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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56

        

       연금술사들은 질서정연하게 원예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자신에게 제충국을 준 원예부를 구원해주겠다는 사명감과 함께 그들은 질서정연하게 움직였으나….

         

       “어? 이상하네? 왜 조용하지?”

         

       이상하게 원예부는 조용했다.

         

       사람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아니, 아니다.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지기는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무런 소리가 나질 않는다.

         

       ‘설마!’

         

       연금술사 중 한 명은 어떠한 장면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마치 폐허가 된 풍경.

       집을 포함한 모든 재산을 잃고 바닥에 주저앉은 채 멍한 표정으로 그곳을 바라보고 있는 주민들….

         

       ‘이런! 우리가 너무 늦었나?!’

         

       연금술사는 직감했다.

       안에 자신들 못지않은.

       어쩌면 자신들보다도 더더욱 심각한 비극이 안에 펼쳐져 있음을…!

         

       연금술사는 능력자로서의 감이 폭주하는 것을 느꼈다.

         

       느껴진다!

       머리가, 온몸이 말하고 있다.

       저 안에 비극이 있다고.

       당장 들어가야 한다고!

         

       연금술사는 폭주하듯 움직이는 직감에 지체하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그리곤 문을 벌컥 열었다.

       허망함에 주저앉은 이들을 위로하고, 비극의 원흉을 제거해주기라도 해주기 위해서.

       복수라도 해주기 위해서…!

         

       “이봐요! 구하러 왔…!”

         

       …그런 의도로 열었는데….

         

       “응?”

         

       “뭐야? 습격이야?”

         

       “뭔데?”

         

       열었는데….

         

       뭔가.

       뭔가 다르다….

         

       “어?”

         

       그녀가 자신만만하게 믿었던 ‘직감’과는 다르게 원예부 안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그들이 자랑스럽게 키우는 꽃들은 모두 멀쩡했으며, 원예부원들의 표정에서 절망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어….”

         

       평화롭다.

       전쟁의 겁화가 다가오지도 않은 느낌이다.

       이렇게…. 이렇게 평화로울 수가 있나…?

         

       연금술사는 자신의 직감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 당황해서 우두커니 서서 눈만 깜빡거렸다.

         

       그러다가 언젠가 무인 친구가 했던 말이 기억났다….

         

       『 야, 너는 연금술사의 직감이니 여자의 촉이니 하는 말은 쓰지 마라. 어떻게 프로그램이 찍는 것보다도 찍기를 못하냐? 』

         

       아.

       그랬지.

         

       그녀는 찍기를 정말로 못했었다….

       정말로….

         

       “뭐지?”

         

       “쟤 당황했나 본데?”

         

       그리고 그러한 그녀의 모습에 그녀가 왜 이렇게 당황하며 자신들을 보고 있는지 깨달았다는 듯 말을 나누었다. 그리곤 부장으로 보이는 사람 중 한 명이 그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쿠웅.

         

       원예부장은 손에 들고 있던 70kg짜리 아령을 바닥에 집어 던진 뒤 그녀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꼬옥.

         

       아니, 어쩌면 ‘청한다’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펌핑된 근육에서 기를 뽑아내 실처럼 만들어 그녀의 손을 강제로 내밀게 해서 악수를 한 것이니까 말이다.

       그러니 올바른 표현을 쓰자면…. 그녀는 악수를 ‘당했다.’라고 할 수 있겠지.

         

       “도우러 온 거지? 와줘서 고맙다.”

         

       교복으로도 숨길 수 없는 엄청난 근육의 존재감.

         

       원예부장은 보기만 해도 위압감이 가득한 모습으로 그녀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사나운 근육과는 다른 너무나도 상냥한 말투로 말이다.

         

       “너희도 개미가 습격한 거지?”

         

       “어? 어….”

         

       “그래. 갑자기 떼로 나타나서 우리도 당황하긴 했지.”

         

       원예부장은 그렇게 말하곤 슬쩍 시선을 돌렸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에는 화분들이 있었다.

       화려하게 핀 그들의 결실.

       매일매일 물을 주고, 영양제를 주고, 가지치기해주고…. 심지어 성장에 도움이 되라고 클래식 음악까지 틀어놓은 자식 같은 꽃들.

