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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53

    <653 – 무책임한 쾌락(1)>

     

    파시블 예프의 구출이 무사히 끝났는지, 외출에서 가장 늦게 돌아온 싱이 말했다.

     

    “파시블 예프의 구출에 성공했다. 그자의 말로는 재단의 간부회의가 앞당겨진다고 했다. 시일은 이번주 금요일 오후 3시라고 한다.”

    “와! 드디어 오는구나!”

    “간부회의를 기다리고 있었나?”

    “엄청 예전부터요!”

    “…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이번에는 다른 의미로 두려워지는군.”

    “네? 원래는 어떤 의미로 두려워지는데요?”

    “……말할 수 없다.”

     

    싱이 저렇게까지 말하다니, 정말로 엄청나게 단단히 쫄았나 보다. 뭘 저리 무서워하는 걸까?

     

    “간부회의에는 너도 참석할 거냐?”

    “…아니요?”

    “다행이군. 그런 위험한 곳은 함부로 발을 들여서는 안 된다. 그리고…”

    “넹?”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할 말은 많지만 지금은 참는다는 얼굴로 싱이 돌아갔다.

     

    ‘모지?’

    “난 왠지 알 것 같아.”

     

    모자 속 앨리스 선배가 평소와 달리 조금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먼데용?”

    “단계별 투시마법을 배우길 지금처럼 잘했다고 느껴진 적이 없어.”

    “머야, 나도 볼래요. 좋은 거 왜 선배 혼자 봐!”

    “안 돼. 애는 그런 거 보면 혼나.”

    “나 어린애 아니다!”

    “응 맞아.”

     

    모자선배와 옥신각신 싸우는 내 모습을 보고 이슈타르가 또 시작이라는 얼굴로 한숨을 쉬며 나뭇가지 하나를 들었다.

     

    “주인이 저리 철부지라서 고생이 많네.”

    “응애.”

     

    응애 만드라고라가 정말 그렇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잔뿌리를 뻗었다.

    캉캉캉.

    용사가 심심풀이처럼 휘적이는 나뭇가지에 담긴 마나와 검술에 맞서 열심히 잔뿌리를 뻗어대며 밤마다 자기 전에 <검술>기능을 단련하는 응애.

    이슈타르는 운 좋은 줄 알아야 한다.

    우리 응애한테 좋은 일 해주니 앞담을 까도 봐주는 거지, 응애 아니었으면 혼쭐을 내줬어!

     

     

    * * *

     

     

    간부회의를 기다리며 아카데미에서 일정을 보내는 도중, 이번 주에도 날먹 강의시간이 찾아왔다.

     

    ━━━

    [오경보 긴급사태의 대응 전략]

    -수요일 2교시 11시~13시

    -교수 : 로버트 엘라임

    -행정학부, 교양

    ━━━

     

    중수 플레이어들은 어떻게 온갖 비상사태, 재난사태를 체험하는 강의가 날먹이냐고 비틱질, 기만 좀 멈추라고 거세게 비난할 발상!

    하지만 고인물인 내게는 정말로 날먹이기 때문에 날먹이라고 하는 강의였다.

    어떤 경보에 어떤 재난이 발생하고, 원인이 무엇이며 대처방법도 전부 알고 있는데 막말로 패턴만 알고 미리 대응할 준비만 해오면 강의경험치랑 포인트만 잔뜩 들어온다.

     

    “이번주의 강의는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어째서인지 강의 시작부터 교수님이 학생들 다 때려죽일 빌런처럼 선전포고를 날리기는 했지만, 경험치를 많이 주겠구나! 하는 생각뿐이었다.

    안데르센의 서귀연 파벌이나 호너 후라이드치킨을 비롯한 삼대공신가문의 제국귀족파벌, 혼자 강의 듣는 이슈타르는 고생 꽤나 하겠지만!

     

    “오크노디… 괜찮다면 오늘 강의는 협력하지 않겠나?”

    “서귀연보단 우리 귀족파벌이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자부한다!”

    “오크노디. 모험학부의 정이 있잖아.”

     

    안데르센 대공자, 호너 후라이드치킨, 이슈타르.

    자존심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을 981기의 고집왕들이 간택을 바라는 고양이가 발치에 다가와 애옹 애옹 우는 것처럼 얼쩡거렸다.

     

    “얼마까지 생각하고 오셨어요?”

    “…”

     

    경매에서 이긴 사람은 호너 후라이드치킨이었다.

     

    [호너 후라이드치킨 님이 1만 포인트를 전송합니다.]

     

    다른 강의와 다르게 수강생이 정말로 물리적으로 죽을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강의에 제대로 쫄아버린 호너 후라이드치킨은 선뜻 거금을 쾌척했다.

    티토소가가 세계 각국의 권력자들에게 받은 후원금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만 가끔은 여분의 포인트를 모아서 불량식품도 사 먹고 싶고 그러잖아?

