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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48

    <648 – 위기의 가능충(10)>

     

    혈비객이 물었다.

     

    “뭐냐, 그 골렘들은.”

    “이건… 오크노디가 붙여준 호위골렘입니다.”

     

    말을 내뱉은 당사자도 어이가 없었다.

    그는 얼마간 호위골렘의 존재 자체도 잊었다.

    그 뜻은 호위골렘이 제 역할을 다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뜻이다.

    어이가 없기는 혈비객도 마찬가지였다.

     

    “지키지 않는 호위골렘에 무슨 의미가 있지?”

    “나한테 말해도 모릅니다.”

     

    싱도 저걸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었다.

    오크노디의 호위골렘.

    최근 갑자기 만든 녀석들이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레어그릴스 교수와의 수련에 한창이었던 그로서는 조직이벤트를 도와달라는 오크노디의 <부탁>이 아니었다면 강의실과 수련장, 기숙사 외의 장소에 향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레어그릴스 교수의 시뮬레이션도 아직 끝을 보지 못했지.’

     

    마인 오르테 타코, 마인 박스캣.

    둘을 무찌르고 영역전개 3단계 특화 영역을 얻었다.

    언제나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원점영역.

    원점 1형, <진극 · 멸의 원점>.

    원점 2형, <경신 – 축지>.

    모두 강한 기술이지만 문제는 세 번째 상대였다.

     

    혁명군 수뇌.

    <초대 혁명가>.

     

    그 남자는 강했다.

    한번 <귀문>을 열어버리면 감당이 안 될 정도의 언데드를 쏟아부었다.

    레어그릴스 교수는 말했다.

    실제로도 그 기술은 악몽이었다고.

    디스트로이어를 반죽음으로 만든 결정적인 원인.

    일선에서 물러나 교수직을 맡았던 은퇴한 전대용사가 봉인했던 힘을 개방하고도 당해내지 못했던 최흉의 난이도를 지닌 강적.

     

    그를 물리치지 못한다면 그 너머는 없다.

     

    금서의 소유자.

    네 번째 강적, 금기황제 파케 히우그마그.

     

    변종의 의외성.

    다섯 번째 강적, 키메라군단 마더급 개체.

     

    고대의 저항력.

    여섯 번째 강적, 언더월드 지하군단 군단장.

     

    모두 상상으로 그치는 싸움이다.

    사실 이번 오크노디의 부탁을 들어주고자 나선 것도 세 번째 강적, 혁명가와의 전투 시뮬레이션에서 승리할 단서를 얻고 싶다는 목적도 있었다.

    오크노디가 부탁할 정도라면 예사롭지 않은 강적이 기다릴 것이 분명하기에.

     

    ‘실제로도 도움이 되기는 했다.’

     

    영역전개의 4단계.

    아직 오르지 못한 경지가 있음을 들었다.

    분명 그것이 혁명가를 넘어설 힌트가 되어주리라.

    영역전개.

    영역확장.

    영역특화.

    그 뒤를 이을 경지를 암시한 혈비객의 시험.

    이 시험을 겪지 못했다면 범상치 않은 싱의 성장속도로도 다음 경지의 존재는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감을 잡았을 것이다.

     

    ‘오크노디. 너는… 날 포기한 것이 아니었던 건가?’

     

    성장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리 생각하면 기쁘기는 한데…

     

    구구구구.

    즈즈즈즈.

    고고고고.

     

    이런 놈들을 왜 잊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참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드는 골렘 셋을 보면 또 의아해졌다.

    호위를 하지 않는 호위골렘을 붙인 것은 어쩌면 다른 목적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산이 무너지기 전에는 대지가 기울거나 흙이 쏟아지기 시작하지.”

    “호위골렘들이 봉우리를 하나 무너뜨리려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작은 물결이 강의 흐름을 가린다고 한들, 강의 흐름이 어찌 바뀌겠느냐. 너희 아카데미 학생들이 떠났으니 이제 목적을 이룰 시간이겠지.”

    “…!”

     

    혈비객의 말이 옳다.

    싱은 그리 느꼈다.

    호위골렘이 학생들을 지키지 않은 이유.

    그건 처음부터 학생들을 지키는 것이 골렘에게 입력된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겠지.

