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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49

        

       이아린은 마치 피곤함에 찌든 직장인과 같은 표정을 지었다.

         

       “무공에 대해 매너리즘이 갑자기 찾아온 그런 느낌적인 느낌? 뭔가 관성에 따라서 익히고 있기는 한데 뭔가 싫증도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새로운 것을 몸과 마음이 원하는 그런 느낌이 든단 말이지~”

         

       하지만 진지한 표정과 하는 어투에 맞지 않게, 그 내용은 단순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자세히 들어보면 그저 심심하다는 투정에 불과하다는 것임을 알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심심하다는 것이더냐?”

         

       “으음~ 반쯤은?”

         

       이아린은 그렇게 말했다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러고는 잠시 말을 꺼낼까 말까 고민을 하는 듯 입을 꾹 다물었다가, 침대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고는 진성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곤 결심이 서기라도 한 듯 그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래비. 혹시 학교 괴담 같은 거 잘 알아?”

         

       학교 괴담.

       말 그대로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괴담.

         

       이러한 학교 괴담이 만들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괴담에 한창 관심이 많을 어린 나이의 학생들이 잔뜩 모여있는 장소라는 특성에, 왠지 모르게 해가 지면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기는 학교라는 장소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긴다는 설.

       학교라는 공간이 양기나 음기가 비정상적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는 공간인 만큼 영적인 존재가 자연스럽게 머무르게 되고, 그 때문에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 설.

       학교라는 거대한 건물을 짓기 위해 필연적으로 ‘크면서도 값이 싼 부지’를 찾다 보니 무덤이나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터 같은 곳에 짓게 되고, 그 때문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게 된다는 설 등.

         

       “솔직히 뭐 학교 다니는 애들이 다 그렇잖아? 작은 일에도 호들갑 떨기 좋아하고. 괜히 나만 아는 뭔가를 뽐내고 싶어 하는 그런 느낌도 있고. 특히 무공 익히는 애들이 또 그게 심해. 귀신 같은 건 하나도 무섭지 않다고 허세를 부리고 싶어 하는 건지~”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이 있다면, 어떤 이유에서든 만들어진 학교 괴담은 꽤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는 것이다. 그것도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며 이어지면서 말이다.

         

       “솔직히 학교 괴담이니 뭐니 하는 건 나는 별로 크게 관심을 가지진 않았거든. 뭐, 그냥 재미있게 듣기는 했지만, 그냥 딱 그 수준? 솔직히 내가 그런 괴담에 겁먹고 꺄악 거릴 수준은 지났잖아~ 그치?”

         

       이아린은 어디에선가 가져온 과자를 능숙한 손길로 뜯고는 입 안에 털어 넣었다.

       그리곤 몇 번 대충 씹고는 목구멍 아래쪽으로 넘겨버린 뒤, 진성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러시아에 있을 때 겪은 일도 있고…. 아~ 생각하니까 또 열받네. 갑자기 불 꺼지고 방송 울려 퍼지고…. 어지간한 괴담보다 그게 더 끔찍했지? 공포영화가 실제 현실에 구현된 느낌 그 수준이었으니까.”

         

       “흐음.”

         

       “그래서 솔직히 학교 괴담이라고 해봐야 나한테는 좀 시시한 그런 느낌이거든. 그런데.”

         

       그게 유행을 탄 것 같단 말이지.

         

       이아린은 그렇게 소곤소곤 말했다.

         

       “유행?”

         

       “응. 누가 유행시켰는지는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이게 유행을 탄 것 같더라고.”

         

       그녀는 가소로운 것을 보는 것 같은 말투로 말했다.

       마치 갓 중학교에 입학한 병아리들을 지켜보는 대학생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참으로 놀랍게도 그러한 이아린의 모습은…. 그녀가 꼰대라고 부르는 이양훈과도 닮은 면이 있었다.

