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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50

       

        

        

        

        

        

        

        

        

        

        

       “<현재 안산을 지나 시화호 인근으로 진입 중. ETA 3min. 특이사항 없음.>”

        

       “<기상 양호, 측풍 양호. 호버링은 문제없겠군요. 엑스포 건물이 잘 보이는 날이네요.>”

        

       “<엑스포 측이 제공한 영상 정보에 의하면 LZ – 착륙지점 – 인근에 적은 감지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무도 모르는 법이죠. 비스트 액츄얼이 시호크 2부터 4에게 전달. 예정대로 시호크 1이 완전히 강하하기 전까지는 주변을 체공하며 LZ 인근을 감시하세요.>”

        

        

        

        부우우우-!

        

        수천 마력이 넘는 터보샤프트 엔진이 MH-60S 시호크의 프로펠러를 힘차게 회전시키며 공기를 찢어내고, 수백 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40명 가량의 인원을 이동시킨다.

        

        주변으로 보이는 무성한 갈대밭과 습지, 그리고 그 주변을 둘러싼 수많은 공장단지들. 파란색 물결 위로 부서지는 포말의 색을 띈 네 대의 군용 헬기가 엑스포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도 가장 선두에 선 시호크 1, 그리고 그 안에 탑승한 로렌티나는 측방 강화플라스틱 창문 너머로 보이는 엑스포의 전경을 눈에 담았다.

        

        

        적잖아 KTX에 준하는 속도로 창공을 가로지르는 시호크는 시화호를 고작해야 1분도 지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가로질렀고, 곧이어 헬리콥터는 인천광역시와 경기도의 경계선을 횡단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반짝거리는 여러 엑스포 건물들이 이들의 눈에 들어왔다. HMD,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 위로 목적지의 위치가 빠르게 표기되었다.

        

        헤드 디스플레이의 차광 기능을 작동시킨 로렌티나가 다른 이들이 동일한 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신호를 보냈고, 빠르게 속도를 줄인 시호크는 어느샌가 D동 옥상 십수 미터 위에서 호버링을 시행했다.

        

        D동 옥상의 반사 재질에 부딪힌 햇빛이 파편처럼 부서져, 부드럽게 열린 측방 도어 위를 자잘히 비추었다.

        

        

        

       “<섬광탄이라도 터진 것 같군요.>”

        

       “<뒤에서 사주경계하고 있는 친구들은 눈이 부실 걱정이 없어서 다행이로군요. 줄 내리세요. 먼저 내려갈테니 뒤따라오세요, 호프먼. 스탑워치 작동시키고.>”

        

       “<옛써, 하강 준비 완료. 등강기 장착.>”

        

       “<갑니다.>”

        

        

        

        치이이익!

        

        측방 도어가 완전히 열림과 동시에 튀어나온 두꺼운 밧줄, 하지만 그것마저 지상에 불안정하게 닿게 만들 정도의 강력한 헬기의 하강기류.

        

        그러나 로렌티나는 일절 신경쓰지 않았고, 흡사 우퍼를 연상하게 만드는 대형 박스를 먼저 내려보낸다. 그것만으로 흔들리던 줄이 균형을 잡았고, 로렌티나는 한 손으로 줄을 잡은 채 빠르게 하강했다.

        

        오직 상어만이 가능한 광기어린 패스트로프 하강 방식이었다.

        

        

        투두두두!

        

        그와 동시에 사방팔방에서 헬기 로터음과 구분할 수 없는 격발음이 울려퍼졌다. 헬리콥터가 도착함과 동시에 소란을 알아챈 휴머노이드 적군이 D동 문을 통해 기어나오다 요격당한 것이었다.

        

        그 사이 팀장인 로렌티나와 부분대장인 호프먼은 무사히 D동 지붕에 안착한 상태였고, 로프를 타고 내려오기 시작하는 수많은 부속 장비들을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D동 옥상에 달 수 있는 현수하강장치였고, 두 번째는 옥상 곳곳에 설치하기 위해 가져온 펄스 시스템이었다.

        

        

        누가 보아도 끔찍할 정도로 복잡하게 생긴 펄스 장치를 간단히 풀어헤친 로렌티나가 기계의 측면을 열었고, 그 안에서 마치 진동벨을 연상하게 만드는 디스크를 여러 개 꺼낸 뒤 주변에 내던진다.