    술식입력의 한계 때문에 강한 골렘일수록 사전에 선입력된 지시사항을 구체적으로 늘리기가 어렵다.

     

    ‘설마 상급시험관이 우릴 죽이려는 의도가 없었음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계산할 정도로 고성능의 골렘일 리는 없을 테니까.’

     

    전투알고리즘과 일상알고리즘을 동시에 대거 증설하는 것은 술식을 새길 면적이 부족하다는 물리적인 한계 때문에 불가능하다.

    전투 하나에 충실한 전투용 술식을 대거 넣든가, 일상생활을 보조할 다양한 보조용 술식을 넣든가.

    골렘은 둘 중 하나만이 가능하다.

    전투용 골렘.

    보조용 골렘.

    전자는 실제전투, 침입자격퇴, 호위 등을 맡는다.

    후자는 실험보조, 화물운반 및 구역청소, 지역관리 등의 수호자의 임무를 맡는다.

    오크노디의 골렘의 성향은 아무리 보아도 전자였다.

     

    “그럼… 이 골렘은 강한 겁니까?”

    “곧 알게 될 것이다.”

    “다른 목적이 있다면 제 존재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 아닙니까?”

    “아카데미나 다른 조직에 보여줄 구실이 필요했겠지. 학생의 호위를 위해 골렘을 보냈다. 습격을 빌미로 보낸 것이 아니다.”

    “…제 존재가 골렘의 이동에 대한 명분에 불과하다는 말입니까.”

     

    이런 경험, 전에도 한 차례 있었다.

    재단 이사장의 초대를 받고 향했던 이사장의 저택.

    혹은 재단의 훈련의 탑.

    그곳에 머무를 때, 싱은 자신의 한계를 체감했다.

    재단의 강력함과 이사장의 위험성을 느꼈다.

    사람의 심리를 가지고 논다.

    행동이 강제되는 상황을 조성한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마저 흔드는 사악한 지혜.

    그런 이사장이 자신을 오크노디의 곁에 두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가.

    오크노디의 ‘친구 혹은 동료라는 존재의 무력함’을 깨닫도록 곁에 머무르는 것을 허락한 존재다.

    마치 철없는 아이에게 애완동물을 돌보는 행위의 귀찮음을 느끼도록 곁에 머무르게 만들고, 때가 되면 스스로 동물을 멀리하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아무리 많은 일이 있어도 성향이란 닮기 마련이라는 건가?’

     

    오크노디는 재단에 반하려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왔으나, 이번 오크노디의 행동은 타인을 이용하는 재단 이사장의 모습을 고스란히 닮았다.

     

    “이만 떠나라. 가르침은 끝났다. 너희의 사정에 이 이상 엮이고 싶지는 않다.”

     

    혈비객은 싱의 하산을 명령했다.

    싱은 한 차례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는 산을 내려갔다.

    그리고는 갈림길을 앞두었다.

    하나는 전송소로 가는 길.

    또 하나는 더욱 깊은 봉우리로 진입하는 길.

    전송소로 간다면 오크노디의 계획에 이용당하지 않고 수련을 행할 수 있다.

    봉우리로 진입한다면 오크노디의 계획이 무엇이었는지 직접 두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

     

    ‘답은 처음부터 정해졌지.’

     

    싱은 망설이지 않고 더욱 깊은 봉우리로 향하는 걸음을 옮겼다.

    그의 원점은 <여동생을 지키는 것>.

    죽은 여동생 린을 이어서 두 번째 여동생이라 생각할 정도로 중요시하는 인물이 오크노디였으니까.

     

    ‘피하지 않겠다. 너의 어둠. 다른 친구들에게는 보일 수 없었던 진정한 모습을.’

     

    여기서 돌아간다면 오크노디는 더 이상 자신에게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호위골렘을 빌미로 파견한 살인골렘과 그들이 이룰 결과를 알아차릴 일도 없겠지.

    그런 평화 따위, 바란 적도 요구한 적도 없다.

     

    ‘그리고… 나 또한 한 사람의 검사로서의 자존심이 있지.’

     

    오르데 타코와 박스캣을 꺾고 연마한 검력.

    검사로서의 실력을 당당하게 증명하고 싶었다.

    나는 너의 명분에 불과하지 않다고.

    골렘 따위에 비견되지 않는 <검>이 되어주겠다고.

