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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5

       아나이스는 소파에 젖은 수건처럼 축 늘어졌다.

       팔다리에 쇳덩어리를 매단 것처럼 온몸이 무거웠다.

       손가락 하나 까딱이는 것조차 힘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눈을 감고 그대로 잠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풀고 가야만 할 응어리가 있었다.

         

       그건 메트로폴 호텔의 24시간 마사지 서비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근육에 뭉친 것이 아닌 마음에 박힌 것이었기 때문이다.

         

       “단장님께서 저를 거절하신 이유는……역시 신분의 차이 때문인가요?”

         

       아나이스는 말을 꺼내면서도 조심스러웠다.

       혹시나 그것이 그의 아픈 부위를 건드릴 수 있었다.

         

       다행히 원더스타인의 얼굴에는 전혀 그런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신중하게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 같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작님, 저는 서커스 그랑프리 본선에 진출하는 데 모든 걸 걸었습니다. 그래서 그것 외에는 다른 것을 마음에 담을 여유가 없습니다. 자작님의 마음을 거절한 건 그 때문입니다.”

         

       아나이스는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말은 진심인 동시에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가요?”

         

       조금은 언짢게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원더스타인은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사실을 밝히자면, 서커스 그랑프리 자체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닙니다. 거기에 딸려올 보상이 중요하지요.”

         

       아나이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재물에도 명예에도 초연한 사람이었다.

         

       그녀가 가진 부를 지금까지 몇 번이나 과시했는데도 그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가 지닌 능력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제안도 그는 내켜 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가진 모든 걸 걸면서 바라는 보상이 도대체 뭘까.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속으로 탄식을 내뱉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서커스 그랑프리 본선에 진출하는 곡예사들에게는 상금과 상패와 더불어 여러 가지 권리가 약속되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하늘도시 히포드롬의 시민권이었다.

         

       히포드롬의 시민권은 그럴듯해 보이는 이름과 달리 실속 있는 보상은 아니었다.

         

       히포드롬은 공중도시의 특성상 땅의 제약이 컸고, 집값은 지상의 여느 대도시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비쌌다. 시민권을 받아봤자 거주할 집이 없으면 그건 그냥 장식용 여권에 불과했다.

       투표권을 비롯한 중요한 권리는 1년에 일정 일수 이상 히포드롬에 거주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본선에 오른다면 그 명성만으로 세계 어딜 가든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었다.

       대다수 곡예사에게 있어서 히포드롬의 시민권은 다른 보상에 비하면 덤에 불과했다.

         

       그러나 누군가에 있어서 그건 돈이나 명성보다 더 소중한 것일 수 있었다.

       자신을 공식적으로 증명할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에게는.

         

       “그랬군요…….”

         

       이제야 이해가 갔다.

       돈에도 명성에도 무관심했던 그가 왜 서커스 그랑프리에는 그렇게 집착했는지.

         

       어쩌면 다른 서커스단에도 시민권을 바라는 곡예사들이 더 있을지 모르겠다.

         

       집시를 비롯한 무적자들이 공식 신분을 손에 넣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태생적으로 유랑민인 그들이 공적을 쌓을만한 일을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길거리 공연이나 조잡한 목공예, 도둑질과 날품팔이가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이번 대회는 그런 그들에게 뜻하지 않게 찾아온 기회일지도 몰랐다.

         

       “앞으로 2년 반 뒤, 저도 제가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기약 없는 약속을 할 수 없었어요.”

         

       17년 만에 찾아온 서커스 그랑프리.

       다음 대회는 언제인지 기약할 수 없었다.

       어쩌면 평생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랐다.

         

       “네. 저는 보기보다 겁쟁이입니다. 후후, 놀라셨나요?”

         

       무명의 떠돌이와 한 영지의 주인.

       둘의 만남을 세간은 결코 곱게 보지 않았다.

       그도 예상했을 것이다. 자신의 신분이 드러나면 오늘 같은 파란이 있을 것을.

         

       그러나 그녀는 감히 그를 겁쟁이라 부를 수 없었다.

       자신의 목숨을 내놓으면서까지 다른 사람을 돕던 그였다.

       그가 자신의 구애를 거절한 이유에는 자신에 대한 배려도 있었을 것이다.

         

       “아니에요. 단장님은…….”