         

       “하지만 보는 것처럼 우리는 그 개미를 전부 물리쳤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전부? 어떻게?”

         

       연금술사는 원예부장의 말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들은 피레트린을 대량으로 만들어서 살포하는 것으로 간신히 물리친 개미들인데….

       부실이 이렇게 멀쩡한데 어떻게…?

         

       “하하.”

         

       원예부장은 궁금해 죽겠다는 듯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에 작게 웃더니 정답을 말해주었다.

         

       그녀가 들으면 아주 허망할 정답을 말이다.

         

       “우리는 너희처럼 에너지에 주의할 필요가 없잖아?”

         

       “아.”

         

       그녀는 단번에 깨달을 수 있었다.

         

       에너지에 민감한 재료나 실험기구들이 가득 차 있는 그들의 동아리와는 다르게, 이 원예부에는 에너지에 민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아니, 민감하기는커녕….

         

       ‘꽃 아니면 운동기구밖에 없지….’

         

       오히려 둔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 널려있기까지 했다.

         

       ‘그래…. 꽃이랑…. 운동…기구….’

         

       원예부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곳은 꽃이 가득 있었다.

       절대로 작지 않은 부실임에도 불구하고 좁아터지게 보이는 착시를 일으킬 만큼 말이다.

         

       화분에 심겨 있는 꽃. 부실 구석에 만들어놓은 화단에 심겨 있는 꽃.

       거기에 망해버린 스마트팜(Smart farm)에서 직접 뜯어온 기기들에서 자라는 꽃과 새싹들까지.

         

       이곳은 그야말로 식물이 가득한 곳이었다.

         

       그리고 그 식물의 근처에 있는 것은 운동기구.

       낡아빠진 것에서부터 최첨단 기구까지.

         

       헬스장에 가야만 볼 수 있는 기구들이 널려있었다.

         

       원판, 아령, 천국의 계단 등….

         

       모르고 본다면 이곳이 원예부인지 헬스부인지 착각을 할 정도다.

         

       ‘그래…. 여기는…. 응. 괜찮았구나.’

         

       당연하겠지만 이런 운동기구는 어지간한 수준으로는 망가지지 않는다.

       무인들이 사용할 것을 상정하고 만들었기에 어지간한 무기보다도 단단한 경우가 많았으며, 에너지의 단순 투사는 물론 고온과 저온에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었다. 심지어 버티지 못하고 망가진다고 할지라도 단순 무식하기 짝이 없는 구조 덕분에 쉽게 고칠 수도 있었으며, 심지어는 고치지 않고 사용할 수도 있었다.

         

       그녀의 부실에 있는 개복치 같은 기구들과는 태생부터가 다른 것이다!

       태생부터가!

         

       이 근육 덩어리 원예부장처럼 말이다!

         

       “마침 잘됐네. 우리도 개미 물리친 다음 좀 어수선한 분위기였거든. 같이 운동하는 꽃들이 다칠뻔하니까 좀 마음이 좋지 않은가 봐.”

         

       원예부장은 ‘잠깐 생각해보면 바로 눈치챌 수 있는 사실조차도 인지하지 못하고 헛걸음하게 되어버린 허망함’에 몸부림치는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방긋 웃으며 말했다.

         

       “나도 히아신스랑 같이 운동하다가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원래 있던 자리에 개미가 바글바글했는데…. 나랑 운동하지 않았으면 분명히 큰일이 났을걸?”

         

       원예부장은 하하 웃으며 자신의 히아신스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보라색의 아름다운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화분이 있었다.

       특이한 것이 있다면…그 화분이 더럽게 무겁고 단단한 특수합금으로 만들어졌으며, 안에 마도 과학으로 만들어진 자이로스코프(Gyroscope) 장치가 있다는 것 정도?

         

       “보아하니 개미를 퇴치하기 위해 도움을 주기 위해 돌아다니는 것 같은데 우리가 도와줄게. 너희처럼 물질을 변화시키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너희가 변화시킨 물질을 들고 다닐 수는 있을 테니까.”

         

       원예부장은 그렇게 말하곤 등을 돌렸다.