     

    “에이, 너무 조금 썼다. 일단 용돈벌이한 셈 쳐서 살려는 드릴게요!”

     

    지난번에 7위계 지배자급 거대종 몬스터 <베르몬트로스Vermonthros>의 대지습격을 하늘을 날아서 피한 것이 분하셨던 걸까.

    로버트 엘하임 교수님이 이번에는 거꾸로 창공에서부터 날아드는 재난을 가져왔다.

     

    쿠궁… 쿠구구구구궁…

     

    멀리 들려오는 미사일 소리에 몬스터는 언제오나 얼빠진 얼굴로 멀뚱멀뚱 서있던 학생들이 먼 발치에서 일어나는 화염기둥을 목격했다.

     

    “화염몬스터인가?!”

    “아, 아니야. 이건… <폭격>이다!!”

    “이렇게 먼 거리에서 그걸 어떻게 알아본 거야?!”

     

    서귀연의 귀족 한 명이 내지른 외침에 동료들이 그 안목에 놀라 물었다.

     

    “안데르센 대공자님이 내년에는 기필코 개꿀강의를 찾겠다고 고학년 강의실에 <비공정 타고 놀러 다니는 강의>를 견학을 갈 때 따라갔다가 목격했다!”

    “이런 미친!”

    “견학이라니, 어쩜 그런 끔찍한 짓을!”

    “사지는 멀쩡하냐?”

    “교수님의 정신지배마법에 걸려서 강의를 듣고 싶어진 건 아니지?!”

    “일단 싸대기를 때려보자. 맞으면 제정신으로 돌아올지도 몰라!”

     

    동료들의 격한 걱정에 볼따구의 위협을 느낀 학생이 뒷걸음질 쳤다.

     

    “멍청한 소리 마! 난 멀쩡해. 애초에 강의는 안데르센 대공자님도 같이 견학에 갔는데 왜 나만 정신지배를 당했다고 하는 거냐!”

    “그야 대공자님은 너무 강해서 우리가 뺨 맞고 피 흘리면서 쓰러질 것 같으니까…”

    “사람을 봐가면서 폭력을 쓰려고 하다니, 이런 비겁한 녀석들!”

     

    학생은 화를 내다가도 두 번째 불기둥이 조금 더 가까이서 일어나자, 진심으로 정색하고 말했다.

     

    “아무튼 지상을 불바다로 만드는 폭탄을 떨구고 불기둥을 솟구치게 만드는 재앙에 대해서 교수님이 경고해주셨는데, 그게 <에어오딜론>이라는 지금 나타난 재난 같아. 이번에도 오경보가 아니라는 거야!”

     

    주 1회 열리는 <오경보 긴급사태의 대응 전략>.

    경보 자체가 잘못되어서 숨 좀 돌리고 넘어가는 강의시간도 있을 법도 하건만, 로버트 엘하임 교수님은 수강생들의 빠른 성장을 원하는지 매 강의시간마다 강력한 재난을 하나씩 데려왔다.

    안데르센 대공자 덕분에 다가오는 재난의 정체를 한발 빨리 알아차린 서귀연은 폭발을 견딜 수 있는 화염내성과 폭발내성을 올리고자 난리가 났다.

     

    “우리는 뭘 하면 되냐?!”

    “그냥 가만히 계세요! 알아서 해결해 드릴게요.”

     

    다가오는 위협의 정체를 나는 보다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있다.

     

    ━━━

    에어오딜론Airodilon

    분류 : 공중 지배자, 대마법사, 7위계

    특징 : 움직이는 마력재해, 유사비공정

    능력 : 마력재해로 무한보급되는 마나에 힘입어 무제한 함포사격을 이동경로 상의 모든 존재에게 일정간격으로 퍼붓는다.

    설명 : 에어오딜론은 <영구동력>을 얻고자 잘못된 마법실험을 벌이던 한 대마법사의 폭주와 죽음으로 그토록 원하던 영구동력을 손에 넣었다. 문제는 이 비공정이 새로운 <비공정 장비>들을 얻고자 다른 대마법사들을 찾아 헤맨다는 사실이다.

    ━━━

     

    하늘에서 엄습하는 위협.

    방어마법도 정도가 지나치면 <대마법사 수집>에 미친 폭주하는 비공정 에어오딜론의 공격대상이 된다.

    괜히 하늘로 날거나 방어막을 두른다고 까불지 않고 몸으로 달려서 피하는 것.

    이것이 정식 해결법이다.

     

    ‘아님 다른 방법도 있고!’

     

    두 번째는 더 재밌는 해결법이다.

    대마법 반응을 쫓아다니는 비공정에게 먹음직스러운 대마법을 보여주고 차원 저편으로 날려버린다.