        

        금방이라도 바닥으로 떨어질 것만 같은 디스크가 신기할 정도로 부자연스럽게 옥상 바닥에 붙는 사이, 상어를 포함하여 열 명에 달하는 해머헤드 분대가 무사히 옥상 위에 착지하였다.

        

        그와 동시에 주변을 경계하던 시호크 2부터 4가 사주경계를 멈추고, C동을 향해 이동했다.

        

        이제부터는 해머헤드 팀이 D동에서, 혹은 그 주변에서부터 착륙을 방해하기 위해 기어나오는 휴머노이드 적을 요격할 타이밍이었다.

        

        

        

       ───투웅! 투웅! 투웅!

        

        

        

        실탄에 한없이 가까운 형태로 조정된 공포탄.

        

        신체 곳곳, 그리고 총기에 장착된 수많은 부착형 센서들이 총구의 방향을 읽고, 작전에 돌입하기 전 설정했던 탄환의 화약량, 탄두의 무게, 약실 압력, 총구 부착물 유무를 변수로 설정하여 계산해낸다.

       

        그리고 그것이 합당하다고 판정한 순간, 해머헤드 팀이 사격한 가상의 탄환은 실제적인 결과가 되어 D동 지하와 연결된 게이트에서부터 하나둘씩 기어나오는 휴머노이드 적군을 관통했다.

        

        적이 실 끊긴 인형처럼 바닥에 쓰러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혹시라도 헬멧에서 머리카락이 흘러나오고 있지 않는지를 점검한 로렌티나가 자신의 외형을 슬그머니 살폈다.

        

        외형 변조 시스템이 문제없이 작동하고 있는 것을 확인한 그녀가 통신망에 덧붙였다.

        

        

        

       “<비스트 액츄얼이 시호크 2부터 4까지에게 전달. 착륙지점은 안전하다(LZ is clear). 반복한다. 착륙지점은 안전하다.>”

        

       “<확인했다. 랜딩까지 15초. 측방 램프도어 개방.>”

        

        

        

        드르륵!

        

        헬리콥터 세 대가 수십 미터 가량의 안전거리를 확보한 채 C동 건물 인근에 안정적으로 착지하였고, 그와 동시에 완전무장한 군인 21명이 3개의 조로 분리되어 D동을 향해 빠르게 접근했다.

        

        특별한 점이 있다면 7명 1개조에 반드시 포함되어있는 통신수 대신 포인트맨을 완전히 전담하려는 듯 탄도 방패를 든 인원이 가장 전면에 서있다는 점일까.

        

        세 대의 헬리콥터에 남은 세 명이 헬리콥터 위에서의 저격지원을 위해 다시금 하늘로 올라가는 사이, 로렌티나는 마치 구경이라도 나온 것마냥 주변을 와글와글 둘러싼 엑스포 관람객들을 눈으로 훑었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호프먼. 등강기 설치 끝났으면 와처 친구들 데리고 신호에 맞춰 레펠 준비하세요. 이쪽은 옥상 문으로 돌입하지요.>”

        

       “<확인했습니다.>”

        

       “<여기는 알파, 입구 A에 돌입 준비가 끝났다.>

        

       “<여기는 브라보, 입구 B 도착.>”

        

       “<찰리 액츄얼, 이하 동일.>”

        

       “<좋아요. 펄스 가동합니다. 눈 똑바로 뜨고 신기술을 관람하시길.>”

        

        

        

        그녀가 손을 휘저었다.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기이한 진동. 주변에 흩뿌려진 디스크로부터 새어나온 빛이 선이 되고, 이윽고 빛무리가 되며, 흡사 건물을 완전히 관통하듯 위에서 아래로 쏘아내려진다.

        

        그 순간 내부에서부터 감지되는 백수십 명의 숫자. 인질을 제외하고도 무려 1개 중대 가량의 휴머노이드 적군이 D동을 점거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압도적인 숫자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있는 전원은 돌입하기 전 어디를 어떻게 타격해야만 하는지, 타격지점에 민간인이 섞여있는지 등을 확인하고는 가장 최선의 선택을 행한다.

        

        

        인컴을 타고 아군이 하부 유탄발사기를 장전하는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로렌티나는 잠겨있는 문의 잠금쇠 부분을 플라즈마 토치로 지져 녹여버렸다.

