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65

       장삼을 남겨둔 채 마을을 벗어난 신룡조를 이끌고 당선영이 향한 곳은 놀랍게도 마을에서 조금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울창한 산림이었다.

         

       “여기는….”

         

       허탈한 표정으로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는 백우진.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그가 홀로 수색을 시작한 첫날에 지나쳤던 곳이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그 말이 딱이었다.

         

       제갈연지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못 찾으신 것도 이해는 돼요….”

         

       진법을 이루는 핵심 기물에 의해 흐트러지는 기운은 인간이 지닌 기운에 의해 흐트러지는 것과는 조금 다른 흐름을 보인다.

         

       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찾아내려 하면 어려운 게 당연한 일이거니와, 눈앞에 펼쳐진 진법은 마을에 넓게 펼쳐진 것보다 더욱 정교하고 은밀했다.

         

       “만약 이곳에 진법이 펼쳐져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면…, 저, 저도 찾아낼 수 없었을 거예요….”

         

       백우진의 얼굴이 한층 어두워졌다. 제갈세가의 여식이 이리 말할 정도라면 눈앞의 진법이 예사 수준이 아니라는 뜻이 아닌가.

         

       “파훼는?”

       “잠시 조금 더 둘러봐야겠어요….”

       “미안하지만 시간이 촉박해. 최대한 빠르게 부탁해.”

       “네, 네에…!”

         

       그녀는 흐름이 아주 미세하게 변하는 지역의 바깥 테두리를 따라 걸으며 손을 뻗어보기도 하고, 주변의 땅을 조금씩 파헤쳐보기도 하는 등 다양한 행동을 보였다.

         

       체감상으로 일각쯤 되는 시간이 흘렀을 때, 제갈연지가 발걸음을 돌렸다.

         

       힘없는 걸음으로 돌아온 그녀가 울먹이는 소리로 말했다.

         

       “죄, 죄송해요. 힘들 것 같아요….”

         

       이 진법을 펼친 진법가의 실력이 자신을 웃돈다는 사실이 못내 안타까웠다.

         

       만약 동생이었다면 이런 진법쯤, 반각도 안 되어 파훼했을 거라 생각하니 더더욱 서러웠다.

         

       “도, 도움이 못 돼서 죄, 죄송…, 히끅….”

         

       그녀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려내자 백우진이 손을 뻗어 눈 주변을 닦아주며 대답했다.

         

       “충분히 도움 되고 있으니까 울지 마.”

       “네, 네에.”

         

       백우진의 손길이 닿은 그녀의 얼굴이 능금처럼 붉어졌다.

         

       “가장 막히는 부분이 어디야?”

       “지, 진법을 파훼하는 방식은 대략 세 가지 정도가 있어요….”

         

       가장 첫 번째 방법은 외부에서 진법을 파훼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핵심 기물이 자아내는 자연지기의 흐름을 모조리 읽고 계산하여 그 주변에 이를 무위로 돌리는 진을 설치하여 파훼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상대 진법의 기운을 모조리 계산해야 하는데 지금의 저로서는….”

         

       진법가가 만들어낸 하나의 진법은 무인이 펼치는 초식과 같다.

         

       하나의 초식에 찌르고, 베고, 물러나고, 나아가는 등 복잡한 움직임들이 연계되어 있고, 이를 파훼하기 위해선 모든 수를 읽어야 하듯 진법 또한 마찬가지다.

         

       허나 지금 그녀의 실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두 번째는?”

       “외부에서 힘으로 진법 자체를 부수는 거예요….”

         

       외부에서 진법을 파훼하는 두 번째 방법은 강력한 힘으로 진법 자체를 갈라버리는 일이다.

         

       허나 적잖은 범위에 펼쳐진 공간에 흐르는 기운을 모조리 잘라내는 일이 쉬울 리가 없는 법.

         

       “우, 우리 모두 달려들어도 불가능해요.”

         

       진법가의 실력이 높을수록 그 흐름 또한 촘촘하고 질겨진다.

         

       눈앞의 진법을 힘으로 어그러뜨리기 위해선 초절정 이상의 경지에 오른 무인이 하나쯤은 껴있어야 시도라도 할 수 있을 법했다.

         

       “마지막은…, 직접 내부에서 핵심 기물을 찾아내는 거예요.”

         

       마지막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행하는 파훼법이었다.

