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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52

        

       “그때의 점괘가 그대로 들어맞았더구나.”

         

       박진성을 따로 부른 이양훈은 평소와 비슷한 모습으로 진성에게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서는 숨길 수 없는 놀라움이 있어서, 적잖게 뉴스를 보고 동요했음을 알 수 있었다.

         

       “점괘를 무시하고 직접 외국으로 갔었다가는 큰 곤욕을 치렀겠어. 큰 곤혹을 말이야….”

         

       “참으로 천운이 따랐다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네 점괘 때문에 사업 문제로는 내 아래에 있는 이들을 보냈는데…. 허, 참. 그 직원한테서 지금 연락이 되지를 않고 있다.”

         

       이양훈은 힐끗 TV를 바라보았다.

         

       “혹 그 직원이라는 사람이 저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었는지요?”

         

       “아니.”

         

       이양훈은 진성의 물음에 고개를 가볍게 젓고는 장식장에 놓여 있는 술 한 병과 술잔 두 개를 꺼냈다. 그리곤 소형 냉장고에서 완전히 투명한 둥근 얼음을 꺼내 술잔에 넣더니, 척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술을 아낌없이 술잔에 부었다.

         

       그리곤 한 잔은 자신의 앞에.

       한 잔은 진성의 앞에 주었다.

         

       “술 향기가 참으로 좋군요.”

         

       “그렇지. 경매로 구매한 녀석이니까….”

         

       짤랑.

         

       이양훈은 술잔을 들고 가볍게 흔들었다.

       얼음이 술잔과 부딪쳐 작은 소리를 낼 정도로 아주 가볍게.

         

       그리곤 작게 한숨을 쉬고는 그대로 쭈욱 들이켰다.

         

       평소 술을 마실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말이다.

         

       “크으. 독하군.”

         

       목구멍을 태워버릴 것만 같은 감각.

       소주를 털어놓는 것처럼 단번에 위장으로 들어간 브랜디는 목구멍을 불태우고 위장을 따끈따끈하게 데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강렬한 감각이 자신이 술을 마셨음을, 그리고 곧 이 취기에 취하게 될 것임을 알려주면서 정신을 차리게 해준다.

         

       “그 직원도 참으로 운이 좋은 녀석이야. 본래 저 비행기에 탑승해야 하는데….”

         

       짤랑.

         

       “허허. 전산 착오로 저 비행기가 아니라 다음 비행기에 예매가 되었다고 하더군. 이거 참. 믿어지느냐? 저 비행기에 타서 곤욕을 치렀어야 했는데, 고작 전산 착오로 저 난리를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 말이다.”

         

       “허허. 그거 참 복된 일이 아닐 수가 없군요.”

         

       진성은 술잔을 손목으로 흔들거리고 있는 이양훈을 바라보며 방긋 웃었다.

         

       “그렇지. 복이지…. 나나 그 직원이나 참으로 운이 좋았어….”

         

       이양훈은 그 말만을 하고 입을 꾹 닫았다.

         

       하지만 진성은 이양훈이 하지 않은 말을 알 수가 있었다.

         

       네 덕분에 저 테러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었고, 테러 이후에 찾아올 후폭풍에서도 무사할 수가 있었다고.

       이게 다 네 점괘 덕분이라고 말이다.

         

       진성은 이양훈이 하지 않은 무언의 감사에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앞에 놓인 브랜디를 한 모금 입에 넣었다.

         

       이양훈이 평소에 그리하는 것처럼 말이다.

         

         

         

        * * *

         

         

         

       그 후, 이양훈과 박진성은 경매에서 샀다는 브랜디를 절반 이상이나 비운 뒤에야 헤어졌다.

       적당히 취기가 들어간 이양훈은 처음에는 쑥스러운 것인지 하지 못했던 감사 인사를 진성에게 말을 하였고, 진성은 ‘식구끼리 도운 것에 어찌 그런 반응을 보일 수가 있습니까?’라는 겸손한 말로 이양훈의 감사를 받았다.