       

        사전에 잠금쇠 부분에 뿌려놓은 WD40 덕분에 문이 열리면서 나는 쇳소리는 없었고, 그녀는 아무런 발소리조차 없이 계단을 내려가며 덧붙였다.

        

        

        

       “<현 시간부로 작전명 선두주자를 시작하지요. 자유로운 무기 발포를 허가합니다(Weapons free).>”

        

       “<확인.>”

        

        

        

        콰앙!

        

        그 순간 건물 1층에서부터 동시다발적인 폭음이 터져나왔다. 단단히 잠겨지다 못해 용접된 문이 폭발물에 의해 폭발하고, 그 안으로 여러 개의 수류탄과 섬광탄 – 모의 폭발물이었다 – 이 터진 것이었다.

        

        내부에 잔존하는 휴머노이드의 모든 신경이 폭발물에 쏠린 순간, 로렌티나가 이끄는 비스트 팀은 옥상 계단을 무시무시한 속도로 내려감과 동시에 옥상을 제외한 꼭대기층인 4층에 발을 디뎠다.

        

        어림잡아 일곱이 넘는 적군이 발코니에 총구를 내밀고 사격을 가하는 사이, 전면에 선 상어가 소음기가 달린 22구경 권총을 꺼내들고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사격을 시작했다.

        

        어지간한 헬멧에는 약간의 기스만 날 정도로 약한 위력이었지만, 그것이 헬멧으로는 방호되지 못하는 경추 부분을 관통했다는 판정이 난다면 달랐다.

        

        말도 안 될 정도로 가벼운 소음과 함께, 4층에 잔존하는 적군이 추풍낙엽처럼 지기 시작했다.

        

        

        

       “<오우, 그러면 안 되죠.>”

        

        

        

        픽!

        

        ㄱ자로 꺾어지는 발코니에 숨어있던 휴머노이드가 로렌티나를 덮치려고 시도했지만, 그녀는 그 순간 기이할 정도로 몸을 낮추며 왼손으로 적의 팔을 잡았고, 이어 오른손의 권총을 턱에 갖다대었다.

        

        작은 발포음과 동시에 휴머노이드는 사살 판정을 받고는 그 자리에 널브러졌다.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탄창을 교환한 로렌티나는 반대쪽으로 향한 세 명의 팀원을 뒤로 한 채 다시금 펄스를 가동시켰고, 그 순간 개별적인 적군의 위치가 일제히 갱신되었다.

        

        HK337을 들어올린 그녀가 기이한 정도로 빠른 몸놀림으로 4층 위의 모든 적군을 지워버리기 시작했다.

        

        

        

       “<4층 안정화까지 대략…1분 정도 남았군요. 별다른 특이사항 없다면 3층까지-어우.>”

        

        

        

        피잉!

        

        그 순간 또다시 갑작스럽게 튀어나온-그러나 레펠을 통해 매달린 와처 팀에 의해 사살된 적 휴머노이드. 로렌티나는 유리창 너머로 와처 팀이 왼손으로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린 것을 보고 쿡쿡 웃었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가장 격렬한 저항을 맞닥뜨린 1층의 상황은 꽤나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슬쩍 채널을 돌려 1층에서 벌어지는 교전을 확인한 로렌티나는 아래쪽으로 눈을 흘겼다.

        

        

        

       -적 기관총좌 제압해! 엄폐, 엄폐한다! 유탄발사기 든 놈부터 따!

        

       -정석이가 맞았다! 허벅지 완전관통 판정! 지혈대 던져주고 화력우세부터 점해! 수류탄 던져!

        

       -포인트맨 방패 전개! 실드 펼쳐! 부상자는 엄폐물 뒤에서 자가처치하고!

        

       -당소 찰리, 부상자 및 사상자 없이 구역제압이 종료되었다. 가장 지원이 필요한 곳으로 향하겠다.

        

        

        

        아직 큰 문제는 없구만.

        

        로렌티나는 그리 생각하며 어느덧 조용해진 4층을 확인했고, 외부에서 대기하던 와처 팀의 통신에 귀를 기울였다.