       “자작님은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멋지고 유능하고 매력적인 여인이죠. 처음에는 몰라도 지금은 알겠어요. 제가 만약 다른 처지에 놓여 있었다면, 자작님의 마음을 받아들였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그럴 수 없네요.”

         

       아나이스는 그의 말의 행간에 담긴 의미를 읽었다.

       그는 자신을 싫어해서 거리를 두는 게 아니었다.

       다만 신분이, 처한 환경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말은 희망 역시 담고 있었다

       기다려 줄 수 없겠냐고.

       지금은 안 되지만, 2년 반 뒤, 그가 공식적인 신분을 얻고 난 뒤는 다를 거라고.

         

       하지만 왜 굳이 그렇게 돌아가야 하지?

         

       아나이스는 입을 꾹 다물었다가 열었다.

         

       “단장님이 그토록 바라시는 거. 말씀만 하신다면 제가 구해다 드릴 수도 있어요.”

         

       만약 그가 원하는 것이 정식 신분이라면, 그녀가 줄 수 있었다.

       그를 영지의 주민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베르그송 자작령의 주인은 그녀였다.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그는 자신의 생명을 구해주지 않았던가?

       명분도 충분했다. 뒷말도 적을 것이다.

         

       “자작님이요? 후후.”

         

       그러나 자신을 바라보며 웃는 그의 얼굴에는 희미한 조소가 어려 있었다.

         

       아.

       그녀는 자신이 뭔가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원하는 것이 정말 신분 따위였다면 그녀의 병을 치료했을 때 얘기했을 것이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그때 말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는 서커스 그랑프리의 후원자가 되어달라는 부탁 외에는 하지 않았다.

         

       내가 뭔가를 잘못 안 것일까?

       내가 뭔가를 착각한 것일까?

         

       아나이스는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단장님이 정말로 원하는 게 뭐죠?”

       “제가 정말로 원하는 거요?”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제 두 발로 스스로 걷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를 향해 미소지었다.

         

       “좀 모호한 말이었나요?”

         

       아나이스는 고개를 붕붕 저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갔다.

         

       그는 그녀에게 말하고 있었다.

       누군가의 소유물로 살아가기는 싫다고.

         

       바보였다.

       자신은 바보였다.

         

       그는 떠돌이지만 노예는 아니었다.

         

       그를 영지에 딸린 부속물로, 자신의 소유물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해서 그만 그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말을 또 하고 말았다.

         

       “죄송해요. 제가 멍청한 소리를 했네요.”

         

       냉철한 철가면이라면 여기서 무슨 수를 써서든 원하는 것을, 그를 손에 넣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그녀는 그럴 수 없었다.

         

       그녀는 문뜩 10년 전에 탄광 도시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남녀 사이도 협상이랑 비슷하단다. 상대를 밀고 당기고 손에 쥐고 흔드는 그런 기술이 필요하지.

         

       삼촌은 그렇게 말했었다.

       그의 가르침대로라면 이건 자신이 완전히 그에게 말리는 게 되는 건가?

         

       “응원할게요.”

         

       하지만 삼촌은 다른 말도 했었다.

         

       “필요한 건 뭐든지 말씀해주세요. 제가 뭐든 도울 테니까.”

         

       -정말 간절히 원하는 것에는 어쩔 수 없다고 해야 할까? 다른 모든 걸 잃는다고 해도 아깝지 않은 것 말이다.

         

       삼촌에게는 아내와 딸이 그런 존재였다.

         

       정말 간절히 원하는 것.

       다른 모든 걸 잃는다고 해도 아깝지 않은 것.

         

       한 단어로 말하면 사랑.

       지금 그녀의 심장을 두들기는 것 말이다.

         

       “바라시는 걸 꼭 손에 넣길 빌게요.”

         

       원더스타인도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지금까지 그가 지었던 것 중 가장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자작님.”

         

       둘은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서로 간에 그동안 쌓였던 오해가 불식되는 것을 느꼈다.

         

       “자작님, 마차가 도착했습니다.”

         

       문밖에서 경호하고 있던 포르슈 경이 들어왔다.

       그의 뒤로 엘라와 마야가 서 있었다.

         

       “직원들이 이쪽으로 가라고 하더라고.”

         

       엘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작과 단장의 시선을 피했다.

       마야 역시 두 사람을 흘끗 바라보더니 고개를 홱 돌렸다.

