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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5

       *** ***

         

       “흐음. 당가에서의 의뢰가 마무리 되고 있는 모양이네요.”

         

       호천안에 대한 소식을 접한 흑묘는 눈 앞의 서류들을 내려다보았다.

         

       ‘단서가 있기는 했지만…’

         

       호천안의 출생이라던가 비경에 대한 단서는 서류상의 정보만으로는 얻을 수 있는 것이 한계가 있었다. 일주일의 시간동안 서류상으로 취합할 수 있는 정보는 모두 취합했으며 나름대로 성과도 있긴 했지만….

         

       “부족하긴 하네…어쩔 수 없을까.”

         

       월복당은 순수한 정보집단이다.

         

       기본적으로 흑묘는 월복당의 회원을 가려 받는다. 그 회원을 가려 받는 것은 그 사람의 성향이다. 정말로 태생부터 정보상의 본능을 가지고 살아가는 자들. 그러니까 천하제일의 미녀를 보고도 이 미녀를 내 것으로 하고 싶다는 수컷의 욕망보다도 오직 나만이, 오직 내가 속한 월복당만이 천하제일 미녀의 정보를 알고 있다는 지식욕을 더 우선하는 자들을 가려 받는다.

         

       그렇기에 월복당에 소속된 무림고수는 없었다.

         

       무림인이란 무공을 익혔다는 이유만으로 제 주제를 열 배나 백 배 정도 높게 평가하는 것이 기본이니까.

         

       흑묘가 인생을 살면서 본 무인이란 ‘나라면 저런 미인을 취할 수 있다’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 찬 풍선 같은 족속들이었다.

         

       ‘그렇기에 호 선배가 좋은 거지.’

         

       근거 없는 자신감에 취해 오만 행동을 하며 흑묘를 귀찮게 구는 다른 남자들에 비해서 호천안의 행동은 담백하기 그지 없었다. 가끔 가까이 다가갈 때마다 흠칫하는 것을 보면 매력을 느끼기는 하는 모양인데…

         

       호천안을 떠올리며 한번 웃은 흑묘는 사천성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호 선배의 의향도 알 겸.”

         

       앞으로 필요한 것은 현장 조사고 현장 조사를 위해서는 고수가 필요하다. 비경에 대한 정보를 무인에게 풀었다가는 사달이 날 것이 뻔했으니 직접 조사를 해 봐야 했다.

         

       호천안의 의중을 묻고 그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

         

       흑묘는 낭인객잔으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 ***

         

       돌아오는 길은 쾌적했다.

         

       미친 기술자의 손에 개조된 비천마차가 아니라 평범한 쾌속마차를 타고 사천성으로 돌아왔다.

         

       물론 당도연이 야영을 하거나 휴식을 취할 때마다.

         

       “비천마차였다면 벌써 사천성에 도착해서 쉬고 있었을 텐데요.”

         

       라며 구시렁거리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당도연의 마차 모는 솜씨는 무척이나 훌륭했다. 괜히 신기에 이른 기마술이라고 평가받는 것이 아닌지 이렇게 쾌적한 마차여행은 처음이었다고 할까.

         

       당도경도 비무에 미쳐 있는 점을 제외하면 호감 인물이었는데 당도연도 속도에 대한 부분을 제하고 나면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이었다.

         

       그렇게 사천성이 보이는 곳에서 마차가 멈추어 섰다.

         

       여행을 다니는 며칠 동안 쓰지 않았던 흑립과 피풍의를 입으며 당도연을 바라보았다.

         

       “당 소저 덕분에 편하게 왔습니다.”

         

       “별 말씀을.”

         

       당도연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나에게 건넸다.

         

       “…이것은?”

         

       “이 환단을 비둘기에 먹이게 되면 당가타로 날아오게 됩니다. 당가의 주요 연락 수단이지요. 야 낭인께서 부르신다면 어디든지 비천마차를 타고 달려가겠습니다.”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미 당가주께서는 저에게 과분한 선물을 잔뜩 주셨으니까요.”

         

       “후후 그냥 저 역시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제는 야 낭인께서도 알 법 하지 않습니까? 저는 지금 도경 오라버니 때문에 여러 잡무를 보고 있는 벌을 받는 중이고 그건 아주 지루한 일입니다. 그런 와중 야 낭인께서 비천마차를 요청하신다면야 저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일이겠죠.”