         

       “어디 솔로로 죽어서 한이 맺힌 귀신이라도 왔다 갔는지…. 어떤 나무 아래에서 고백하면 성공한다느니, 원예부에 가면 밤중에 피는 새빨간 꽃이 있는데 그걸 고백할 때 내밀면 영원한 사랑을 얻을 수 있다느니, 특정 시간에 어디 화장실에 가면 미래의 배우자 얼굴을 볼 수 있다느니…. 뭐 그런 이야기가 유행하더라고?”

         

       “흐음. 하기야 그 나이는 사랑에 관심이 많을 나이가 아니더냐. 그리 이상하지는 않구나.”

         

       이아린은 진성의 말에 잠시 말을 멈췄다가, 진성의 얼굴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와 무슨 띠 하나 차이 나는 것처럼 말한다? 오라비도 우리 학교 애들이랑 나이 차이 별로 안나!”

         

       갓 성인이 된 진성이 나이 차이가 나봤자 얼마나 난다고 고등학생들을 보고 ‘그 나이는 사랑에 관심이 많은 나이’라고 말한단 말인가! 그것도 노인이 어린애들을 보면서 하는 것처럼 허허거리면서 말이다!

         

       “아 진짜, 오라비도 정상은 아니라니까. 정말로.”

         

       그녀는 재밌는 걸 들은 값이라면서 어딘가에서 과자 하나를 발굴한 뒤 진성에게 휙 집어던졌다. 그리곤 자신 역시 같이 발굴한 과자 봉지를 뜯었다.

         

       길쭉한 스틱 형태의 과자 봉지 안의 내용물은 순식간에 경사를 따라 흘러내리며 이아린의 입 속으로 빠져들었고, 마치 흡입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녀의 목구멍 아래로 사라져버렸다.

       정말로 순식간에.

         

       그렇게 과자를 보충한 이아린은 그것을 묶어서 휴지통에 집어 던지고는, 이야기를 계속 이어 나갔다.

         

       “어쨌든 말이야. 그런 사랑 관련 이야기들이 그렇게 막 퍼졌거든. 그러니까 애들이 그거에 딱 눈이 돌아버리더라 이 말이야.”

         

       “흐음.”

         

       “괴담이라서 죄다 관련 시간이 한밤중인데…. 이게 참. 우리 학교는 밤늦게까지 애들이 남아있는 경우가 많거든. 특히 마법이나 연금 쪽은 아예 학교에서 사는 애들도 널렸고. 그러니까 이런 괴담을 듣고 애들이 실험하기 좋은 환경이라 이거지. 게다가 유행까지 탔으니, 밤에 학교에 남아있는 애들이 한 번쯤은 실험해보고 싶지 않겠어?”

         

       “….”

         

       “밤의 학교는 진짜 조용하고 심심하거든. 재미없는 수업 들을 때보다 시간이 더 느리게 가는 것 같기도 할 정도니까…. 친구들끼리 있으면 그런 거 한 번쯤은 시험해볼 만하지. 응. 그렇지?”

         

       이아린은 진성과 눈을 마주치고 동의를 구했다.

       그러고는 그에게 강렬한 눈빛을 보냈다.

       고개를 끄덕이라는 무언의 압박을 담아서.

         

       하지만 진성은 그녀의 뜻과는 다르게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대신에 턱을 쓰다듬으며 무언가를 생각했다.

         

       ‘흐음. 괴담, 괴담이라.’

         

       괴이한 이야기는 소문처럼 사람들의 입과 입을 타고 움직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왜곡되기도 하면서 으스스한 하나의 이야기로 남곤 한다.

         

       하지만 그 시작점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면 괴담 역시 반드시 원인이 있는 법.

         

       그 원인 대부분은 어두운 환경에서 무언가를 잘못 보거나 들었을 때 생기는 별것 아닌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극히 일부는 정말로 위험하고 수상한 일과 맞닿아 있는 일도 있다.

