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656

       

        

        

        

        

        

        

       “…좋아, 아무도 모르겠지?”

        

        

        

        스윽.

        

        사람이 북적이는 탈의실을 한 명의 남성이 가로지른다. 주변에서 낑낑대며 처음 보는 장비를 힘겹게 착용하고 있는 사람들보다도 훨씬 빠르고 정교한 몸놀림이었다.

        

        척추 라인을 따라 붙이는 신경절 연결 단말, 엉덩이골에 붙이는 웨어러블 테일.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촉감을 위해서 촉각 피드백 슈트를 착용하고 개인 렌즈까지 착용한다.

        

        그러자 눈 앞에 떠오르는 수많은 UI들 – 흡사 분홍색과 하늘색을 기조로 한 나비를 인간 형태로 조형해내면 이럴까 싶은 외형의 여성 한 명의 모습. 그러나 그 – 그녀가 손댈 때마다 그 모습이 조금씩 달라진다.

        

        비교적 자유분방한 긴 장발에서 산뜻하게 다듬어진 장발, 거기에 머리 곳곳에 존재하는 나비 모양 액세서리도 지워 없앤다. 복장은 평소라면 절대로 입을 이유가 없는 짧은 바지와 어그부츠.

        

        

        최종적인 모습이 확정된 순간, 그는 탈의실에서 호다닥 빠져나온 후 게이트를 가로지른다.

        

        주변에 넘쳐나는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 – 혹은 그녀, 혹은 카토그래퍼 – 가 작게 입에서 한숨을 내뱉었다.

        

        입가에 걸려있는 미소는 덤이었다.

        

        

        

       ‘…어제는 여러 의미로 사고였단 말이지.’

        

        

        

        카토그래퍼.

        

        그가 오늘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 심지어는 주변에 지인도 없었고, 스트리밍도 켜지 않았다 – 오늘 이곳에 몰래 온 이유는 간단했다. 로렌티나가 했던 말이 아직까지 미묘하게 그의 마음 속에 남은 것이었다.

        

        상어가 했던 말의 요지는 간결했다. 즉 유진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컨텐츠를 즐기지 않으면 손해라는 것, 그가 처한 상황에 적응해볼 것.

        

        그 역시도 그 사실이 그닥 틀리지 않는단 것을 내심 인정하고 있었으나…아쉽다면 아쉽게도, 어제는 방송으로 시종일관 긁어대는 시청자들과 느닷없이 난입하게 된 가이아의 존재가 변수였다.

        

        간단히 말해, 외부적 요인에 의해 적응이 실패했단 소리였다.

        

        

        

       “하여간 도움이 안 되는 놈들 같으니라고….”

        

        

        

        평소에는 상당한 도움이 된다.

        

        당연했다. 시청자들이 살살 그를 긁으면 – 심하게 뇌절하는 이들은 사전 필터링에서 걸러진 후 밴을 당한다 – 카토는 씩씩대며 반박한다. 그것이 최근 그의 인생 전성기를 견인하고 있는 두 축이었다.

        

        하지만 어제와 같은 상황, 그러니까 완전히 몰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는 몰입을 깨기에 충분하다시피 했다. 게다가 오늘 이 모든 것들을 준비한 것이 유진이라는 점 또한 문제였다.

        

        비얌이 느닷없이 연락하여 ‘카토만 잘 못 즐겼던 것 같은데, 이렇게 된 이상 지인들도 불러서 충분히 즐길 수 있게 해주면 좋지 않을까요?’하고 말하는 걸 상상해보라.

        

        그건…호불호로 따지면 호였지만, 그게 부담스럽지 않다는 건 아니었으니까.

        

        

        좌우지간, 그리하여 그는 오늘 스트리밍조차 켜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형형색색을 넘어 사이버펑크에서나 볼 법한 온갖 찬란한 머리카락 색깔과 그에 준하는 온갖 기묘한 복장들까지. 사방팔방에 달린 홀로그램 투영기가 혹사당하지는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런 복장과 머리카락을 한, 그리고 공통적으로 가지각색의 비얌 꼬리를 달고 있는 사람들이 거울을 쳐다보면서 감탄을 내지르고 있었다. 간단했다. 이곳이 VR이 아니라 현실이기 때문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성전환을 원하는 사람이 많을까. 카토는 자신의 복장이 이 사이에서는 무난하다 못해 평범할 정도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어제 걸었던 길을 그대로 걸어나갔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역시, 아무도 신경 안 쓰네. 다행이다.’

        

        

        

        만약 평소처럼 하고 왔었다면, 그리고 거기에 더해 방송하고 있다는 티까지 팍팍 내게 된다면, 지금쯤 그는 테마파크를 제집처럼 배회하다 저만치에서 다가올 비얌에게 즉각 잡혔을 터였다.

