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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5

       죽음의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가?

       

       오랜 세월동안 생명의 여신의 종으로서 살아온 나의 가슴에 박혀있는 가시와 같은 의문은 지긋지긋할 정도로 나를 괴롭혀 왔다.

       

       생명은 무엇을 위해 태어나,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무엇을 위해 죽는가.

       

       생명의 어머니께서는 그러한 질문에 답은 스스로 내려야 한다고 하셨고, 나는 계속해서 의문을 헤쳐나갔다.

       

       삶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가.

       

       오랜 세월을 살아온 나의 손은 어느새 주름진 노인이 되어버렸고, 눈 앞은 침침해지기 시작하였으니.

       

       내 육체의 모든 것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체감시켜주고 있었으니.

       

       긴 세월동안 숙고하며 내 나름대로 내린 답은 다른 이의 답과 다를 수 있으니, 여기에는 적지 않겠다.

       

       그 대신, 여기에는 생명의 어머니께 들은 저승에 대해서 적기 위하여 펜을 손에 쥐겠다.

       

       부디 여기에 적은 글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탄생이 있으면 죽음이 있는 법.

       

       모든 생물은 태어나고, 살아가며, 죽어가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 종착점에 도달한 생물의 영혼은 육체라는 갑옷을 벗어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자유로워진다는 것이 아니다.

       

       그 뒤에 있는 것은 삶을 평가하는 냉정한 심판일지니.

       

       

       영혼을 거두어가는 사신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희미한 어둠속을 걸어오는 사신들은 이 세상의 가장 은밀한 수확자로서, 거대한 낫을 손에 들고 죽은 자의 영혼을 수확하기 위해 세상을 배회한다.

       

       그들의 손길을 피할 수 있는 영혼은 없다. 죽음이 필연적이듯, 그들 역시 필연적인 존재이니.

       

       이 세상에 어둠이 없는 곳은 없고, 그들은 어둠 속이라면 어디든 다닐 수 있기에.

       

       그들이 가지 못하는 곳은 없을 것이다.

       

       허나 그들은 얼음장처럼 냉정한 이들은 아니었다. 저승으로 떠나기 전에 가족에게 마지막 한마디 정도는 남길 시간은 준다고 한다.

       

       곁에 가족이 있다면 스스로의 목소리로 말할 힘을 준다고 하며, 곁에 가족이 없다면 꿈을 통해서 마지막 말 한마디를 남기게 해주는 그들은 어쩌면 상냥한 이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들의 선의에 기대어 좀 더 살려고 하면 안된다.

       

       그들이 줄 수 있는건 말 한마디 뿐. 그 이상을 바라면 차가운 낫이 수확을 시작할 뿐이니.

       

       

       그렇게 사신의 손에 쥐어진 영혼은 한없이 차가운 세계를 넘어가, 저승의 문 앞으로 다다른다.

       

       새까만 바위로 만들어진 문의 너머에는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검은 바위로 이루어진 깊은 동굴로 들어간 후 저승을 지키는 수호석상의 매서운 눈길도 지나 도착하는 곳은 동굴을 지나온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강이었다.

       

       건너편의 모습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드넓은 강. 새까만 강물로 가득 찬 그 강의 강변에는 자그마한 조약돌로 뒤덮인 곳이 나타난다.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우는 그 강은 현세와 저승을 가르는 강.

       

       삼도천이라 불러도 되고, 스틱스강이라고 불러도 되는 이 강은 명확한 경계로서 산 자의 세계와 죽은 자의 세계를 나누는 구분선이 된다고 한다.

       

       살아있는 자가 실수로라도 이 강을 넘지 못하도록. 강을 지난 죽은 자가 다시 산 자의 영역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드넓은 강이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그런 강의 옆을 지나가다 보면 강가에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게 된다.

       

       저승에 있는 어린 아이들. 불쌍한 아이들의 영혼은 이 강가에서 지내게 된다고 한다.

