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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50

        

       “걔가 꽂힌 엘리베이터 괴담이 어떤 내용이냐면…. 아니지. 일단 우리 학교에 대한 소문부터 말하는 게 맞겠지? 오라비, 잘 들어봐.”

         

         

         

         

        * * *

         

         

         

       지맥(地脈)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서울 이능 특성화 고등학교는 이 지맥 중에서도 으뜸이라 여겨지는 용맥(龍脈)의 위에 건설되었다. 이 건물에 지어진 곳은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산줄기가 하나로 교차하는 지점이며, 그렇게 정기가 모여 거대한 혈(穴)을 이루었다.

         

       서울 이능 특성화 고등학교는 혈에 모인 정기를 이용하기 적합한 형태로 건설되었는데, 그 증거가 바로 건물의 형태다. 서울 이능 특성화 고등학교를 얼핏 본다면 조금 특이한 형태의 학교라고 볼 수 있으나, 각 관을 떼어놓고 살펴본다면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것들을 모아서 본다면 분수대의 형태를 한 것 같으며, 어떤 부분을 모아서 본다면 거대한 댐을 닮은 듯한 형태다.

         

       그뿐만이 아니다.

       학교의 크기가 큰 만큼 그 안에는 학생들을 위한 휴식처, 벤치, 예술품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심지어는 학생들이 몰래 세우거나 기부한 것들까지 합쳐져서 매년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여기를 주목해야 한다.

       학생들이 만든 것이 아닌 학교가 지어질 때부터 학교 측에서 직접 올린 것들을 말이다.

         

       그것들을 잘 보면…익숙한 형태가 보인다.

       시골의 강이나 냇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조물.

         

       보(洑)가 말이다.

       학교에서 만든 구조물들을 이어보면 보의 형태를 하고 있는데, 이러한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무려 세 개나 존재하는 것이다.

         

       이것을 과연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정도 된다면 용맥이 겹치는 곳에 건설되었다는 것에 신빙성이 주어졌음을 알 수 있으리라.

         

       또한 서울 이능 특성화 고등학교를 만들 때 참여했던 이름을 살펴본다면 알 수 있듯이, 이 학교는 지어질 때부터 풍수지리에 통달한 지관들, 외국에서 초빙해온 주술사들, 진법에 조예가 있는 이들, 군사 전문가, 건축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지어졌으며….

         

       …

       …

       …

         

       …그렇게 풍수지리학적, 건축학적으로 의미 있는 형태로 지어지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학교는 특정한 형태가 되어 정기를 컨트롤할 계획을 세웠으며, 용맥의 교차점에 모이는 막대한 양의 정기를 인재들- 즉, 학교에 입학하는 이능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에게 투자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계획은 당연하게도 정부가 깊게 관여하고 있는데, 소문으로는 정부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한국에 존재하던 특정 비밀 단체들도 관여하였다고 한다….

         

         

         

         

        * * *

         

         

         

       “그럴싸하지?”

         

       이아린은 학교에 관한 이야기를 마친 뒤 진성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재미있게 들었나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게 참, 그럴싸한 이야기란 말이지. 솔직히 말해서 나도 이 이야기는 진짜 같아. 학교를 돌아다니다 보면 군사용으로 만들어놓은 것 같은 부분들이 꽤 보이거든. 비밀스러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보이는 네모난 창문이라거나, 콘크리트랑 철근으로 떡칠이 되어있는 주차장인 척하는 공간이라거나, 옥상이 헬기가 착륙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던가….”

         

       학교와 군사 시설의 결합.

         

       이아린은 자신이 보고 들었던 것을 근거로 자신이 말한 학교의 건설과 관련된 이야기가 신빙성이 있음을 알렸다.

         

       ‘전쟁이 났을 때, 학교는 대피소로도 이용하곤 하지….’

         

       진성은 그러한 이아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처럼 신빙성이 있는 이야기였으니까.

         

       전쟁 때에도 학교와 병원을 공격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불문율이다.

       온갖 선을 거침없이 넘나드는 것이 전쟁이라지만, 그래도 여기까지는 넘지는 말자는 마지노선.

         

       그리고 대부분 나라는 이러한 불문율을 어느 정도는 지킨다.

       이러한 선이 침범당하게 된다면…단순히 격렬한 분쟁이었던 전쟁은 그야말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몽처럼 변해버리기 때문이다.

         

       금지된 생화학 무기를 꺼내 들고.

       민간인을 공격하는 데 주저함이 없어지고.

       평소에는 하지 않았던 테러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고.

       온갖 고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한다.

         

       군인만 죽어 나가는 일반적인 전쟁과는 다르게, 정말로 국가와 국민의 존망이 위협을 받는 상황이 되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것도 간접적이 아닌 직접적으로 말이다.

         

       선이라는 이렇게 중요한 것이며, 원한이란 그토록 무서운 것이다.

         

       그렇기에 많은 국가에서는 병원과 학교를 전략적으로 이용하려 시도한다.

       군사 시설과 병원과 연계를 한다거나, 학교를 지을 때 법적으로 규제해서 일정 크기 이상의 운동장이나 주차장 등을 만들게 한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아예 정부에서 직접 개입해서 군사 시설을 만들거나….

         

       아마 서울 이능 특성화 고등학교는 이러한 케이스 중 하나일 것이다.