         

       “정해진 걸음이 아니면 길을 헤맨다고 들었는데.”

         

       그녀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 다만, 기의 흐름을 읽으면 느리지만 조금씩 나아갈 순 있어요.”

       “그럼 시간이 걸려도 그 방법을….”

       “하, 하지만.”

         

       제갈연지가 다급히 그의 말을 끊어내고 자신의 말을 이었다.

         

       “진법 속의 흐름은 주, 중심부에 가까울수록, 또 핵심 기물 근처일수록 거세져요.”

       “목적지가 가까워질수록 한 걸음 떼기도 힘들어진다, 이건가?”

       “네에…. 아마 중심부를 목표로 하면 몇날 며칠이 걸릴 수도 있어요. 어쩌면…, 흐름 파악이 불가능해져서 그 안에 갇힐 수도….”

         

       나아가자니 목숨을 보장할 수 없고, 돌아가자니 구왕수의 안위가 걱정이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져버렸다.

         

       ‘어쩐다….’

         

       적잖은 자괴감이 몰려들었다.

         

       ‘조금 더 생각을 했더라면…, 조금만 더 강했다면….’

         

       방심만 하지 않았어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었고,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잴 것 없이 진법을 베어버렸을 텐데.

         

       그때, 누군가가 백우진의 어깨를 잡고 가볍게 흔들었다.

         

       “정신 차려.”

         

       당선영이었다.

         

       “땅이 꺼져라 한숨 쉰다고 답이 나오니?”

       “…땅이 꺼져?”

       “그래. 네가 그 정도로 한숨을….”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우진이 팔을 뻗어 그녀를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히얏!”

         

       귀여운 비명이 뒤따랐다.

         

       백우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껴안고 방실방실 뛰며 소리쳤다.

         

       “바로 그거야!”

       “이, 이것 좀 놔아…!”

         

       당선영이 힘겨운 목소리를 내며 양손으로 밀어내자 백우진은 그제야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선 힘없이 주저앉아 있는 제갈연지에게 다가갔다.

         

       “제갈 소저.”

       “칫, 네에….”

         

       불퉁한 목소리였다. 당선영을 거리낌없이 껴안는 백우진의 모습에 토라진 것이다.

         

       “진법 내부로 들어가서 핵심 기물 근처까지는 갈 수 있는 거야?”

         

       그녀는 금세 태도를 달리한 채 잠시 골똘히 생각하다 이내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시간이 좀 걸릴지도 모르지만…, 아, 아마도요.”

       “핵심 기물이라는 건 보통 땅에 묻어두는 편인가?”

       “장소에 따라 달라져요…. 이런 숲이라면 아무래도 땅이 가장….”

         

       그렇단 말이지.

         

       백우진이 씨익 웃어 보였다.

         

       “제갈 소저.”

       “네에…?”

       “날 얼마나 믿어?”

         

       충분한 고민이 필요한 대답임에도 그녀는 망설임 없이 곧장 대답을 들려주었다.

         

       “저, 전부 다요….”

         

       원하는 것 이상의 대답에 백우진이 흡족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 나 믿고 진법 안으로 들어가서 길 좀 찾아줘.”

       “방법이…, 있는 건가요?”

       “확신할 순 없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야.”

       “그렇다면…, 알겠어요.”

         

       망설임 없이 대답했을 만큼, 그녀는 백우진을 믿는다.

         

       단, 여자관계는 빼고.

         

       확답을 들은 백우진은 잠시만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당선영에게 향했다.

         

       “이곳에서 대기하다가 진법 파훼되면 곧장 진입해줘. 그리고 만약 오랫동안 변화가 없으면…, 장삼 챙겨서 철수하도록 해.”

         

       당선영은 이쪽을 지그시 바라보는 백우진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그 속에 비치는 것은 오로지 신뢰뿐.

         

       그렇기에 그녀는 더더욱 의아해졌다.

         

       “넌 대체 날 얼마나 믿는 거니?”

         

       돌아오는 대답은 더더욱 가관이었다.

         

       “당 소저가 배신하기 전까진 전부 다.”

       “하…!”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그럼 부탁해.”

       “…철수는 없어. 무조건 성공하도록 해.”

         

       그러자 그는 알 수 없는 말을 남긴 채 떠나갔다.

         

       “오케이.”

         

         

       * * *

         

         

       진법의 내부는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허나 감각은 그렇지가 못했다.

