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65

    창밖을 보니 날씨가 참 좋았다.

    세계수의 가지에 올라앉은 귀여운 새들이 제각기 자신들만의 울음소리로 울면서 자신을 조롱하는것만같다.

    “하아.”

    이런날에는 놀러가고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쩔 수 없지.

    휴일에도 발전소는 쉬는날이 없다.

    게다가, 일전의 그 누수사태가 겨우 정리된 참이다.

    이제야 겨우 숨을 돌리는 중인것이다.

    제라드는 담배연기를 깊숙히 빨아들이며 생각했다.

    ‘하필이면 애가 있을때 일어난 일이니…….’

    “푸우…….”

    그는 담배연기를 내뱉으며 그 연기가 흩어지는것을 멍하니 바라본다.

    피곤했다.

    거울을 바라보니, 다크서클이 쭈욱 늘어져서 아무리봐도 좋게는 봐줄 수 없는 아저씨가 서있다.

    “그러고보니, 그 꼬마는 지금쯤 잘 지내려나.”

    날씨도 좋으니까, 어디 놀이터같은데서 놀던가하지 않을까.

    그걸 생각하니 나름 힘이 나긴 한다.

    “이름이 뭐랬더라.”

    루크 이루시랬던가.

    동화에 나오는 마법사의 이름이랑 같아서 기억이 난다.

    ‘근데 보통 여자애한테 남자영웅의 이름을 붙이나.’

    이왕 영웅의 이름을 쓸거면 레니에라고 해도 되지않나.

    시덥잖은 생각을 하던 제라드가 재떨이에 다 핀 담배를 비벼끄고 흡연실에서 나오자, 책상 위에 놓여진 전화기에서 신호음이 울리고 있었다.

    그는 별 생각 없이 수화기를 들어올린다.

    -달칵.

    “네, 세피로02 담당마법사 제라드 콜슨입니다.”

    들려오는 목소리는 익숙한 것이었다.

    -아, 콜슨씨. 여기 경비실인데요.

    “네, 말씀하세요.”

    -왠 꼬마가 담당마법사님을 찾네요. 루크 이루시라고하면 알거라고.

    루크 이루시…….

    드래곤도 제말하면 온다던데, 자기가 드래곤이라도 되는 모양이다.

    ———

    잠시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니, 제라드가 피곤한 행색으로 저 안쪽에서 걸어나온다.

    루크는 의자에서 벌떡일어나 그쪽으로 다가갔다.

    “제라드, 오랜만이로구나.”

    “하하. 루크, 오랜만이네. 몸은 괜찮아?”

    “뭐, 아팠던적도 없으니 내 걱정은 말거라.”

    “그건 다행이네.”

    루크는 제라드의 행색을 바라본다.

    무언가 퀘퀘한 냄새도 나고, 굉장히 피곤해보이는게 마치 아침의 예르나를 보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내 몸상태보다는 그대가 더 걱정이로구나. 잠은 제대로 자는겐가?”

    “아, 하암……. 뭐, 괜찮아. 이정도는. 그런데 휴일에 웬일이야? 날씨도 좋은데, 어디로 놀러가지않고.”

    “내 약소하나마 저번일의 보답을 하러 왔다네.”

    “뭘 보답까지……. 이 앞에서 이러지 말고, 들어갈까?”

    “그러면 고맙겠구나.”

    안경 밑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눈꺼풀을 꾸욱 꾸욱 누르는 제라드를 보며, 루크는 얼른 가방을 열어 보온병을 꺼냈다.

    아침에 예르나가 적당히 마시고 남은것을 찻주전자에서 옮겨담은 것이었다.

    따로 포장해온 다과와 함께 대접하려던 것인데, 아무래도 먼저 줄 필요가 있어보였기에.

    루크는 보온병을 열고 뚜껑에 차를 따라서 건넸다.

    “자, 마시거라. 피로회복에 도움이 될게다.”

    “아. 고마워.”

    제라드는 루크가 건넨 보온병뚜껑을 받아들고는 후룹, 마셨다.

    ‘오……. 이거 꽤 좋은데.’

    깊게 스며드는 충만한 향기와 온기.

    생각보다 피로가 더 풀리는 느낌이다.

    ‘담배보단 훨씬 낫네.’

    그런 생각을 하며 차를 마시고 있자니, 루크가 허공에 코로 숨을 몇번 들이키더니 묻는다.

    “그런데, 이 냄새는 뭔가?”

    루크는 일전에 그 강도들이 생각나는 냄새에 살짝 얼굴을 찌푸린다.

    “아차. 담배냄새가 나나.”

    “담배?”

    루크는 턱을 문지르며 생각했다.

    과거에도 담배가 없었던건 아니다.

    특별한 마력초를 태워 그 연기를 피우는것은 정신을 고양시키므로, 담배는 형태는 다를지라도 어느 나라에나 있는 문화였다.

    루크도 일반적인 담배가 아닌 물담배는 꽤 피웠다.

    몇몇 영약은 점막흡수를 통하는것이 효능이 더 좋았으므로.

