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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54

    <654 – 무책임한 쾌락(2)>

     

    집사장은 힘들게 사로잡은 불의 최상급정령의 마나반응이 일렁이는 것을 감지했다.

     

    “허튼수작 부리지 마라. 네놈에게 재단을 위해 쓰이는 것 이외에 살아남을 길은 없음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는가?”

    “…알고 있다. 그대가 불의 정령들의 역사상 가장 불공정한 계약을 맺은 계약자라는 사실도 명심하고 있거늘, 무엇이 두려워 나를 겁박하려 드는가.”

    “혀가 긴 것을 보니 무언가 감추고 싶은 비밀이 생겼군.”

     

    인류의 적, 재단의 격리대상, 수많은 위협에 맞서왔던 집사장은 불의 최상급정령을 격리시킨 <적색 탈리스만>에 손을 얹었다.

     

    “으그긋…!”

     

    인간에게 사용했다면 단숨에 정신이 파괴되어 즉사하고도 남을 잔혹한 수준의 <마나제어술>이 최상급 불의 정령의 영적 마나기관을 난폭하게 파헤치며 힘의 근원을 들쑤셨다.

    몰래 빼돌리던 자연마나는 집사장이 예상하던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고, 자신이 허락한 정령계와의 연결통로 외의 샛길도 예상했던 수준의 미세한 쪽문이었다.

    예상을 벗어난 것은 저편에서 정령에게 공급되어야 할 정령마나의 공급량에 있었다.

     

    ━━━

    [위계별 마나보유량]

    *인간족

    1위계 한계량 = 100mp

    2위계 한계량 = 1,000mp

    3위계 한계량 = 10,000mp

    4위계 한계량 = 100,000mp

    5위계 한계량 = 1,000,000mp

    6위계 한계량 = 10,000,000mp

    7위계 한계량 = 100,000,000mp

    ━━━

     

    인간족을 기준으로 불의 정령 수준의 강자가 지니는 마나보유량은 최대 1억 mp.

    그러나 다양한 요인으로 성장을 앞당기고 그릇을 최대치로 채우지 못하며 조급한 성장을 이루는 결과, 보통 7위계 강자들이 거느린 마나보유량은 1000만mp를 조금 넘긴 수준에 불과했으며, 한계량은 3000만mp라도 채우면 용한 수준에 불과했다.

    반대로 시간이 넘쳐나고 그릇을 가득 채워 깨달음 없이 그릇의 확장만으로 성장하는 정령들은 1억mp도 불가능이 아니었다.

     

    ‘정령의 그릇은 인간의 그릇보다도 더욱 크지.’

     

    ━━━

    *정령족

    1위계 한계량 = 120mp

    2위계 한계량 = 1,440mp

    3위계 한계량 = 17,280mp

    4위계 한계량 = 207,360mp

    5위계 한계량 = 2,448,320mp

    6위계 한계량 = 29,859,840mp

    7위계 한계량 = 358,318,080mp

    ━━━

     

    7위계.

    최상급 불의 정령.

    갓 7위계에 오른 이들의 ‘최저 수준’조차도 약 3000만mp에 달하니, 마나보유량만으로도 7위계 인간강자 두셋에 필적했다.

    당연히 그릇이 크면 마나를 공급할 파이프도 크고 넓어야만 했다.

    불의 최상급 정령들이 불의 정령계의 <영주>가 되어 영지 내 마나를 수급받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다.

     

    ━━━

    이전 충전량 : 약 6000만 mp/year

    현재 충전량 : 약 1만 mp/year

    ━━━

     

    연간 마나공급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마나는 양이 많을수록 점점 다루기가 어렵고, 억 단위의 마나는 지닌 것만으로도 마나재해의 발생위험을 상시 몰고 다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에.

    큰 격전을 앞두고 폐관수련을 하며 마나를 가득 모아다가 결전장소로 달려가서 가진 마나를 모조리 다 쏟아붓는 원수와의 생사대전이 아니고서야, 마나를 쓰는 자도 위험한 수준의 양이다.

     

    “…비서들을 호출하라. 불의 정령계의 정복한 영지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해야겠다.”

     

    급히 정령계에 파견되었던 비서가 목숨을 걸고 정찰에 나갔을 적보다 더욱 심각한 얼굴로 돌아왔다.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영지의 모든 시설이 파괴되고 <목줄>도 <자원>도 <정령>도 아무것도 남아나질 않는 상황입니다. 남은 것들은 영지의 변두리에 있던 운 좋은 것들 몇몇에 불과합니다.”

    “…인간들은 목줄에서 모두 해방시켰지만 다른 종족은 그대로 두었지. 타 종족의 습격인가?”

    “알 수 없습니다.”

    “침입경로는.”

    “차원 관문이 열린 흔적이 거칠게 남아있지만, 역추적에 대비했는지 좌표를 밀어버린 탓에 추적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제대로 작정을 한 습격이군.”

