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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5

        어느 날 리온이 다른 인간을 데려왔다.

        새로 사귄 친구인가 싶었는데…….

       

        “마법사?”

       

        “네.”

       

        리온의 말에 새삼스러운 눈으로 마법사라는 인간을 바라보았다.

       

        전에 말했지만, 이 세상은 내가 태어났던 세계보다도 마법이나 이능에 대한 능력이 약한 세계였다.

        그쪽 학문의 발전이 느린 것도 이유지만, 무엇보다 이 세계에 생성된 마나의 양이 적은 것이 원인이다.

       

        마나라는 것은 이능을 다루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이자 원소.

        이 원소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이능도 사용할 수 없고, 이 원소가 존재하는 세상은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이능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세계는 세계에 섞여 있는 마나의 양이 적기 때문에, 이능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규모나 효율이 매우 떨어지는 세계다.

        즉, 마법사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 이하일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흠…….’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나는 내 앞에서 어깨를 쭉 펴고 있는 마법사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 마법사여. 이곳에는 무슨 일로 왔느냐?”

       

        “큼큼! 그, 그대가 그 소문 자자한 검은 숲의 마녀인가…… 요?”

       

        어쩐지 리온을 한 번 힐끔거리고는 급격히 공손해지는 마법사.

        나 역시 리온을 살짝 훔쳐봤지만, 리온은 그저 마법사를 날카로운 눈초리로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뭐지? 마법사가 리온에게 뭔가 빚이라도 졌나?

       

        “그래. 내가 인간들에게 ‘검은 숲의 마녀’라고 불리고 있단다.”

       

        내가 인간들에게 ‘검은 숲의 마녀’라고 불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에 긍정했다.

        물론 나는 저렇게 자신을 지칭하지 않는다. 그냥 인간들이 멋대로 부를 뿐이다.

       

        그런 내 대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마법사는, 한층 더 허리를 쭉 펴며 말했다.

       

        “황제 폐하의 어명을 가져왔다! 그것을 따르도록!”

       

        “…….”

       

        “…….”

       

        리온의 눈초리가 더더욱 날카로워졌다.

        나는 콧대가 쑤욱 올라간 마법사에게 물었다.

       

        “어명이라면, 그것을 증명하는 증표도 있겠지. 보여주겠는가?”

       

        “그래! 그러니까…….”

       

        그렇게 외치며 품속을 뒤지기 시작하는 마법사.

        하지만 마법사의 손에 딸려 나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 어? 어어어?! 어어어어어어?!!!”

       

        넝마가 되어 버린 로브를 탈탈 털어내기까지 하는 마법사.

        하지만 그렇게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즉, 이 마법사는 국왕이 준 증표를 잃어버린 것이다.

       

        “어? 이, 이러면 안 되는데?”

       

        “…….”

       

        “…….”

       

        인간의 혈압을 보는 것만으로 측정할 수 있는 나로선, 눈앞의 인간이 거짓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어지간하면 이 세상의 일에 참견하지 않으려는 나로선, 어지간하면 저 어명이라는 것을 따르지 않는 것이 나은 선택이다.

        그렇기에 내가 한 선택은…….

       

        “어명을 수행할 수 없다면, 돌아가도록.”

       

        ……축객령이다.

       

        “자, 잠깐만요! 마녀님!”

       

        재빨리 태세를 전환해 내 다리에 엉겨 붙는 마법사.

        그리고 그 마법사를 재빨리 달려온 리온이 걷어찼다.

       

        “누구 다리를 잡는 거냐 쨔샤!!”

       

        “켁?!”

       

        내가 리온에게 ‘축구’ 기술을 가르쳤던가? 라는 의문이 나올 정도로 훌륭한 싸커킥이었다.

        ……아, 싸커킥은 레슬링 기술이었던가? 아니었던가? 갑자기 헷갈리네?

       

        어쨌든 리온은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마법사를 잘근잘근 밟더니, 그대로 문밖으로 끌고 나가기 시작했다.

       

        “마, 마녀님! 제발! 제발 도와주세요! 안 그러면 저 죽어요!!!”

       

        메아리를 만들며 점점 멀어지는 마법사. 그리고 그 마법사의 뒷덜미를 끌고 멀어지는 리온.

        그 모습을 지켜보다 입을 열었다.

