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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5

        

       

       어수룩한 연기는 성공적이었다.

       

       예상대로, 멜리나는 이 미숙한 연기를 ‘회귀했다는 사실을 숨기려는 행동’으로 착각했다.

       

       이것으로 멜리나에게 미래를 안다는 사실을 들켜도 의심받지 않으며, 동시에 멜리나가 제게서 떨어지지 못할 명분도 부여했다.

       

       ‘그리고 내가 북부 바깥으로 나가는 걸 따라올 수도 없지.’

       

       일단 표면적으로는 남남이기 때문이다. 따라오지 말라고 하면, 멜리나로서는 어떻게 할 명분이 없다.

       

       그날, 글레이시아의 레어에 침대가 한 개 늘었다.

       

       “잘 자려무나.”

       “……네.”

       

       옆에서 느껴지는 초롱초롱한 시선 때문에, 밤잠을 몇 번 설쳤다. 침대로 쳐들어오지 않은게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결국 뜬눈으로 밤을 지샌 올리비아는 생각했다.

       

       ‘호칭 정리부터 해야 되겠네.’

       

       일단 스승님은 기각이다. 

       

       그렇게 적당한 호칭을 생각하고 있는데, 문득 주변이 지나치게 조용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음?”

       

       침대가 다 비어 있었다. 올리비아는 떨떠름한 얼굴로 레어 바깥으로 나갔다. 

       

       “다시. 마력이 흐트러졌다.”

       

       “뇌전 마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속도다. 일단 머리 속에 번개를 연상하고, 그대로 쏘아보내거라.”

       

       “어허, 자고로 냉기라고 함은…….”

       

       먼 곳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는 멜리나를 보며 올리비아가 헛웃음을 지었다.

       

       하긴, 멜리나 입장에서 그들은 사손(師孫)이니까.

       

       신경을 안 써줄래야 안 써줄 수 없던 것이다.

       

       ‘……흠.’

       

       멜리나는 팔짱을 낀 채 제자들을 지켜보았다. 

       

       재능이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올리비아의 제자라는 것 하나만으로, 그들이 가르침을 받을 이유는 차고 넘쳤다.

       

       다만…….

       

       ‘드래곤을 제자로 받을 줄이야.’

       

       막 해츨링의 탈을 벗은 수준이지만, 그래도 드래곤이었다.

       

       ‘역시 내 제자구나.’

       

       저 콧대 높은 종족의 마음을 도대체 어떻게 사로잡았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분명 올리비아의 넓은 마음씨에 탄복했겠지.’

       

       안 봐도 비디오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라미스라는 녀석을 제외하면 다른 아이들은 그냥 상위권 탑주 수준의 재능이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차고 넘치는 재능이겠지만, 멜리나의 기준치는 세간의 것보다 한참 높았다.

       

       하지만 올리비아의 제자들은 근성 하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오죽하면 근성으로 뽑았다고 착각할 정도로 말이다.

       

       처절했다. 수행이 아니라 무슨 전투를 하는 것 같았다. 눈에 독기가 그득한게, 확실히 보통은 아니었다.

       

       ‘역시 리비다.’

       

       사람 보는 눈이 이렇게 좋을 줄이야.

       

       “……뭐하세요?”

       “보다시피 네 제자들을 가르쳐주고 있었단다.”

       “왜요?”

       

       ‘그야, 내 사손이니까.’

       

       멜리나는 그 말을 가슴 속에 삼켰다.

       

       “네가 싫다면 그만두마.”

       “……싫지는 않아요.”

       

       수줍은 척을 하는 올리비아를 보고, 제자들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저, 저 망할…….”

       “쓰읍.”

       “……?”

       

       멜리나가 갸웃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느냐?”

       

       제자들은 대답하는 대신 침만 삼켰다. 올리비아가 손가락을 들어, 목을 긋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 하하. 아무것도 아닙니다!”

       “두, 두분 편하게 대화 나누세요! 저희는 빠져 있을게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아아!”

       

       올리비아는 뒷걸음질치는 제자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포션을 건넸다.

       

       무려 여든개였다.

       

       “스, 스승님? 이건 평소보다 배는 많은…….”

       

       올리비아는 대답하는 대신 싱긋 웃었다. 그리고는 멜리나가 보지 못하는 각도에서 입모양으로 중얼거렸다.

       

       ‘인당 스무개씩. 안하면 뒤진다.’

