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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5

       “어…?”

       

        채수현이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유하나와 이수아가 덩달아 채수현 쪽을 바라보았다.

       

        “에? 채수현? 뭐에요? 채수현 헌터님? 여기 왜 왔어요?”

        “어? 뭐죠? 채수현 헌터님 왜 여기 오신거에요?”

       

        이수아와 유하나는 상당히 당황해하며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들은 방금 전까지 둘이 다투던 것을 완전히 잊어버린 것같은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채수현이 나타난 것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어??”

       

        당황한 것은 채수현 쪽도 마찬가지로 보였다.

        분명 나를 찾아왔을 텐데 내 옆에는 이수아가 있고, 맞은 편에는 유하나가 있으니 말이다.

       

        ‘아 시발.’

       

        당황한 것은 나도 마찬가지.

       

        ‘좆됐다.’

       

        전여친과 나에게 매달리는 2명의 여자.

        이게 무슨 상황이람.

       

        “뭐예요? 왜 다들 여기에 있는 거예요?”

       

        이 당황한 상황을 깬 건 채수현.

        그녀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화가난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이수아와 유하나를 노려보는 중이었다.

       

        ‘시발…’

       

        “아니 제가 묻고 싶은 건데요? 채수현 헌터님? 어째서 여기에 오신 거죠? 채수현 헌터님은 분명 백호길드 소속이잖아요?”

       

        이수아는 무척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아무래도 경쟁 길드 소속의 S급 헌터가 나타난 것에 대해 매우 불편하고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아니. 그것보다도… 방금 전에 채수현 헌터가 지훈 오빠라고 하지 않았어요?”

       

        유하나가 아주 날카롭게 캐치를 했다.

       

        ‘시발. 들켰다.’

       

        “아. 그… 그건…”

       

        채수현은 아주 아주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얘랑 만나면서 본 표정 중에 오늘이 가장 당황한 것으로 보였다.

       

        “그… 그냥 제가 모든 남자에게 오빠라고 붙이는 습관이 있어서요.”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는 듯 하더니 급하게 지어낸 것 같은 변명을 떠드는 것이었다.

       

        “아무한테나 오빠라고 부른다고요?”

        “네. 그리고 지금 그게 중요하진 않잖아요? 유하나 씨는 여기에 왜 있는 거예요? 헌터 안한다고 그러셨잖아요? 방송 일에만 매진하고 싶다고 분명 그러셨는데?”

       

        분명 채수현은 자기가 방송에서 순결한 척 했던 이미지를 지키고 싶었던 것으로 보였다.

        아주 다행이었다.

        괜히 여기에서 채수현에 대한 내용이 오픈되었다가는 어떤 난리가 벌어질 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아. 맞아요. 저 방송 일에만 매진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오늘 여기 왔죠.”

        “왜요?”

       

        채수현은 그럴 리가 없다는 표정으로 유하나를 노려보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유하나와 관련이 있을 리가 없다고 단정지은 느낌.

       

        “여기. 백지훈 씨. 제가 필요하거든요. 방송 일 하는데.”

        “뭐요?”

       

        채수현은 찡그렸다.

       

        ‘하…점점 심해진다.’

       

        S급 헌터들은 아주 자존심이 쎄다.

        그걸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하지만 서로 간에 경쟁은 그 누구라도 당연히 느낄 수 있다.

        그런데 하필 이 3명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나를 사이에 두고.

       

        “아니. 저기요. 다들 좀 착각하시는 거 있는 거 같은데. 지훈 씨는 제 꺼 거든요. 저희 블루길드의 A팀 소속입니다~ 저를 빼놓지 말고 말씀하셨으면 좋겠어요.”

       

        이수아가 틈을 타고 비집고 들어왔다.

        그녀는 내 쪽으로 더 가까이 달라 붙으며 팔짱을 끼려는 모습이었다.

       

        “아니. 저기요. 백.지.훈.씨가 왜 이수아 씨 꺼에요?”

