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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5

       개악.

       

       현실을 조작하는 <현상거절>의 능력을 증폭시키는 힘. 진언의 강제력을 극도로 향상시키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이루어주는 기적.

       

       “태초의 빛에 삼켜지시오!”

       

       우우웅-!

       

       동시에 <페이즈 체인저>의 등 뒤에 떠오른 빛이 기이한 울음을 토해냈다. 밝게 빛나는 구체는 하나의 작은 태양이었다. 구체가 흘리는 끔찍한 고열은 존재만으로 주변을 불바다로 만들기 시작했다.

       

       치이이익!

       

       피어나는 짙은 홍염은 일반적인 화재 따위와 궤를 달리했다. 깊은 화산에서 분출하는 용암마저 귀엽게 느껴질 정도의 열기를 품은 구체는 서서히 정면…… 그러니까 나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용맹한 자여! 사과하겠소. 그대의 등을 노린 단검 투척은 이 전투의 아름다움을 훼손했소!”

       

       ……이미 등 뒤가 출혈로 젖은 상황이다. 그런데 갑작스레 사과라니. 역시 이 녀석도 제정신은 아니었다.

       

       [ 개악 ]

       

       [ <페이즈 체인저> 루터스 블라드가 소환한 태양. 그 구체의 움직임을 거절한다. ]

       

       고통과 열기 속에서 정신을 다잡은 나는 진언을 외웠다.

       

       그나저나 능력을 활용해 열기의 침입을 거절한 지금이다. 헌데도 뜨거운 화염과 구체의 빛은 피부를 따끔거리게 만들고 있었다.

       

       ‘역시, 보통내기는 아니군.’

       

       <페이즈 체인저>는 강력하다. 세간의 평가로는 <원소술사>에 비하면 부족하다는 것이 정설이었지만, 그와 직접 대면하니 한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원소술사에 비해 약하다는 거지, 루터스 블라드의 힘이 약한 게 아니야.’

       

       그것이 순수한 내 평가였다. 지금 녀석이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그다지 간단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지이잉-!

       

       “……미친. 저항하는 건가?”

       

       헌데 놀라운 현상이 곧장 일어났다.

       

       <개악>이라는 힘을 이용해 구체의 전진을 막아선 것이 방금 일이었다. 헌데 이동을 멈춘 작은 태양은 보이지 않는 ‘벽’을 부수려고 하는 것처럼, 크게 진동한 것이다.

       

       “후, 후후! 역시. 그대는 대단한 사람이오. 내 <극열지옥>을 제어하는 괴물은 일평생 처음이오!”

       “……이게 그 <극열지옥>이었나?”

       

       젠장.

       

       놈 역시 나와 같은 마음이었다. 한발자국도 물러설 수 없다는 필살의 마음으로 전투에 임하는 거다. 그렇지 않았다면 초장부터 자신의 주력기를 쓸 리가!

       

       “그렇소. <극열지옥>은 내 위명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았소. 왜 그런 줄 아시오? 이미 이 능력을 근처에서 본 자는, 살아남지 못했기 때문이오.”

       

       몸을 크게 흔들던 <페이즈 체인저>는 이내 자신의 두 손바닥을 옆구리로 옮겼다.

       

       ‘……저건?’

       

       저런 자세의 묘사가 내 기억에 남아있었다. 모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캐릭터가, 강력한 에너지 포를 발사할 때 저런 자세를 취한다.

       

       “그런 내가 진정한 힘을 보이겠소. 그대라면 응당 그리하는 것이 이치에 옳기 때문이오.”

       

       그말인즉슨 놈은 지금 내게 자신이 가진 전력을 투사하는 것이다. <극열지옥>이 주변을 수천 도의 열기로 감싸는 능력이라면, 이어서 녀석이 사용하려는 기술은…….

       

       ‘<흑점폭발>.’