         

       “완전히 널뛰기 하는구만.”

         

       감각이 이리저리 사방으로 튀기 시작했다. 눈으로 보고 있는 곳이 앞이 맞는지조차 의심을 하게 만든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는 바람의 소리가 언제 그랬냐는 듯, 뒤바뀌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흐르고 있다.

         

       “부탁해, 제갈 소저.”

       “노력할게요…!”

         

       길잡이가 되어야 할 그녀가 백우진보다 앞서 나아갔다.

         

       대부분의 감각들을 차단한 채, 오로지 기의 흐름 하나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오감이 모두 제각각 혼란을 주는데 자연지기라고 정답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다만, 이 혼란을 계산하여 흐름이 이끌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무언가 중요한 것을 숨겨둔 사람 대부분이 그렇듯, 정작 중요한 것이 숨겨진 방향으로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법이다.

         

       진법의 흐름 또한 비슷하다. 이러한 습성을 역이용하여 흐름을 계산한 뒤, 가장 흐름의 유도가 적은 방향을 통해 걸음을 옮겼다.

         

       ‘엄청 힘들어 보이는데….’

         

       안으로 조금씩 깊어질수록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힘에 겨워 보였다.

         

       이마에 흐르는 땀이라도 닦아줄까 싶어 소매로 가볍게 닦아주었더니 얼굴이 새빨개진 그녀가 대뜸 소리를 질렀다.

         

       “이, 이러시면 저 집중 못해욧!”

       “아니…, 땀만 닦아준 건데….”

       “그, 그게 저한테는 어, 엄청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에요!”

       “알았어….”

         

       그냥 찌그러져 있기로 했다.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잘못된 걸음으로 나아갔다가 돌아오기도 했다.

         

       한계에 도달한 듯, 안색이 점차 어두워지기 시작할 때.

         

       “죄송해요…. 여기까지가 한계인 것 같아요….”

         

       그녀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며 울먹였다.

         

       백우진은 그런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쓸어내리며 물었다.

         

       “여기서 핵심 기물이 있는 곳까지 얼마나 남았을지 알 수 있나?”

       “대략적이라면….”

       “그 정도면 충분해.

         

       그러자 제갈연지가 뒤로 돌아선 채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중얼거리더니 이내 돌아서서 자신감 없는 말투로 대답했다.

         

       ”대략 4장… 아니, 5장 정도….“

       ”최대 5장이란 말이지.“

       ”확실하진 않지만 비, 비슷할 거예요.“

       ”그거면 충분해.“

         

       백우진이 검을 뽑았다. 그와 동시에 조금 떨어져 있는 제갈연지를 끌어당겨 제 뒤에 두었다.

         

       ”지금부터 무슨 일이 있어도 떨어지지 마.“

       ”네, 녜헷….“

         

       놀란 그녀는 음이탈까지 경험했다.

         

       ”후우.“

         

       나지막한 숨을 내뱉음과 동시에 백우진의 검에서 검기가 뽑혀 나왔다. 기의 수발이 이토록 자유로워졌음은 그의 육신의 경지가 저만치 앞서 있는 정신을 열심히 따라가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흡!“

         

       짧은 기합성과 함께 날카롭게 벼려진 검기가 서린 검을 내질렀다.

         

       방향은 제 발밑의 땅이었다.

         

       검날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까지 깊숙이 파고들자 백우진은 거기에 제 기운을 쏟아부었다.

         

       이는 판타지 세계에서 스승이었던 검귀에게 배운 검으로써, 벼락과 마찬가지로 인간을 한없이 작아지게 만드는 대자연을 보며 창안한 것이었다.

         

       쿠구구궁

         

       ”아, 아앗…!“

         

       별안간 땅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놀란 제갈연지가 백우진의 옷자락을 꼬옥 붙잡았다.

         

       흔들림은 시작에 불과했다.

         

       두 사람이 서 있는 주변을 중심으로 흙이 튀어오르고 곳곳이 갈라지며 사방을 헤집어댔다.

         

       ”이, 이건….“

         

       실제로 경험한 적은 없으나 서책으로 읽어본 하나의 현상에 대한 기억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땅이 흔들리고, 갈라지며 땅 위의 모든 것들을 부수고 파괴하는 재해.

         

       ”지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자정 전에 한 편 더 올라갑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