         

       꽤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귀신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으며, 특정 주물과 관련된 일일 수도 있다. 혹은 저주와 관련된 것일 수도 있고…. 생체실험으로 만들어진 괴생명체나, 환각을 일으키는 화학물질, 위험인물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아린이 이상함을 느낀 ‘엘리베이터’ 역시 이러한 괴담 안에 들어있을 수도 있겠지.

         

       “친구와 괴담을 탐사하기로 약속을 잡은 모양이구나.”

         

       “…어?”

         

       이아린은 진성의 말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리고 그 괴담은 혹…. 엘리베이터와 관련이 된 것이 아니더냐?”

         

       “와, 어떻게 알았어?!”

         

       이아린은 진성의 말에 화들짝 놀랐다.

       엘리베이터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는데 그의 입에서 먼저 엘리베이터 이야기가 나왔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놀람도 잠시.

       이아린은 무언가를 떠올리고 말았다.

         

       “에이~ 내가 저번에 엘리베이터 얘기했었지? 괜히 놀랐네.”

         

       자신이 저번에 진성에게 엘리베이터 얘기를 꺼냈던 것을 기억해낸 것이다.

       엘리베이터에 대한 느낌부터 엘리베이터에 얽힌 괴담들까지.

       그녀는 그때 진성에게 엘리베이터에 대해서 꽤 많은 이야기를 했었다.

         

       당연히 진성이 엘리베이터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

         

       “내 친구 중에 말이야. 서라라고 있거든? 걔가 원래는 그런 괴담에 관심이 없는 애인데~ 요새 관심이 있는 사람이 생기기라도 한 건지 엘리베이터에 가보자고 하는 거야. 그것도 한밤중에!”

         

       “서라? 그게 본명이더냐?”

         

       “아니. 본명은 예설화라고 하는데. 이름 이쁘지?”

         

       “그러하구나.”

         

       이아린은 자기 친구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시작으로 말을 이어갔다.

         

       예설화라는 친구가 어딘가에서 엘리베이터 괴담을 들었다는 것, 그리고 그 괴담을 한번 확인해보고 싶은데 괴담 내용대로라면 2명 이상 엘리베이터를 타서는 안 된다고 들었다는 것, 마침 떠오른 것이 이아린인지라 그녀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확인하자고 했다는 것, 다음에 맛있는 마라탕 풀코스를 사는 것을 대가로 동행하기로 했다는 것….

         

       “…그렇게 된 거지.”

         

       설명을 마친 이아린은 뭔가 찜찜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이게 참. 뭐라고 해야 하나…. 일단 가기로 약속은 했는데, 묘하게 별로 가고 싶지 않은 느낌이 들어서 말이야. 몸은 축축 늘어지고, 뭔가 갑자기 피곤하고 귀찮아지고, 하지만 약속은 잡았으니 가야 하기는 하는데 괜스레 우울해지는 느낌이 들고- 아~ 짜증 나~”

         

       “흐음.”

         

       “게다가 이게 다른 거에도 전염이 되는 느낌이란 말이야. 무공 익히는 것도 갑자기 재미없어지고, 갑자기 심심하다는 느낌이 확 늘어나고, 그러면서도 귀찮고 나른해서 무기력한 느낌이 들고~ 패딩 입고 물에 들어갔다가 나온 것처럼 무겁고 축축 처지는 느낌이 든다니까? 왜 이럴까?”

         

       진성은 말을 찜찜하기는 한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이아린을 잠시 바라보았다.

         

       ‘귀찮은 느낌과 심심한 느낌. 비슷한 듯 보이나 하나는 가지 않으려 하고 하나는 가게 만드는 것이니.’

         

       상반된 느낌이 공존하고 있음이라….

         

       ‘확실히 무언가가 있기는 한 모양이로다.’

         

       진성은 학교의 엘리베이터에 무언가 있으리란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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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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