         

       둘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왠지 모르게 둘의 합이 이전보다 잘 맞는 느낌이 들었다.

         

       “자작님, 그리고 이것이…….”

         

       포르슈 경이 품에서 작은 쪽지를 꺼내 아나이스에게 건넸다.

       쪽지는 개인지 늑대인지의 형태로 종이접기가 되어있었다.

         

       “인사 한마디 없이 또 왔다 갔군요.”

         

       아나이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쪽지를 품에 갈무리해 넣었다.

         

       원더스타인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지만, 모르는 척을 했다.

       자신이 그것에 대해 안다면 무척 이상해 보일 테니까.

         

       “그럼 숙소로 돌아…….”

         

       발걸음을 옮기던 그녀의 몸이 갑자기 앞으로 푹 꼬꾸라졌다.

       원더스타인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몸을 손으로 받쳤다.

         

       포르슈 경이 놀라서 다가왔다.

       주인의 상태를 살피던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네. 지치신 것뿐이네.”

         

       그녀는 눈을 감고 기절하듯 잠들어 버렸다.

       체력이 바닥까지 소모된 것이다.

       병약한 그녀가 오늘 너무 무리했다.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원더스타인은 그녀를 품에 안고 마차로 가려고 했다.

         

       “침실까지 바래다 드리면 될까요?”

         

       주인의 몸을 꼭 안고 실실 웃어대는 그의 모습을 보고 포르슈 경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원더스타인을 말리려는 순간, 엘라와 마야가 단장의 앞을 가로막았다.

       둘은 어딘가 적대적인 태도로 그를 노려봤다.

         

       “당신 제정신이야? 뭔 침실까지 사람을 안고 가?”

       “내려놓으세요, 단장님.”

         

       둘은 우격다짐 식으로 아나이스를 원더스타인의 품에서 빼내 부축해갔다.

       포르슈 경은 잘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원더스타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들 저렇게 화났대?

         

         

       ***

         

         

       제목: TT3 프롤로그 스테이지-완전 공략

       게시자: 토치 댄서

         

       안녕하세요.

       토치 댄서입니다.

         

       어느새 TTT 완전 공략 시리즈도 TT3까지 왔군요.

       프롤로그라 내용이 길지 않아 1화 만에 끝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우선 목차부터 봐주세요.

         

       1. 전체 지도와 아이템 위치

         

       2. 메인 퀘스트

         

       1) 저택 청소

       2) 에어드라 처치

       3) 베르그송 자작 처치

         

       3. 서브 퀘스트

         

       1) 자작의 일기 수집

       2) 메이드의 마지막 식사

       3) 감옥에서 나가지 못한 남자

       4) 딸에게 주는 생일 선물

         

       4. 서포트 캐릭터

         

       1) 포르슈 경

       2) 사냥개 마르스

         

       5. 엔딩

         

       1) 킬 스위치를 받지 않았을 경우

       2) 킬 스위치를 받았을 경우

         

         

       4-2) 사냥개 마르스

         

       튜토리얼 스테이지에서 수집할 수 있는 두 서포터 중 한 명인 사낭개 마르스입니다.

       고인 물은 당연히 안 쓰는 서포터이지만, 초보자들에게는 이만큼 든든한 친구가 없죠.

         

       출시 당시부터 살짝 논란이 되었던 캐릭터입니다.

       하나하나 파고드는 맛에 하던 트릴 트릴로 시리즈에 공식 애드온이 생겼다고요.

       그래도 덕분에 초보자들도 쉽게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으니 그건 장점 아닐까요?

         

       아, 그리고 한 가지 주의할 점!

       마르스를 통해 발견한 아이템은 도전과제 달성이 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하세요!

         

       이름: 마르스

       나이: 40

       호감도: 100

       칭호: 사냥개

       직업: 해결사

       영입조건: 베르그송 자작의 저택에서 ‘개 모양의 종이접기’를 발견.

       특성

       : [지도 탐색]

       -지도에 NPC 및 몬스터의 위치를 표시합니다.

         

       [정보 수집]: 호감도 15 보상

       -실마리를 가지고 있는 NPC의 머리 주위에 밝은 빛이 납니다.

         

       [쓸어 담기]: 호감도 30 보상

       -바닥에 떨어진 금화나 아이템 가까이 다가가면 알아서 수집합니다.