    차원문을 소환할 줄 알면 간단히 해결된다.

    이걸 응용하는 신기한 메타도 있지.

    차원 100개 연속깨기 이벤트에서 나오는 차원들에 에어오딜론을 집어넣고 다른 차원문을 열고 또 열고 하면서 차원순회를 시키는 것!

     

    ‘슬슬 선빵 날릴 때 되긴 했지!’

     

    오모시로이 교장님 보내드리고 나서 한바탕 차원전쟁을 벌일 걸 생각하면 예방전쟁은 미리미리 펼쳐둬야 나중이 편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시즌 첫 차원문 생성마법을 강의 도중에 펼쳤다.

     

    “이얍!”

     

    지이이이잉!

     

    활짝 열린 차원문을 발견한 폭주비공정 에어오딜론이 넘쳐나는 타차원의 대마력반응을 감지하고는 신나서 전속력으로 달려들었다.

     

    슈우웅… 파앗!

     

    관문이 허락하는 최대사이즈를 넘어선 크기로 억지로 달려드느라 관문의 테두리가 깨지고 불안정한 흔들림이 일었다.

    정식 해결법인 <거대차원문 생성>을 하지 않아서 그렇겠지만, 그 정도 되는 마법은 올지능 마법사루트를 타지 않은 몸으로는 어림도 없다.

    덕분에 차원문이 찢어지고 좌표연결이 불안정해지며 차원문을 이용하는 대상이 반갈죽되거나 위험한 좌표로 전송되는 사소한 문제가 생기겠지만, 내가 넘어갈 것도 아닌데 알 게 뭐람?

     

    “자, 살았죠?”

    “사, 살았다…”

     

    머리 위를 지나간 것만으로도 에어오딜론의 강력함을 깨닫고 전율하며 주저앉은 학생들.

    그들 사이로 삼대공신가문의 브레인, 냉정침착안경캐에 해당하는 체다 포테이토피자가 냉철한 지성을 발휘하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거… 어차피 이 강의에서 살아남으려고 차원문을 열 작정이었다면 우리가 포인트를 지불하지 않아도 오크노디가 알아서 해결했을지도 모르는데. 안 줘도 되는 포인트만 준 거 아니냐…?”

    “…몰루!”

     

    귀족파 학생들이 멀리서 분통을 터뜨리는 로버트 엘하임 교수님만큼이나 개빡친 얼굴로 주먹으로 땅을 치며 분통을 터뜨렸다.

     

     

    * * *

     

     

    차원을 넘어 불의 정령계에 입성한 에어오딜론.

    정규루트대로라면 불의 정령계의 주요시설을 타격하며 대륙온도상승을 저지해야 했던 비공정은 오크노디가 무시한 <사소한 실수>의 영향으로 좌표가 밀려나가 엉뚱한 장소에 불시착했다.

    그 장소란, 재단의 집사1부 소속 집사단들이 목숨을 걸고 소탕 작전을 벌여 점령한 최상급 불의 정령의 영지였으니…

     

    “크윽. 정말 굴욕이야. 인간 따위에게 패배하고 영주님과 함께 인간 따위에게 역으로 제물을 바치는 처지로 전락하다니.”

    “울지 말고 진정해. 백 년만 존버하면 돼. 인간은 수명이 적은 생명체라서 백 년이면 싹 죽고 계약주체도 사라져서 무효가 될 거야!”

     

    재단의 집사장에게 사로잡힌 불의 최상급 정령.

    영주가 소멸하거든 영지 내의 불의 정령들은 한 순간에 의탁하던 영지가 소멸하며 재야의 정령으로 전락하게 된다.

    강대한 영주들이 무소속 정령들을 발견한다면 그들이 모은 <목줄>과 <제물>, <정령> 본인들까지 모조리 제물로 삼으려 들려고 달려드는 것은 당연한 미래.

    살기 위해서라도 영주님은 살려야 한다.

    재단에 제물을 바쳐 <마도구>에 갇힌 영주님이 사용할 정령마나를 전송하는 것도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체념하던 도중이었다.

     

    화아아아악! 파앗!

     

    별안간 쑥대밭이 된 영지를 정리하던 정령들 앞에 거대한 폭주비공정이 나타났다.

     

    “응?”

    “어어…?”

     

    폭주비공정 에어오델론의 감지기관이 벙찐 정령들을 분석했다.

     

    [마력반응의 감지가 완료되었습니다.]

    [개체명 – 불의 상급정령]

    [분석 결과 – 소형엔진]

     

    [마력반응의 감지가 완료되었습니다.]

    [개체명 – 불의 제물마나 덩어리]

    [분석 결과 – 연료]

     

    재단의 집사장과 마도구 속의 최상급 불의 정령에게 제물을 바쳐야 할 정령들과 그들의 에너지가 불시착한 비공정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억까노디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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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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