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65

       양궁을 끝으로 체육대회를 마치고 우리는 다시 세트장으로 돌아왔다.

         

       양궁을 통해 곡 선정을 마친 우리 1팀과 2팀을 제외한 나머지 6팀의 곡 선정을 하기 위해서였다.

         

       “자, 그러면 박유정 참가자~ 사이버 돌림판을 돌려주세요!”

         

       참고로 박유정은 3팀, 이혜정은 5팀이었다.

         

       두 사람이 속한 3팀과 5팀 모두 무난한 곡을 선정받게 되었다.

         

       박유정과 이혜정은 모두 재능이 넘치는 사람들이니 알아서 잘들 하리라.

         

       …역시 문제는 우리 팀이었다.

         

       “하아….”

         

       마법소녀라니….

         

       그 유치한 소재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벌써 어지럽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 막막한 심정을 함께 공유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사람이 부재한다는 것이었다.

         

       “한나야…, 너는 우리 곡 어떻게 생각해? <매지컬 러브☆>…. 이 노래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흐음…,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우리 2차 팀 경연 곡이잖아. 너도 한 번 잘 고민을 해 봐.”

         

       “뭐…, 어떻게든 되겠죠.”

         

       나한나는 그리 말하며 졸리다는 듯 하품을 했다.

         

       나는 그 순간 하품하는 나한나 입에 날파리가 들어가길 기도했다.

         

       ‘진짜 미치겠네….’

         

       나한나의 태도는 뭐랄까…. 협조적이긴 한데 너무 아무 생각이 없다.

         

       그리고 그런 것은 나한나 뿐만이 아니었다.

         

       스윽-.

         

       “……!”

         

       “네, 언니! 저희는 언니 말만 따를 게요!”

         

       …나머지 낮은 등급의 팀원들도 협조적이긴 하지만…, 주도적인 생각 없이 아기새처럼 내가 떠먹여주길 기다리고만 있었다.

         

       그런 팀원들의 모습에 나는 답답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여기서 연습 제일 적게 했어. 바보들아….’

         

       태생부터 사기급이었던 외모와 상태창의 도움으로 1차 순위 발표식에서 1위를 하긴 했지만 내 연습 기간은 이제 막 한 달을 넘은 채였다.

         

       이렇게 막막한 상황일 땐 경험 많은 연습생들의 조언이 필요한데 저리 입을 꾹 닫고 있으니 속이 터질 수 밖에.

         

       하지만 속 터지는 내 심정이 무색하게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어느덧 다른 모든 팀들도 곡 선정을 마치게 되었다.

         

       “이것으로 모든 팀이 곡 선정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본인 팀의 곡이 마음에들 드시나요?”

         

       한시우의 질문에 곡이 마음에 든 참가자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물론 나는 아니었다.

         

       “앞으로 일주일 후! 여러분들은 다시 관객 평가단 앞에서 무대를 보일 겁니다. 그리고…, 이번 경연을 바탕으로 2차 순위 발표식이 진행되겠죠.”

         

       “…….”

         

       이제 나아아도 초반을 벗어나 중반에 접어들고 있었다.

         

       앞으로 순위의 중요성은 더욱더 커져갈 터.

         

       이를 모두 인지하고 있는지 모든 참가자들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그런 참가자들을 미소로 바라보며 한시우가 진행을 이었다.

         

       “자, 그러면 모두 같이 구호를 외치고 흩어지는 걸로 할까요? 하나, 둘, 셋!”

         

       “Show me your dream-!!!”

         

       그렇게 힘찬 함성과 함께 2차 팀 경연은 불안한 시작을 하게 되었다.

         

         

         

         

         

       **

       

         

         

         

         

       우리 1팀은 연습실을 배정받자마자 우선 <매지컬 러브☆>의 뮤비, 무대, 안무 영상부터 확인했다.

         

       그리고….

         

       “아…, 이거 무슨….”

         

       또다른 난관에 봉착하고 말았다.

         

       …곡 난이도가 미친 듯이 어려웠던 것이다.

         

       물론 우리 팀이 댄스 부문에서 장점이 있기에 안무는 어렵지 않게 딸 수 있어 보였지만….

         

       “음이 어디까지 올라가는 거죠, 도대체…?”

         

       “…3옥타브.”

         

       가창력에서 문제였다.

         

       프리 코러스에서 3옥타브 후반대까지 올라가는 음.

         

       뭐…, 우리 무대가 그냥 노래방이라면 여자애들끼리 시원하게 부를 수도 있었겠지만….

         

       ‘춤추느라 숨 가쁜 이 상황에 무조건 불가능이야….’

         

       무대 위에서 그 바쁜 와중에 춤까지 추며 3옥타브까지 음을 올릴 수 있는 이는 우리 팀에 없었다.

         

       이를 문제없이 올릴 수 있으려면 적어도 유 설이나 이혜정 정도는 돼야 될 터.

         

       하지만 우리 팀원들의 가창력 스탯은 그 두 사람에 비견하기에는 너무 처참했다.

         

       ‘이건…, 편곡이 불가피하다….’