        

        애초부터 엑스포를 그녀의 종복인 하모니와 다이스와 함께 종횡무진 누비고 다녔단 사실을 감안하면 테마파크도 돌아다니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더군다나 비얌의 직책까지 감안한다면 더더욱.

        

        요컨대, 아까 말했듯이, 어제 하던 것처럼 들어왔다간 주변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전부 스파이로 돌변하여 그 자신의 동선을 비얌에게 일러바치게 될 것이고, 머잖아 비얌 앞으로 들려갔겠지.

        

        그런 일은 없어서 다행이었다-만.

        

        

        

       “…그래도, 궁금하니까. 한 번 돌아다녀볼까…?”

        

        

        

        그의 머릿속에서 그런 이상한 생각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하면 안 되는 일이었지만, 카토조차도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 이미 그는 한참 전부터 유진이라는 거대 인력체를 향해 이끌려가고 있다는 것을.

        

        새끼 비얌들, 혹은 유진의 지인 – 유진조차 건들 수 없는 발현자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 들은 헛소리를 하고, 유진은 허용 가능한 선에서 이들을 참교육한다. 전형적인 만담 비스무리한 것이었다.

        

        그리고 만담의 구조를 생각해보았을 때, 두 명으로 이뤄진 만담 콤비 중 어느 쪽이라도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카토는 유진 결핍 증상을 겪고 있었다.

        

        

        

       ‘에이, 못 알아볼 정도로 멀리서 보면 별 문제 없겠지.’

        

        

        

        물론 그는 자신이 테마파크에 발을 들였단 사실을 유진이 한참 전부터 알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그 – 혹은 그녀 – 는 서서히 비얌의 아가리를 향해 얼굴을 들이밀기 시작했-으나, 그것이 꼭 즉각적인 포획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말했듯이, 그는 즐겨야만 할 것이 많았다.

        

        

        

       “아, 아니, 윽, 이거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는…!”

        

        

        

        찰칵!

        

        남자로서는 절대로 취할 이유가 없는 발랄한 자세를 취하는 것을 도와주게 만드는 스크린 존에서 흑역사 1스택을 적립하며,

        

        

        

       “…여자 메이크업 체험?”

        

        

        

        실제로 체험해보는 것은 어찌저찌 스스로 자제했지만, 실로 신기하다 못해 기묘하기까지 한 여상 인상의 변화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체험하고,

        

        

        

       “아, 아니. 어째서 본녀의 말투가 이렇게…잠깐만! 되돌리거라!”

        

       “잠시만 기다리세요. 보이스체인저 설정을 다시 바꿔야만 해서….”

        

       “…어우, 순간 정신 나갈 뻔했네.”

        

        

        

        심지어는 보이스체인저 변환을 통해 자신이 하는 말이 완전히 다른 어조로 바뀌는 것까지 경험한다. 카토는 진지하게 유진이 사람들을 TS시키려는 물약을 개발하려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테마파크에 준비된 건 그것만으로 끝은 아니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남은 것은 그 자신이 직접적으로 변화하는 부류의 체험 코스는 아니었다 – 대표적으로는 꼬리로 그림을 그리는 중앙광장 컨텐츠가 있었다.

        

        어제도 걸었던 공간. 달라진 것이 있다면 주변을 가득히 메운 사람들 뿐.

        

        그제야 그는 마음이 놓이는 것을 느꼈고,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사방을 살피며 주변을 거닐기 시작했다.

        

        

        

       ‘…확실히 메카 비얌 친구들이 그리는 거랑은 많이 다르긴 하구만.’

        

        

        

        그럴 수밖에 없긴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어제의 기억을 떠올리기에는 그의 주변에서 들리는 소음이 조금 숭하기 그지없었다. 다들 필사적으로 꼬리를 잘 움직여보기 위해 오만가지 끙끙대는 소리를 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자 문득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기억이 스쳐지나간다. 어제 유진이 한 말이었다. 집중력은 둘째치고 섬세한 컨트롤을 위해 꼬리 근육이 발달이 되어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나 뭐라나.

        

        

        아무튼, 주변도 다 둘러보았겠다. 그는 다음 목적지를 결정하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별개의 소음이 터져나오기 전까지는.

        

        

        

       -…는! 영원한…이다!

        

        

        

       “…엥?”

        

        

        

        와글와글.

        

        그와 동시에 주변에서 들려오는 웅성거림. 그 순간 카토의 머릿속이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얼마만큼 가까이 가야, 그리고 거리를 유지해야 상황을 직관하면서도 들키지 않을 수 있는가. 유진이 속마음을 들을 수 있었다면 발칙하기 그지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의 이성보다 본능이 조금 더 앞섰고 – 꼬리를 달아버린 영향일지도 몰랐다 – , 그는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그는 소란의 중심을 향해 충분히 가까이 접근했다. 구체적으로는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볼 수 있을 정도로.