         

       확실히 전서구를 통해 비천마차를 소환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될 일이 있겠지. 비천마차의 속도는 범상치 않으니 위급상황에서 비장의 수단으로 사용 가능할 것이다.

         

       “감사합니다. 당 소저.”

         

       “후후, 그럼 전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부디 보중하시길.”

         

       당도연은 쾌속마차를 몰고 거침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 마차의 뒷모습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은 뒤 사천성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사람을 피할 수 없는 성문을 통과하고 있자니 한동안 잊고 있었던 적대적인 시선들이 매섭게 날아든다.

         

       음 그래 톡 쏘는 이 매콤한 시선들 그런 시선들을 한몸에 받고 있자니 내가 사천성에 돌아왔다는 실감이 들었다.

         

       음.

         

       뭐라고 해야 할까 사천성의 골목을 걷고 있자니 어쩐지 심리적으로 편안해졌다. 사실 당가에서 신체적인 불편함은 느낀 적이 없었다. 아니 대우 하나하나가 귀빈이었으니 사실 신체적으로는 이 무림천하에서 가장 편안한 시기였겠지.

         

       심리적인 면에서도 당가에서 보낸 시간이 불편한 시간은 아니었다.

         

       그래도 지금 내 걸음이 빨라지는 이유는 내 방 목란실에서 벌렁 드러누워서 무협지나 읽다가 잠들어 버리고 싶어서였다.

         

       그래 이 사천성에 눌어 붙은지도 7년이다. 여긴 ‘호천안’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장소일지도 모른다.

         

       사천낭인 활동을 하면서 외부 의뢰를 받은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이렇게 장기간 자리를 비운 적은 없었다.

         

       비동 탐사가 끝나자마자 객잔을 찍고 곧바로 당가타로 납치되어 갔으니 근 2주가 넘는 시간을 타지를 돌아다닌 셈이었다.

       

       이 정도면 내 방이 그리울 법도 하지.

         

       그렇게 골목길을 벋어나 낭인객잔에 도달했다.

         

       “오, 호 형이 돌아왔군.”

         

       “그래 외부 의뢰는 잘 마친 모양이지?”

         

       언제나와 같은 풍경. 당도경이 떠난 지도 2주가 넘는 시간이 지났으니 당대협 우울증에 시달리던 자들도 다 털고 일어났는지 평상시와 같은 모습이었다.

         

       “그래 잘 마치고 돌아왔다네.”

         

       적당히 낭인들을 상대하고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 새 흑묘가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시기가 잘 맞은 모양이네요. 저도 몇 시진 전에 도착했거든요.”

         

       “그러냐. 아무튼 오래간만에 만나니 반갑네.”

         

       “저도요 선배. 당가에서는 뭐 재미난 일 없었나요?”

         

       “오늘은 피곤하니까 내일 이야기 해 줄게.”

         

       연무장에서 단체로 맹호권법을 연마하고 있는 모습 외에는 바뀐 점이 하나 없는 낭인객잔 그 자체였다.

         

       “이번에 당가에서 또 이상한 사고를 친 건 아니겠지?”

         

       “어허, 의뢰비 입금되는 걸 보면 놀라 까무라칠걸?”

         

       “…으으. 불안해. 또 무슨 짓을 한 거야! 당장 바른 대로 불어!”

         

       “아 피곤하니까 내일 이야기하자고!”

         

       나는 당가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듣고 싶어하는 흑묘와 유사연을 떨치고 숙수를 닦달해 닭튀김을 포장해 내 방이라 할 수 있는 목란실로 돌아왔다.

         

       “후.”

         

       침대 머리맡에 있는 간이 탁상에 닭튀김을 내려놓고 무협지를 보관하고 있는 서가에서 [경신무협전 –8]을 꺼내들었다. 요새 삶이 너무 바빠서 무협지에 너무 소홀히 했다.

         

       경수시장에서 7권을 읽고 있었는데 그 뒤로 지금 단 한권밖에 진도를 빼지 못했다니.

         

       내일은 서점에 들려서 신규 무협지 갱신목록을 살펴봐야겠군.

         

       그런 생각을 하며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당가에서 최고급 침상의 맛을 본 탓인지 어쩐지 내 몸을 받아내는 침상의 부드러움이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마음만은 편안해졌다.