     

    영구적으로 충전이 가능한 <최상급 불의 탈리스만>이 졸지에 남은 마나잔량만 소모하면 쓸모가 다할 1회용 탈리스만이 되었다.

    연간 1만씩 쌓이는 정령마나로도 언젠가는 유의미한 충전이 되겠지만, 이래서는 천 년이 지나야 1000만 mp가 쌓인다.

    천 년에 한 번 쓰겠다고 이 위험한 녀석을 후대에 남길 바에야, 잔량이 다 떨어지거든 깔끔하게 파괴하고 버려버리는 것이 나을 지경이었다.

     

    “…남은 정령들을 모두 소각해라. 더 이상 영지의 이용 가치는 없어졌다.”

    “…알겠습니다.”

     

    집사 1부에서 막대한 희생을 치러가며 거둔 성과가 한 순간에 무용지물이 되었다.

    대륙의 온도상승은 억제되었지만 이래서는 ‘부수적 이득’을 고려한 손익계산이 손해로 기울 정도로 집사1부에서 입은 피해가 더욱 커진 상황.

     

    “간부회의에 제시할 안건이 더 늘었군.”

     

    부족한 인력을 수급하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장학생을 조기에 집사로 발탁해야 한다.

     

    “집사후보생을 모아오도록 파견한 루브리오에게서는 아직도 연락이 없는가?”

    “없습니다.”

    “혈비객의 움직임은?”

    “조용합니다.”

    “아카데미의 방해는 아닌가. 그럼 봉우리의 <정상>에 군림하는 <그>의 움직임은 어떻지?”

    “일절 없습니다.”

    “더욱 곤란하게 되었군. 소문의 반만 사실이라도 다크프린세스나 그 동료들은 감독관을 포기할 처지가 아니었을 터인데. 설마 학생 수준으로 집사를 물리치고 유유히 달아났다는 건가?”

     

    집사장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다크프린세스.

    그녀의 움직임이 재단의 뜻에 어긋난다고 하여, 그 친구들을 집사로 끌어들이라는 지령이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당사자는 코빼기도 비치지 않은 상태로 그 수하들만으로 집사와의 연락이 끊겼다.

    말로만 들었지만, 듣던 것보다 만만찮다.

     

    “안 되겠군. 불의 정령계에서의 참사도 있었으니, 이번 간부회의는 단단히 준비해야겠다.”

     

    집사는 힘만 강하다고 될 수 없다.

    인류를 위한 헌신, 사명, 두려움을 떨쳐내는 용기.

    그런 자질이 중요하다.

    본래는 재단의 장학생들을 집사로 사용했다.

    재단의 지원을 받고, 평생 갚지 못할 빚을 진 이들에게는 사명감이 부족하더라도 빚을 갚기 위한 의지가 이를 대체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빚 없이도 도움이 되는 이들도 있다.

    기프트 아카데미의 재학생.

    이들은 모든 조건을 충족한다.

    스승을 위해, 조직을 위해, 나라를 위해.

    다양한 이유로 성장을 추구하고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

    힘을 원한다면 더욱 좋다.

    외계의 존재를 격리한 마도구는 소유주에게 기프트 아카데미에서는 누릴 수 없는 즉각적인 전력 향상을 허락할 테니까.

    그 말인즉, 하나라도 더 많은 재학생을 영입할 수 있다면 재단의 집사 폭은 넓어진다.

     

    “이제는 재단장학생을 영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카데미 재학생들을 자연스럽게 납치할 계획을 궁리해야겠다. 이를 안건에 추가로 올리도록.”

    “회의가 길어진다면 저희의 회동을 <교장>이 눈치챌지도 모릅니다.”

    “하면 미끼를 만들어라. 우리의 회의에 간섭할 수 없도록 교장의 눈을 돌릴 사건을 만드는 거다.”

     

    이 순간, 간부회의의 위험도가 한층 올라갔다.

     

     

    * * *

     

     

    이슈타르는 오크노디네 조직원들이 평소보다 굉장히 분위기가 처지거나, 진지하거나, 굉장히 자존심이 상해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너희들, 꽤나 기합이 들어가 있네.”

    “…놀리는 건가요?”

    “전혀. 그저 궁금할 뿐이야. 외출에서 뭘 했기에 이렇게까지 사람이 다들 바뀌었나 싶어서.”

     

    교수들의 살벌한 강의도 들어오며 조금씩 아카데미에 적응하던 수강생들이 단번에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 것처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련에 매진한다.

    이슈타르의 기준으로도 이들의 진지한 면학분위기는 꽤 인상적이었다.

     

    “모자람을 느꼈어요. 그뿐이에요.”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지. 진짜 강자들을 겪었나 보네.”

    “당신이라고 다를 것 같나요?”

     

    아이린의 적대적인 물음에 이슈타르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지었다.

     

    “내 원래 직업이 뭐라고 생각해?”