       

        “슈르네.”

       

        = 넹.

       

        “오늘 뭘 먹고 싶으냐?”

       

        = 고기!

       

        “그래.”

       

        오늘 저녁은 고기를 준비해 볼까?

       

       

        *            *            *

       

       

        – 일상물 개 재미있넼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마법사가 왤케 찌질한가요?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 엌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의 질문에, 나는 슈르네의 입가를 닦아주다 말고 입을 열었다.

       

        “내가 말했지 않았느냐. 그 세계는 이능의 힘이 약한 세계였다고.”

       

        생각해 보자.

        마법사라는 인간이 있는데, 그 마법사에게 불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고 생각해 보자.

        그리고 그 마법사는 불을 피우기 위해 황금 1g과 10만원 정도의 재료, 그리고 5시간을 달라고 한다.

        그렇게 재료와 시간을 준 후 만들어진 것은…… 무려 성냥불 정도의 불꽃 하나다.

       

        “그게 그 세계 마법사들의 수준이란다.”

       

        – ㅋㅋㅋㅋㅋㅋ

        – 찌질할 만 하넼ㅋㅋㅋㅋ

        – 나 같아도 무시할듯?

        – 대충 파악했다. 시시해서 죽고 싶어졌다!!

        – ㅋㅋㅋㅋㅋㅋㅋㅋ

        – 엌ㅋㅋㅋㅋ

        – ㄹㅇㅋㅋ

       

        수준이 이렇다 보니 그 세계의 마법사들은 있어도 없느니만 못한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었다.

        그래도 ‘봉인’이라든지, 혹은 마법사들만이 가능한 일들이 몇 가지 있어서 국가적으로 고용한 마법사들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 대우가 썩 좋은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 보니 그 세계의 마법사들은…… 그걸 뭐라고 했더라?

       

        “음…… 강한 자들에겐 비굴하게 행동하고, 약한 이들에겐 강하게 행동한다는 뜻을 가진 인간들의 단어가 있었는데?”

       

        – 강약약강이요?

       

        “그래. 그거란다.”

       

        그쪽 세계의 마법사들은 기본적으로 강약약강의 행동을 보였다.

        가끔 그렇지 않은 마법사들도 나오는 모양이었으나, 그런 이들은 대부분 금방 사라지고는 하더라.

       

        “어쨌든, 그 일도 나의 수많은 일상 중 하나라고 생각했었지.”

       

        그날 저녁, 리온이 나를 찾아오기 이전까지는 말이다.

       

       

        *            *            *

       

       

        “떠나겠다고?”

       

        “네.”

       

        나는 각오를 마친 리온의 눈빛을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새끼는, 언젠가 성장해 부모와 둥지를 떠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부모는 자기 새끼들이 독립하기 이전,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전수해 주려 하는 것이고.

       

        비록 리온이 나의 새끼는 아니고, 종족 역시 다르다고는 하나…… 나는 리온을 나의 새끼인 것처럼 돌봐주었다.

        부족하나마 인간으로서 살 수 있는 여러 지식도 가르쳤고,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스스로 몸을 지킬 수 있는 수준의 무술도 가르쳤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흡수한 리온이라면…… 지금 독립한다고 하더라도 혼자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는 되겠지.

        하지만…….

       

        “너무 갑작스럽구나.”

       

        원인은 알고 있다. 그 마법사겠지.

        그 마법사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는 몰라도, 그것이 리온에게 어떠한 각오를 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실제로 리온 역시 오랫동안 홀로 무언가를 고민하고는 했으니까 말이다.

       

        나에게 그 고민을 늘어놓았다면, 비록 내가 인간은 아니더라도 최대한 같이 고민을 해 줄 수는 있었을 거다.

        하지만 리온은 그 고민을 계속 혼자 끌어안고 있었고, 나 역시 그런 리온의 의사를 존중해 주었다.

        그리고 그 오랜 고민의 끝이, 이런 것이었다면 충분히 이해해 줄 수 있었다.

        다만, 겨우 하루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고민하고서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너무 성급하지 않나?

       

        “저 역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허나…… 라며 말을 잇는 리온.

       

        “그동안 외면하고 있었던 저의 의무를…… 이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

       

        그 의무라면…… 역시 황태자의 의무를 말함이겠지.