       

        채수현이 잔뜩 화가 난 채로 이수아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본 모습 중에 가장 화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나를 완전히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수아가 찰싹 달라붙어있는 모습을 보고 적지않게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방금 말씀 드렸잖아요. 블루길드의 A팀 소속이라니까요? 우리 팀이니까 제 꺼죠. 그리고 제가 관리해야하고요.”

       

        아주 뻔뻔하게 대답했다.

       

        “아, 소속이야 이적하면 그만 아닌가요? 백지훈 씨. 저랑 같이 가요. 제가 아주 후하게 쳐드릴게요. 블루길드에서 연봉 얼마죠? 제가 그거 다 드립니다.”

        “저희 블루길드 초봉 8천인거 아시죠?”

        “그럼 전 1억 드릴게요.”

        “지훈 씨. 이번에 보너스 200% 어때요?”

        “저 계약금도 드릴게요.”

        “내년 연봉 50% 상승 약속드릴게요.”

        “1년에 연차 60개 어때요?”

       

        유하나와 이수아는 나를 두고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무슨 경매 물건도 아니고 점점 몸값이 올라가는 중이었다.

       

        “아니. 저… 저기!!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그런 쓸데없는 짓은 그만두시고요. 제가 백지훈 씨랑 긴히 할말이 있으니까 좀 놔주세요. 저랑 요 앞에 카페가면 되거든요.”

       

        보다못한 채수현이 말을 자르고는 끼어들었다.

       

        “싫은데… 요?”

       

        물론 반말로 하고 싶었지만 대충 유하나와 이수아의 눈치를 보았다.

        그리고 채수현도 나랑 몰랐던 척을 하고 있으니 거기에 장단을 대충 맞춰준다.

        왜냐? 나도 이 상황에서 살아야 하니까.

       

        여기에서 싸움이라도 벌어지면 신림역은 사라진다.

       

        “아니. 채수현 씨. 자꾸 착각하시는 것 같아요. 저희 둘이 일단 먼저 협상을 하고 채수현 씨는 3순위에요. 왜 자꾸 껴드시는 거에요?”

       

        이수아가 허리춤에 손을 얹고는 따졌다.

        채수현은 이수아의 말보다도 내가 방금 전에 싫다고 한 것에 꽤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아..니… 백지훈 씨… 저… 채수현이거든요? 아시죠…? S급 1위 채수현이요. TV에서 보셔서 알텐데…?”

       

        그녀는 이수아와 유하나를 완전히 무시하고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얼굴 표정과 눈빛으로 간절하게 신호를 보내는 것이었다.

        제발 자기 말대로 해달라는 듯이.

       

        “잘 모릅니다. TV를 안봐서요. 요새 바쁘거든요.”

       

        깔끔하게 잘라냈다.

       

        “아휴. 채수현 씨. 그러게 좀 진작에 방송에 나오지 그랬어요? 여기 3명 중에서 우리 지훈 씨에게 인지도가 가장 떨어지는 중이네요. 호호. 이제 본인의 위치 아시겠죠? 자. 가세요~”

       

        이수아는 먼저 채수현을 털어내려는 모습이었다.

       

        “아니. 지금 장난해요?”

       

        채수현은 바짝 약이 오른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이수아랑 유하나가 내 옆에 붙어있는 것도 열받는데, 내가 모른 척까지 해대니 참을 수가 없는 것 처럼 보였다.

       

        “저기요. 채수현 씨? 헌터로서도 이수아 헌터보다 밀리고, 방송으로서도 저한테 밀리잖아요? 그럼 당연히 3순위 아니에요? 백지훈 씨한테 뭐 잘난 거 있어요?”

       

        유하나도 참전했다.

        이수아가 채수현을 떨궈내려는 의도를 읽었는지 일단 합동 공격을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뭐긴… 전 여자친구지.’

       

        하지만 채수현의 표정은 당혹 그 자체였다.

        여기에서 사귀었던 것을 공개하자니 자신의 방송 컨셉이 깨질테고, 말을 하지 않자니 영락없는 3순위가 될 수 밖에 없으니까.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주 당황스러워하는 채수현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괜시리 통쾌해졌다.

