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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5

       “고가두리수(苦假頭利獸). 뱀을 배신한 변절자의 이름이다.”

         

        그럴 줄 알았다.

         

        고가두리수는 코카트리스를 뜻하는 말일 거다.

         

        머리는 닭이고 꼬리는 뱀인 괴물.

         

        바실리스크와 동일시되기도 하는 석화의 힘을 다루는 파충류다.

         

        닭의 특징과 뱀의 특징을 둘 다 가지고 있으니, 뱀 여왕을 배신하고 새의 왕한테 붙은 걸까.

         

        “내가 자네에게 부탁할 건 고가두리수를 처단하는 것.”

         

        그래.

         

        이 균형을 깨버린 코카트리스.

         

        고모도 정도는 되어야지 그 괴물을 이길 수 있겠지.

         

        “…을 부탁하고 싶었지만, 한 번 쓰고 버릴 말도 아닌데 사위를 사지에 몰수야 없지.”

         

        배려에 감사드려요.

         

        …좋게 생각해야 하나?

         

        마치 저 말은, 내가 코카트리스를 이기지 못할 걸 상정한 거 같은데.

         

        “게게겍.”

         

        매우 흉포한 울음소리를 냈다.

         

        이 정도면 내 용맹함을 증명했겠지.

         

        “우후훗. 보면 볼수록 참 재밌구나. 딸아이만 아니었어도 그냥….”

         

        왜 은근슬쩍 또 내 몸을 휘감는 거야.

         

        쉭쉭아.

         

        일어나봐.

         

        너희 어머니 눈이 무서워졌다.

         

        “고가두리수는 매우 위험한 놈이지. 물론 나와 비교한다면 형편없겠지만, 놈의 석화 능력은 나와 대등할 정도다. 그것 때문에 고가두리수보다 강한 존재들도 놈과 싸우는 걸 꺼리지.”

         

        그러니까, 뱀 여왕의 말은 내가 코카트리스를 이길 수 있어도 석화에 당해버려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말이네.

         

        하지만 난 뱀 여왕의 석화도 막아낸 몸이라고.

         

        석화에 특화된 큰 뱀 정도야, 누워서 푸스 거미줄 뽑기지.

         

        “물론 자네가 석화에 대한 내성이 있는 건 아네. 아마도 몸을 두르고 있는 용린 덕분이겠지. 그게 아니라면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고.”

         

        잘 알고 있네.

         

        뱀 여왕의 석화도 막았는데, 그 하위 호환을 못 막겠어?

         

        “하지만 석화에 내성이 있는 거지. 나와 딸과 달리 면역이 있는 거 아니다. 그게 무슨 뜻이냐면, 방심하다간 놈의 석화에 당할 수도 있다는 거다.”

         

        스스슥.

         

        뱀의 꼬리가 내 어깨를 간지럽힌다.

         

        뱀 여왕의 눈이 내 어깨를 바라봤다.

         

        쩌저저적.

         

        천천히 돌로 변하는 어깨.

         

        바실리스크가 눈을 감자 석화가 풀렸지만, 방금의 것으로 알 수 있었다.

         

        내 석화 내성은 완벽하지 않다는 것.

         

        처음 만났을 때 쓴 능력은 출력을 조정하고 있었다는 것.

         

        “물론 놈도 너에게 통할 정도의 출력을 내는 걸 대단히 꺼릴 거다. 그 정도의 출력을 내버리면 당분간 석화를 사용하지 못할 거거든. 나와 달리 오로지 석화에만 의존하고 있으니 어떻게든 힘을 비축하려고 할 거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소리였다.

         

        야생의 짐승들은 상처를 입는 걸 극도로 두려워한다.

         

        힘이 약해지면, 곧바로 다른 경쟁자에게 밀리고 마니까.

         

        오로지 석화에만 의지하는 코카트리스에게 있어 밑천을 드러나게 하는 건 웬만한 부상보다 더 치명적일 거다.

         

        “하지만 목숨이 걸린 싸움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일단을 살기 위해, 모든 힘을 개방해서 침입자를 돌로 만들어버리겠지.”

         

        이제야 뱀 여왕의 생각이 이해가 갔다.

