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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5

       어두운 집무실 안.

       

       

       히스타니아 로웬은 깊어지는 생각에 머리를 쓸며 생각에 잠겨있었다.

       

       

       “짜증 나는군….”

       

       

       한나의 반항도 그렇고.

       건방진 붉은 머리 녀석도 그렇고.

       누구도 자신의 선택이 옳다는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세 남매를 키우면서 단 한 번도 자신이 양육방식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로웬이지만.

       

       

       이번만큼은 유난히 복잡한 생각이 많아지는 로웬이었다.

       

       

       “하아…”

       

       

       집무실 책상에 앉은 로웬은 비어있는 잔에 술을 따르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생각이 많아진다.

       

       

       오로지 검만 보고 달려왔던 자신이 아버지로서 부족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나름,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상처받은 막내딸의 얼굴이 머릿속에 떠오를 때마다 자신의 양육방식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드는 로웬이었다.

       

       

       자식에게 더 나은 길을 가게 해주려고 했던 자신의 노력을 따라주지 않는 한나가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검만 접는다면 무엇이든 해줄 수 있는데.

         

         

       사업을 한다면 지원금을.

       정치를 한다면 인맥을.

       연애를 한다면 제국 최고의 미남을 소개해줄 수 있지만, 한나는 오로지 ‘검’ 만 바라보고 있었다.

       

         

       로웬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봤다.

       

       

       ‘과연 나는 좋은 아버지일까.’라는 질문을.

       

       

       검사로서 성공한 말릭.

       뛰어난 재능으로 3년째 학년 수석을 놓치지 않는 둘째.

       

       

       이 둘만 보자면 성공한 아버지로는 부족함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나는…

       

       

       스스로 모든 걸 이뤄버렸지.

       

       

       아카데미에 가기 전까지 한나의 재능은 말릭과 둘째에 비하면 보잘것없었다.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지금과 똑같이 한나에게 검을 접으라고 말했겠지.

       

       

       한나의 검술은 정체되어 있었고.

       피나는 노력을 해봤자, 닿을 수 있는 경지는 삼류 모험가 수준에 불가했으니까.

       

       

       가진 재능이라곤 강한 정신력이 전부인 한나에게 성공하지 못할 직업을 가지라고 하는 건 부모로서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아버지가 그랬으니까.

       

       

       지금에 제국의 검이라는 위치에 설 수 있게 만들어 준 자신의 아버지.

       

       

       냉혈한 교육의 결과로 제국의 검을 키워낸 아버지라면 한나에게 똑같은 말을 했을 거라, 로웬은 생각했다.

       

       

       자신을 키우기 위해.

       모진 말과 차별을 해왔던 아버지니까.

       

       

       자신 역시도 모질게 대했던 아버지가 미웠지만, 어른이 되고 다양한 분야로 성공한 형제들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볼 때. 아버지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검밖에 모르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온 형제들의 불필요한 노력을 알기에 한나에게 차갑게 대할 수밖에 없었고.

       

       

       어중간한 성공보다 확실한 성공이 행복한 법이니까.

       

       

       말릭의 성공을 위해.

       히스타니아의 영광을 위해서.

       동시에 한나가 빠르게 자신의 길을 찾길 바라는 마음으로 매몰차게 대했었다고 로웬은 떳떳하게 생각했다.

       

       

       아버지에게 혼나 우울해 있던 자신을 위로해줬던 형을 대련장에서 쓰러뜨렸고, 자랑스러운 형이라고 불러주며 숨겨놨던 간식을 양보해주던 동생을 검에 재능이 없다는 이유로 가문에서 파문시키던 아버지의 결정에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나니까.

       

       

       한나에게 검을 접으라고 했던 지난날의 결정에 자신의 잘못은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그렇게 자라왔고.

       아버지에게 그렇게 배워왔으니까.

       

       

       물론, 자신도 아버지를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가족을 등한시하고, 오로지 ‘검. 검.’만 외쳐댔던 무뢰배였으니까.

       

       

       어른이 되면 아버지 같은 가장이 되지 않겠다고 가주직을 이어받을 때부터 생각했지만, 막상 아버지라는 존재가 되어보니,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었다.

