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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53

        

         

       빌딩으로 돌아온 진성은 서울 이능 특성화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름에 ‘고등학교’가 붙어있다고는 하지만 서울 이능 특성화 고등학교는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하게 막는 곳이었다. 외부인이 학생들과 접촉하면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훨씬 많았으니 합리적인 조치이기도 했다.

         

       능력자들을 노리고 미리 접촉하는 템퍼링(Tampering)은 그저 약과에 불과하다.

       마약에 중독시켜서 범죄 조직에 끌어들이려 한 시도도 있었고, 능력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싶다는 음습한 욕망을 숨긴 예도 있었으며, 인재를 외국으로 빼돌리려는 브로커와 요원들이 개입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미래에 관련이 되어 있으며, 학생들의 학업을 방해하는 일들.

         

       그러니 학교 측에서는 외부인의 출입을 막을 수밖에.

         

       이러한 출입이 허락되는 경우는 아주 적은 예외일 뿐이다.

         

       이러한 예외는 꽤 복잡했었는데…. 이 중 진성에게 적용될만한 예외를 따져보자면 ‘특정 행사’와 ‘학생의 1촌, 2촌 관계의 가족 혹은 법정대리인’ 정도가 있었다.

       학교가 아무리 출입을 철저하게 제한한다고 해서 학생들을 가둬놓고 외부와 격리하는 것은 아니었으며, 그저 외부인에 민감할 뿐이었으니까.

       가족들은 감시용 아티팩트 같은 것을 착용한 뒤 들어갈 수 있었으니까.

         

       문제는.

         

       ‘혈연관계도 아니며, 법적으로 어떠한 관계도 없음이라….’

         

       박진성은 이아린과 법적으로 얽힌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다.

         

       박진성이 저택에서 식구처럼 취급받고 있다고 한들, 이아린에게 오라비 소리를 듣고 있다고 한들, 이세린에게 오빠 소리를 듣고 있다고 한들- 혈연으로 따지면 남남이며, 법적으로 따져도 타인이라는 것.

         

       그러니 학교 측에서 박진성을 들여보낼 이유가 없었다.

       설령 이아린과 이세린이 보증한다고 해도 말이다.

         

       뭐…. 이양훈이 보증해준다면 어찌어찌 들어갈 수는 있기는 하겠지만-

         

       ‘그러면 감시가 따라붙겠지. 귀찮게.’

         

       아마 학교를 안내해준다는 명목으로 끈질기게 따라붙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학생과 법적으로 관계가 없는 사람이 학교에 대체 왜 들어왔는지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기 위해서 말이다.

         

       뭐, 그것도 여러 차례 방문하면 경계심이 거두어지기는 하겠지만…. 안타깝게도 진성에게 그 정도 여유는 없을 것 같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미 이아린은 예설화와 약속을 잡아둔 상태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약속은 먼 훗날을 기약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 더더욱 문제였고.

         

       아마 회귀 전에는 그 날짜에 횡액을 당했을 것이 분명하겠지.

         

       지맥이니 정기니 하는 것의 위험성을 깨닫지 못한 채 접근했다가…. 그렇게 모닥불에 닿자마자 타오르는 부나방처럼 그렇게 사라져버렸을 것이다.

         

       그러하니 방법을 달리할 수밖에.

         

       온건한 방법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되며, 학교 곳곳을 돌아다녀도 문제가 없으며, 심지어는 주술을 사용하거나 의식을 준비해도 의심받지 않을 방법을 행하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본디 문제라는 것은 한 면만으로 보았을 때보다는 여러 각도로 보았을 때 그 답이 나오기 더더욱 쉬운 법. 하물며 그 문제를 뒤집고 분해하기까지 한다면 그 해답이 나오지 않기가 더 어려운 법이다.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으로.

       들어가는 수고는 약간, 감당해야 할 대가도 약간.

         

       참으로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진성은 어떠한 방법이 효과적일까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학생들이 기겁할만한 벌레들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곤충, 어떤 녀석이 좋을 것인고?’

         

       곤충에 대한 호오(好惡)라는 것은 음식 취향만큼이나 극명하게 갈리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벌레를 아무렇지도 않게 잡고, 어떤 이들은 벌레만 보면 기겁하면서 난리를 피우곤 하니까.

         

       이러한 점에 대하여 어떠한 이들은 ‘곤충이라는 존재를 생리적으로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곤충이라는 것이 인간의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기에 본능적으로 거부하게 된 것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하였는데….

         

       박진성이 생각하기에 이러한 것은 환경의 문제, 혹은 취향의 문제라고 여겨지는 것이었다.

         

       어린애들이 곤충을 아무렇지도 않게 잡고 노는 것, 장수풍뎅이 같은 멋지게 보이는 곤충에게 열광하는 것 등을 본다면 ‘본능적으로 거부한다’라는 말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

       그렇게 받아들이기 힘들다면 곤충을 식용으로 사용할 리가 없지 않겠는가.

         

       전 세계적으로 따져본다면 매미를 먹는 곳이 많았으며, 거미나 애벌레같이 얼핏 혐오스럽게 보이는 것을 먹는 곳들이 널려있었다.

