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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47

    <647 – 위기의 가능충(9)>

     

    혈비객의 소리는 보이지 않는 공성병기였다.

    성문도 부술 위력의 파동이 몸을 강타하면 비명조차 나오지 않는 끔찍한 고통에 정신이 날아갔다.

     

    ‘그 위력이 오르데 타코보다 더한가?’

     

    싱이 내린 결론은 ‘그렇지 않다’였다.

    압력을 견디지 못해 팔이 휘어지고 지면을 갈아엎으며 밀려나도 싱은 언제나 균형을 되찾았다.

    마치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것처럼 그는 다시금 검을 겨누고 처음의 기수식을 취했다.

     

    중단세.

     

    자신의 중심을 지키는 근본 중의 근본 검식.

    단순한 우연이나 요행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며 일곱 번을 내리 음파공격을 쳐내자 혈비객의 공격도 패턴이 달라졌다.

    겨울바람처럼 매섭게 몰아치던 공격이 톡톡 튀는 스타카토 연주처럼 주변을 스치며 한 번씩 그를 찔렀다.

     

    “검이 빠르다고 한들, 바람의 스침보다 빠르겠느냐. 검을 강하게 휘두른다고 한들, 귀천을 떠도는 원혼들의 비명보다 크겠느냐. 포기해라.”

     

    바람의 질주와 원혼의 비명을 심득으로 담아낸 혈비객의 공격은 <인지>조차 버거웠다.

     

    [극단적인 <감각교란> 상태에 빠집니다.]

    [강제집중 체크에 돌입합니다.]

     

    <집중>

    <초집중>

    <감각고조>

    <육감>

    <각성>

    <임전태세>

    <영역전개>

    <필중>

    <반격>

     

    [고등급 감각교란을 파훼합니다.]

     

    사방을 점하고 박자와 리듬을 심어 반응속도를 길들이는 한편, 교묘한 엇박으로 균형을 흔든다.

    이 또한 오르데 타코의 특화흡착영역과 ‘속성’만 다를 뿐, 원리는 다르지 않았다.

     

    “제법이구나. 무릇 시간에 담금질하지 못한 인재란 설익은 과일과 같아서 딱딱하고 단조롭기가 목각인형과 다를 바 없거늘.”

    “한가하게 솜씨를 평가할 정도로 여유가 넘치다니, 그럼 이것도 받아볼 수 있겠군.”

     

    싱이 자리를 박차기 무섭게 오랜 시전을 끝마친 마법학부 학생들의 비전마법이 펼쳐졌다.

     

    ━━━

    <황색마탑 6위계 비전마법>

    <자생학파>

    <돌발자생突發自生>

    ━━━

     

    무릇 대지마법이란 지형지물을 바꾸고 대지를 변화시키는 자생自生학파와 대지 속의 금속을 통제하고 조종하는 주조鑄造학파로 나뉜다.

    돌발자생은 자생학파의 불규칙적인 급속생장을 ‘저장한 구조물’을 덧붙여 빠르게 발현시키는 마법.

     

    쿠구구구궁!

     

    피할 수 없는 거대한 감옥이 솟아올라 단숨에 혈비객을 감쌌다.

     

    ━━━

    <적색마탑 6위계 비전마법>

    <적염학파>

    <마나번mana burn>

    ━━━

     

    퇴로가 막힌 혈비객에게 실력자들의 전매특허, 자연마나 이용하기를 원천봉쇄하는 마나를 불사르는 적염학파의 이색마법이 적중했다.

    움직일 수 없고 자연마나를 끌어올 수도 없다면 본연의 마나만으로 대응해야 한다.

    고수라도 몸에 축적한 마나가 대자연의 마나보다 많을 수는 없으니, 샌드쿠커의 대지속박술을 잘 살려낸 로지니의 뛰어난 연계기술이었다.

     

    ━━━

    <청색마법 6위계 비전마법>

    <극지의 서리Frost of the Poles>

    ━━━

     

    이에 쐐기를 박듯이 대량의 마나소모를 강제하는 극빙의 기운이 어린 서리가 돌발자생 구조물의 틈으로 파고들어 혈비객을 노렸다.

    인체에 닿으면 즉시 몸이 얼어붙는, 그저 대기를 날아다니는 것만으로 호흡조차 불허하는 잔혹한 추위를 강요하는 기운.