        

        

        

       “<3층에서 인질들을 억류하고 있는 친구들을 조준하고 있습니다. 제때 돌입 안 하면 이쪽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확인. 4층 상황 종결. 즉시 내려가지요. 신호에 맞춰 사격하세요.>”

        

        

        

        그 말과 함께, 비스트 팀은 3층 계단을 향해 내려갔다.

        

        

        

        

        

        

        

        

        

        

       “오우, 와, 이야….”

        

       “와, 미쳤나봐. 오줌 쌀 것 같아.”

        

       “이야, 주변에서 휴대폰 안 보고 있는 사람이 없네.”

        

       “그럴 수밖에요.”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흠…잡을곳이없네

       -이걸 승낙해준 이카루스도 진짜 정신나간거같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근데 휴머노이드성능 미쳤냐 어케 특수부대랑 비빔???

       -비얌미나티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어요!!!!!

        

        

        

        한편, 그로부터 대략 400m 가량 떨어진 A동.

        

        엑스포의 모든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스트리밍 중인 테러제압훈련을 보고 있었다.

        

        

        

        

        

        

        

        

        

        

        

        

        

        

        

        

        

        

        

        

       

       “…음, 뭐라고 해야 하나. 확실히 게임이랑은 좀 많이 다르네요. 거기는 혼자서 알아서 하면 됐는데, 여기는 목숨이 걸려있다고 가정하고 전투에 임해서 그런지 훨씬 체계적이라고 해야 하나.”

        

       “틀린 말은 아니네요. 특히나 이렇게…소탕 작전이 아니라 인질들이 있다고 가정하게 되면 작전은 좀 더 스피디하고 섬세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지요. 꽤 힘든 일이에요.”

        

       “그렇죠? …그러니까 뒤에서 저희 심상찮은 눈빛으로 지켜보고 계신 로렌티나 언니 좀 어떻게 해주시면 안 되나요?”

        

       “그건 본인의 의사니까요. 제한할 수 없지요.”

        

       “위장약 사와야할 것 같아…!”

        

        

        

        저런저런, 실제 로렌티나도 아닌데 그러면 안 되지.

        

        나는 대충 그런 눈빛으로 홀로그램-상어와 다이스 일행을 번갈아 쳐다보았고, 새끼 비얌들은 찜찜한 눈빛으로 계속해서 한국 국방부 공식 채널에서 송출되고 있는 영상을 시청하고 있었다.

        

        시청자 수는 대략…내가 평소 방송을 켰을 때와 상당히 비슷했다. 사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그닥 인기가 있을 리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엑스포가 작전의 주무대였으니 말이다.

        

        언젠가 말했듯이, 이카루스 측은 인지도 상승과 휴머노이드 광고를 위해 해군 쪽 – 정확하게는 로렌티나의 – 요청을 수락했고, 결과적으로는 윈윈이 되었다.

        

        지금 바깥에 옹기종기 모여 실시간으로 진행 중인 작전을 보고 있는 이들의 숫자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나저나, 지난 번에도 물어봤던 것 같은데, 이런 거 실시간으로 송출해도 되는 거죠?”

        

       “작전이 정확히 어떻게 돌아가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테크닉이 사용되는지, 민감한 부분이 노출되는지 등등만 적당히 잘 검열하면 문제없죠. 당장 유어스페이스에 올라와있는 훈련 관련 영상이 몇 개나 되는지는 알고 계신가요?”

        

       “생각해보니 그도 그렇긴 하네요.”

        

       “아무튼, 만약의 일이지만…아니, 불안감을 좀 더 없애드리죠. 만약 여러분들이 입대하게 된다면,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아마 저런 일을 하게 될 거예요.”

        

       “…역시 그렇겠죠?”

        

        

        

        잠깐 골똘히 생각하던 두 명이 덧붙였다.

        

        

        

       “…음, 역시. 안 될 것 같아요. 지금처럼 게임으로만 할래요. 아무리 생각해도, 제 등에 남의 목숨이 얹혀있을 수도 있다는 중압감은 절대 못 견뎌낼지도.”

        

       “그렇지요. 어중간한 각오로는 하기 어렵답니다. 멋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 혹은 어른이 되기 위해서 온다는 사명 이상을 마음 속에 품어야만 하지요. 군인이란 누군가의 삶을 책임지는 직종 중에서도 가장 숭고하고 힘드니까요.”

        

       “앗, 상어 언니…가 아니라, 홀로그램 언니.”

