   

   – 띠링.

   

   

   [퀘스트 클리어!]

   [보상이 지급됩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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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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