         

       이 사천에서 살아간지도 7년. 이 목란실에서 살아간 세월도 7년이다. 호천안 인생 8년중 7년을 이곳에서 보냈으니 목란실에 뒹굴거리는 것 만으로 마음이 평온해질 만 했다. 

         

       나는 서가에 있는 무협지들도 한번 쭈욱 훓어보았다. 호천안 인생 7년동안 독파한 무협지들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이 서가에 공간을 허락받은 이들은 많치 않았다. 이 서가에 살아남은 무협지들은 깐깐한 현대인 그 자체인 내 심미안을 통과한 녀석들.

         

       그야말로 명작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침대에 드러누워 경신무협전 8권을 펼치고는 닭다리를 한 입 뜯었다.

         

       “크으~ 이게 인생이지.”

         

       이게 인생이고 야스지. 기름 묻은 손가락으로 무협지를 넘겼다. 경신무협전은 내 서가에 어울릴 법한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혹시 모를 일이지. 후반부에 재미가 폭발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만약 경신무협지가 서가에 들 정도의 명작이라면? 그땐 다시 사면 되지.

         

       그렇게 생각하며 무협지를 읽다가 어느 새 잠들었다.

         

       오래간만의 꿀 같은 휴식이었다.

         

       *** ***

         

       “운남? 형귀산?”

         

       “그래.”

         

       당가의 가주 당광렬이 당도경에게 암기 내기를 했다가 영혼까지 털린 뒤에 도우미로 날 불렀다는 사실을 그대로 말할 수 없었으니 대외적으로 나는 당가에 초빙되어 휴양을 즐기다 온 것으로 이야기를 맞추기로 했다.

         

       “놀랍네요. 호 선배가 뭐 대단한 일을 한 것은 맞지만 그래도 그분에게 진맥을 받을 기회를 얻을 줄이야.”

         

       흑묘의 반응은 내 생각보다 떨떠름했다.

         

       이건 완전히 예상 밖인데.

         

       무려 삼대명의 중 한명인 독의를 만날 기회다. 당연히 흑묘라면 엄청 좋아할 줄 알았는데 반응이 미적지근했다.

         

       하지만 흑묘의 동행은 꼭 필요하다.

         

       운남은 완전히 사파의 영역이니까. 협객의 이미지를 위해 함부로 칼을 뽑지 못하는 사천성과 달리 그곳은 눈만 마주쳐도 칼을 뽑아대는 녀석들 천지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준 초절정 고수인 흑묘가 꼭 필요하다는 말이지.

         

       “그래요. 기왕 이렇게 된 거 제가 빠지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니까…아니 이렇게 생각해보니까 꼭 동행해야 할 문제였네요.”

         

       대체 뭘 납득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스스로 납득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는 흑묘.

         

       “그래서 언제 출발할 생각인가요?”

         

       “운남으로 향하는 상행에 끼어서 마차를 얻어 탈까 하는데…괜찮을까.”

         

       “뭐 감안하는 수밖에는 없겠네요.”

         

       흑묘는 탐탁지 않은 기색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

         

       사실 당가에서 엄청 후하게 보상을 받았기에 흑묘나 내가 탈 말이나 마차를 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의 목적지는 운남.

         

       특히 사천과 운남의 경계는 질 나쁜 녀석들의 천국이다. 사천에서 떠밀려 나간 사파들이 득시글거리거든.

         

       동행자를 구할 수 없어서 둘이서 여행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사람과 뭉쳐 다닐 수 있는 곳에서는 뭉쳐 다니는 것이 옳다.

         

       “그래 내가 상행을 알아볼 테니 그 날짜에 맞춰서 출발하자고.”

         

       이리 저리 알아본 결과 남행표국이라는 표국과 같이 움직이는 것이 낫다고 판단.

         

       나와 흑묘는 흑립을 벗고 운남으로 향하기 위해 표국에 방문했다.

         

       “하하하하! 본 공자는 남행표국의 삼남 하선수라고 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망나니 같은 녀석이 꼬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31분 늦은 업로드 죄송합니다.

    독자님들의 댓글들 항상 다 읽어 보고 있습니다.

    독자님들이 재미있다고 느낄 수 있는 소설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밖에 말씀 드릴 수가 없겠네용.

    *[das1633]님께서 [10코인]후원을 해주셨네요.

    작가는 코인을 받고 웃고 있다.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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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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