    아무리 2학년이라도 6위계 비전마법은 마나소모량을 감당하기가 어려웠기에, 세 학생은 모두 안색이 창백해졌다.

     

    쨍강!

     

    특히나 상급마정석을 일곱 개나 소모하며 힘을 쓴 샌드쿠커의 부담이 컸다.

     

    ‘로지니도 아이린도 상당히 무리했군.’

     

    두 사람도 화산쇼를 다니며 돈과 경험을 쌓아 영약을 먹고, 전선에서 적을 해치우며 마나를 증진시킨 경험 덕분에 간신히 버텼다.

    샌드쿠커뿐만 아니라 세 마법사 모두가 더는 이런 연계를 펼칠 수 없다.

     

    “마무리해!!”

     

    두 번은 무리다.

    모두가 시간을 벌고 싱이 간격을 좁혔기에 가능한 연계공격.

    그 효력이 다하기 전에 사용할 수 있는 마나량이 가장 적어진, 가장 약한 상태의 혈비객을 신속히 쓰러뜨려야 한다.

     

    <싱 비전검술>

    <진극 · 멸의 원점>

     

    자리를 박차며 물러섰던 싱의 육신이 물러났던 속도보다 더욱 빠르게 달려들었다.

     

    ━━━

    가로등에 기댄 녹슨 검 한 자루

    늘어지는 그림자는 오랜 기다림

    덧없음을 알았다면 끝내 부르리

    그만 돌아오라고, 그대 이름을.

    ━━━

     

    “…?!”

     

    싱의 9종 강제집중 기능이 일순간에 모조리 관통되듯이 돌파당했다.

     

    ━━━

    깨달음이란 일생을 압축한 한순간에 내면세계를 가득히 채워 내지르는 것.

    네 검이 영역화의 3단계 <특화영역>의 <원점영역>으로 발현했다고 한들, 아직 다음의 경지가 남아있다.

    이것이 마지막 시험이다.

    ━━━

     

    영혼 자체가 뽑혀 나간 것처럼 오감이 뒤틀리더니 한순간에 싱의 주변 광경이 급변했다.

    잔혹하리만치 고밀도로 펼쳐진 금속의 감옥.

    한 줌도 쥐어 짜낼 수 없는 마나의 불모지.

    작은 눈송이 하나에 영혼마저 얼어붙는 추위가 터져나가는 서리폭탄의 중심지.

    그렇다.

    이곳은 직전까지 혈비객을 가두었던 세 마법사의 연계공격의 중심지역.

    자연마나의 발현 없이 오직 체내마나만으로 혈비객은 싱과 자신의 위치를 뒤바꾸었다.

     

    ━━━

    작은 기적으로는 부족하다.

    큰 기적을 실현해라.

    의지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겠느냐?

    ━━━

     

    싱은 깨달았다.

    오르데 타코를 넘어서며 얻은 원점.

    그것만으로는 혈비객의 시험을 넘어서기에 부족함을.

     

    ‘원점의 중심축이 강제로 전환되었다.’

     

    몇 번을 원점을 펼친들, 마법사들이 만든 전장의 감옥으로 되돌아갈 뿐.

    그렇다면, 그 역시 다음 경지를 꺼내야만 했다.

    마인 박스캣.

    두 번째 시련을 넘어서며 터득한 두 번째 깨달음, <축지>의 경신법을.

     

    <원점 2단계>

    <경신 – 축지>

     

    감옥에서 벗어난 싱.

    그가 펼친 기술은 영역을 종이처럼 ‘접어서’ 다른 점과 맞닿아 건너뛰는 근거리 공간이동에 가까웠다.

    모든 무술과 마법, 이적은 내공이나 마나를 매개로 한다.

    그런 마나가 극한으로 밀접한 공간이 <영역>.

    고도로 압축된 마나는 신속의 일검도, 필중의 화살도, 흔들리지 않는 원점도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마나의 이동을 강제한다면 상대의 영역과 기술 또한 강제로 움직이게 된다.

     

    ‘한 번의 흉내만으로도 이 지경인가.’

     

    당연히 쉬운 일은 아니다.

    타인의 의지를, 그것도 영역화로 공간에 새겨질 정도의 의지를 자신의 의지로 밀어내야 한다.

