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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5

   낙천.

   떨어져 버린 하늘.

     

   한때는 마성궁의 8층까지 도달한 공략자들의 우상이었던 이.

   먼 과거, 마성궁의 최고 공략자 팀 흑사자를 이끈 장본인이었던 사람.

     

   그러나 지금은 마성궁에 잡아 먹혀 누구도 마성궁 9층을 넘어갈 수 없도록 8층의 끝자락을 지키고 있는 망령이었다.

   그것도 마성궁의 생명 부여 능력으로 노쇠한 육체를 간신히 붙들어 놓은 채 말이다.

     

   그리고 그런 낙천이 지닌 검이 바로 우뢰성이었다.

   마성궁의 망령과 우뢰성의 시너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렇기에 수많은 이들이 9층 너머로 가고자, 혹은 낙천의 우뢰성이 탐나 그에게 도전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현재까지 낙천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게 잘 알려주고 있었다.

     

   크라슈는 그런 낙천을 쓰러트려 우뢰성을 얻을 생각이었다.

     

   [ 여기도 오랜만이군. ]

     

   창문 밖에서 라발라를 바라보던 크림슨가든의 목소리가 크라슈에게 들려왔다.

   불사자답게 마궁성 도시, 라발라에도 온 적이 있는 모양이다.

     

   “크림, 라발라에 종이라도 있냐.”

   [ 없다. 이런 곳에 시간 투자하기에는 아까우니까. ]

     

   크라슈는 그걸 듣고는 눈을 게슴츠레 떴다.

     

   최초의 정령사 때도 그렇고.

   크림슨가든은 지금껏 있었던 역사적 사건에 꽤 많이 이바지한 거로 보인다.

     

   회귀 전에야 크림슨가든이랑 대화할 틈도 없었으니 딱히 궁금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꽤 궁금한 것들 투성이었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말이지. 마성궁도 네 종이 만들었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

     

   마성궁은 지금은 멸망해 버렸지만, 아주 오래전 제국이 있기도 전에 존재했던 바잔트리움 문명의 미치광이 무기 공학자가 도달한 궁극의 정수다.

   혹시나 거기에 크림슨가든도 관련 있을까 싶어 묻자 크림슨가든이 기막힌 웃음을 흘렸다.

     

   [ 내가 무슨 세상일에는 다 관여하는 줄 아느냐? 나도 그저 어쩌다 몇 가지 사건에 휘말린 것뿐이다. ]

     

   아무래도 이번 건은 아닌 모양이다.

     

   [ 단지, 어느 세계 침식자 녀석이 그 무기 공학자와 무척이나 친했다는 건 잘 알지. ]

   “드워프 말하는 거잖아.”

     

   크라슈가 대수롭지 않게 말한 순간 크림슨가든이 우뚝 굳었다.

     

   [ 이놈의 회귀자 같으니. ]

     

   크림슨가든은 일부러 의미심장하게 말하려다 말을 빼앗긴 게 못마땅함을 보였다.

   아는 척 좀 해보려고 했다가 된통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겠지.

     

   크라슈가 피식하니 웃음을 흘리고 있자 때마침 마차가 덜컹하고 멈췄다.

     

   “도착했습니다.”

     

   그러는 순간 마부의 목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곳에는 당연히 알리오드가 있었다.

     

   알리오드는 한 발짝 물러서서 크라슈가 편히 내리도록 해주었고, 크라슈는 마차에서 내렸다.

   최근 2차 성장기가 아니랄까 봐 키가 부쩍 커서 그런가.

     

   예전에는 높았던 마차도 이제는 아무렇지 않았다.

   저번에 거울을 확인해 보니 얼굴에서 젖살도 슬슬 본격적으로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원래도 성장기가 빨리 오던 크라슈였으니.

   이제는 애 티를 벗어나 소년에 가까워진 그였다.

     

   “비앙카.”

     

   먼저 내린 크라슈가 비앙카에게 손을 내밀자 그녀도 당연하게 크라슈의 손을 잡고 따라 내려왔다.

     

   “크네요.”

     

   그리고 비앙카는 건물을 올려다보며 짧게 평가했다.

   그녀의 말대로 눈앞의 건물은 상당히 큰 건물이었다.

     

   마성궁은 제국과 왕국들 둘 다 암묵적으로 비통치 지역으로 해두었다.

   마성궁에서 나오는 부산물들을 한쪽이 독점하기에는 제국도 왕국들의 거리가 너무 멀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산물의 공급을 동등하게 하기 위해 그들은 비통치 지역으로 해두었다.

     

   그런 마성궁에서 자체적으로 연합해 만들어낸 곳이 바로 이곳 공략자 조합소였다.

   크라슈는 곧장 조합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크라슈가 들어서자 몇몇 공략자들이 이쪽을 힐끗 보았다.