    그를 위해서라면 이 손으로 얼마나 많은 피를 보아도 두렵지 않다고 말이다.

     

    “드문 일이군. 그 <혈봉>을 오르고도 살아서 내려온 자가 있다니.”

    “골렘술사라. 세 기의 골렘 모두 엄청나군.”

    “골렘뿐만 아니라 검객으로서의 실력도 상당하군. 엄청난 조직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보이니 건드리지 않겠다. 마음껏 지나가라.”

     

    멋모르고 덤벼들던 첫 봉우리의 하수들과 달리, 혈봉을 지나 입성한 다음 봉우리의 산언저리에 포진한 이들은 싸움을 회피했다.

    싱과 호위골렘들의 강함을 알아볼 정도의 식견은 있는 중수들이 알아서 몸을 사리니, 봉우리를 따라 들어가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다.

     

    “하늘을 나는 스켈레톤과 그와 동행한 수상한 자가 어디로 향했는지 알고 싶다.”

    “레어메탈 전투골렘 셋을 대동한 검귀급 고수보다 더 수상한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대답은 해주지.”

    “…”

     

    많은 봉우리에 접어들며 싱은 점점 봉우리 언저리에 머무르는 이들의 태도가 변하는 것을 느꼈다.

    적극적으로 몸을 사리던 이들이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그를 떠보고 가늠하며 ‘적’이나 ‘상대’로 전력과 경지를 비교함이 느껴졌다.

    산맥의 깊은 곳에 자리한 봉우리일수록 더 많은 힘이 깃든 용맥이 있고, 그 언저리를 차지하는 자들이 누리고 있는 힘도 컸다.

     

    ‘상향평준화가 이루어졌군. 요행히 아무도 모르는 히든스팟을 찾는 것이 아니고서야 모두 강자들인가.’

     

    그런 싱의 무혈입성은 가장 커다란 봉우리를 앞두고 끝을 맺었다.

     

    “꺼져라.”

     

    싱과 골렘들을 보고도 한 치의 양보나 망설임도 없이 공격성을 드러내는 수행자.

    마치 작년 학기 초의 자신을 보는 것처럼 공격적인 고수의 등장에 싱은 꼭 자신을 비춘 거울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실력의 측면에서도 더욱 그랬다.

     

    ‘강하군. 이런 고수가 용케도 산중에 은둔했구나 싶을 정도로.’

     

    느껴졌다.

    플라잉 스켈레톤을 납치한 납치범은 이 봉우리의 어딘가에 있다고.

    이곳은 어떤 <거대조직>의 <비밀 아지트>가 숨어있을 것 같다고.

    혈비객.

    그녀가 첫 번째 봉우리의 정상에 머무르는 까닭에는 이곳을 경계하고 감시하는 목적도 있을지도 모른다.

     

    스르릉.

     

    그렇다면, 싸움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시험은 끝.

    실전의 시작이다.

     

    “싸움, 좋지.”

     

    싱이 검을 뽑기 무섭게 상대도 한 자루의 검을 뽑아들었다.

    새파란 검기가 어리는 검을 싱에게 마주 겨누며 살기를 드러내는 마지막 봉우리의 수호자, 종문검객終門劍客.

    그가 걸음을 떼는 순간, 싱은 자신의 옆을 스쳐 지나가는 거대한 힘의 파동을 느꼈다.

     

    “?!”

     

    한순간이었다.

    자신과 대등한 싸움을 벌일지도 모른다고 여겼던 고수가 피떡이 된 것은.

     

    “이, 이게 대체 무슨.”

     

    보았으나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뇌가 이해를 거부했다.

    자신과 대등한 상대가 일격에 당했다.

    달리 말하자면, 자신조차 일격에 당할 수 있다.

    그런 골렘이 셋이나 붙었다.

    오크노디의 검?

    실력의 증명?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토록 많은 성장을 거둔 그조차도, 오크노디의 골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정말로 나는 아카데미나 재단에 보여주기 위한 명분에 불과했단 말이냐?’

     

    쩌적.

    싱의 마음속에 커다란 파열음이 일었다.

    그의 검객으로서의 자부심에 금이 생기는 소리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술식을 너무 잘 짜서 정말로 전투기능과 분석기능이 모두 뛰어났을뿐인 무고한 호위골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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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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