       그리곤 이양훈이 만들어주는 브랜디를 사양하지 않고 홀짝홀짝 마시면서 이양훈에게 어울려주었다.

         

       이양훈이 ‘슬슬 취기가 오르는군. 역시 나이는 속이질 못하겠어.’라는 말을 하며 자연스럽게 술자리를 파할 때까지 말이다.

         

       ‘허허. 더 취했다가는 다른 곤욕을 치르게 되었을 것이니.’

         

       이양훈은 술을 더 마시고 싶어 하긴 했다.

       하지만…. 박진성 다음에 만날 사람들 때문에 그러진 못했을 테지.

         

       이양훈의 부인들에게 오늘 일어난 일에 관해서 설명해주고, 안심시켜줘야 했을 테니 말이다.

       아마 그녀들도 오늘 일어난 테러 때문에 적잖이 놀랐을 것이 분명하니까 말이다.

         

       ‘회귀 전에는 마음 앓이를 심하게 하였겠지. 테러를 당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구금이 되고 조사까지 당하기까지 하였을 테니 아내 된 처지에서 어찌 마음이 편할 수 있었겠는가? 게다가 머리가 그러한 꼴을 당했으니 회사도 어수선하였을 것이요, 기자들도 날뛸 것이요, 온갖 이들이 다가와서 마음을 동하게 하였을 것이니.’

         

       그런 점에서 생각해본다면 이양훈을 미국에 가지 못하게 막은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이양훈뿐만이 아니라 집안, 광양그룹까지 평온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거기에다가 참으로 좋은 일이 또 있었으니.’

         

       진성은 뉴스의 내용을 떠올렸다.

         

       테러리스트들이 무사히 잡혔다는 내용의 뉴스.

       기자회견에서 몇몇 기자들이 부대변인에게 ‘하이재킹을 하고 있을 때, 특수부대가 테러리스트들 가족의 집에 강제로 들어갔다는 제보가 있었다.’라며 정부에게 테러를 막을 수 있었던 과정에 관해서 묻는 영상.

       거기에 부대변인은 ‘군인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주었으며, 그 덕분에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이 터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그들의 헌신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라며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는 영상.

       특수부대에 의해 강제로 체포당하는 테러리스트들의 모습과 그들의 얼굴.

       그리고 그들이 승객들을 협박하는 데 썼던 3D 프린터로 뽑아낸 어설픈 형태의 총기까지….

         

       ‘예전과 참으로 흡사하고 흡사하였지.’

         

       놀랍게도 그 뉴스는 진성이 이전에 보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세하게 따지자면 약간 차이가 있을 뿐, 큰 틀에서는 차이를 알아채기 힘든 수준이었다.

         

       기자회견에서부터 부대변인의 말.

       심지어 사용된 무기까지, 전부!

         

       ‘보자. 오래된 일이라서 잘 기억은 나지는 않지만…3D 프린터로 만들어낸 총기 다음에는 폭탄을 비행기에서 발견하였지. 플라스틱으로 성형(molding)을 한 뒤 문양을 새겨서 안의 폭약을 숨긴 테러용 폭탄이.’

         

       진성은 저 다음에 터질 뉴스 또한 기억하고 있었다.

         

       비행기가 고층 건물에 부딪혔을 때 폭발을 일으키기 위해 진법을 각인시킬 수 있도록 만든 폭탄이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말이다.

         

       그래.

       그 폭탄에 진법을 사용하는 방식을 사용했기에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공산주의자, 그것도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공산주의자들이 사용하던 방식이지.’

         

       특수 처리를 한 폭약을 특별 제작한 플라스틱 안에 넣어 만든 폭탄.

       금형에 압축성형(compression molding)을 하는 간단한 방식으로 폭탄에 진법을 적용하는…놀랍도록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내부의 화약을 감춘 폭탄.