   옷차림만 봐도 귀족 자제 두 명에 대동한 집사까지.

   영락없이 도련님께서 마성궁에 놀러 오신 꼴이었기에 공략자들은 바로 눈을 돌렸다.

     

   비통치 지역이라 한들, 괜히 귀족이랑 시비 걸려서 좋을 필요가 없다는 건 모두가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크라슈는 그들에게 딱히 눈길 주지 않고, 안쪽에 있던 접수처로 걸어갔다.

   그러자 접수원은 크라슈가 귀족임을 바로 눈치채고, 무척이나 친절한 미소를 그렸다.

     

   “어서 오세요. 마성궁 공략자 조합의 안내원 첼로에 입니다. 어떤 볼일로 오셨나요?”

   “출입증을 발급하고 싶은데.”

   “예, 출입증 말이죠. 신분 확인하고자 하는데. 괜찮을까요?”

     

   크라슈는 아무렇지 않게 발하임의 문양을 내놓았다.

   그것을 본 그녀는 뒤늦게 몸을 움찔거렸다.

     

   “바, 발하임.”

     

   그 순간 주위 시선이 이쪽으로 확 몰려들었다.

     

   공략자들도 나름대로 날고 기는 족속들이다.

   그들이 발하임의 이름을 모를 리가 없었다.

     

   놀란 눈으로 그들이 이쪽을 보고 있자 알리오드가 그들에게 경고하듯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시선은 빠른 속도로 흩어졌다.

     

   “아, 확인되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출입증을 발급하면서 한 가지 좀 더 부탁 좀 하고 싶은데.”

   “예? 아, 예, 말씀하세요.”

     

   크라슈는 그 말을 듣고는 천천히 웃음을 지었다.

   곧 직원이 뒤집힐 만한 말도 덧붙여서 말이다.

     

   “8층 공략을 위한 팀 모집 공고를 부탁하지.”

     

   발하임의 이름을 써먹을 시간이었다.

     

     

   * * *

     

     

   8층 공략 모집 공고.

   본래라면 모두가 코웃음 칠 공고였으나 이번에는 달랐다.

     

   그도 그럴 게 그 공고 모집을 낸 이가 다름 아닌 발하임의 직계였기 때문이었다.

     

   “발하임의 직계가 8층을 공략한다고?”

   “미친, 발하임이 갑자기 왜?”

     

   낙천에게 막혀 번번이 실패했던 8층의 공략.

   당연히 이 소문은 라발라 전역에 삽시간에 퍼졌다.

     

   그들 중에는 의문을 보이던 이들이 대다수였다.

     

   마성궁은 세계 침식은 아니나 과거의 어떠한 잔재로 존재하는 곳 중 하나.

     

   일반 귀족들이라면야 마성궁에서 나오는 부산물에 한 번쯤 눈독 들여 볼 만하나.

   세계에서 그 이름을 알리고 있는 발하임이 구태여 그럴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그런 마성궁에 발하임이 8층 공략을 선언했다.

     

   “우뢰성을 노리는 건가?”

   “그렇지만 그 낙천이잖아. 가능해?”

     

   세계에서 네자릿수도 채 되지 않는 마스터 급의 망령, 낙천.

   창공의 세대에서야 흔하게 취급받는 마스터지, 마성궁에서 마스터 급에 도달한 이는 거의 없다.

     

   그리고 낙천의 옛 동료들마저 지금은 낙천을 제외하면 전부 세월의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죽은 마당.

     

   과거 마성궁의 8층에 도전한 이들이 있긴 했으나 그것도 옛말이지.

   마성궁은 현재 7층으로만 운영되고 있었다.

     

   물론 제국이나 왕국이 마음먹고 밀어붙인다면 낙천을 쓰러트리는 것도 가능하긴 할 것이다.

     

   그러나 마스터 급의 인재를 밖으로 배출하기에는 수지가 안 맞았다.

   낙천이라는 마스터 급의 망령을 상대하다가 혹여나 그 인원이 실패하고 죽는다면?

     

   크나큰 인적 자원 손해일 뿐만 아니라 나라의 위상도 같이 떨어진다.

   그러니 리스크를 지려는 이가 없었던 것이다.

     

   그 덕분에 우뢰성은 지금까지도 낙천의 손에 줄곧 쥐어져 있었다.

     

   “하지만 발하임이라고?”

     

   그렇게 낙천이 8층 끝을 점거한 지 한참의 시간이 흐른 지금.

   그 낙천을 무찌르러 가겠다는 발하임의 직계가 나타났다.

     

   “예전에 8층을 시도해봤던 공략자들이 다들 모이지 않을까.”

     

   모두의 기대가 한 몸에 모인 그때.

   크라슈는 조합에서 기다랗게 하품을 내뱉고 있었다.