    그래서 담배에 대한 안좋은 시선은 없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건 꽤 불쾌한 냄새가 났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마력초는 아닌것같은, 그런 냄새가.

    루크의 추측은 틀리지 않았다.

    마력초에 이것저것 연금술적인 조치를 취해서 만들어진게 현대의 담배다.

    당연히 거기에는 상품으로서 중독성을 높이기위한 연금술적 조치도 취해져있기에, 루크가 마약으로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약물들도 다수 함유되어있다.

    하지만 순수한 마력초만을 담배로 피워본 루크는 그것을 불량품으로 보았다.

    그것은 뒷골목의 잡배가 피우던 질낮은 제품과 비슷한 냄새가 났다는것으로 미루어, 제품에 결함이 있는것으로 생각했다.

    그 탓에 루크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건 피우지 말거라. 그건 꽤 질이 낮구나. 중독성도 보이고.”

    “하하……. 그럴게.”

    그는 아이의 당돌한 주장에 조금 머쓱해져서 뒷통수를 긁으며 대답했다.

    제라드가 그것을 피로회복의 효과에 기대어 피기 시작한건 이제 6년 조금 넘는다.

    당연히 마력초 태운 연기가 몸에 안좋다는건 알지만 끊지를 못하는 중이었는데…….

    담배만큼 빠르고 효과가 좋은것이 별로 없으니 별 수가 없었다고 변명을 하던게 떠오른다.

    사실은 그냥 그 효과에 중독되었던 걸지도.

    ‘그래도 이거만 있으면 금연도 하겠다.’

    제라드는 안경을 벗어 손바닥으로 눈가를 비비며 다 마신 뚜껑을 루크에게 건네면서 말했다.

    “잘 마셨어. 정말 피로가 풀리는 것 같은데. 이거 어디서 파는 무슨 차야?”

    루크는 그 뚜껑을 받아들며 말한다.

    “직접 달인거라네. 재료는 마낼로와 티르드잎일세.”

    “정말이야?”

    제라드는 살짝 놀라며 되물었다. 

    루크는 당연히 그렇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거 놀라운데.”

    분명 어디서 파는것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라드는 그것이 직접 달인 것이라고 생각하니 괜스레 감동스러워서 루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제라드, 나는 애가 아닐세. 머리는 쓰다듬지 말게나.”

    “하하, 미안. 나도 모르게.”

    ———-

    잠시후, 휴게실에 도착한 루크와 제라드.

    루크는 가방에서 따로 포장해온 과자를 꺼내며 건넸다.

    “진짜 선물은 사실 이쪽이라네.”

    “오, 쿠키잖아. 이건 또 오랜만이네.”

    제라드는 평소엔 잘 먹지 않는 과자를 하나 집어들어 입 안에 넣었다.

    달고 바삭해 맛은 있다.

    제라드는 과장되게 고마운 몸짓으로 루크에게 말했다.

    “이거 맛있네, 혹시 이것도 직접 만든거야?”

    만약 그렇다고하면 이번에도 왕창 칭찬해줘야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아니. 그건 그냥 파는거라네. 마트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을걸세.”

    “아, 그래……?”

    으음, 어째서 조금 실망감이 느껴지는걸까.

    ——–

    루크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역시, 과자란건 같이 먹는게 제일이로군.’

    학교는 일전의 소동이 있은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기에 과도한 관심이 쏠릴것이 걱정이고, 다이튼은 예르나와 마찬가지로 숲에서 웨이브를 막는 중이고, 시루드는 엘프라 예르나가 사온 과자를 같이 먹을 수 없다.

    그녀가 루크를 살찌우기위해 일부러 엘프친화적으로 제작된 저칼로리의 식물성과자는 구매하지 않았기에.

    덕분에 일전에 빚을 갚을 겸, 전화번호도 받을 겸해서 제라드에게 찾아온 것이다.

    어째서 귀족영애들이 그토록 다과회를 좋아했는가, 이제는 조금은 알것도 같다.

    이런 과자라도 누군가와 함께 먹으니 목도 별로 메이지 않고 좋았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것도 꽤 재밌고.

    허나 그 내용이라는것이…….

    “원래는 특정범위를 관측형 마법으로 덮는 방식으로 마력을 측정했지? 우리는 그렇게 못해.

    관측형마법을 아무리 최적화해도 마력발전소에서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정도로 효율을 낼 수 없거든.

    그래서 우리는 마나의 손실을 관측하는법이 조금 특별해.”

    “오호. 어떻게되지?”

    “마나의 ‘안정화 정도’를 측정하는거야. 마나는 언제나 스스로 안정되려는 성질을 띄니까……. 얼마나 안정화된 상태와 가까운지로 소모된 마력을 판단하지. 마나를 공급하는데엔 정밀한 관측이 필요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우린 공급한 만큼의 값만 받아내면 되는거고. 어차피 우리는 모든 도시에 계속 안정화상태가 되도록 마나를 공급하니까.”

    “으흠, 그런거로군? 해당 장소의 마나 공급량으로 요금을 계산한다…….”

    “그래, 그 과정에서 너네집으로 공급된 마나가 내야 할 요금이 되는거야.”