       

       제자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네.”

       

       제자들이 언덕 너머로 사라지기 무섭게, 올리비아는 다시 어수룩한 얼굴을 했다.

       

       멜리나는 눈치채지 못했다.

       

       

       

       *****

       

       

       

       “그래서, 찾았소?”

       “……죄송합니다.”

       “역시 그런가…….”

       

       황제가 옅은 한숨을 내쉬며 턱을 매만졌다. 

       

       “적탑주.”

       “예, 폐하.”

       “이대로 가다간, 동부 연합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되오.”

       

       그러면 너부터 모가지라는 소리다.

       

       잔잔한 어투 속에 비수가 숨겨져 있었다. 갈두르는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한 달. 멜리나가 사라진지 일주일도 아니고 무려 한 달이 지났다. 원인 모를 이유로 동부 연합이 잠잠해지지 않았더라면 이미 전투태세에 들어가고도 남을 상황이었다.

       

       “폐하, 동부 연합의 전력 분석 결과입니다.”

       “특이사항은?”

       “아쉐 발타르가 아틸라 산맥에서 내려왔다고 합니다.”

       

       칼리오페의 말에 황제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아쉐 발타르. 

       

       세간에서는 그를 무왕이라고 불렀다. 돈이 곧 신분인 자유도시에서 왕이라고 불리는 것 자체가 그의 무력을 증명했다.

       

       자유도시 미카벨은 아틸라 산맥이라는 천혜의 요새에 둘러싸여 있다. 산맥 한가운데에 우연히 분지가 있던 것이 아니다. 본래 미카벨이 있던 장소는 오십 년 전까지만 해도 산세가 험하기로 유명했다.

       

       아쉐 발타르가, 두 주먹으로 산을 다지기 전까지.

       

       미카벨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그가 하산했다는 의미는 하나였다.

       

       전쟁이 코 앞까지 다가왔다는 뜻이다.

       

       “……이카일의 파도잡이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수시로 보고할 수 있도록.”

       “예.”

       

       황제는 대륙 전도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최근 대륙 정세가 심상치 않았다. 

       

       북부를 제외한 전 방위가 말이다.

       

       ‘일체의 조짐도 없었는데.’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상황이 이렇게 될거라고 그 누가 예측이나 했겠는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각국을 대표하는 강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서부의 암주(暗主)는 미친듯이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고, 악마에 지배당했던 남부는 수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동부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나마 북부인가?’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 척박한 환경 때문에 야만인들조차 살기를 포기한 땅.

       

       황제는 대륙 전도에 대고 선을 그었다. 동부와 남부, 그리고 서부까지.

       

       삼면 전선.

       

       그렇게 될 경우, 제국은 화마에 휩쓸릴 것이다.

       

       아무리 대륙 최강국이라고 한들 삼면 전선을 유지하는건 무리다. 

       

       그나마 다행인건, 제국과 서부 사이를 목의 마경이 틀어막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남부는 아직 여력이 없지.’

       

       악마의 하수인들이 사막을 대놓고 활보하는데, 제국과 다투는데 힘을 뺄리가 없다. 

       

       고로 제국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하나다. 남부와 서부의 정세가 안정되기 전에, 동부 연합과 어떻게든 담판을 지어야 했다.

       

       원래는 전면전을 생각했지만, 멜리나가 없는 지금 전면전은 피해가 너무 크다.

       

       이카일의 파도잡이가 항구를 틀어막게 되면, 바다를 통한 물자 보급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협상을 해야 했다. 동부 무역의 주도권을 어느 정도 넘겨줘야 되겠지만, 아예 잃는 것보다야 낫다.

       

       ‘그나마 키엘 공작이 돌아와서 다행이군.’

       

       방랑을 마치고 돌아온 키엘은 폐관에 들어갔다. 힘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기사가 제 경지를 끌어올리겠다는데, 도대체 무슨 명분으로 막아세우겠는가?

       

       사실상 전력 이탈이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야 훨씬 나았다.

       

       병사 수천 명, 수만 명을 소모하여 아쉐 발타르를 막는 것과, 키엘 한 명으로 막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지금 협상이 가능한 것도, 키엘 공작이 있기 때문이다. 

       

       “적탑주. 짐은 이번 일을 평화적으로 끝내고 싶소.”

       “그 뜻은…….”

