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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51

        

         

       피부 미용.

         

       놀랍게도 괴담의 장소로 가면 얻을 수 있는 것이 피부 미용이라고 한다.

         

       “…뭐, 덤으로 남자에게는 엄청난 정력을 주고, 무인에게는 성취를 올릴 기회도 준다고 하는데. 어때. 대단하지?”

         

       “무인의 성취를 올린다는 것이 주(主)가 되어야 하지 않느냐?”

         

       “응?”

         

       이아린은 진성의 말에 이상한 소리를 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한 소리를 하네. 오라비, 그런 수상한 짓으로 성취를 올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래?”

         

       “의미라?”

         

       “물론 무인들이 기연이나 영약에 환장하는 건 맞기는 한데~ 그건 그래도 전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거잖아? 그런데 지맥이니 정기니 하는 건 무인들의 처지에서는 뭔가 좀.”

         

       이아린은 잠시 할 말을 고르다가, 꼰대 무인들이나 입에 담을법한 ‘재미있는 단어’를 떠올리고는 피식 웃었다.

         

       “그래. 사술(邪術). 사술의 영역이라고.”

         

       “하하하. 사술이라!”

         

       사술(邪術).

       옛적 무인들이 입에 달고 살던 말이다.

         

       나이에 비해 성취가 높으면 사술.

       뭔가 특이한 무공 같으면 사술.

       마공 계통이면 사술.

       환(幻)처럼 화려하고 사람들을 미혹하는 계통의 무공을 사용하면 사술.

       출신이 좋지 않은데 무공 실력이 뛰어나면 그것도 사술.

       기연이나 영약으로 능력을 끌어올렸으면 그것도 사술.

       특별한 무기를 사용해도 사술.

       심지어 총이나 활을 이용해서 무공을 펼쳐도 사술 타령을 했었다.

         

       심지어 오래된 이야기도 아니다.

       당장 수십 년 전 이야기였다.

         

       그 사술 타령을 하던…이아린의 말대로 ‘꼰대’인 사람들이 멀쩡히 살아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아린이 사술 이야기를 하면서 이렇게 피식 웃음을 짓는 것이었고.

         

       “응. 꼰대들이 말이야~ 뭐만 하면 사술이니 뭐니~”

         

       그렇다면 그들이 말하는 사술은 무엇인가?

       한자 그대로 술법(術法), 즉 주술을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마력을 사용하는 마법을 말하는 것인가?

       진성이 일본에서 보았던 어떠한 무인처럼 기(氣)가 아니라 마나(Mana)를 사용한 것인가?

       인신 공양이나 제물을 통하여 어떤 힘을 얻고자 하는 것인가?

       어떠한 의식이나 초월적 존재를 통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얻고자 하는 것인가?

         

       비인도적인 실험으로 무공에 영향을 주는 행위?

       사이버네틱스 수술을 통해서 신경을 갈아치우는 행위?

       택티컬 사이버네틱스(Tactical Cybernetics)로 전투 능력을 끌어올리는 행위?

       생명을 대가로 경지를 끌어올리는 비술?

       무공과 비전이라는 탈을 쓴 주술 행위로 기(氣)를 얻거나 신체를 강화하는 짓?

         

       답은 전부.

       혹은 전무(全無).

         

       저것들 전부가 그들이 말하는 사술이기도 하고, 사술이 아니기도 하다.

         

       왜냐고?

         

       무인들의 입에서 나오는 ‘사술’ 타령은 이해하기 힘들거나 받아들이기 힘든 것에 대한 불평이요,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남을 깎아내리는 행위이며, 더 나아가서는 꼰대의 투정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진성이 이아린의 사술이라는 말에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그 역시도 무인들의 사술 타령을 지겹도록 들은 인물이었으니까 말이다.

       이아린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무인들의 습성이 그러했지. 허허허.’

         

       특정 기생충을 몸 안에 넣어서 아드레날린 등을 강제로 분비하도록 했을 뿐인데 사술 소리를 하고.

       혈관에 기생충 알이나 원생생물이 돌아다니게 만들어서 적을 감염시키는 일종의 생체 폭탄으로 만들어도 사술 소리를 하고.

       근처의 동식물들을 죄다 오염시켜서 닿기만 해도 피해를 보도록 만들었더니 사술 소리를 하고….