         

        석화에 대한 내성이 있는 나는 코카트리스의 능력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롭다.

         

        그러나 목숨을 건 생사결을 한다면, 뒤를 생각하지 않는 코카트리스의 능력에 당할 가능성이 매우 컸다.

         

        그렇기에 코카트리스를 쓰러트려달라고 부탁하지 않은 것이다.

         

        “놈의 단서를 가져와달라는 거다.”

         

        뱀 여왕이 원하는 건, 코카트리스의 단서였다.

         

        “내가 녀석을 찾느라 시간을 보낸다면, 새의 왕이 수작을 부리겠지. 제삼자인 다리 달린 뱀이 고가두리수의 위치를 알아낸다면, 추악한 새의 허를 찌르는 결과가 나오는 거고.”

         

        이 정도면 적당한 임무였다.

         

        이유도 납득이 가고, 난이도도 괜찮을 거다.

         

        하지만 중요한 게 하나 빠졌다.

         

        “허, 무어냐. 그 께름칙한 표정은?”

         

        아니, 나름 목숨이 달린 임무를 하는 건데.

         

        뭐 없나?

         

        “겍겍.”

         

        양심 있는 도마뱀의 표정을 했다.

         

        “…만년금령지과를 훔쳐 먹은 걸 용서해 주는 것만 해도 파격적인 조건 아니더냐.”

         

        물론 이 임무의 대가로 만년금령지과를 줬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했을 거다.

         

        하지만 이미 그건 먹어버렸는걸.

         

        더 줘.

         

        “게게겍.”

        “하아…. 참으로 욕심쟁이구나.”

         

        뱀 여왕은 눈을 가늘게 떴다.

         

        “하지만 야망이 있는 자를 싫어하진 않지.”

         

        기다란 혀로 입가를 핥는 뱀 여왕.

         

        …뱀이라서 저런 버릇이 있는 거겠지?

         

        다른 의미는 없는 거죠?

         

        “좋다. 내 부탁을 들어준다면, 이 사원 안에 있는 신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마.”

         

        신기?

         

        “이곳에는 영약뿐만 아니라 신기라고 부를 물건이 더러 있지. 대부분은 사용 방법을 모르거나, 고장 난 경우가 많지만 몇 개는 아직도 쓸만하도다.”

         

        군침이 도는 소리였다.

         

        “그래. 동기 부여도 해줄 겸, 공주도 돌아왔으니 하나 정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뱀 여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파이톤을 등에 태우고, 꼬리로는 내 몸을 휘감았다.

         

        스르르르륵.

         

        빠른 속도로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뱀 여왕.

       

        내 덩치가 그리 작은 편이 아니었는데 아무런 무리 없이 움직이는 걸 보면 신기하기만 하다.

         

        뱀 여왕이 데려간 곳에는 커다란 천에 덮인 물건이 하나 있었다.

         

        타원형으로 생긴 물건.

         

        천에 덮여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겉모습만 보면 거울 같았다.

         

        “이 신기의 이름은 가능성의 거울이니라.”

         

        거울 맞네.

         

        그런데, 가능성의 거울?

         

        “신앙이라는 걸 얻기 위해 몸을 몇 번이고 뜯어고쳤겠지. 환골탈태라고도 부르고 진화라고도 부르는, 육체를 변화시키는 행동. 가능성의 거울은 그것의 종착점을 볼 수 있는 거울이다.”

         

        뭐?

         

        그런 물건이 있다고?

         

        야생의 눈으로 노려봤지만 아무런 설명도 나오지 않았다.

         

        이 뱀이 내게 거짓말할 이유는 없으니 진실이긴 할 텐데… 그게 가능한 거야?

         

        뱀 여왕은 미소를 짓더니 거울에 덮인 천을 치웠다.

         

        거울에 비친 건 뱀 여왕.

         

        그러나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보다시피 내가 이 거울에 비쳐도 아무런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 이 모습이 나의 종착점이니까. 뱀의 몸보다 인간의 몸이 섞인 걸 더 상위 개체라고 취급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긴 하지만, 내가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다.”

         

        입맛을 다셨다.

         

        바실리스크쯤 되어야 겨우 인간으로 변할 수 있는 거구나.