       “동부에 사절단의 대표로 다녀오시오. 유능한 대신들을 붙여줄테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거요.”

       “…….”

       

       갈두르가 입을 꾹 다물었다.

       

       통상의 수평적인 관계에서의 외교 사절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것은 엄연히 제국이 숙이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 사절단의 대표로 가라는 의미는 명백했다.

       

       ‘……망할 노인네 같으니라고.’

       

       금탑주만 있었더라도 이런 수치를 당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예, 폐하.”

       “그럼 이만들 퇴청하시오.”

       

       문이 닫히기 무섭게 갈두르가 입을 열었다.

       

       “……정말로 못 찾았는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군요.”

       

       그렇게 말하는 칼리오페의 얼굴은, 절대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참 이상도 하십니다. 제가 도움을 거절하기를 했습니까, 수색을 방해하기를 했습니까?”

       

       능력이 없어서 못 찾은 주제에, 남탓하지 말라는 소리였다.

       

       “……네놈!”

       

       분노한 갈두르의 손에 마력이 일렁거렸다. 하지만 칼리오페는 눈도 꿈쩍하지 않았다.

       

       “보는 눈이 많습니다. 화를 내실거면, 적어도 황궁 바깥에서 하십시오.”

       “……!”

       

       칼리오페는 분노에 몸서리치는 갈두르를 무시하고 걸어갔다.

       황궁 바깥으로 나와 한참을 걸어가던 칼리오페는 으슥한 골목길에 등을 기댔다.

       

       ‘이번 일로 마법사들의 입지는 크게 떨어지겠지. 멍청한 늙은이 같으니.’

       

       2황자파의 수장이라는 자가 그런 얕은 도발에 넘어가면 쓰겠는가?

       판단력이 흐려진게 이해는 간다. 지은 죄도 없는데, 괜한 덤터기를 쓰게 생겼으니.

       하지만 칼리오페가 알 바는 아니었다.

       

       ‘그나저나 요즘 북쪽도 조용하군.’

       

       4대 공작가 중 하나인 크라우치 공작가의 장녀가 마녀라는 사실을 전해들었을 땐 얼마나 놀랐는지. 비록 기사단이 파견되기 전에 국경 바깥으로 도주하기는 했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크라우치 공작가는 2황자파였으니 말이다.

       

       마녀를 키워냈다는 오명을 뒤집어쓴 순간, 크라우치 공작가는 망한거나 마찬가지였다.

       

       2황자파의 한 축을 작살낸 덕분인지, 밤까마귀의 입지는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갔다.

       

       그 때문인지 올리비아에 대한 칼리오페의 인식 또한 달라졌다.

       

       공존의 여지가 있는, 매우 쓸만한 마녀로.

       

       – 타악!

       

       지금까지 이뤄낸 것을 복기하던 찰나, 골목 끝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흑의를 입은 복면인이 무릎을 꿇고 말했다.

       

       “단장님, 신성왕국 정기 보고입니다.”

       

       기감으로 주변을 살핀 칼리오페가,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말했다.

       

       “보고해.”

       “최종 성녀 후보 2인이 결정되었습니다.”

       “……2인? 누가 떨어진거지?”

       “성녀 후보 리브가입니다.”

       

       칼리오페가 미간을 찌푸렸다. 리브가는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가진 신성력의 양도, 업적도 다른 후보들과 비교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떨어졌다고?

       

       “이유가 뭐지?”

       “그……자진 사퇴입니다. 자기는 성녀가 될 자격이 없다고…….”

       

       칼리오페의 미간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요즘 단체로 미치기라도 한건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늘, 중대 발표가 있습니다!■

    선작 1만 기념, 노벨피아 제공 표지 투표를 하려고 합니다!!

    캐릭터 1명 제한이라는 조건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맞춰주시면 좋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두명까지는 적어주셔도 좋습니다!

    아무튼 투표를 해보려고 합니다!

    1. 올리비아
    2. 껌성 키엘
    3. 멜리나 마망.
    4. 아리아
    5. 리브가
    6. 몰리비아(몰살비아)

    이 외에도 괜찮습니다!

    #포즈나 컨셉도 정해주시면 더더욱 좋습니다!#

    ▪︎투표는 내일 연재분 나올 때까지, 추천 수 가장 많은 댓글로 선택하겠습니다!@@@@@@@@

    ▪︎제나리스님 15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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