         

       [아이템 발견]: 호감도 50 보상

       -숨겨져 있는 혹은 파묻혀 있는 아이템이 가까이 다가가면 공중으로 둥실 떠오릅니다.

         

       [약점 발견]: 호감도 75 보상

       -적의 약점 부위를 강조된 시야로 보여줍니다.

         

       [뒷조사]: 호감도 100 보상

       -모든 캐릭터의 프로필을 조사나 호감도 작업 없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냥개 마르스는 베르그송 상회를 위해 10년 넘게 일해온 사람이었다.

       그러나 상회 내에 그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극히 적었다.

       그를 아는 사람들조차 대부분 그를 ‘사냥개’라고 불렀다.

       본명을 아는 사람은 회장과 부회장뿐이었다.

         

       그는 소문, 명성, 험담을 사랑하는 마신, 시네페쿠스를 섬기고 그의 힘을 다뤘다.

         

       즉, 마도사라는 말이다.

       이는 신비의 힘을 파헤치는 마법사와는 구분되는 단어였다.

         

       마신의 힘을 빌려 쓰는 사람은 모두 마도사였다.

       인스피라를 터득한 곡예사 역시 정의상 마도사라 할 수 있었다.

         

       그는 시네페쿠스의 신도답게 추적, 정보 탐색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어비스에 있는 시네페쿠스의 영역은 ‘속삭임의 정원’이라는 곳이었다.

       그곳에는 세상 곳곳에서 수집된 온갖 속닥거림이 메아리치고 있었다.

         

       마르스는 자신의 정신을 속삭임의 정원에 잠시 들르게 함으로써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다.

         

       그는 3주 전쯤, 피에르를 추적하던 도중에 주인에 대한 정보가 주기적으로 그에게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루즈에서 그녀의 동향을 피에르 쪽에 전하는 자가 누구지?”

         

       속삭임의 정원에 기거하는 뱀 한 마리가 연기처럼 쉭 몸을 비틀고는 무언가를 집어 들었다.

       마르스는 감았던 눈을 떴다. 대상이 누군지 알아냈다.

         

       그리고 그는 2주 전쯤, 피에르의 파벌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주인의 열애설을 접했다.

       그는 이전과 다른 질문을 던졌다.

         

       “루즈에 이 소문을 주도적으로 퍼트리는 자가 누구지?”

         

       역시 정원의 뱀 한 마리가 쉭 거리며 무언가를 집어 들었다.

       이전과 같은 대상이었다.

         

       그리고 1주 전쯤, 그는 피에르 파벌의 뒤를 쫓다가 이번 ‘재판’ 음모를 발견했다.

       수사의 맨 앞에 선 사람은 기마경찰대의 젊은 부사관이었고, 파벌 형성에 앞장선 것은 다른 귀족들이었지만, 뒤에서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도록 조장한 자가 있었다.

         

       “이번 음모를 획책한 자가 누구지?”

         

       뱀은 또 같은 대상을 집어 들었다.

         

       사냥개는 오늘 루즈에 도착했다.

       음모에 휘말린 주인을 돕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주인은 너무나 멋지게 위기를 스스로 극복했다.

       그의 도움은 필요 없었다.

         

       사냥개는 주인에게 쪽지로 간단한 안부 인사를 전하고 카바레를 나왔다. 그는 속삭임의 정원에 다시 질문을 던졌다.

         

       “유령의 시체에 대한 감식보고서를 숨기고, 간을 보다가 뒤늦게 상황에 맞춰 꺼내든 자가 누구지?”

         

       그의 질문에 연기의 뱀이 대상의 어깨를 낚아채 공중으로 끌어올렸다.

       그 대상은 이전과 같았다.

         

       사냥개는 숨겨진 혹은 묻힌 대상을 파헤치는 재주가 있었다.

       이 역시 그 능력의 응용 중 하나였다.

         

       “으아악!”

         

       루즈 경찰서의 부서장이 허공으로 끌려 올라갔다.

       그가 바로 이 도시에서 아나이스의 동향을 피에르 측에 전하고, 열애설을 퍼트리고, 이번 수사를 막장으로 흘러가게 뒤에서 꾸민 자였다.