         

       나는 태블릿 pc 속 스트로베리 필터의 무대를 보며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 실력을 가진 레전드 그룹인지 체감할 수 있었다.

         

       ‘못하면 갑분싸 날 수도 있는 컨셉의 곡을 스트로베리 필터가 무대력으로 커버해 버렸다….’

         

       우리 팀이 스트로베리 필터의 발끝이라도 따라가려면 아무래도 대공사가 필요할 듯했다.

         

       이에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팀원들에게 말했다.

         

       “저…, 우리 리더랑 센터부터 정하는 게 어때요?”

         

       정확히는 리더의 역할이 필요했다.

         

       앞으로의 난관이 예상되는 이 상황 속에서 리더를 뽑아 구심점을 삼는다면 그나마 나을 테니까.

         

       그리고 당연히 우리 팀의 리더는….

         

       “…….”

         

       “…….”

         

       “…예, 저 리더 입후보 하겠습니다. 혹시 다른 분 계신가요?”

         

       “없습니다-!!”

         

       …바로 나로 낙점되었다.

         

       ‘…젠장.’

         

       혹시 했는데 역시는 역시인가.

         

       나는 어쩔 수 없이 리더 계급을 받아드리며 씁쓸한 뒷맛을 삼켰다.

         

       저번 1차 팀 경연 때 느낀 건데 리더는 득보다는 실이 더 많았기 때문이었다.

         

       ‘전체적으로 총괄해야 하고 진행해야 하고 신경 쓸 것도 많고…, 피곤하지.’

         

       게다가 팀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지금처럼 불안한 상황 속에서는 더욱 리더가 고달파질 터.

         

       근데 뭐 어쩌겠나.

         

       아무리 봐도 나 빼고 리더를 할 사람이 없어 보이는데.

         

       그래도….

         

       ‘확실한 센터 감이 한 명 있는 건 다행인가.’

         

       나는 졸린 눈의 나한나를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한나의 춤 스탯은 나, 유 설 다음으로 3등이다.

         

       전체적인 스탯으로는 서유진에게 약간 밀리긴 하지만 나한나 역시 서유진 급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저번 1차 팀 경연에서도 나한나가 자기 팀에서 센터를 했으니 이번에도 잘해 줄 수 있을 터.

         

       “자, 그러면 이제 센터를 뽑아볼까요? 센터 입후보 하고 싶은 사람 손들어주세요.”

         

       나는 그리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센터 계급 선정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

         

       “…….”

         

       센터 계급 선정 시간이 왔는데도 나한나는 손을 들지 않았다.

         

       “……?”

         

       이에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안 보였는데 생각보다 쑥스러움이 많은 스타일인가?’

         

       누가 봐도 센터를 차지할 적기임에도 나한나가 나서지 않자 나는 판을 더 깔아주기로 했다.

         

       “음…, 센터하겠다는 사람이 없네요. 그러면 저희 한 번 괜찮을 것 같은 사람 추천 해볼까요? 저는 한나가 센터하면 잘할 것 같은데…, 어때요?”

         

       “좋습니다-!”

         

       “좋은 것 같아요!”

         

       “한나라면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다행히 내가 나한나를 지목하자 다른 팀원들도 좋다며 찬성했다.

         

       그나마 남은 팀원들 중에서 자기가 센터하겠다고 쌩쇼하는 애가 없어서 다행이었다.

         

       “…….”

         

       모두의 지목을 받은 나한나가 눈을 깜박이고…, 그렇게 센터로 나한나가 선정되려는 그 순간.

         

       “……흠, 싫은데요?”

         

       “……어?”

         

       …반전이 일어났다.

         

       “지금 뭐라고 했어, 한나야…?”

         

       “…저 센터하기 싫다고요. 힘들고…, 귀찮고…, 그냥 다른 사람이 하죠.”

         

       바로 나한나가 자기는 센터하기 싫다고 선언해 버릴 것이다.

         

       ‘…얘는 데뷔하기 싫나…?’

         

       센터를 하게 되면 그만큼 장점이 많다.

         

       무대에서도 한눈에 띄게 되고 방송에서도 더 많은 분량을 챙길 수 있다.

         

       아이돌 연습생이라면 심지어 춤에 장점이 있다면 누구라도 센터를 꿈꿀 텐데 얘는 왜 센터를 마다한단 말인가.

         

       나는 순간 당황하여 어버버했지만 금세 정신을 차리고 나한나에게 말했다.

         

       “저…, 한나야. 왜 센터를 하기 싫은 거야…? 물론 힘들 수는 있지만…, 그만큼 장점도 많잖아.”

         

       “저는 센터의 장점보다 단점이 더 크게 느껴져서요.”

         

       “그렇게 말하면서 너 1차 팀 경연 때는 센터했었잖아….”

         

       “그때는 센터를 할 사람이 하도 없어서 제가 했죠. 근데 이번 팀은 아니잖아요.”

         

       “…뭐?”

         

       내가 고개를 갸웃하니 나한나가 하품을 하며 말했다.

         

       “이번 팀에는 저 말고도 센터 할 만한 사람이 있는데 제가 굳이 센터할 필요는 없죠.”

