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65

       

       64. 

       

        “크아아아아아 – !!”

        

       키메라는 느껴지는 격통에 비명을 질렀다. 복부 쪽에 그의 창날이 파고들어와 있었다. 자신의 거체가 조각이 나는 건 일순이었다. 사방에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수십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키메라의 살점들이 끔찍한 소리를 내며 재생을 시도했다.

        

       하지만 곧바로 잘려 나갔다. 자신의 재생 속도보다 그가 공격하는 속도가 더 빨랐다. 키메라는 수십의 눈알을 마구 굴렸다. 괴수의 눈에 한 조그만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시간이 없다. 저거라도 먹어야 했다. 몸을 꿈틀거리며 그 쪽으로 기었다.

        

       -콰직!

        

       “크어어어어-!”

        

       꼬리 부근에 미칠 듯한 고통이 엄습했다. 뒤를 돌아보니 제르피에드가 파르티잔으로 자신의 꼬리를 찌르고 있었다. 살아있는 죽음이 자신을 내려다보며 차갑게 중얼거렸다.

        

       “에실리아에게는 가지 못한다.”

        

       소름이 끼쳤다.

        

       키메라는 알아들을 수 없는 괴성으로 울부짖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벗어나 있었다. 과거 그의 어머니와 형제 자매들이 중부 대륙을 제물로 바치기 직전까지 갔었던 것은 그저 어머니와 형제 자매들이 강하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살아있는 죽음, 제르피에드 림 세드바이갈이 있기 때문이었다. 말도 안되는 오판이었다. 그가 아군이라는 사실은 승리와 이제 곧 목표를 앞둔다는 기쁨에 취해 정확히 그에 대해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가 적이 된 지금, 키메라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다고.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

        

       마탑에서 계산을 할 수 없게 된 마법사가 그러했듯이, 키메라는 세상을 부정했다. 비이성적이고도 비이성적인 판단이었다. 그는 모든 재생 능력을 집중시켜 팔 하나를 생성시켰다. 거대한 팔의 손가락 끝에 마법이 일렁였다.

        

       광선이, 화염이, 번개가, 한기가 성녀를 향해 쏘아졌다. 발버둥이었다.

        

       -쿠우우우우……!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마법을 보면서 성녀는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손가락 하나도, 눈꺼풀을 깜빡이는 것도 할 수 없었다. 세상이 녹아가는 광경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때였다. 갑자기 세상이 녹지 않았다.

        

       “에실리아.”

        

       성녀는 눈을 깜빡일 수 있었다.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었다.

        

       “내가 말했지.”

        

       그는 방패를 들어올렸다. 자신의 레이디를 보호하기 위해서.

        

       “기둥 뒤에서 나오지 말라고.”

        

       그는 창을 겨눴다. 자신의 레이디를 위협하는 괴수를 섬멸하기 위해서.

       

       “내가, 너를 지킬 테니까.”

        

       목 없는 말의 기수가 질주를 시작했다. 방패로 세상을 녹일 듯한 마법들을 막고, 창으로는 세상을 녹일 듯한 마법들을 갈랐다. 그리고 그 창의 끝은, 레이디를 위협하는 괴수의 심장을 향해 있었다. 키메라는 비명을 지르며 마력을 끌어 모았다. 자신의 모든 마력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마법을 가르며 죽음의 청기사는 그를 향해 창을 겨눴다.

        

       죽음이 괴수를 찔렀다.

        

       제르피에드는 키메라의 심장부에 꽂힌 파르티잔을 뽑았다. 끔찍한 소리와 함께 남자아이의 형태를 한 호문쿨루스가 창 끝에 뽑혀 나왔다. 호문쿨루스가 벌벌 떠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잠깐, 잠깐! 기, 기다려…! 그 누구보다 초월의 시대의 재현을 바랐던 건 제르피에드 너였잖아! 나는 도와줄 수 있어! 너를 도와줄 수 있어! 제르피에드! 나와 함께 어머니의 유지를 이어가자! 그, 그래! 계약! 계약을 해줘! 나와 함께 초월의 시대를 다시 열자!”

        

       호문쿨루스의 말에 제르피에드는 창을 쥔 손을 멈칫했다. 그는 천천히 목 없는 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는 기억을 더듬어 호문쿨루스의 이름을 떠올렸다.

        

       “크세르크.”

        

       불린 자신의 이름에 크세르크는 표정을 알 수 없는 데스나이트의 투구를 가만히 보았다. 투구 틈에서 데스나이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한숨을 쉬는 것 같았다.

        

       “내가 리아네르와의 계약을 수락했던 것은, 물론 그녀의 목적을 지지하기 때문이었다.”

        

       크세르크의 입술 사이로 안도감 섞인 한숨이 비어져 나왔다.

        

       “하지만.”

        

       크세르크는 갑자기 몸이 경직된 것 같았다.