       

        겨우 왕국에 불과하면서 무슨 ‘황태자’냐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올데온 왕국은 명분 때문에 대외적으로는 ‘황제’나 ‘황태자’라는 단어를 쓰지만 않을 뿐, 이미 내부적으로는 ‘황제’라던가 ‘황태자’같은 단어를 쓰고 있다.

        단지 다른 나라에 보내는 사절이나 서신에는 ‘국왕’이나 ‘태자’라고만 할 뿐이다.

       

        “리온. 아직 하루도 되지 않았거늘…… 너무 성급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느냐?”

       

        나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리온에게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것을 충고했다.

        적어도 3일 정도 고민을 해봤다면…… 그랬다면 조금 빠르다고 생각할지언정, 리온의 선택을 존중했을 것이다.

        15살에 성인이 되는 이 세계에서, 이미 17살인 리온은 충분히 성인이니까. 그리고 그가 이전부터 같은 주제로 고민을 해 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하지만 하루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결심을 내리는 것은 너무 빠르지 않을까?

        젊은 혈기에 너무 성급한 결정을 한 것은 아닌가?

       

        “마녀님.”

       

        “…….”

       

        하지만 단단히 결심을 굳힌 리온의 눈빛에,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저렇게 결심을 굳힌 눈빛이라면, 그 누구라도 저 결심을 쉽게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 네가 그런 선택을 했다면…… 존중해 주어야겠지.”

       

        자식의 결정을 존중해 주는 것 역시, 부모의 의무가 아니겠는가?

       

        그 이후 리온은 빠르게 출가를 준비했다.

        내가 만들어 준 미스릴 검(이 세계에는 미스릴이 없다). 다마스쿠스(이 세계는 아직 이걸 만들 기술이 안 된다) 단검 3자루, 이드라코늄(이것 역시 이세계에 존재하지…… 처음 들어 본다고? 어… 충격 흡수율이 뛰어난 금속이란다.) 천 갑옷. 그 외의 기타 등등.

        모든 준비를 마친 리온은, 그때 왔던 마법사와 함께 집을 나섰다.

       

        “마녀님.”

       

        “왜 그러느냐?”

       

        집을 떠나기 전, 배웅을 나온 나를 향해 리온이 물었다.

       

        “훗날 제가 이곳으로 돌아왔을 때…… 제 소원 하나만 들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소원이라…….”

       

        리온의 말에 나는 잠시 고민했다.

        비록 드래곤이 아닌 인간 아바타로서 약속을 하는 것이지만, 약속은 약속인 법. 함부로 약속을 할 수는 없다.

        약속했다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 맞기에…… 나는 함부로 약속하지 않는다. 나의 자식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쳤고, 리온에게도 그렇게 가르쳤다.

       

        “그래. 지금의 내가 들어 줄 수 있는 것이라면, 한 가지 들어 주겠다.”

       

        그렇기에 나는 리온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이 작은 아이가 어떤 소원을 빌지, 그 당시의 나는 몰랐지만…… 그런데도 나는 약속해 준 것이다.

       

        그런 나의 생각을 알아차린 것일까?

        리온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마법사와 함께 검은 숲을 떠나갔다.

       

       

        *            *            *

       

       

        – 모야모야.

        – 헉!

        – 나 이거 로판에서 많이 봤어!

        – ㄷㄱㄷㄱ

        – 뒷이야기! 뒷이야기이이이이!!!

       

        시청자들이 소란스럽다.

        하여간에…… 기다릴 줄을 모르는 아이들이다.

        뭐, 그런 점도 귀엽지만 말이다.

       

        슬슬 족발이 질렸는지, 다시 날뛰려는 슈르네의 입에 치킨을 넣어 주며, 나는 말을 이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후였지.”

       

        리온과 함께 슈르네도 떠나고.

        정말로 간만에 홀로 유유자적하게 지내던 나날이었다.

       

        “군대가 검은 숲에 도착하더구나.”

       

        – ?

        – ??

        – ?

        – ?

        – 응?

        – 뭐임?

        – ???

        – ?

       

        채팅창이 ‘?’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공지로도 올렸는데, 어제 늦게 자고 일어나보니 6시인 거에요.

    네. 오전 6시가 아니라 오후 6시.

    웃기만 하다가 공지 올리고 얼른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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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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