         

       그가 꾸민 일은 여러 가지 있었지만, 가장 핵심적인 건 신원미상의 시체에 대한 감식보고서의 보고를 최대한 늦춘 일이었다.

       만약 오늘 임시 재판에서 피고인 측이 빠르게 반박하지 못하고 질질 끌려다녔다면, 그는 내일 아침 뉴스가 뜰 때까지 보고서를 숨겨뒀을 것이다.

         

       “또 이러는 거야? 도, 도대체 누, 누구야!”

         

       사냥개는 이미 그의 부정이 담긴 기록과 장부를 각 신문사에 보냈다.

       이걸로 이제 이 도시에서 주인에 대한 위협은 한동안 없을 것이다.

         

       사냥개는 그의 비명을 듣고 도착한 경찰들이 그를 공중에서 끌어내리는 것을 보고 뒤돌아섰다.

       그는 다음 사냥감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했다.

       

       속삭임의 정원에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가 있었다.

         

       첫 번째는 정말로 그가 사람들 입에 언급되지 않는 경우였다.

       시네페쿠스의 신도들 대부분이 여기에 들어갔다. 그들은 자신의 본명을 숨기고 그림자 속에서 움직이는 데 익숙했다. 암흑가에서 활동하는 무적자 중에도 많은 수가 여기에 포함됐다.

         

       두 번째로 성교회의 고위 사제였다. 그들에겐 어비스에 기거하는 마신들의 권세를 배제하는 힘이 있었다. 주교쯤 되면 이름이나 간략한 프로필 외에는 거의 수집할 수 있는 정보가 없었고, 교황이나 이단 심문관, 혹은 성자쯤 되면 백지처럼 새하얬다.

         

       마지막으로 다른 마신의 숭배자 중 ‘사도’에 해당하는 사람이었다.

       사도는 이 세계에서 해당 마신의 의지를 대행하는 사람.

       종교의 ‘제사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었다.

       시네페쿠스의 힘은 사도의 몸에 충만한 다른 마신의 힘 때문에 그 능력이 먹혀들지 않았다.

         

       사냥개는 코를 킁킁거렸다.

       열애설이 퍼졌을 때부터 그는 주인의 옆에 있는 남자에 대해 본격적으로 조사했다.

       속삭임의 정원까지 이용했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단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두 번째는 당연히 아니었다.

       첫 번째나 세 번째가 틀림없었다.

         

       만약 사냥개가 오늘 루즈에 와서 재판을 봤을 때, 그가 무적자임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주인에게 그를 조심하라는 말을 남겨뒀을지 몰랐다.

         

       마도사가 부정한 존재라는 건 성교회에서 의도적으로 퍼트린 프로파간다였지만, 사도쯤 되는 존재가 마신의 의지를 대행하면서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혔을 리 없기 때문이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카리브해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인의 옆에 있는 남자는 무해하다고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지금 중요한 것은 피에르와 그의 뒤를 봐주고 있는 교단이었다.

       어떤 마신을 섬기고 있는지 그 뒤를 확실히 파헤칠 것이다.

         

       마르스가 속삭임의 정원을 나오고도 그 안은 여전히 세계에서 수집되오는 속닥거림으로 웅웅 울렸다.

         

       속삭임의 정원은 수많은 정보가 누적되어 있었다.

       수백, 수천 년간 세상을 떠돌던 모든 소문과 대화가 정원 아래 깊숙한 곳에 파묻혀 있었다.

         

       그중에는 10년 전, 삼촌과 조카가 나누었던 대화 한 토막도 있었다.

         

       -아냐, 그걸 기억하거라. 사막을 헤매다가 누군가가 네 앞에 정말 간절히 원하는 물을 들고 나타난다면, 그 안엔 독이 들어있을 수도 있다는 걸.

         

       오래 파묻혀 있던 속삭임은 먼지처럼 피어올랐다가 사라졌다.

         

       꿈속의 소녀는 삼촌의 그 말을 부정했다.

       그녀가 발견한 건 정말로 달콤하고 따뜻한 것이었으니까.

         

       잠든 그녀의 입술에 미소가 그려졌다.

       ——

       

       

       

       

       

       

       역전의 개막식 끝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한 달 만에…개막식이 끝났습니다..
    중간에 좌절도 한 번 했는데..결국 잘 마무리했네요.
    응원 감사합니다!

    다음은 루즈 편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첫 번째 시험’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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