       심지어는 죽은 이들을 재료로 주물을 만들거나 주술을 사용해도 사술 소리를 했다.

         

       조금 보기에 징그러울 수는 있어도 명색이 무인들이 아닌가.

       평소에는 그렇게 남자다움을 강조하던 작자들이 학을 떼고 진저리를 치며 사술 타령을 하는 것은 보기에 좋지 않았다.

       심지어 그들이 있던 곳이 전장이거나 전장보다도 더 혹독한 환경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더더욱.

         

       “우리 학교에서도 꼭 그래. 다 좋은데 꼰대들이 너무 많다니까? 아티팩트를 타고 다니면 요즘 것들은 요새 사술을 아무렇지도 않게 쓴다면서 막 난리를 치고, 합성섬유를 사용해서 방검복을 만들어 입으면 신외지물이 어떠니 하면서 대련 때 못 입게 하고, 총검술이나 건카타 같은 무공을 사용하려고 하면 겉멋만 들었느니 하면서 난리를 치고, 심지어는 어? 알약 형태로 영약을 가공해서 먹던 애가 있었는데- 뭐라는 줄 알아? 어디서 영약을 그렇게 만들어 먹냐면서…. 그게 도핑이지 어디 영약으로 내공을 늘리는 거냐면서 막 혼내는데…. 와~”

         

       평소에 쌓인 것이 많았던 것일까?

       이아린은 줄줄이 불평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뭐만 하면 전통이니 어쩌고 한다고.

       마법이나 최신 과학 기술이 들어가면 거부감 느끼는 교관들이 한둘이 아니라고.

       그러면서 스마트폰이나 호신용 아티팩트, 공장에서 마법을 사용해서 찍어낸 장비는 잘만 쓴다고.

         

       이아린은 그렇게 진성에게 신나게 불평을 토로했다.

       그랬다가 어느 정도 쏟아냈다 싶을 때, 히힛 하고 장난스럽게 웃고는 앞머리를 뒤로 넘겼다.

         

       “어쨌든 뭐 그래~ 그런 지맥이니 정기니 하는 건 무인들이 손댈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지! 뭐 무협 소설 같은 데서도 나오잖아? 제갈세가가 지맥 따져서 진법 세우거나, 나이 잔뜩 먹은 도사가 지맥이 어떠니 하고, 아니면 뭐 혈교니 뭐니 하는 사람들이 그거 가지고 음모 꾸미거나…. 딱 그 정도?”

         

       “그러하구나.”

         

       진성은 이아린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하지만….

         

       ‘내가 아는 무인들의 습성이라면 분명히 관심을 가질 것이 분명하다.’

         

       겉으로 보이는 태도와는 다르게, 진성은 거의 확신을 품고 있었다.

         

       무인이 저 소리를 듣고 관심을 가지지 않을 가능성이 0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이다.

         

       이아린은 그냥 즐겁게 떠들고 말 괴담에서 나오는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여길지라도, 다른 이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애초에 사술 같다고 하는 것도 이아린 개인의 이야기 아니던가.

       코에 붙이면 코걸이요 귀에 붙이면 귀걸이라.

         

       무인들은 기가 많고 깨끗한 곳에서 수련하는 것을 흠결로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미덕으로 여겼지.

         

       그런 점에서 생각해본다면, 저 괴담의 장소 역시 그러한 ‘무공을 수련하기 좋은 지역’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들어가면 그만이고, 거기서 정기를 사용해서 능력을 올리는 것 역시 기연이니 뭐니 하는 이야기로 포장하면 그만이다.

         

       그러니.

         

       “그 서라라는 아해의 경지는 어찌 되느냐?”

         

       “응? 괜찮지? 성적도 좋은 편이고.”

         

       “좋은 편이라….”

         

       좋은 편.

         

       이아린이 말한 그 짧은 말 하나에 여러 가지 단서가 담겨 있다.

         

       좋다 그르다 하는 것은 무언가를 기준으로 삼는 평가요, 어떠한 것들을 비교하여 말하는 것이라. 게다가 서울 이능 특성화 고등학교는 이능을 익히는 것과 관련된 커리큘럼을 주로 한다고 한들 한국에 있는 고등학교, 당연히 경쟁 요소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한 곳에서 좋은 편.

       좋은 편이라….

         

       “익히고 있는 무공은 무엇인지 아느냐?”