        

       “그녀가 그 목적을 이룰 만한 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 내가 보기에 너는 뛰어나지만 그녀의 실력에는 전혀 미치지 못하는 것 같군. 그리고 – ”

        

       창 끝이 궤적을 한번 그었다. 크세르크의 몸은 수십 조각으로 잘게 나뉘어 허공으로 흩뿌려졌다. 제르피에드는 그 충격으로 인해 허공으로 튕겨 오른 리아네르의 팔찌를 낚아채며, 말을 마무리했다.

        

       “너는 처음부터 나와 에실리아를 흡수하려고 했다. 리아네르는 그러지 않았어.”

        

       제르피에드는 곧바로 몸을 돌려 에실리아가 있는 방향을 보았다. 에실리아는 다리에 힘이 풀린 것인지 주저 앉아 있었다. 제르피에드는 그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쿠구구구궁…….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온 소리가 그를 잡아챘다. 핵을 잃어버린 키메라의 커다란 몸체가 쓰러지고 있었다. 상당한 크기였다. 핵이 빠져나오기 전까지 계속 재생을 시도하고 있었으니까. 그 커다란 몸이 재단 뒤쪽으로 쓰러져 넘어갔다. 넘어져 내리는 키메라의 몸뚱아리가 스테인드 글라스와 부딪혔다.

        

       -쩌적… 쩌저적….

        

       불길한 소리가 공간을 감돌았다. 그 불길한 소리는 점점 커져 나갔다. 벽 부분에 붙어 있던 금은 천장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천장을 뒤덮고 있던 스테인드 글라스는 끔찍한 균열로 뒤덮였다.

        

       -챙그랑 – !

        

       ‘……!’

        

       날카로운 유리 조각들이 에실리아를 향해 빗발처럼 비산했다. 제르피에드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데스나이트는 곧바로 성녀를 향해 몸을 날렸다.

        

       “아……!’

        

       에실리아는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멀쩡했다. 데스나이트가 몸을 던져 그녀를 보호했으니까. 신성력이 담긴 성유물로부터.

        

       “아아……! 아아아……!”

        

       그녀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누워 있는 탓에 너무나도 잘 보이는 제르피에드의 핏빛 안광이 흐릿했다. 그의 목소리가 투구 틈에서 띄엄띄엄 떨어져 내렸다.

        

       “에실… 리아… 괜찮……”

        

       데스나이트의 거체가 옆으로 쓰러졌다. 거체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나도 무기력했다. 거짓말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녀는 지금 일어난 일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누군가의 지독한 장난이다. 그래야만 한다. 이제야 다 끝났는데……!

        

       “안 돼…. 안 돼…! 기사님! 기사님-! 정신 차려요-!”

        

       서로 상반되는 것에 닿자, 데스나이트의 몸에 박힌 유리 조각들은 흩어져 버렸다. 그 자리에는 어두운 구멍들만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 구멍들에서 검붉은 액체들이 흘러나와 연기처럼 사라져 갔다. 성녀는 데스나이트의 몸을 흔들었다.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무력하게 흔들렸다.

        

       “아니야…! 아니야…! 제발…! 제발… 정신 차려요……!!”

       “에실… 리아….”

       “기사님?! 정신이 들어요?!”

       “도망… 빠져나가…….”

        

       데스나이트의 목소리가 점점 흐릿해져 갔다.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눈물이 데스나이트의 갑주를 적셨다. 그녀는 허공으로 흩어지는 검붉은 액체들을 잡으려고 했다. 소용없었다. 연기를 붙잡는 것과 같았다. 성녀는 주저 앉았다.

        

       “내가…! 내가 어떻게 해야……!!”

        

       그녀는 망연자실하게 데스나이트의 피가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왜 자신은 성녀라는 말인가? 왜 자신은 이 데스나이트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말인가? 그녀는 울음을 멈출 수 없었다. 너무 무력한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있었다.

        

       성녀인 자신이 데스나이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그녀는 흐릿한 눈앞을 닦았다. 그러고는 시선을 돌려 왼손을 보았다. 맹고슈가 들려 있었다.

        

       데스나이트는 점점 모호해지는 실존을 느끼며 그 장면을 보았다. 그가 간신히 입을 열어 말했다.

        

       “하지마… 도망….”

        

       

       성녀는 결의에 찬 눈으로 맹고슈를 높이 들어올렸다. 그녀는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에실리아는 처음으로 데스나이트의 말을 듣는 것을 거부했다. 성녀는 망설임 없이 맹고슈를 자신의 팔뚝에 찔러 넣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 님 봐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The Death Knight Became The Saint’s Bodyguard

The Death Knight Became The Saint’s Bodyguard

데스나이트는 성녀의 호위기사가 되었다
Score 3.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Betrayed by her own Order*, the Saint begged the death knight to become her guard—the death knight who could destroy the world. *tl note: she was betrayed by the church, not her own doing. Author Notes: Contains Authentic fantasy, and wholesome love. I hope this brings you the reader a little bit of joy.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