       

       땀조차 일순간 기화할 정도로 열기가 가득했지만, 왜인지 손이 축축히 젖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받아보시오.”

       

       말 그대로 괴인 같은 성격의 <페이즈 체인저>가 처음으로 서늘히 읊조렸다.

       

       그리고.

       

       스으으!

       

       그의 앞에 둥둥 떠있는 구체가 어둠에 잠긴다.

       

       녀석이 다루는 태양, 그 태양이 일식이 일어난 것처럼 일순간 흑색으로 물든 것이다.

       

       “<흑점폭발>.”

       

       이어서 나지막한 <페이즈 체인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 *

       

       쿠구구구궁-!

       

       “바, 방금 뭐야?!”

       

       어마어마한 소음이 지상을 뒤흔들었다.

       

       지진일까? 커다란 진동과 함께 들이친 소음 덕분에 송수아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 지진 같습니다.”

       “다행히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소리만 커서 다행입니다.”

       

       두 학생회 소속 학생의 목소리에 송수아는 얼굴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지진? 속이 편한 것도 유분수지, 지금 상황에 땅이 흔들리는 게 단순히 지진일 리가 없지 않나!

       

       “혜성…….”

       

       울상이 된 얼굴의 송수아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래, 차라리 이게 나았다. 지금 지상의 상황은 지극히 안정적이다. 불시에 발생한 게이트의 대부분이 소멸된데다 몬스터의 토벌 역시 9할 이상 진행 됐으니까.

       

       하지만.

       

       ‘분명히 문제가 발생한 거야. 그렇지 않으면 이런 소음이 일어날…….’

       

       쿠구구구구…….

       

       “여, 여진 소리 한번 무섭네.”

       “허! 지진파는 약한데 소리만 거창하다고?”

       “…….”

       

       그런 와중, 다시 한번 큰 소음과 미미한 진동이 대지를 흔들었다. 분명, 무언가 일이 발생한 거다. 송수아는 그리 생각했다.

       

       ‘나도 도와야해!’

       

       눈앞이 캄캄한 기분이지만, 그 사실 하나는 확실했다. 단독으로 ‘일성’의 비밀 연구소에 침입하는 건 그만큼 위험한 일이다. 당장 랭커와 비슷한 수준의 괴수가 존재할 수도 있는 노릇 아닌가!

       

       두두두!

       

       “안젤리카!”

       

       힘차게 거리를 내달린 송수아는 <성녀> 안젤리카를 찾았다. 그녀는 현재 작전 중인 임혜성을 인근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거기다 그의 육체에 흘려보낸 ‘신성력’ 덕분에 대강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었고.

       

       “……무슨 일입니까?”

       “……?”

       

       안젤리카의 평소와 같은, 음의 높낮이가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 물음에 송수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다.

       

       <성녀>와의 친분이 깊은 것도 아니고, 그녀가 자신의 죽음을 예견했다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인연도 없었던 송수아다.

       

       헌데 왜.

       

       ‘달라.’

       

       자신은 어째서, 안젤리카가 평소와 다른 반응을 내보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걸까.

       

       “말해줘! 무슨 일이야? 혜성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야?!”

       “……당신. 생각보다 눈치가 좋은 것입니다.”

       

       역시!

       

       안젤리카는 지하 수백미터 아래에서 무언가 일이 터졌다는 걸 알고 있었다.

       

       “교전이 발발했습니다. 헌데 문제는 상대가 예상외의 강적인 것입니다.”

       “강적? 도대체 어느 정도길래?!”

       

       아카데미 대부분의 ‘랭커’들은 <현상거절>이 가진 힘이 랭커와 대등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존재가 임혜성의 앞을 막았다는 말인가!

       

       “신성력의 파동을 미루어 보면, 아마 적은 최소 둘 이상의 A급, 혹은 둘 이상의 Z급인 것입니다.”

       “……잠깐, 뭐라고?”

       

       쿠구구궁-!