    타인의 것은 어렵다.

    하지만 자신의 것은 어떤가.

    싱의 자아성찰과 고독에 대한 이해도는 영역의 새로운 사용법을 실전에서 펼칠 최소조건을 충족했다.

     

    “헉, 혈비객이 감옥 밖에 나왔어!!”

    “싱까지 패배했다고?!”

    “이젠 틀렸어, 우리 다 죽을 거야!”

     

    경악하며 비명을 지르는 생도들을 향해 즈앙이 차갑게 말했다.

     

    “안 죽어. 이 멍청이들아.”

    “어…?”

    “아직도 모르겠어? 혈비객이 마음만 먹었으면 우린 한참 전부터 다 죽었어. 이건 <시험>이었다고.”

     

    싱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한 강자에 속했던 즈앙.

    그녀는 이것이 시험임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더 굴욕을 느꼈다.

     

    ‘암살자도 아닌 악사와 검객인데. 암살자의 <순보>의 원리를, 그것도 한층 더 상위기술로 추월당했어.’

     

    아득히 위에 있는 혈비객도, 그 뒤를 무서운 속도로 따라가던 싱도 즈앙에게는 뒷모습으로만 보였다.

     

    “당신은 누구죠? 왜 우리를 시험했죠?”

     

    혈비객이 변치 않는 슬픔에 젖은 얼굴로 말했다.

     

    “티켓시험 상급시험관.”

    “티켓…시험? 입학시험을 치를 자격을 얻기 위해 치르는 그 시험? 대체… 교수급의 강자인 당신이 왜, 뭐가 아쉬워서 그런 일을 하는데요?”

    “교수가 되기 싫었으니까.”

     

    혈비객이 한순간에 피투성이가 된 싱을 가리켰다.

     

    “모든 가르침이 자비롭고 상냥하지는 못하단다. 애정보다 무정을 먼저 배우고, 나눔보다 약탈을 먼저 배운 짐승을 사람이 길들일 수 없는 것과 같지.”

     

    브론즈 교수.

    사다코 교수.

    그런 교수들보다 더한 인성의 소유자가 있었다고?

    엄청난 충격에 말문이 막힌 즈앙.

    그녀가 얼어붙거나 말거나 혈비객은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녀의 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싱 한 명뿐이었으니까.

     

    “대륙의 모든 금역과 금역에 준하는 험지에는 최소 하나의 <시험관>이 배치되어 있지. 시험관의 목적은 입학생의 발굴. 그리고 아카데미 출신자의 헛된 죽음을 방지하는 것.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자는 그 지역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막는 일이란다.”

    “…이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 겁니까.”

    “영역 4단계의 구현자. 용의 잔재를 흡수하여 용살의 꿈을 실현하려는 어리석은 구도자들이 있지. 그들은 나처럼 자비를 두지 않을 것이고, 너희는 틀림없이 죽을 거란다. 그러니 돌아가렴.”

     

    즈앙이 반박에 나서려고 입을 열었으나, 이상하게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어떠한 마법적 술수에 의한 영향이 아니었다.

    즈앙은 깨달았다.

    두려움에 질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음을.

    그녀가 어설프게 강한 탓에, 혈비객이 말한 강자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이해’해버린 탓임을.

     

    “돌아가라. 오크노디의 부탁은 내가 혼자 이루겠다.”

    “우리도 힘을 합치면 상급시험관을 가둘 수 있어.”

     

    아이린이 납득할 수 없다며 싱을 노려봤지만, 싱이 검집을 들기 무섭게 공간을 뛰어넘어 이루어진 타격이 아이린의 복부를 강타했다.

    믿을 수 없다는 눈을 하며 쓰러지는 아이린을 보고 화들짝 놀란 학생들.

     

    “데려가라. 너희에게는 이르다.”

     

    구출조는 싱 한 사람만이 남았다.

    사람은 확실히 한 명이었다.

    골렘은 사람이 아니니까.

     

    “…저것들은 뭐지?”

     

    학생들이 떠나고 나니까 부쩍 눈에 띄기 시작한 호위골렘 세 기가 멀뚱멀뚱 선 채로 상급시험관 혈비객과 싱의 시선을 받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호위골렘이 힘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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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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