       

        ‘역시 채수현, 별 것도 아니었구만.’

       

        이수아와 유하나 덕분에 아주 깔끔하게 처리가 되는 듯한 모습이었다.

       

        “자. 채수현 씨는 빼고 우리 둘이 좀 다시 얘기를 나누죠.”

        “네. 좋아요.”

       

        유하나와 이수아는 서로를 바라보며 몸을 틀었다.

        딱 단 둘이서만 대화를 나누겠다는 모습.

       

        “일단, 이수아 씨가 왜 여기에 오셨는지 말씀 좀 해보실까요? 어이가 없네요?”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A팀의 팀장으로서 관리를 하는 겁니다. 저는 오히려 유하나 씨께 여쭙고 싶네요. 파견 인원을 왜 쫓아오신 거죠? 이거 엄연히 스토킹 입니다. 본인 소속도 아니면서 이러시면 안돼요.”

       

        이수아는 바짝 내 쪽으로 달라붙으며 유하나를 완전히 견제하려는 모습이었다.

       

        “야!!! 이 미친년들아!!!”

       

        이수아와 유하나가 단 둘이 대화를 나누려는데 엄청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3명은 깜짝 놀라 채수현 쪽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미친년…?”

       

        유하나와 이수아는 상당히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여기서 한판 해보시겠다는 거예요?”

       

        채수현은 아주 씩씩대는 표정으로 주먹을 쥔 채로 정말 덤비려는 자세를 취했다.

       

        “아이. 뭐예요? 진짜. 시끄럽게?”

        “거 좀 조용히 합시다. 누구에요?”

        “하. 누가 이렇게 시끄럽게 떠들어!!!”

        “누굽니까? 얼굴 좀 봅시다!”

       

        채수현이 너무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서 그런지 동네주민들이 항의를 하며 나오기 시작했다.

       

        “앗.”

       

        3명의 S급들은 꽤 당황하는 표정을 하더니 재빠르게 도망가버렸다.

       

        “앗. 죄.. 죄송합니다.”

       

        혼자 남겨진 내가 열심히 사과를 하는 수 밖에 없었다.

       

        ‘헐… 오늘은 여기에서 끝인 건가…’

       

        동네 주민들에게 남자에게 달라붙은 모습을 보이고는 싶지 않았는지 S급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휴…’

       

        ***

       

        “아니. 시발. 도대체 이게 뭐냐.”

       

        집에 혼자 돌아온 나는 머리를 부여잡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오늘, 방금 전, 집 앞에서 벌어진 일은 거의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이수아, 유하나, 채수현이 한 자리에 모여 나를 두고 다퉜다.

        게다가 채수현은 컨셉질을 위해 나를 보고도 모르는 척.

       

        ‘아니 다들 어쩌려는 속셈이야.’

       

        이미 유하나와 이수아가 나를 두고 다투는 것 만으로도 골치가 아픈 상황이었는데 채수현까지 참전했다.

       

        ‘아, 사실은 여기 채수현 씨가 제 여자친구였습니다. 4년을 사귀었거든요.’

       

        이럴 순 없다.

        사실대로 말하자니 이수아와 유하나가 어떤 식으로 반응할 지 뻔히 보였으니까.

       

        ‘시발. 어쩌다가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거지.’

       

        분명 지난 주만 해도 채수현에게 차여서 끈 떨어진 연 같은 모양새였다.

        그런데 일주일만에 S급 헌터 3명이 달라붙어서 문제인 사람이 된 것이었다.

       

        ‘이럴 땐…’

       

        이 얘기를 해볼만한 사람은 몇 명 없었다.

        지금 당장 내 머리 속에 떠오르는 사람은?

       

        ‘형석이 지금 뭐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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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배신당했지만 괜찮습니다ㅎㅎ
Status: Ongoing Author:
"I was the one who boosted your rank. Yet you stabbed me in the back? Fine. Goodbye. I'm taking it back. You're finished now. Thanks to you, I now have an abundance of skill points for a prosperous hunter life. But... after spending some of those points, the S-Ranks are starting to get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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