       

       송수아가 멍한 음성을 흘리는 순간.

       

       다시 한번 땅이 울렸다. 헌데 이번엔 그 정도가 제법 심각했다.

       

       쿵! 쨍그랑!

       

       “우, 우와악! 피해!”

       “빌어먹을! 이것도 게이트와 관련이 있는 건가!”

       

       상가 간판이 떨어지고, 유리창이 깨져나간다. 자연스레 주변 학생들이 비명을 내지른다.

       

       하지만.

       

       “말해줘. 위험해? 혜성이는 위험한 거야?!”

       “……예.”

       

       고귀한 <성녀>는 거짓을 고하지 않는다.

       

       그 사실이 송수아의 가슴에 비수가 되어 날아들었다.

       

       “얼마나? 응? 말해줘. 말해줘! 말해줘 안젤리카!”

       

       삽시간에 흥분한 듯, 얼굴을 붉힌 송수아가 거칠게 소리쳤다.

       

       “서, 서기님이 왜 저러시지?”

       

       자연히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집중됐다. 평소 생글생글한 미소로 웃어주는 송수아가 흥분한 것이 충격인 모양인지, 다들 꽤나 놀란 눈을 하고 있었다.

       

       “성법술에는 ‘천리안’이라는 기술이 있습니다.”

       “천, 리안…….”

       “천리안은 편리한 능력인 것입니다. 제가 흘려낸 신성력을 이용해 먼 곳도 훤히 볼 수있습니다.”

       “그, 그래서? 응? 그래서?!”

       “<현상거절>은 적 둘과 교전 중입니다. 하나는 <공간왜곡>. 그리고 또 하나는 <페이즈 체인저>입니다.”

       “……뭐?”

       

       송수아는 일순간 정신이 아찔해지는 감각을 체험했다.

       

       공간왜곡? 페이즈 체인저? 귀가 의심스러웠다. 그 둘이 왜? 어째서? 혜성이와 싸우고 있다고?

       

       ‘왜?’

       

       정말 왜인지 모르겠다. 헛구역질이 올라온다. 머리가 어지럽다. 마치 가슴 한켠에 커다란 응어리가 진 것처럼, 끓어오르는 모종의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안돼.”

       “……서기?”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창백한 안색의 송수아가 초점이 사라진 눈으로 중얼거렸다. 절로 오한이 일게 만드는 표정이다. 

       

       고개를 숙인 탓에 그 무언가가 부서진 송수아의 얼굴을 만인이 볼 일은 없었지만, 곁에 있던 안젤리카는 똑똑히 그 장면을 볼 수 있었다.

       

       휘이이이잉!

       

       바람이 분다. 누군가의 강렬한 한이 서린 그 바람은, 시리도록 뜨거운 광풍이었다.

       

       그리고.

       

       “어, 어어?!”

       “뭐야! 해, 해가 가려진다!”

       “일식? 아니 정말로? 장난해?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주변의 사람들이 경악에 찬 비명을 다시 한번 쏟아냈다.

       

       원인은 간단하다. 갑작스러운 광풍과 일식.

       

       쏴아아아아-!

       

       해당 현상은 학생회 건물 앞에서만 관측되는 일이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현재 제주도 섬 전체에 이상현상이 관측되고 있었다.

       

       아카데미 서부는 폭우가, 동부는 폭설이, 남부엔 우박이, 북부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짙은 해무가.

       

       ‘……벽을?’

       

       <성녀>의 눈이 더 없이 커졌다.

       

       누군가를 지키려는 마음. 그 애틋한 마음이 불길이 되어 번져 나간다. 그리고 그 불길은, 모든 히어로가 언제고 봉착하는 ‘벽’을 산산히 부수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방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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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Hiding My Power at Hero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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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Author:
Hero. Everyone admires them as they wield supernatural powers that defy the laws of physics. The ability I possess is to 'reject' those pow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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