        

       “실제로 재현은 100%에 가깝지요. 실제 상어가 있었어도 아마 그리 말했을 거예요.”

        

        

        

        그 말을 들은 홀로그램-상어가 찾아왔다.

        

        당연하겠지만, 다이스와 하모니는 로렌티나가 어디서 뭘 하는 사람인지 대강 짐작하고 있었고, 내게 충분히 ‘왜 상어가 둘이냐’고 질문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따라서 나는 미리 준비해둔 답변과 함께 모두를 속여넘길 수 있는 방안을 준비했다 – 상어가 둘인 척을 하게 되면, 지금 저기서 작전 중인 로렌티나의 정체가 오리무중으로 빠질 테니까 말이다.

        

        그 홀로그램 로렌티나가 또 다른 상어라는 사실까지는 당연히 말해주지 않았지만.

        

        

        그건 그렇고, 로렌티나가 저렇게 말하는 걸 보니 조금 웃기긴 했다.

        

        기본적으로 저 양반은…몇 번이고 말했지만, 그냥 군인의 본분 중 하나에 실로 잘 맞았다. 요컨대 필요에 의해, 그리고 명령에 의해 사람을 죽이는 것을 나름 즐길 수 있는…그런 비상식적인 적성 말이다.

        

        물론 그것만 있었더라면 상어는 군인이 아니라 연쇄살인마가 됐겠지. 그저 저 사람은 블랙옵스적 직업윤리에 더해 동료를 아끼고, 리더십도 있으며, 그 어떠한 어려운 작전조차 수행해낼 수 있을 뿐이다.

        

        요컨대 그냥 완전체란 소리지.

        

        

        아무튼.

        

        

        

       “몇 년씩 저 양반의 정체를 알고도 입 다물고 있는 건 상당히 기특한 일이지만, 앞으로도 입을 조심해주길 바라요. 그리고 한가하면 작전 끝난 다음 상어 데리고 뭐 먹을지도 생각해보시고요.”

        

       “앗, 밥 먹는다. 아싸.”

        

       “아, 맞다. 이 몸이 되니까 확실히 살찔 걱정은 없어서 좋은 것 같아요. 원하는 거 마음대로 먹고 다녀도 살 안 찌는 건 진짜 치트 아니예요?”

        

       “뭐어, 그럴지도 모르죠.”

        

        

        

        그러던 와중 이어지는 아이리스의 말.

        

        

        

       “…근데 그건 그렇고, 저 홀로그램-상어 씨도 어떻게 보면 원격조종기 아닌가요? 이거 듣고 있을 수도 있지 않아요?”

        

       “아, 맞아요. 그러고 보니 저건 누가 조종하는 거예요?”

        

       “비밀이랍니다.”

        

       “앗, 설마 올리비아나 로건 언니?”

        

       “…일단 로건 언니 성격 감안하면 때려죽어도 저런 건 안 할 것 같은데.”

        

        

        

        당연하다고 해야만 할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새 안건이 제시되자 다들 꺅꺅대며 한 마디씩 거든다.

        

        

        

       “그치. 로건 씨는 저런 건 절대 안 할 거고…아마 올리비아 언니라면 조금 가능성 있을지도.”

        

       “근데 그런 것치곤 너무 재현률 높은데, 유진 씨 성격도 그렇고…이렇게 어디 나가면 안 되는 이야기에 끼워넣을 정도라면 저희들이 아는 사람일지도.”

        

       “설마 지금 작전하고 있는 로렌티나 언니가 이것도 조종하고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죠? 히히.”

        

        

        

        …음, 어떻게 보면 쓸데없이 비슷하게 짚었다.

        

        내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뜸을 들이고 있자, 농담에 가까운 분위기가 기묘한 형태로 반전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정적까지.

        

        웃음이 잦아들며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홀로그램, 맞죠?”

        

       “하하.”

        

       “왜 대답을 안 해요, 갑자기! 뭔데요, 대체 뭔데!?”

        

        

        

        그치만 대답을 안 해주는 편이 재밌을 것 같으니, 나는 그냥 입을 닫았다.

        

        뉴욕-로렌티나가 그런 나를 보며 뒤에서 쓴웃음을 짓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음 주~다다음 주 즈음이면 완결날 것 같습니다

    길었습니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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