         

       공산주의자들이 사보타주나 자폭테러를 할 때 사용한 방식.

         

       ‘누구였던가? 폭탄에 저렇게 진법을 사용할 수 있다면 주술 역시 적용할 수 있지 않겠냐는 물음을 하였었어. 그래, 그 말을 듣고 폭탄과 주술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하여 고찰하기 시작하였지….’

         

       기억한다.

       오래된 그때의 일을.

       용병들과 떠들었던 그때의 대화를.

         

       오래되었기에 빛이 바랬고, 금방 전장에서 죽었던 이였기에 그 생김새와 차림은 제대로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런데도 그때 나누었던 대화를, 그 맥락을, 그 대화로 인해 행하였던 고찰을, 그 고찰에 관한 결과를.

         

       진성은 떠올릴 수가 있었다.

         

       ‘허허. 덕분에 그때 시체폭발과 같은 주술에 푹 빠졌었지. 여러 시체폭발 주술을 연구하기도 하고, 비교하기도 하고…. 거기에 시체의 상태를 일부러 악화시키거나 화학 물질, 폭약 등을 이용해 그 폭발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에 관해 연구하기도 했고….’

         

       그때 시체폭발을 너무 많이 사용했었기 때문일까?

       몸 곳곳의 피부가 쩍쩍 갈라지기까지 했었다.

         

       마치 가뭄이 들었을 때의 논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당연하게도 그렇게 쩍쩍 갈라진 곳에서는 피가 잔뜩 나왔었고, 위생이 좋다고는 말할 수 없는 곳을 왔다 갔다가 했기에 해충들이 진성을 노리기까지 했다. 진성의 몸에서 흐르는 아까운 피를 자신이 먹어야 성이 차겠다는 듯 달려드는 모기는 물론이고, 구더기가 튀어나올 알을 진성의 몸에 낳고야 말겠다는 듯 달려드는 파리들까지….

         

       물론 진성은 그때 오히려 달려드는 벌레들에게 물어뜯기기는커녕 좋다고 잡아들이기까지 했다.

       전장에서 이러한 벌레들은 하찮은 듯 보여도 쓸모가 있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때 용병들은 ‘모기랑 파리한테 시달리지 않아서 좋기는 한데, 좀 징그럽기는 하다.’면서 그를 피하기도 했었고.

         

       참으로 추억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래…. 그렇게 폭탄이 발견된 다음에는 미국이 분노를 표출하면서 포틀랜드에 군대를 투입하지. 그리고 이번 일을 벌인 사이비를 잡아들이고, 교주와 테러리스트들의 재판을 그대로 방송으로 내보내면서 미국의 위대함과 정의가 승리했음을 외치고….’

         

       진성은 추억을 떠올리는 한편,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천천히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분노가 채 가시지 않았다는 듯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테러의 징후를 더 확인해야겠다고, 시민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로 시민들의 자유를 억압하지. 자유를 통제하지만, 선을 넘지 않은 수준에서, 테러 때문에 위험하니 이 정도 불편은 감수할 수 있다고 여길 수 있는 선에서….’

         

       그리고 ‘강도 높은 조사’로 테러가 일어난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들을 조사한 뒤 문제가 없는 이들을 그들의 나라로 쫓아내듯 보낸 뒤 고립주의를 더더욱 강화한다. 테러나 일으키는 외부와의 교류는 필요가 없다는 듯, 외부와 교류를 별로 하지 않아도 자신들은 잘 먹고 살 수 있겠다는 자신감에 넘쳐서 말이다….

         

       ‘그래. 그렇게 네오콘들이 힘을 얻지….’

         

       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허허 웃었다.

         

       “허허. 그 모든 것이 설계가 되어 있는 것이라면 큰 틀의 변화는 없이 이어질 것이니.”

         

       이제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겠지.

         

       테러만 ‘누군가’의 손이 닿아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 뒤의 전개까지도 누군가의 손이 닿아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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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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