     

   ‘생각보다 느리군.’

     

   간이라도 보고 있는 걸까.

   크라슈는 공고 모집했음에도 섣불리 모이지 않는 이들을 보며 책상을 검지로 가볍게 두드렸다.

     

   최대한 빨리 8층까지 내려갈 속셈으로 내건 공고였건만.

   설마하니 공략자들의 엉덩이가 그토록 무거워질 줄은 몰랐다.

     

   [ 마스터 문턱에 발을 걸치기 직전인 놈들의 특징이 뭔질 아느냐? ]

     

   그러는 순간 탁자 위에 있던 크림슨가든이 비웃음을 머금었다.

     

   [ 세상이 자기 발아래에 놓였다고 착각한다는 거다. ]

     

   크라슈는 그 말에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엑스퍼트와 마스터 사이에는 하나의 벽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벽은 평생의 노력으로도 뛰어넘지 못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그런 벽을 뛰어넘기 직전이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신은 이 세상에서 내로라하는 천재라고 알리는 것과 같았다.

     

   [ 거기에서 진짜 천재와 범재가 나누어진다는 사실도 모른 채 말이다. ]

     

   마스터는 엑스퍼트보다 그 단계가 훨씬 더 세밀하다.

   초입, 중급, 상급, 최상급, 완숙, 극의까지.

     

   그 하나의 벽은 마스터 초입을 뚫는 벽보다 훨씬 더 높았다.

     

   [ 예전에는 초입과 완숙, 극의라는 단어만 썼건만 나원, 요즘은 뭐 그리 수식을 붙이는 걸 좋아하는지. 너희 세대는 천하제일인이라는 로망도 모른다는 게 얼마나 우스운 줄 아느냐? ]

     

   크라슈는 언제적 이야기하냐며 크림슨가든을 어이없이 보았다.

     

   ‘꼭 그 영감 같네. 하긴, 같은 세대를 지나왔을 테니.’

     

   크림슨가든을 보고 있으면 크라슈는 종종 예전에 신세를 졌던 한 노인을 떠올렸다.

   자신이 결국에는 저주를 다뤄 제 한 몸은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이이자 오래전에 은거해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을 영감을 말이다.

     

   ‘지금은 어디쯤 있으려나.’

     

   그도 용봉지회라던가, 오러를 갑자 단위로 표현하며 옛날식으로 떠들던 것이 딱 크림슨가든스러웠다.

     

   지금이야 저주 쪽은 이제는 자신이 더 전문가이니 딱히 만날 이유도 없는 그지만 말이다.

     

   “그래서 하고픈 말은?”

   [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반대로 익지 않은 벼는 고개 숙일 줄을 모르지. ]

     

   크림슨가든은 아주 간단한 진리인 양 말했다.

     

   [ 그럼 강제로 숙이게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 ]

     

   강제로 숙인다라.

   크라슈는 어이없는 반응을 보였다.

     

   “따지고 보면 난 이제 엑스퍼트 최상급에 발을 들였는데?”

     

   마스터 초입에 들었던 샬롯한테 호되게 당한 게 얼마 전이다.

   크라슈의 약한 소리에 크림슨가든이 기막힌 반응을 보였다.

     

   [ 월음지체 덕에 멸화침식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느냐. 그 언저리에 머물면서 좋아하는 놈들 상대로 질 턱이 있나. 이제는 마스터 초입 놈들도 별문제는 없다는 건 다 안다. ]

     

   딱히 부정이야 하지 않겠다마는.

   그래도 순수한 경지만 따진다면 마스터도 아직 먼 게 현실이라 크라슈는 멋쩍은 반응을 보였다.

     

   “언제는 한참 멀었다더니.”

   [ 그거야 내 기준에 먼 거겠지. ]

     

   오만한 크림슨가든다웠다.

   그러는 사이 크라슈는 어느새 탁자에 머리를 박을 것처럼 꾸벅꾸벅 졸고 있는 비앙카가 보였다.

     

   자신이랑 함께 기다리겠다고 해서 옆에 줄곧 앉아 있었으니 졸린 모양이었다.

   크라슈는 그녀의 머리를 감싸 쇼파 쪽에 앉아 있던 자기 무릎에 눕게 해주었다.

     

   그러자 비앙카는 꼼지락거리며 크라슈의 품에 파고들었다.

     

   “그래, 뭐, 오지 않겠다면야.”

     

   크라슈는 창문을 타고 오는 햇빛을 비앙카에게 가려주며 말했다.

     

   “직접 찾아가는 것도 괜찮겠지.”

     

   고개 숙이게 하는 건 이쪽 특기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처음 노려야 할 이를 제대로 정해야 할 텐데.

     

   크라슈는 8층까지 도달한 인원 리스트를 대충 훑고는 결정했다.

   이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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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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