    “…용사.”

    “제국의 지원도 없이 용사행을 벌이면서 감당해왔던 적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어. 애초에 동료를 구하러 아카데미에 입학한 시점에서 너희가 느끼고 있는 그 분함을 가지고 있었다고.”

    “원체 오만한 성격이라 성격만 나쁜 사람이라는 선입견이 있기는 했네요. 당신에게도 진지하게 수련을 할 이유가 있겠죠. 그 점은 사과할게요.”

    “됐어. 오크노디와는 화해도 했으니. 오크노디네 조직원들하고도 척을 지고 싶지는 않아.”

     

    작년까지라면 테러리스트의 동료들!을 외치며 틈만 나면 으르렁거렸을 이슈타르의 유한 모습에 아이린은 그녀가 확실히 달라졌음을 느꼈다.

    그래서였을까. 작년까지라면 그녀 또한 이슈타르에게 건네지 않았을 물음을 던졌다.

     

    “용사를 곤란하게 만들었던 적은 누구였나요?”

     

    그 적이 용의 고수 봉우리의 강자이자 기프트 아카데미의 상급시험관 혈비객보다 더할까.

    자신들이 마주한 벽이 용사보다 높다는 치기 어린 비교를 하고 싶은 유아적인 마음도 조금은 있었다.

     

    “환락의 도시 네팔루스 출신의 환락쇠사歡樂衰死.”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군요. 환락쇠사. 전투부대의 이름인가요?”

    “무공경지, 깨달음, 재능, 전재산, 인격. 무엇이 되었든 환락의 도시에 담보를 걸고 빼앗겨 파멸하기 직전의 이들이 빚을 변제하기 위해 강제로 동시에 충성을 바쳐. 그런 사람들을 부르는 이름이 환락쇠사. 영혼이 죽어가는 죄인들이야.”

    “꼭 재단 같네요.”

    “…그럴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결은 다르다고 생각해.”

    “어디가요?”

    “재단은 강자를 원해. 강자를 비열한 수로 굴복시킬지언정 그들의 경지를 빼앗고 착취하여 힘을 이용하지는 않아. 오히려 사특한 수를 써서라도 힘을 키워주려고 하지.”

     

    환락의 도시는 그런 의미에서 재단과는 돌아가는 메커니즘이 다른 도시였다.

     

    “힘을 빼앗긴 자들을 두려워할 이유가 있나요?”

    “있지. 그게 6위계급 강자이고 자신의 <영역>마저 지닌 강자라면.”

    “…!”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의 학생들도 상급반은 되어야 겨우 5위계에 도달한다.

    그보다도 한 단계 위인 6위계에 실질적으로 도달하려면 2학년이나 3학년이 되어야 한다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아카데미의 가르침은 비대칭적으로 성장한 고수들에게 내실을 꾸준히 쌓고 그릇이 꽉 차면 폭발적으로 성장하도록 가르치지, 빠르고 조급한 성장을 의미하지 않으니까.

     

    “담보로 빼앗긴 것이 하나도 없이 경지가 온전했다면 능히 4학년급의 위험성을 보였을지도 몰라. 오크노디의 골렘처럼.”

    “…!”

    “그런 괴물들은 경지를 상실하고 저위계로 추락해도 기본기부터가 달라. 그땐 하마터면 유피랑 사이좋게 저승행을 겪을 뻔했어.”

    “지금도 그럴 것 같나요?”

    “지금? 어림도 없지. 이 극악무도한 아카데미에서 얼마나 많은 걸 배웠는데.”

     

    지금의 자신이라면 한때 자신과 유피에게 위기감을 안겨주었던 강적, 환락쇠사들도 거뜬히 넘어설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생겼다.

    그런 자신감에 힘입어 당당하게 강의실로 향하던 이슈타르의 걸음이 문득 더뎌졌다.

     

    ‘응? 저 남학생은… 싱인가?’

     

    얼굴로는 새침하게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으나, 지닌 기운은 사방팔방 날이 곤두서서는 누가 자신을 관측하고 있나 쿡쿡 찌르며 시험하고 있다.

    후배나 동급생들은 날카로운 살의가 주변을 감도는 기분에 화들짝 놀라 멀어지고, 선배들은 재학생에게 실력으로 찢기는 대참사를 겪을까 무서워 멀어지니 싱이 가는 길은 자연스럽게 그 혼자만이 남았다.

    이슈타르는 시치미를 뚝 떼고 싱에게 관심이 없는 척 그의 경계를 흘려보내고는 몰래 뒤를 밟았다.

     

    ‘무슨 대단한 일을 하려고 저리 조심하는 거지?’

     

    호기심을 느끼고 뒤를 밟던 이슈타르의 눈에 마침내 싱의 목적지가 들어왔다.

     

    <핑크베리 교수 집무실>

     

    변장술 강의 교수의 집무실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크프린세스의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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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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