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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5

       시간은 흐르고 흘러.

         

       1주 차 훈련의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이날은 개처럼 죽어라 뛰기만 했던 훈련의 종지부를 찍는 날이기도 하였다.

         

       “음, 다들 모였군.”

         

       단상에 선체 생도들을 둘러보는 팽진아.

       그녀는 전원 한 명도 빠짐없이 참석한 것에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이번 연도 생도들의 질은 상당히 좋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더는 못해!’  외치면서 탈주하는 생도들이 다수 발생해, 교수들이 직접 잡으러 가고 그랬는데.

         

       ‘…아마 자극이 돼서 그런 거겠지.’

         

       팽진아가 바라보는 것은 선두의 두 사람.

         

       적발과 함께 에메랄드 같은 녹색의 눈동자를 빛내는 주나용.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입학시험에서 혜성처럼 나타난 유세하이다.

         

       이 둘이 알게 모르게 훈련생들 사이에서 화젯거리가 되며 여러모로 자극을 주고 있었다.

         

       특히나 가장 놀라운 반응을 끌어내는 것은 당연히 유세하이다.

         

       <염룡> 주나용은 원래부터 유명했던 인물이라 다들 ‘선망’의 눈길만 보내지만.

         

       유세하는 그저 소문만 무성한 인물이었으니까.

         

       처음에는 다들 의심스럽게 그를 바라보던 자들도, 어느 순간부터 존경의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음, 뭐…

       여자 훈련생들한테는 조금 다른 의미도 있었던 것 같지만.

         

       ―…오늘도 잘생겼네.

       ―진짜, 유세하 얼굴 보는 맛으로 훈련 버틴다.

       ―내 말이, 아니었으면 진작에 탈주했을걸, 나머지 남자애들은 다 별로인데…

         

       이곳저곳 아닌 척, 그를 힐끗 바라보는 여성들이 즐비하였다.

         

       물론 뭐, 당사자인 유세하는 그러거나 말거나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그는 이러한 자각도 없었다.

       알려고 하지도 않으니 당연한 거지만 말이다.

         

       그가 신경 쓰는 건 오로지 옆에 있는 ‘므아아~’한 귀여운 마하나와 요 며칠 강행군으로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문보라 뿐이었다.

         

       “므냥아. 오늘 컨디션 괜찮아?”

       “므아아! 최고야! 므아므아앗!”

       “…으꾸에엑.”

       “…야, 보라보라 괜찮냐?”

       “…그, 그런…이상한 별명으로 부르지 마요…”

         

       팽진아는 큼큼거리며 목을 풀었다.

       손에 들린 마이크에 손을 가져가 일부러 삐익하는 소리를 내, 주변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주목! 다들 6일 동안 거친 훈련을 버터 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그리고 다들 알 거로 생각한다. 오늘 1주 차 훈련의 마지막 하이라이트가 있다는 것을.”

         

       그녀의 말에 생도들 전원 고개를 끄덕였다.

         

       하이라이트의 정체는 바로 ‘평가 시험’.

         

       생도들 개인 평가에 들어가며, 이는 정식 입학 이후 교수들에게도 정보가 가는 중요한 평가였다.

         

       즉, 지금까지의 훈련보다는 오늘 이 시험에서 점수를 잘 받는 게 훨씬 더 중요했다.

         

       전원 잘 아는 만큼, 각오가 눈에 감돈다.

         

       “시작하기 전에 주의사항을 알려주마.”

         

       팽진아는 운동장을 가리키며, 품에 있던 리모컨의 버튼을 눌렀다.

         

       지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트랙이 요리조리 뒤흔들리며 무엇인가 설치되기 시작한다.

         

       정체는 바로 일부 함정과 장애물.

       이것을 간파하고 피해, 최종적으로 40바퀴를 달성해야 하는 아찔한 시험이었다.

         

       “조교들은 모두에게 중력 기구를 장착해라.”

         

       여기에 무게증가는 여전히 지속한다.

         

       살벌하기 짝이 없는 내용에 문보라를 포함한 대다수의 마법사 직군들의 안색이 창백해진다.

         

       “…세하씨, 하나씨.”

       “응?”

       “므아?”

         

       아련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는 문보라.

       눈에 감도는 눈물 한방울이 또르륵 볼을 타고 흐른다.

         

       “…부디 제 묫자리는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세요…”

       “므, 므아아아!? 야, 약한 소리 하면 안 돼. 보라!”