         

       “얘들아! 우리 꽃들의 복수를 하러 가자! 꽃들이 개미 때문에 얼마나 놀랐겠어! 개미 시체를 거름으로 바쳐서 영양 보충을 해주자!”

         

       “좋습니다!”

         

       “그리고 개미도 단백질이 많더라고. 좀 많이 잡아서 프로틴 만들어 먹으면 좋을 것 같아. 그렇지?”

         

       “예. 이거 약간 신맛? 톡 쏘는 맛이 나는데, 좀 별미 느낌도 나서 좋더라고요.”

         

       “좋아. 그러면 당장 일어나자! 아, 혹시 자리 비웠을 때 또 개미 올까봐 불안한 사람은 같이 운동하는 꽃 데리고 가도 좋아.”

         

       “예!”

         

       “가자!”

         

       원예부장은 그렇게 연금술사들과 합류했다.

         

       …

         

       ‘…아무도 허락 안 했는데….’

         

       강제로.

         

         

         

        * * *

         

         

         

       졸지에 수가 늘어버린 구조대는 원예부를 떠나 많은 이들을 구원해주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개미를 퇴치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지나가는 곳에 남는 것은 피레트린 가루요.

       코를 찌르는 제충국의 향기이니.

         

       “우리도 돕겠습니다! 같이 가루를 뿌리면 되죠?!”

         

       “제 소환수도 이렇게 돕겠다고 하네요. 슬라임 계통이니까 구석구석까지 피레트…. 아무튼 살충제를 뿌릴 수 있어요.”

         

       그리고 그렇게 구원받은 이들은 구조대에 하나둘 합류를 하며 세를 불려 나간다.

         

       그렇게 그들은 고통받는 이들을 전부 구원하였으니.

         

       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재난을 모두의 힘을 모아 극복하는 것에 성공하였다….

         

       다만.

         

       “개미, 개미가…!’

         

       “개미가 우리 마법 재료들에서 물러나고 있어요! 이건 기적입니다…!”

         

       “아티, 아티팩…. 내 아티팩트…. 아…아아아아…회로가, 회로가 가루 범벅이 되었어…!”

         

       “으으으 내 회로도 망했어…! 이건, 이건 처음부터 만들어야 해…!”

         

       그 구원의 끝에 남은 것은 폐허.

       갑작스럽게 찾아온 앤트 웨이브(Ant wave)에 사라져버린 재산들….

         

       “아. 이걸 언제 다 치우지….”

         

       잿더미처럼 남아버린 하얀 가루들.

         

       “개미 시체 빨리 청소 안 하면 저거 썩는다?”

         

       바르르 떨면서 죽어 나간 개미의 시체들.

         

       “인간의 맹목과 비참한 상황, 침묵하는 우주…. 아아! 나는 끔찍하고 아득한 섬에서 탈출조차 못 하였을 때 느껴지는 공포를 느꼈다…!”

         

       …그리고 무언가 위험한 깨달음을 얻은 것 같은 학생들까지.

         

       그렇게 전쟁의 겁화가 지나간 뒤 남는 그 모든 것에 학생들은 슬퍼했다.

         

       절망하기도 했고.

         

       그리고….

         

       “야! 너희 작년에 ‘개미 군집이 자기장의 변화에 반응하는 현상과 그 고찰’이라는 발표 하지 않았냐?!”

         

       “뭐? 그 얘기가 지금 왜 나와? 지금 그래서 이 개미 떼를 우리가 불렀다는 거야?”

         

       “그럼 아냐? 대놓고 개미 관련 논문 썼던데!”

         

       “뭔 헛소리를 하는 거야? 그럼 이 새끼야! 너희 동아리에서는 5년 전에 ‘마력을 사용한 곤충 군체의 통제 방법에 대한 고찰’이라는 내용으로 뭐 발표하지 않았었냐?! 너희가 해놓고 지금 우리한테 뒤집어씌우려는 거지?!”

         

       “뭐 이 새끼야? 말 다 했어? 딱 봐도 작년에 개미로 재미 좀 봤으니까 이번에도 똑같이 따라 하려고 한 너희 잘못 아니냐!”

         

       분노를 터뜨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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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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