         

       “화산 쪽 무공이야. 오라비도 매화 어쩌고 하는 건 들어본 적 있지?”

         

       “아아. 화산. 알고 있느니라.”

         

       잘 알고 있다.

       화산파(華山派)를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중국 섬서성의 화산에서 세를 이루고 있는 문파.

       보기만 해도 아찔해질 것 같은 험한 산을 발원지로 삼는 무인들의 문파.

       무공의 수려함과 위력 덕분에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이들.

         

       화산파는 경지에 이르면 매화 꽃잎이 흩날리는 것 같은 모습과 함께 매화 향기를 풍긴다고 하여 유명한 매화검법. 거기에 보조 용도로 만들어진 매화권, 흩날리는 매화를 전부 꿰뚫을 수 있다는 매화관창 등의 무공들이 유명하다.

       그리고 이러한 유명세 덕분에 여인들이 익히기를 선호하기는 무공이기도 했고.

         

       우아하고 아름답다.

       부드러우나 강하다.

       화려하지만 절제가 있다.

         

       무공을 익힘에 있어 겉모습은 중요한 법.

       거기에 문파 자체의 세도, 이름도 높으니 무엇을 망설이겠는가?

         

       그러니 인기가 많을 수밖에….

         

       하지만 진성은 이들의 진실을 알고 있었다.

         

       ‘이들의 무공의 진실한 것은 매화검법으로 대변되는 유(柔)의 무공이 아니라, 깎아지를듯한 산세와 굳센 바위, 거대한 산악의 기세를 담은 패도적인 것이라는 것.’

         

       화산파에서 대대로 내려온 진짜 무공은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다르다는 것.

       화려한 무공들 때문에 명성을 얻고 있지는 못하지만, 진짜배기는 바로 저것들이라는 것이다.

         

       바위와 땅, 산의 심상을 품은 무공.

       굳세고 강렬한 그 무공들….

       심지어 중국 정부의 탄압에도 일부 보존하는 것에 성공한 주술에 대한 기록들까지.

         

       그러한 무공들이야말로 화산파의 진체이며, 그들의 무서움이다.

         

       ‘서라라는 아이. 도술에 대한 기록을 보았거나 알고 있나 보군.’

         

       추측에 불과하지만…아마 확률이 높을 것이다.

         

       화산에 거닐던 도사들은 지맥과 용맥을 사용할 줄 알았는데….

       아마 서라라는 아이는 그러한 것 때문에 착각하고 있을 것이다.

         

       적어도 정기를 사용해서 경지를 올리는 것 정도는 가능하리라고 말이다.

         

       그러한 것이 가능해지려면 최소 주술 의식을 행해야 할 것이요, 설령 주술 의식을 행한다고 할지라도 어마어마한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 분명한데도 말이다.

         

       ‘능력자들이 주술을 가까이하지 않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허허. 역사책만 봐도 교훈을 얻을 수 있거늘….’

         

       참으로 어리석다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대충 이해하였다.”

         

       “응? 뭘 이해했다는 거야?”

         

       “그렇게 된 것이었는가….”

         

       “오라비?”

         

       “그렇군….”

         

       “오라비? 뭘 알았다는 건데?”

         

       “네가 알 필요는 없느니라.”

         

       “아니 뭔데! 사람 궁금하게 할래?!”

         

       “허허허. 이거 참. 조만간 네가 다니는 학교에 가봐야 할 것 같구나….”

         

       “뭔데! 야!”

         

         

         

        * * *

         

         

         

       진성은 이아린과의 대화를 자연스럽게 끝마쳤다.

       하지만 바로 빌딩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양훈을 만났다.

         

       그 이유는.

         

       『 …하이재킹으로 테러를 시도한 테러리스트 일당이 전원 체포되었습니다. 승객들은….』

         

       『 …미 정부 대변인은 ‘테러리스트와의 협상은 없었다. 그들은 자신이 저지르는 행위의 무거움을 새삼 깨달았으며, 그 때문에 테러를 포기한 것이다.’라며 기자들의 질문을 일축하였습니다….』

         

       『 현재 이송되고 있는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정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들은 포틀랜드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 종교 단체에 소속되어 있으며, 그들의 증언에 따르면 교리에 따르면 고층 건물이 많아지면 지구에 되돌릴 수 없는 재앙이 찾아올 것이라- 』

         

       …이양훈에게 해주었던 점이 정확하게 맞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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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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