       “맞아! 여기까지 왔는데!”

         

       세 사람의 만담과는 무색하게 팽진아는 망설임 없이 품을 뒤져 신호탄을 위로 올렸다.

         

       “그럼 모두 무운을 빈다.”

         

       *

         

       탕-!

         

       정적을 깨부수는 신호탄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에 맞추어 생도들이 앞다투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들 사이로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단숨에 속도를 올리는 인물이 있었다.

         

       정체는 바로 주나용.

         

       당연하다는 듯이 선두에 선 그녀는, 붉은 유성처럼 질주하며 거칠 거 없다는 듯 달려나갔다.

         

       양다리에 감도는 붉은빛 마력이, 심상치 않은 기세를 드러낸다.

         

       소유자의 이동속도를 올려주는 [질주]의 힘.

       그것도 꽤 레벨이 높은지, 마치 폭발하듯 달려나가고 있었다.

         

       섬광같은 그녀의 움직임에 생도들조차 감탄하였다.

         

       그리고 그때.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한 명이 선두에 추가되었다.

         

       “……?!”

         

       주나용은 흠칫하였다.

         

       바로 옆, 다름 아닌 유세하가 엇비슷한 속도로 추적하고 있었다.

         

       동시에 그의 다리에 감도는 붉은빛의 기운.

         

       틀림없이 자신과 마찬가지로 [질주] 특성이었다.

         

       이어 바로 뒤에는 마하나 또한 ‘므아아!’ 하고 외치며 재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묘인족 특유의 민첩하고 탄력있는 종아리가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것처럼 달려나가게 해준다.

         

       그리고 심지어 문보라 조차 ‘으꾸에엑…’ 거리며 상당히 빠른 속도로 따라온다.

         

       ‘…마, 말도 안 돼.’

         

       주나용은 이마를 타고 식은땀을 흘렸다.

         

       고작, 고작 며칠 만에…

       자신이 이리 긴장할 정도로 따라잡힌다고…?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

         

       ‘웃기지 마!’

         

       나는 절대 지지 않아!

         

         

       *

         

         

       5분, 10분, 15분, 20분, 25분.

         

       그리고 대망의 30분.

         

       “허억, 허억…”

         

       주나용은 눈앞의 시야를 방해하는 앞머리를 위로 들췄다.

         

       흘러내리는 땀을 털어낸다.

         

       달리는 데 너무 많은 힘을 썼지만, 덕분에 30분 만에 목표지점까지 머지않을 만큼 달릴 수 있었다.

         

       주나용은 가슴팍까지 차오른 숨을 내뱉으며 뒤를 힐끗 바라보았다.

         

       유세하.

       그가 열심히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머리 위 숫자는 28.

         

       자신과는 2바퀴 차이.

       고작 2바퀴인 거다,

       이는 사실상 언제든지 역전이 가능할 정도로 적은 차이라는 소리였다.

         

       ‘말도 안 돼.’

         

       주나용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혹시 요근래 일부러 자신을 속이며, 기만한 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아니야.’

         

       아니다. 냉정해져라. 주나용.

         

       이건 그냥 유세하가 대단한 거다.

         

       터무니없는 성장으로 자신을 위협할 정도로 올라온 거다.

         

       아무리 분해도, 타인이 행한 업적까지 모욕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괜찮아.’

         

       괜찮다.

       그도 절대로 정상은 아니다.

       눈에 감도는 빛이 흐릿해지고, 양다리가 후들거린다.

         

       필시 한계에 직면했다는 증거.

       반면 자신은 아직 여유가 있었다.

         

       ‘이대로 달려 나가면 돼.’

         

       자신이 따라잡힐 일은 없다.

       암, 그렇고말고!

         

       *

       

       하지만 몇 분 뒤.

         

       주나용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옆을 바라보았다.

         

       머리 위에 39라는 숫자를 세긴 유세하가 보인다.

         

       자신 또한 39.

         

       그 짧은 사이에 그는 여기까지 치고 올라와, 자신과 대등하게 달려나가고 있었던 거다.

         

       정말로…말도 안 되는 성장이었다.

         

       “대, 대체…”

       “아이고 죽겠네…응? 뭐라고?”

       “……”

         

       주나용은 이를 악다물었다.

       경악하고, 물어볼 시간에 더 달려라.

         

       이겨야 한다.

       이겨야 해!

         

       ‘저 멀리 팽진아 교수님이 지켜보고 있어!’