        

        그리고-

        

        

        

       “박현석 조교님! 15사단 신교대 33군번은 아직 당신을 잊지 않았습니다!”

        

       “헬멧 던진 다음 6초 안에 방독면 쓰고, 다시 헬멧 받아서 머리에 쓰는 묘기 다시 한 번 보여주십쇼!”

        

       “현석아! 재입대하기 아주 적합한 강건한 몸이 되었구나! 우리 훈련부사관단은 너를 기다리고 있다! 어서 오도봉고에 탑승하도록!”

        

       “나 박혜정으로 개명했다고! 박현석이 누군데, 이 미친 놈들아-!”

        

       “과거를 부정하지 마라, 아쎄이!”

        

        

        

        …이게 뭐야?

        

        그런 아수라장 한복판에서 보이는 한국-군복을 입은 비얌꼬리 미소녀들 대여섯 명을, 그리고 그 앞에서 얼굴이 새빨개진 채 절규하는 아이리스를 보면서, 카토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뭔가…뭔가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래요, 이 정도 정성이면 나올 만하죠. 우리 편집자님도 간만에 선후임 분들이랑 친구들과 해후를 나누고 오면 되겠네요.”

        

       “됐거든요!?”

        

       “푸하핫-!”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5사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다 저사람 조교였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아바타에 군복까지 입힌다고? 이건 진짜 광기아니냐?

       -구와악 갸아아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편집자님이 이렇게 격하게 거부하는 건 또 처음 보네.

        

        그 사실에 대견함을 느껴야만 하는지, 아니면 웃어넘겨야만 할지. 순간 무슨 반응을 보여야만 할까 궁금해질 정도였으나, 나는 그냥 후자를 선택하기로 했다. 편집자님이랑 나랑 나이차이도 별로 안 나고.

        

        아무튼, 대단한 점은 또 있었다. 눈 앞에 있는 사람들의 수는 대략…예닐곱 명 가량. 아이리스의 옛날 친구들로 보이는 이들은 집계하지 않은 수였다.

        

        그렇다는 건 여기 모인 사람들은 죄다 아이리스의 선후임이라는 소리인데…문제는 그 와중 군복 목깃에 중사 계급장이 붙어있는 사람도 있단 말이지.

        

        그리고 아이리스가 저 사람을 봤을 때 반응이 유달리 격한 걸 감안한다면, 다들 시간까지 내서 보러 왔단 소리로구만. 아주 대단하기 그지없었다.

        

        

        중사로 보이는 분에게 말을 걸었다.

        

        

        

       “이 친구를 잘 알고 있었나보군요.”

        

       “하하, 그렇지요! 몇 년 전에 제 밑에서 신교대 조교로 있었습니다! 인적사항 보고 제가 직접 조교 해볼 생각 없냐고 물어도 보고, 직접 데려왔었습니다.”

        

       “근데 왜 아바타가 그래요, 중사니임-!”

        

       “새끼…그럼 내가 여기서 중사 선글라스 쓰고 짬질을 해야겠냐? 나도 휴가 나왔어, 이 자식아!”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것이…K-군대? 진짜 가슴이 웅장해진다….

       -근데 왜 아바타는 무슨 명문가 영애마냥 꾸며놨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명문가(군인)

       -뭐 융커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신이…조금씩 혼미해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아이리스의 반응은 실로 환상적이었고, 소란에 의해 모인 사람들 역시도 이 꼬라지를 보고 다들 신나게 웃어제끼기 바빴다.

        

        딱히 노렸다고 하긴 뭐하지만, 웃고 떠들기 위해서 테마파크를 만들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그 부분에 실로 잘 부합한다고 하지 않을까. 어차피 건축은 가이아 기술 가져와서 했으니 돈도 별로 안 들고.

        

        이대로만 잘 유지해도 엑스포의 끝마무리를 무난하게 유지할 수 있을 듯했다. 나는 그리 생각하면서 손가락을 살짝 튕겼고, 그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드론 한 대가 뽀르르 손에 안착했다.

        

        이것으로 뭘 할지는 이미 생각해놨지만, 그 전에 일단 이 상황을 적당히 매듭지어놔야겠지.

        

        

        

       “하지만 어쩌죠. 우리 편집자님은 이미 유진 사단이라는 새 근무지로 전출했거든요. 어떻게 보면 이미 재입대한 셈이 아닐까요?”

        

       “우, 우왓, 머리 위에 뭔가 부드러운 게 얹혔는데요, 선생님…?”