       

       부모보다 먼저 죽은 아이들. 성인이 되지 못한 채 죽어버린 아이들. 부모의 가슴에 커다란 대못을 박은 아이들.

       

       그런 불쌍한 아이들은 저승의 아랫층으로 내려가지 못한 채, 강변에서 지내며 새까만 강물을 내려보는 일을 하게 된다고 한다.

       

       그런 그들이 내려다 본 강물에는 살아있는 부모의 모습이 보이게 된다고 한다.

       

       적막한 저승에서 강물에 비춰지는 부모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의 모습.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그 모습이 무척이나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아이들은 부모의 모습을 계속해서 바라본다.

       

       이승에 남아있는 부모의 모습을.

       

       자식의 빈 자리에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는 부모의 모습을.

       

       그런 부모의 모습에 울상을 짓던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강물에 닿지만, 강물에 비춰진 부모의 모습은 허상일 뿐이니. 아이들의 손이 닿아 생긴 파문으로 부모의 모습은 흐려질 뿐이었다.

       

       

       아이들은 제 부모의 모습을 보며 슬퍼하는 한편, 언젠가 제 부모가 아픔을 딛고 일어서기를 응원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부모의 모습에, 아이들은 제 부모에게 무척이나 사랑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한다.

       

       순수한 아이들의 한은 그렇게 강물에 씻겨져 내려간다.

       

       

       그렇게 강변에서 강물을 내려다보던 아이들은, 어느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게 된다.

       

       아이들이 강변에서 벗어나게 되는 순간은, 제 부모가 저승으로 찾아오게 되는 순간.

       

       그 때가 오면, 아이들은 제 부모의 곁으로 달려가 그 손을 붙잡는다.

       

       그리고 함께 저승의 아래층으로 내려가게 된다.

       

       

       

       잔인하다면 잔인한 환경이라 할 수 있겠지만 삶과 죽음이라는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한 어린 아이들의 영혼에게는 필요한 환경이리라.

       

       온전한 삶을 살지 못한, 어른이 되지도 못한 아이들은 자신들이 사랑받은 존재라는 사실을 알아야 했으니까.

       

       

       하지만. 만약. 아이가 한참을 기다린 부모가 되먹지 못한 이들이라면.

       

       아이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 축생과 같은 이들이라면.

       

       심지어 아이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오물과 같은 부모라면.

       

       결국에는, 아이를 죽게 한 부모라면.

       

       

       그런 그들이 저승에 도착한 후, 아이의 나약한 손길을 거부하려 한다면….

       

       

       아이는 큰 소리로 울음을 터트리게 된다.

       

       서러운 아이의 울음소리가 강변을 가득 채운다면 그 소리를 듣고 어디선가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낸다.

       

       

       귀모鬼母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이 여성은 본디 동방에서 살았던 여성으로, 젊은 나이로 남편을 잃고 유일한 혈육인 어린 자식을 잃은 가여운 사람이라고 한다.

       

       그 후 잃은 자식을 잊지 못하여 부모를 잃은 고아들을 거두어 키우던 도중, 자식을 학대하고 집에서 쫓아내는 자들의 모습을 보고 광기에 삼켜져 그 부모를 맨손으로 찢어 죽였다고 한다.

       

       그녀는 결국 살인죄로 처형되었지만 원한에 가득 찬 영혼은 이승을 떠나지 못했고, 그녀를 딱하게 여긴 생명의 어머니께서 그녀의 영혼을 거두어 저승의 어린아이들을 지키는 역할을 맡겼다고 한다.

       

       

       대나무로 만든 삿갓을 쓰고 어두운 천으로 얼굴을 가린 귀모는 두껍고 커다란 칼날을 바닥에 질질 끌면서 다가와, 울음을 터트린 아이의 눈물을 조심스럽게 닦아준다.

       

       그리고는 아이를 울린 부모의 목을 붙잡고 어디론가 향하게 된다.