       당장 한국만 하더라도 말벌을 잡아다가 술을 담가서 먹고, 벌의 유충을 볶아서 먹기도 하고, 누에나방의 번데기를 양념과 함께 삶아서 ‘번데기’라는 이름으로 소비하지 않는가? 게다가 나이를 먹은 이들은 메뚜기나 굼벵이를 구워서 먹은 경험 또한 있으니…. 벌레에 대한 혐오는 익숙하지 않기에 생긴 일이라 할 수 있겠지.

         

       “…호수가 있는 곳에서 자리를 잡은 부족이 있어 그들은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아서 연명하였다. 그런데 그들의 풍요를 질투하는 이들이 있어 그들은 족장에게 다가가 저들의 자리를 빼앗자 사악한 간청을 하였고 그에 주술사가 나서서 그들에게 좋지 않은 일을 행하였으니 그것은 호수에서 자라는 나무를 잘라다가 깎아 인형을 만들었으매 그 숫자는 꼭 호수에 사는 부족의 숫자와 같았음이라….”

         

       그렇다면 이것을 역으로 생각해본다면.

         

       “그렇게 인형을 깎고 또 깎다가 마지막에 하나의 실수가 있었으니 그것은 그 부족에서 가장 비실거리고 어린아이 하나인지라. 근육도 없고 전사의 소양도 없으며 재주도 없으니 그것이 무엇이 해가 되리오? 그리하여 주술사는 하나가 부족한 인형들로 그들에게 저주를 내리니 너희는 호수의 물을 먹으면 배앓이하게 될 것이요 펄펄 끓는 열에 고통스러워하게 될 것이다 호수의 물고기에는 벌레들이 꿈틀거려 쉬이 먹지 못하게 될 것이며 물의 색이 평소와 달라지니 피부가 닿으면 그 독에 병이 생기게 될 것이라. 그리하여 이들은 저주에 걸렸고 터전을 버려야 할 처지가 되었도다….”

         

       익숙하지 않으면 그 거부감이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터전을 떠나야 한다는 이들이 반이요 눌러앉아야 한다는 이들이 절반이라 이들은 굶주림을 참아가며 서로의 의견을 주장하니 당연하게도 앓아눕지 않은 아이 하나는 그 참을 수 없는 굶주림에 진흙이라도 퍼먹고픈 마음에 울음을 삼키며 외치기를 ‘아! 저 진흙이 물고기라면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텐데!’라 하였음이니….”

         

       한국에서 나와도 이상하지 않으면서 보기만 해도 그 징그러움에 몸서리가 쳐질 만한 것.

       보안이니 뭐니 하는 것을 사소한 문제로 접어두고 진성을 모셔가도 이상하지 않을만한 것.

         

       바로 그것이 진성을 학교 안으로 들여보내 주게 될 것이다.

         

         

         

        * * *

         

         

         

       『 그때 길을 거닐던 개미들이 그 말을 듣고 다가와 묻기를 ‘너 사람의 아이야 정말로 저 진흙이 물고기와 같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이는 호기롭게 고개를 끄덕였고, 개미는 이러한 아이의 말을 믿고 진흙에 새까맣게 모여 안으로 파고들기 시작하여 무언가를 끄집어내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진흙에 뒤덮인 물고기 한 마리였는데 그 크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

         

       주언이 읊어진다.

       한국어가 아닌 언어로.

       아프리카의 한 부족이 사용하던 언어가, 이제는 영어와 프랑스어에 밀려서 부족의 어른 말고는 알지 못하는 그 언어가 진성의 입에서 천천히 흘러나온다.

         

       둥.

       두웅.

         

       손으로 텅 비어버린 나무를 치며 타악기의 흉내를 내고.

       손으로 가죽을 씌워놓은 통을 두들기며 북의 흉내를 내고.

       사람의 정신을 고양하는 소리와 함께하며 주언을 읊는다.

         

       『 개미들이 그것을 건네주며 말하기를 ‘너 사람의 아이야 눈먼 우리가 직접 이렇게 물고기를 주었으니 너는 그 약속을 마땅히 지켜야 할 것이다. 우리는 먼 길을 떠나는 이들인데 눈이 멀쩡한 이가 사라져 제대로 옳은 길을 가기가 힘겨워 길잡이가 필요하였으니 너는 물고기를 대가로 우리가 머물기에 좋은 곳을 안내해주어야 한다.’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아이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하며 그들이 원하는 곳을 물었으니. 』

         

       타악기의 소리가 뇌를 일깨운다.

       둥둥거리는 북의 낮은 소리가 정신을 위로 올린다.

         

       다만 저들과 함께할 약은 없었으니.

       황홀경에 빠지게 하는 풀도, 섭취하면 환상을 보이게 만드는 음식도 없는 것이 유일한 흠이라.

       다만 그 흠결은 주술을 사용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는 것이며, 그저 주술을 원활하게 쓰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라. 진성은 그러한 약물이 없어도 쉬이 트랜스 상태에 접어들 수 있으며, 트랜스 상태조차 되지 못하는 상태는 명상조차도 필요가 없음이라.

         

       『 눈먼 개미의 군대가 말하기를 ‘먹이가 많았으면 좋겠다.’, ‘나뭇가지가 많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집을 짓기 편했으면 좋겠다.’라고 하였다. 하지만 아이는 그러한 요청을 듣고 딱히 떠오르는 곳이 없었으나 자신 있게 ‘나는 그곳을 안다. 나를 따라오면 된다.’라고 말하고는 그 군대를 끌고 마을로 향하였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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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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