         

       ‘…그게 무슨, 설마…?’

         

       나는 나한나가 한 말의 의미를 깨닫고 슬쩍 나머지 팀원 5명을 쳐다보았다.

         

       ‘…저 5명 중에 센터를 세우자고?’

         

       …안 된다.

         

       센터는 무대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이다. 그런 센터를 맡기에 나머지 5명은 실력이 너무 부족했다.

         

       이에 나는 나한나를 향해 완강한 거절의 의사를 표현하려다가….

         

       스윽-.

         

       “…?”

         

       나를 가리키는 나한나의 손가락에 멈칫하고 말았다.

         

       “언니가 하면 되잖아요, 센터.”

         

       “……어?”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나보고 센터를 하라고?

         

       …나 리더인데?

         

       “…한나야, 잊었나 본데 나 리더야. 방금 정해졌….”

         

       “리더가 센터랑 동시에 해도 되잖아요. 언니도 두 개 다 하면 되죠.”

         

       “…….”

         

       …그래, 리더랑 센터랑 동시에 하는 경우도 분명 있긴 했다.

         

       1차 팀 경연 때도 서유진이 리더랑 센터를 동시에 하려 했고.

         

       다만….

         

       ‘…너무 역할이 막중해져.’

         

       리더와 센터를 동시에 하는 것은 그야말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었다.

         

       경연이 잘 끝나면 공로를 인정받아 모든 칭찬을 몰아 받겠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모든 비난을 혼자서 짊어지게 될 테니까.

         

       분위기 반전을 꾀하여 다음 순위 발표식에서 보다 높은 순위를 노리는 참가자는 해볼 법한 시도였지만….

         

       ‘나는 이미 1위인걸.’

         

       나는 더 올라갈 곳이 없어서 지금 자리만 지키면 되는 1위이다.

         

       굳이 내가 리스크 높은 일을 할 필요는 없었다.

         

       “아냐, 한나야. 내가 리더가 아니면 모를까 리더랑 센터를 동시에 할 생각은 없어. …한나, 네가 이번만 센터 좀 맡아주면 안 될까?”

         

       이에 나는 정중히 거절을 하고 나한나를 다시 살살 꼬셔 보았지만….

         

       “저도 저번 경연에서 센터를 해서 이번에는 웬만해선 하기 싫네요.”

         

       …나한나 또한 완강했다.

         

       그렇게 주축 멤버 둘이 서로 센터를 하기 싫어하는 기현상이 이어지다가….

         

       “…저기.”

         

       나머지 멤버 중 한 명이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혹여 자기가 센터를 하겠다 입후보하는 건가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저희도 두 사람 중에 센터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면 혹시 투표로 정하는 건 어떤가요?”

         

       “…….”

         

       “…….”

         

       …투표라.

         

       아무리 그래도 내가 이미 리더를 하고 있는데 팀원들이 센터를 하라고 나를 뽑진 않겠지.

         

       이에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투표로 정하면 공평하겠다. 한나야, 너는 어때?”

         

       “…뭐, 저도 좋아요.”

         

       나한나도 동의의 뜻을 밝히자 리더인 나는 바로 투표를 진행했다.

         

       “그러면 속전속결로 투표를 해볼까요? 먼저 제가 센터를 하면 좋겠다는 분 손들어 주세요.”

         

       “…….”

         

       스윽-, 슥.

         

       나와 나한나를 제외한 5명 중…, 2명이 쭈뼛쭈뼛하며 손을 들었다.

         

       ‘됐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자, 5명 중 2명이 손들었으니 나머지 3명은 한나가 센터 하기를 원하는 거죠? 그러면 과반수 찬성으로 한나가 센터를….”

         

       그때였다.

         

       “…잠깐만요.”

         

       “…왜, 한나야? 혹시 투표에 불복하는 건….”

         

       “그건 아닌데…, 일단 나머지 투표도 해 봐야죠.”

         

       …이미 결론 난 것 아닌가?

         

       그런데 무슨 나머지 투표를….

         

       찜찜하긴 했지만 나는 그녀의 말대로 진행을 이었다.

         

       “…음, 그러면 한나가 센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 들어 주세요.”

         

       그리고….

         

       슥-.

         

       ‘음……?’

         

       …반전이 일어났다.

         

       “한 명이네요.”

         

       “…….”

         

       나한나가 센터하면 좋겠다고 손을 드는 이가 한 명 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이없는 결과에 나는 손을 들지 않은 나머지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저는 두 사람 중 누가 센터를 해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 저도….”

         

       “…….”

         

       순간 벙찐 사이 나한나가 하품을 하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하암…, 그러면 2대 1로 예린 언니가 센터네요. 다들 새로운 센터님을 향해 박수치죠…. 와아….”

         

       “와아아-!”

         

       “아니…, 이게 무슨. 잠깐…. 하아….”

         

       그렇게 나는 거의 반강제로 우리 팀의 센터이자 리더가 되었다.

       

       리더하겠다고 센터하겠다고 서로 싸우는 다른 팀들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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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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