       

       

       재능이 없다면 가차 없이 파문을 시켜버리던 아버지에 비하면 유해졌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아버지의 교육과 크게 달라지는 것 또한 없었다.

       

       

       “그때는 그렇게 싫었는데, 내가 그 짓을 똑같이 하고 있군.”

       

         

       미친놈이야. 나도.

         

       

       아버지와 달리 자신은 나름대로 정을 주며 자식을 키워왔다.

       

       

       재능이 없으면 가문의 모든 지원을 끊었던 아버지와 달리, 자신은 자식들에게 다른 방향성을 제시해주었다.

       

       

       재정을 배워 서기가 되거나.

       외교를 배워 외교관이 되거나.

       정치를 배워 높은 자리에 오르라고.

       

       

       자상하게 말은 안 했어도, 아비로서 잘못된 선택을 내리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않는 로웬이었다.

       

       

       자식을 올바른 성공의 길로 이끌어주는 것이 부모이자, 부모의 바람이니까.

       

       

       다만. 이 과정이 조금 과격했을 뿐이지.

       

       

       -아빠. 저는 아빠처럼 멋진 검사가 될 거에요! 나쁜 사람들을 혼내주고 히스타니아의 이름을 전 세계에 퍼뜨릴 거에요.

         

       -포기해라. 너는 재능이 없다. 오히려 히스타니아의 이름에 먹칠을 하게 될 거다.

         

       -그..그치만. 저도 노력을 하면…!

         

       -노력은 재능을 이길 수 없다. 노력으로 성공을 이루는 것은 고만고만한 놈들이 정상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야.

         

       -…그치만.

       -밑바닥에서 기지 말고 다른 분야의 정상이 되어라. 히스타니아의 이름에 먹칠하지 말고.

       

       

       로웬은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지식하게 자랐고.

       자신의 삶이 그것을 증명했으니까.

       자신을 욕하려고 한다면 그만한 위치 그만한 업적을 가진 자가 해야 효력이 있는 것이지.

       

       

       아무것도 이루지 않은 신념만 뛰어난 철학자가 말하는 것은 그저 객기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

       

       

       딸의 죽음을 본 뒤.

       

       

       로웬의 마음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차갑게 식어버린 한나의 몸을 안고 아무 말 못 하던 자신의 얼굴을 봤을 때. 로웬은 말로 할 수 없는 깊은 후회를 느꼈다.

       

       

       후회라는 감정은 쓸모없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처음으로 그 후회라는 감정이 무섭게 와닿았다.

       

       

       -쾅…!

       

       

       로웬은 술잔을 거칠게 책상 위로 내려놓았다.

       

       

       손에서 깨져버린 술잔.

       

       

       소드마스터의 육체에 흠집 하나 나지 않은 말끔한 손을 로웬은 손수건으로 무덤덤하게 깨진 조각을 닦아냈다.

       

       

       “한나의 사춘기가 너무 길어서 문제야… 더 혼을 냈어야 했는데.”

       

       

       아직도 로웬은 한나가 검을 접었으면 했다.

       

       

       아무리 최연소로 오러를 각성했어도.

       

       

       한나는 위험한 도전을 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이제는 한나의 재능에 트집을 잡을 수가 없었다. 재능을 보지 못한 자신의 눈이 잘못되었다는 걸 한나는 입증했고, 히스타니아의 이름을 제국에 밝히고 있으니까.

       

       

       하지만.

       

       

       -살려주세요…

       

       

       그때의 환각이 머릿속에 떠오를수록 한나의 검을 놓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환상을 본 뒤.

       

       

       더는 그런 무리한 도전을 하지 않게 만들어야겠다는 조바심과 아비로서 딸의 성장을 응원해 줘야 한다는 이타적인 생각이 들었다.

       

       

       어떤 쪽으로 생각하든.

       

       

       한나의 죽음을 본, 겁에 질린 마음이 한나의 검을 놓게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게 만들었다.

       

       

       그것이 한나를 위한 길이자.

       한나의 안전을 위한 일이었으니까.

       

       

       환각이 되었든, 악몽이 되었든.