         

       주차장이라는 명목하에 쉘터 겸 무기 보관소 겸 탱크 창고를 만들고.

       곳곳에 총안구를 설치해서 방어에 용이하도록 만들고.

       유사시 VIP들을 대피시킬 수 있도록 헬기 착륙장을 만들고.

       군인들과 장비를 들여오기 쉽도록 운동장도 커다랗게 만들고….

         

       ‘아마 더 있겠지….’

         

       이러한 시설은 아마 학생들이 발견하지 못했다 뿐이지 더 많이 존재할 것이다.

       정부 인사들이나 중요 인물이 대피할 수 있는 쉘터가 학교 지하에 있을 수도 있고, 아예 고립되어도 버틸 수 있도록 관련 시설들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아예 옛 소련처럼 외곽에서 학교와 이어지는 통로가 존재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지.

         

       “어쨌든 이 학교는 비밀스러운 시설이 정말 많단 말이야. 오죽하면 학교 어딘가에서 이상한 괴물을 기르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겠어?”

         

       물론 그 괴물은 소환이나 연금 쪽에서 장난을 친 게 분명하지만 말이야.

         

       이아린은 그렇게 말하며 킥킥 웃었다.

       그쪽 학생 중에서 재미있는 애들이 꽤 있다는 말과 함께.

         

       “서라가 꽂힌 이야기도 뭐 이런 학교의 특성 때문에 생긴 이야기 같은데…. 으음. 좀 복잡한 괴담이기는 한데…. 설명하자면.”

         

       이아린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러고는 천천히 기억을 더듬어가며 ‘엘리베이터 괴담’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일단 내용은 이래. 우리 학교에는 엘리베이터가 많이 존재하거든? 뭐 솔직히 이렇게 많을 필요가 있나 싶기는 한데, 사람들 이용하는 거 보면 더 있어야 할 것 같기도 하기도 하고…. 어쨌든 다른 학교에 비해서 많긴 많아.”

         

       “….”

         

       “그런데 그 엘리베이터 중에서 ‘위험 화물 엘리베이터’라는 게 있거든? 연금술사랑 마법사들이 주로 이용하는 건데…. 이름 보면 알겠지? 아티팩트나 실험물 가지고 탈 때는 그것만 이용해야 해.”

         

       “….”

         

       “그런데 이런 소문이 돈 거야. 이 위험 화물 엘리베이터를 타면 비밀스러운 곳으로 갈 수 있다는 소문이 말이야.”

         

       비밀스러운 곳.

       앞서 말했던 군사 시설처럼, 꼭꼭 숨겨져 있는 ‘비밀스러운 공간’.

         

       “그 비밀스러운 곳이 바로…. 지맥과 관련된 곳이라더라.”

         

       소문에서 말하길, 그 비밀스러운 공간은 학교의 설립과 관련이 되어있는 지맥(地脈)…용맥(龍脈)과 관련이 된 곳이라고 한다.

         

       “…지맥과?”

         

       “어우, 주술사 아니랄까 봐 그 단어에 반응하는 거 봐.”

         

       극-혐-

         

       이아린은 박진성의 반응에 낄낄 웃었다.

       그리곤 뜸을 들이는 것처럼 말을 멈추고 히히 웃고는, 어딘가에서 또 과자를 발굴해냈다.

       그리곤 그 과자를 까고는-

         

       “오라비, 입 벌려!”

         

       휘익.

         

       진성을 향해 던졌다.

         

       이아린이 던진 과자는 정확하게 박진성의 입 안에 골인했고, 입에 들어가기 무섭게 강렬한 자신만의 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입 안 전체를 화하게 만드는 강렬한 민트의 향기와 코를 찡하게 만드는 와사비의 향기. 그리고 거기에 더해 사르르 녹아내리는 버터 향을 가득 품은 밀가루까지.

         

       “뭐 그렇게 심각하게 듣고 있어. 과자 줬는데 뜯지도 않고.”

         

       이아린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이 뜯은 과자를 허공에 던지고는, 톡 하고 검지로 쳤다.

       그러자 뜯겨 있음에도 과자는 허공에 떠오른 모습 그대로 호선을 그리며 진성의 품에 안착했다.

         

       “오라비, 먹으면서 들으라고. 그래야 더 재밌잖아.”

         

       이아린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고는 진성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가 과자를 꺼내서 입에 집어넣을 때까지 말이다.

         

       와그작.

         

       그리고 진성이 입 안에 과자를 넣고 나서야 그녀는 다시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지맥까지 말했지? 어쨌든 그 위험 화물 엘리베이터를 타면 지맥과 관련된 곳으로 갈 수 있는데, 진짜 지맥 위에 있는 곳은 아니고…. 뭐라더라? 용맥에서 뽑아낸 정기를 학교로 시설 중 하나? 사람으로 비유하면 혈관쯤 되겠네. 어쨌든 그런 혈관쯤 되는 공간에 갈 수 있다는 이야기지.”

         

       “흐음.”

         

       “그리고 그 혈관에 들어가면 정말 정말 정말 정말 놀랍게도!”

         

       이아린은 입으로 두구두구두구 소리를 내며 침대를 양손으로 두들겼다.

       그리고 기대감이 고조될 때쯤에 빠밤 하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마치 아나스타시아를 닮은 듯한 장난기를 품은 채 말이다.

         

       “피부가 아기처럼 변하고! 엄청나게 예뻐진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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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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