       

       

       귀모는 그 부모가 아이를 울린 것을 진심으로 후회하고 잘못을 인정하며, 모든 것을 반성할때까지 온 몸의 살을 얇게 저며내 포를 떠낸다고 한다.

       

       육체는 죽어 영혼만 남았음에도, 산채로 포를 떠지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부모. 그렇게 그는 온 몸의 살이란 살은 전부 포로 떠진 후, 자신의 살의 일부를 입에 억지로 쑤셔박힌 채 저승의 아래로 나아가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부모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으니.

       

       지금도 부모보다 먼저 저승에 도착한 아이들은, 강물에 비춰지는 부모의 모습을 바라보며 언젠가 부모가 오기를, 하지만 최대한 늦게 오기를 바란다.

       

       

       저승의 첫번째 계층은 그런 아이들과 부모들을 위해 존재하는 계층이었다.

       

       

       

       그 첫번째 계층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드넓은 강의 너머에 있었기에, 사신은 죽은 자의 영혼을 이끌고 배를 타게 된다.

       

       강변에 있는 낡은 선착장. 그곳에는 강을 건널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배가 묶여져 있다.

       

       금방이라도 가라앉을 것처럼 낡은 배. 그 배를 모는 뱃사공은 혀가 잘려서 말하지 못하는 남자라고 한다.

       

       본래 말재주가 좋고 영리했던 그는 자신을 데리러 온 사신을 세치 혀로 구슬린 끝에 3년의 시간을 더 얻어냈고, 3년이 지난 후에도 또다시 화려한 말재주로 또다시 사신을 속이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그의 혓바닥은 사신의 새까만 낫에 잘려나갔고, 그는 사신을 속여 수명을 늘린 벌로 평생을 저승의 뱃사공으로 지내게 되었다고 한다.

       

       자업자득이라 할 수 있지만, 그 사건 이후로 사신이 죽은 자에게 내어줄 수 있는 시간은 하룻밤에서 말 한마디를 전할 시간으로 줄어들었다고 하니, 아마도 많은 죽은 자들이 그 뱃사공을 원망하고 있으리라.

       

       

       그런 뱃사공은 죽은 자에게 뱃삯을 요구하고, 죽은 자는 분명 빈털털이일텐데, 어째서인지 품 속에 들어있는 작은 주머니에서 뱃삯을 꺼내게 된다.

       

       그 뱃삯의 정체는 죽은 자가 다른 이를 위해 행한 도움. 그리고 그 도움 받은 이들의 감사였으니.

       

       생전에 다른 이를 도운 것이 저승에서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만약 이기적으로 살며 다른 이를 돕지 않고, 오히려 다른 이들을 핍박한다면 저승의 뱃사공에게 삯을 주지 못하게 된다고 하는데, 그런 경우는 거의 없으니 신경쓸 필요 없다고 하였다.

       

       하지만, 혹시라도 그런 이가 있다면…. 그는 어떤 일을 겪게 되는 것일까?

       

       생명의 어머니께서는 그 일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해주지 않으셨기에 나는 아무것도 적을 수 없었다.

       

       부디,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주지 않은 사람이 존재하지 않기를 바랄 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heMelalo님 3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연속 채찍질…! 끄앙!!!

    맘스터치와 블루아카이브가 콜라보를 했습니다.

    햄버거가 매워봤자 햄버거겠지. 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쁄쁄버거를 먹었습니다.

    뱃속이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불닭을 두 젓가락만에 해치울 정도로 매운 맛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면 먹지 맙시다.

    가맹점마다 다른 점바점이라고 하지만, 제가 시킨 곳에서는 대충 1.2 불닭 정도의 매운 맛이었습니다.

    문제는 제가 맵찔이라는 점이고…. 뿌에에엥!

    귀모와 뱃사공에 대한 내용은 원래는 예정이 있었지만, 너무 늘어질 것 같아서 생략했습니다.

    솔직히 그정도로 비중이 있는 쪽은 아닌지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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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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