         

        마음 어느 곳에 나도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직 한참 남은 거 같다.

         

        새삼 거미에서 바로 아라크네로 진화한 네필라 쥐라시카가 대단해 보이네.

         

        “내 딸을 거울에 비춰도 그저 큰 뱀밖에 보이지 않았지. 하지만 지금은 자네의 꼬리를 먹은 상태. 잠재력이 크게 늘어났으니,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을 터.”

         

        뱀 여왕은 졸고 있는 쉭쉭이를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

         

        그녀가 쉭쉭이를 거울에 가까이 댄 순간이었다.

         

        쩌엉!

         

        보랏빛이 출렁거리더니, 거울에 새로운 형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춤추듯 움직이는 통통한 뱀의 모습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바실리스크와 같이 큰 뱀으로 변하더니, 어느 순간 크기가 다시 줄어들었다

         

        촤아아악!

         

        마침내 거울에 하나의 인형이 떠올랐다.

       

         

        저게 쉭쉭이의 미래라고?

         

        …친딸 아니라면서요.

         

        쉭쉭이가 뱀치곤 예쁘장하게 생겼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앞으로 잘해줘야겠다.

         

        그동안 못 해준 건 아니지만.

         

        “물론 이 모습은 확정된 미래 같은 건 아니니라. 그저 이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걸 보여줄 뿐. 자, 구미가 당기지 않느냐? 자신의 종착점이 어디일지.”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거다.

         

        당장이라도 내 모습을 확인하고 싶었다.

         

        “내 부탁을 들어준다면, 선금으로 가능성의 거울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지.”

        “게게겍!”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뱀 여왕의 입술이 가벼운 호를 그렸다.

         

        “나도 궁금하긴 하구나. 사위의 종착점이 어디인지.”

       

       그런데 왜 아까부터 사위라고 하는 거예요.

         

        뱀 여왕이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망설임 없이 거울 앞에 섰다.

         

        만년금령지과를 먹어 잠재력을 극대화한 지금, 나의 종착점은 어디일까.

         

        미래의 모습을 본다고 해도 그게 이뤄지는 건 아닐 거다.

         

        뱀 여왕의 말대로 그저 가능성의 경우였으니까.

         

        다른 말로 하면 거울에 비친 것보다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갈 수도 있다는 거다.

         

        내 종착점을 확인한 후,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정할 수 있다.

         

        거울을 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내가 거울 앞에 서자, 아까보다 강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호오…. 빛의 세기가 심상치 않구나. 예전의 나를 보는 거 같구나.”

         

        거울에 어떠한 형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매우 거대한 무언가였다.

         

        빛이 너무 강해 그 형상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었다.

         

        이제 쉭쉭이처럼 빛이 줄어들며, 내 모습이 나타날 거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빛이 줄어들기를 기다렸다.

         

        쩌저저저저적.

         

        그러나 빛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게 무슨!”

         

        뱀 여왕이 경악하는 소리가 들렸다.

         

        짜저저저저저저저적!

         

        내가 바라보고 있는 거울에 큰 크기의 금이 생겼다.

         

        어.

         

        잠깐만.

         

        나 사고 친 거야?

         

        금이 왜 가?

         

        무언가 심상치 않았다.

         

        빛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확인조차 할 수 없었다.

         

        일이 이상하게 되고 있음을 직감하고 거울 앞에서 비키려는 순간이었다.

         

        쨍그랑!

         

        가능성의 거울이 반으로 갈라졌다.

         

        …큰일 났다.

         

        장모님이 아끼는 물건을 깨버리고 말았다.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려 뱀 여왕의 눈치를 살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응, 사고 친 거 맞네.

         

        그것도 대형 사고.

         

        고모도가 놀랄 업적이 나올 거 같다.

       

       1. 소중한 신도 개종시키기

       2. 귀한집 딸내미랑 동침하기

       3. 만년금령지과를 비롯한 영약 훔쳐 먹기

       4. 신기, 가능성의 거울 부수기(NEW!)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고 말았다.

         

        나쁘지 않은 인생이었다고 생각한다.

         

        난 이제 도마뱀 조각상이 되어 평생 이 사원을 지키겠지.

         

        “…신기조차 감히 담을 수 없는 존재라고?”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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