       

       

       그런 일이 안 일어나게 만들면 될 일이니…

       

       

       자신의 고집을 밀고 나가면 될 일이다.

         

         

       한나는 젊은 패기로 계속 달려갈 게 분명하니까.

       

       

       빠른 성장을 위해 위험으로 달려가게 될 거고, 또다시 자신이 봤던 악몽을 재현하게 될 거라고 로웬은 확신했다.

       

       

       그래서 더… 독하게 마음을 먹는 로웬이었다.

       

       

       로웬은 한나를 사랑하니까.

       

       

       다른 아이들에 비해, 부족하고 모자란 점이 많이 보여서 신경을 써주지 못했지만,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는 매정한 부모는 아니었다.

       

       

       책상에 앉아 고민하는 로웬은 어설프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 한나를 위한 일이야. 때가 되면 깨닫겠지.”

       

       

       어른이 된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한나도 어른이 되면 깨달을 거라고 로웬은 생각했다.

       

       

       최근 아카데미에서 뒤숭숭한 일이 많이 생기고 있으니, 지금이 적기일 지도 모르겠어.

       

       

       계속해서 마음을 졸일 바에는 그냥…

       

       

       스스로와 타협을 보던 찰나.

       

       

       -끼이익.

       

       

       수려한 얼굴의 남자가 집무실의 문을 열고 걸어오고 있었다.

       

       

       로웬과 같은 갈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 한나의 오라비이자, 자신의 아들 말릭이었다.

       

       

       로웬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노크도 안 하고 들어오는 예의는 누가 가르쳤지… 내가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을 텐데.”

       

       

       문을 열고 들어온 말릭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노크했는데…. 못 들으신 줄 몰랐습니다.”

       

       

       로웬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업무에 집중하고 있느라 못 들었나 보군. 미안하다.”

       “아닙니다. 제가 더 신경 쓰도록 하겠습니다.”

       

       

       말릭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아버지를 찾아오는 것이 불편했고.

       독대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으니까.

       로웬도 그것을 알기에 별말 하지 않고 있었다.

       

       

       말릭은 깊은 한숨을 뱉으면서 손에 든 술병을 들어 보였다.

       

       

       “아버지, 제가 좋은 술을 가져왔는데, 잠깐 시간을 내어줄 수 있겠습니까?”

       

       

       익숙한 술이었다.

       

       

       황금색의 브랜디.

       세밀하게 세공된 유리병.

       

       

       귀족들 입가에 자주 오르내리는 술병의 상표. 워낙 유명한 식당이라서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숲의 친구’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식당이었지.

       

       

       아들의 선물이 내심 반가운 로웬이었다.

       

       

       말릭은 의자 하나를 끌고와 자연스럽게 로웬의 앞에 앉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오늘도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어지는 것 같아서 죄송할 따름입니닷…

    추신)
    이번화에서 로웬의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려고 했지만, 실패한 수정요정입니다.

    분량이 7000글자가 넘어가는 바람에 연참을 하려고 했는뎃…!

    그럼 휴재를 할 것 같아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고구마 파트는 다음화까지입니닷…!

    이제는 아져씨의 후회? 피폐..? 입니닷…!

    [후원 감사]
    하늘연달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아닛! 또 후원을 해주시다닛.
    요정은 독자님의 방문만으로 행복합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독자님에게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은 아이젠의 요정을 보내드리겠습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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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잘 먹고 가주셨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엄청 고민이 많았던 저번화… 맛있게 드셔주었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독자님에게 추워서 손을 덜덜 떠시는 중에 길가에 핫팩을 주시는 아릿다운 분을 만나는 우결의 요정을 보내드리겠습니닷!

    adgjji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요정 요즘 슬럼프는 아니지만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나올 지 고민에 잠겨있는데, 독자들의 사랑 덕분에 발전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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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_866님 10코인 감사합니다!

    히엣! 후원 감사합니다!
    독자님에게 항상 기쁨만 가득하라는 요정. 스마일의 요정과 가챠를 할 때, 최고급 가챠를 뽑을 수 있는 1%의 요정을 보내드리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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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13년간 모신 악녀가 쓰러졌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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