        

       “흐, 전역이 아니라 보직 변경이라니. 그렇다면 아직 이 친구는 군생활 중이로군요. 복무 중 재입대는 원칙상 불가능하니, 이번에는 넘어가주겠다!”

        

       “그러니까 전 이제 현석이가 아니라 혜정이라니까요-!”

        

       “새끼…한 번 현석이는 영원한 현석이다!”

        

        

        

       -미치겠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와중 비얌쉑 아가리터는거 미쳤네 ㅋㅋㅋㅋㅋ

       -‘유진 사단에서 근무중이니 아직 군생활중이다’라는 논리는 진짜 무슨 미친소리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만 이 대화 1도 못따라가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대화가 이해가 가는 사람들은 오도봉고에 탑승할 수 있도록! 재입대에 적합한 청각을 가지고도 입대하지 않은 것은 중죄다!

        

        

        

        더 이상은 아이리스의 멘탈에 심대한 타격을 줄 듯했기에, 나는 그녀의 허리를 꼬리로 감아 뒤쪽으로 내려놓고는 오늘 귀한 시간을 내 이곳까지 온 동기 및 현직 훈련부사관 분께 악수를 건넸다.

        

        당연하게도, 편집자를 놀려먹을 때와는 다르게, 순식간에 정상인으로 돌아온 이 분은 멋쩍은 표정으로 악수를 받았다. 여기의 국군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모르지만, 별개로, 군인은 충분히 존중받을만한 직업이고.

        

        게다가 이 사람은 휴가를 써가면서까지 만나러 나왔다고 하니, 괜히 짧은 시간 방해하는 것보단 테마파크 좀 즐길 수 있게 하는 게 낫겠지.

        

        

        그리하여 손을 놓자, 예상했던 것처럼 이들은 아이리스에게 덕담 – 본인에게는 저주처럼 들릴 것이다 – 을 남기고는 다시금 호다닥 떠났다.

        

        아주 그냥 쿨가이들이 따로 없구만.

        

        그 즈음 아이리스도 내 등 뒤에서 다시 나왔고,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

        

        

        

       “찾아오겠다고 말은 들었는데, 이렇게 직접적으로 찾아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네요….”

        

       “간만에 즐거웠네요. 나중에 방송 안 하고 있을 때 가서 인사라도 하고 오셔요.”

        

       “그럴 거긴 한데…어으, 정신나갈 것 같아.”

        

       “그럴 수밖에요.”

        

        

       

        그리 중얼거리면서, 나는 작은 마이크가 포함되어있는 드론을 다시금 손에서부터 띄웠다.

        

        부우웅 하고 날아가던 드론은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인파의 사이로 쏙 안착했고, 나는 실로 뜬금없다고 생각될 말을 내뱉었다.

        

        

        

       “아쉽게도 아이리스와 동행하기는 좀 어려울지도 모르겠네요. 오늘 이곳에 방문한 한 분이랑 심도깊은 대화를 나눠야만 해서 말이죠.”

        

       “오늘…방문한 사람이요? 누구요?”

        

       “금방 알게 될 거예요.”

        

        

        

       ───삑삑삑!

        

        

        

        그와 동시에 인파 사이에서부터 울려퍼지는 드론의 소음.

        

        그리고 나는 피식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제가 직접 잡아서 끌어내는 걸 원하는 건 아니라는 가정 하에 한 번만 말하죠. 4주차에 있을 모의교전 컨텐츠 관련으로 논의나 한 번 합시다. 5초 줄게요.”

        

       “….”

        

       “5초, 4초, 3초, 2초-”

        

        

        

        부스럭!

        

        그와 동시에 어디선가 많이 본 것만 같은, 그러나 어제와는 조금 다른 스타일링을 한 채 튀어나온 한 명의 여성을 눈으로 담았다. 생각 외로 스타일이 꽤 바뀌었기에 한순간 잘못 잡았나 싶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주변의 사람들이 웅성이는 사이, ONLINE이라고 쓰인 친구창 위의 카토그래퍼를 드론캠에 은은히 비추면서 덧붙였다.

        

        

        

       “여기서 논의할까요, 아니면 어디 조용한 곳에서 밥이라도 먹으면서?”

        

       “…후자로 해주십쇼.”

        

       “그럼 그렇게 하죠.”

        

        

        

       -아니 갑자기 또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 어디서 많이 본거같은데?????

       -ㅅㅂ 카토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야 어제도 왔으면서 오늘도 왔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 무덤을 팠네 아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테일 파크야. 오늘도 어김없이 나는 카토 낚시에 성공했다.

        

        알차다 알차.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수술 결과 소설 집필 과정에서 오른손을 거의 못 쓰게 됐습니다

    2부 연재는 조금 생각해보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