    “그럼 집에서 발전소로 마력을 역으로 보내는건 의미가 없겠군?”

    “그렇지? 그건 위험하기도 하고.”

    “그럼 야외에서 마법을 쓰게되면, 어떻게 되는겐가? 누구에게 마나요금을 물게하지?”

    “그땐 지팡이에 부착된 인식칩으로 개인에게 비용을 물게하지. 아, 허가되지 않은 마법사용은 불법이다?”

    “알고 있다네, 그것도 재밌는 얘기로군.”

    ……따위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와는 전혀 귀엽지 않은 딱딱한 내용이라는게 조금 달랐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마법에 대한 대화를 했다.

    도시의 마법사는 마법공부만큼이나 법률공부도 열심히 해야 한다던가, 지팡이엔 기억회로가 존재해서 언제 어떤 마법을 어디에서 사용했는지 기록된다던가.

    그런 대화를 이어나가다가, 모든 소재를 소진하고는 잠시 소강상태가 된다.

    루크는 문득 떠오른 질문을 보냈다.

    “아차, 제라드. 그대는 정령에 관한것도 아는가?”

    정령이라, 마법 다음엔 정령인가?

    뜬금없지만, 마법보다야 어린애다운 질문이긴 하다.

    제라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뭐, 알지. 그런데 갑자기 정령은 왜?”

    루크는 조금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혹시 정령과 관련해서, ‘에레’라는 이름을 아는가 해서 말이다.”

    파이가 최초에 자신을 부른 이름이다.

    에레, 그게 무슨 뜻일까?

    분명 명사임은 틀림 없는데…….

    그것이 누구인지 도저히 알 수 없으니 답답하다.

    “에레?”

    허나 그것은 제라드역시 마찬가지였다.

    정령과 관련된 이름?

    만화 캐릭터라던가, 동화에 나오는 인물인걸까?

    그런건 잘 안봐서 모르겠다. 

    뭐, 검색하면 나오려나?

    “음……. 글쎄, 그건 좀 찾아보고 연락해줄게. 아 참. 루크, 휴대폰 있니?”

    “여기 있다네. 고맙군.”

    루크는 휴대폰을 건넸다.

    사용시간 3시간을 넘겨서 휴대폰이 잠겼어도 전화정도는 가능하다는게 다행스런 일이다.

    “자. 나중에 공부하다가 물어보고싶은거 있으면 물어봐도 좋아.”

    제라드는 루크의 휴대폰에 자신의 번호를 입력해서 돌려주었다.

    루크같은 말이 잘 통하는 학생은 언제나 환영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루크는 왜 차 안마시니?”

    루크는 제라드의 말대로 자신이 달여온 차는 조금도 마시지 않고, 자판기에서 코코아를 뽑아서 홀짝홀짝 마시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집에서 충분히 마셨으니 걱정 말게. 지금 더 마시면 밤에 잠들수가 없다네.”

    “음……. 그래?”

    아이가 밤에 자는건 중요하지.

    덕분에 제라드는 루크가 보온병에 가져온 차를 혼자서 거의 다 마셨다.

    물론 억지로 마신건 아니다.

    ‘마시다보니 끊을수가 없네, 이거.’

    그러고보니, 아까부터 조금 과도하게 활기가 도는 기분.

    머리속도 맑다못해 선명하다.

    마시기 전엔 분명 끊어질듯 말듯한 정신상태였는데, 뭔가 마력초 한갑을 모조리 피워버린 느낌이 들어서 조금 두려울 정도다.

    “루크, 그러고보니 이거 문제는 없는거야?”

    “당연히 문제는 없을게다. 그대는 이 몸과는 달리 성인이잖은가. 재료도 겨우 두가지밖에 안되니, 효과도 굉장히 약할게야.”

    “그러니?”

    생각해보니 그렇다.

    애가 만든 차다.

    일부러 독을 넣은것도 아니고, 마력초 달인물에 찻잎을 더한거 아닌가?

    뭐 부작용이 있을래야 있을 수 없다.

    그리고 고작 차에 효능이 있어봤자다.

    당연히 플라시보효과일게 분명하다.

    후룹.

    제라드는 안심하고 별 생각 없이 차를 계속 들이켰다.

    루크가 가져온 과자랑도 잘 어울려서 정신없이 먹다보니 보온통에 들어있던것을 급기야 모조리 마시고만다.

    하지만 제라드는 몰랐다.

    루크가 말한 기준이 조금 다르다는것을.

    루크가 본래 효과로 생각하고있는 ‘피로회복의 영약’이라는 물건의 본래 효능은 일주일간 사람을 잠도 식사도 필요없는 광전사로 만드는 물건이었다.

    신체의 피로물질을 완전히 소멸시키고, 그것의 발생을 억누르며 신체에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는 일종의 소생제.

    그것을 기준으로 잡으면 당연히 그가 마신 차는 효과가 없는 수준이리라.

    그 탓에, 제라드는 과도하면서 애매한 피로회복효과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바람에 도로 피곤해지고 마는데,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맛있는건 노나먹어야댐…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