         

       그녀의 시선이 자신과 유세하를 향한다.

       그녀에게 인정받아 전속 제자로 들어가는 건 이 남자가 아닌 바로 자신이다.

         

       주나용은 숨을 몰아쉬며, 억지로 다리에 힘을 주었다.

         

       팡-! 하고 공기를 밀어내는 육신이 앞으로 질주한다.

         

       덕분에 조금씩, 조금씩 유세하를 따돌리기 시작했다.

         

       ‘머지않았어!’

         

       골이 바로 코앞이다.

       이제 도달하기만 하면 된다!

         

       미친 듯이 달려나가는 주나용.

       오로지 속도에만 집중하였기에, 무엇보다 빨랐지만.

       이는 결국, 가장 명심하고 조심해야 할 한 가지 사실을 망각시키게 하였다.

         

       지금 달리는 이 운동장은 그저 40바퀴만 완주하면 되는 게 아닌.

         

       곳곳에 장애물과 ‘함정’이 설치된 기믹형 운동장이라는 사실을.

         

       덜컹-!

         

       딱 봐도 수상해 보이는 발판을 밟는 주나용.

         

       평소의 그녀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실수였다.

         

       하지만 너무 지친 그녀는 자신이 이걸 눌렀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것은 주나용의 패착으로 이어졌다.

         

       “…! 야, 야 위험해!”

         

       놀란 표정으로 유세하가 소리친다.

         

       의아하게 여기던 주나용은 그제야 자신이 뭔가를 눌렀다는 걸 자각한다.

         

       번개처럼 작동된 함정은 작은 빛을 내었고, 주나용의 다리를 삽시간에 마비시켰다.

         

       [마비] 효과가 담긴 즉발 상태 이상기.

       모든 함정은 생도들에게 직접적인 상해를 입히지는 않았다.

         

       그 대신 웬만해서는 그 자리에서 풀 수 없을 만큼 강력한 강도와 지속시간을 자랑하였다.

         

       당황하는 주나용.

       절로 아차 싶었지만, 고개를 털었다.

         

       “…요, 용아앗! 이, 이까짓 것.”

         

       근성으로 극복하면 그만이다.

         

       주나용은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한발, 한발 앞으로 내디딘다.

         

       그럴 때마다 심하게 쥐가 난 것처럼, 발에 저릿저릿한 감각이 느껴졌다.

         

       ‘…안돼.’

         

       고비가 머지않았다.

       반 바퀴.

       반 바퀴만 더 가면 40바퀴 완주이다.

         

       지금 압도적인 선두를 유지하는 건 자신과 유세하 뿐.

         

       팽진아 교수에게 인정받아야 한다.

         

       검은색 안대와 망토를 휘날리며 자신을 구해주었던 모습은 오래전 꿈이자 우상이었다.

         

       팽진아의 뒤를 쫓는 것을 넘어 옆에 나란히 선다.

         

       그걸 위해서 이곳에 온 거란 말이다!

         

       하지만, 주나용의 의지는 곧 무너지고 말았다.

       이미 진작에 무리한 상태였다.

       더는 버틸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마비]까지 걸리니, 제아무리 주나용이라도 버틸 재간이 없었다.

         

       콰당-! 하고 넘어지는 주나용.

       얼굴에 절망이 퍼진다.

       이대로, 이대로 낙오라고?

         

       훈련 기간 내내 1등을 유지했던 내가…

       꼴등보다 못한 점수라고?

         

       억울함에 눈물이 살짝 맺히는 찰나.

       거리를 다 좁힌 유세하가 자신을 내려다본다.

       그의 눈동자가 어찌할 줄 몰라 하였다.

         

       “야, 야. 괜찮아?”

       “……”

         

       ‘…용이잇, 분해.’

         

       분하다. 분해!

       이렇게 지고 말다니…

         

       ‘젠장!’

         

       주나용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어서 그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싶었다.

       저 멀리 들리지 않을 정도로 뜀박질해서 가버렸으면 좋겠다.

         

       하지만 곧 들려오는 말과 행동에 주나용의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주나용! 정신 차리고 눈떠! 아직 안 끝났어!”

       “어, 에?”

         

       등을 보인 그가 다리를 숙인 채, 양팔을 뒤로 젖힌다.

         

       저, 자세는…

         

       “너, 너, 설마…?”

       “뭐해! 이러다 다른 애들에게 잡히겠다!”

         

       어서 업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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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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