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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57

        

       전쟁 끝에는 불화가 찾아오니.

       이 또한 전쟁의 폐해라 할 수 있겠다.

         

       “네놈들은 옛날부터 수상했어! 뭐? 특수함수들을 이용한 아티팩트 제작 방식에 대한 고찰? 이 새끼야! 너희가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발표했던 그거, AI 쪽에서 이미 쓰고 있던 건 줄 모를 줄 알아? 우리가 동아리였기에 망정이지 그거 논문으로 발표했으면 너는 표절로 뒤지게 얻어터지고 학계에서 쫓겨났어!”

         

       “뭐?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우리 발표 제대로 듣기는 한 거 맞아? 우리는 푸리에 변환은 언급하지도 않았어 이 새끼야! 리만 가설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가능성으로만 끝냈잖아 이 빡대가리 새끼야! 너 이 새끼 수학 포기자냐?”

         

       “뭐? 빡대가리? 수학 포기자? 이 새끼가 뚫린 입이라고…!”

         

       불화 속에서 마법사 둘은 서로의 멱살을 잡고 난리를 피웠다.

         

       그리고 이러한 싸움은 점점 번지기 시작했다.

         

       동아리 부장 둘의 싸움이 동아리 전체로 번지기 시작한 것이다.

         

       “너 평소에도 마음에 안 들었어! 마법사라는 새끼가 1지망으로 경제학과를 써? 네가 그러고도 마법사, 과학사라는 이름을 쓸 수 있냐!”

         

       “경제학과가 어때서! 그러는 너는 뭐 잘난 거 있냐?! 아티팩트를 전공한다는 새끼가 화공과로 하향 지원한 다음에 다른 과로 편입할 생각을 하는 게 말이야 방귀야? 처음부터 공부 열심히 하고 실적 쌓아서 당당하게 들어가지 못할망정 그렇게 샛길로 빠지는 음험한 새끼가 나보고 과 타령을 해?!”

         

       “뭐라고?! 음험?! 입으로 쳐 말한다고 다 말인 줄 알아? 너 같은 새끼가 나중에 과학 쪽 예산 깎고 마법 예산 팍팍 깎아서 발전 못 하게 막는 매국노 새끼가 되는 거야! 어!”

         

       “뭐?! 이 새끼가, 매국노? 하, 그래. 너 같이 말하는 놈들은 항상 기술이민을 쳐 가서 아예 국적도 바꾸더라! 매국노는 너 같은 새끼를 말하는 거지!”

         

       “말 다 했냐?!”

         

       “말 다 했다 이 새끼야!”

         

       뻐억!

       

       말은 점점 험해졌으며, 평소에 쌓아왔던 불만은 점점 커져서 결국에는 폭발하기에 이르렀으니.

       종국에는 주먹다짐까지 오가게 되어버렸다.

         

       교양에서 가르친 호신술대로 깔끔한 스트레이트가 마법사의 턱주가리에 정확하게 꽂혔고, 스트레이트를 맞은 마법사는 분개하며 달려들어 레슬링 기술로 감히 자신을 공격한 마법사를 바닥에 집어 던지고는 파운딩 자세로 전환, 위에서 주먹을 미친 듯이 갈긴다.

         

       다른 곳에서는 두꺼운 전공 교재를 들고 싸움하고 있기도 했으며, 어떤 곳에서는 바닥에 널려있는 개미 시체를 집어 던지면서 혐오스러운 싸움을 하고 있기도 했다.

         

       개판.

         

       개판이다!

         

       이 정도면 차라리 절망에 빠져서, 실의에 빠져서 주저앉아 있던 것이 훨씬 나았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최소한 그건 추하지라도 않았으니까 말이다….

         

       개판에 휘말리지 않은 이들은 이 참상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때.

         

       “이놈들-! 너희들 때문에 우리 꽃들이 나쁜 것을 보고 들었잖아!!!”

         

       이 개판을 정리할 수 있는 이들이 나섰다.

         

       그들은 근육으로 만들어진 장갑을 몸에 두르고 있었고, 허약한 마법사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력한 힘(물리)을 가진 전사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애지중지 기르던 자식 같은 꽃들의 교육을 위하여 기꺼이 몸을 일으켰고, 꽃들이 더 이상 세상의 추악함을 학습하여 성장에 문제가 일어나지 않게 하려고 그들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퍼어억!

         

       공간이 찢기고, 공기가 터진다!

         

       원예부원들이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최소 둘의 마법사가 기절했고, 그 광경에 화들짝 놀란 마법사들이 이제 자신들은 정신을 차렸다면서 항변한다고 할지라도 그들의 자비 없는 주먹은 멈추지 않았다.

         

       퍼어억!

         

       그렇게 개판을 만든 마법사들은 모조리 제압되었다.

         

       압도적인 근육에 의해서 말이다.

         

       그렇게 다시 불화는 끝나고 평화가 찾아왔다.

       압도적인 힘, 평화를 강제로 만들 수 있는 무력이 다시금 그들에게 평온을 불러온 것이다….

         

       이 역시 세상의 이치와 맞닿아 있으니.

       과연 학교를 세상의 축소판이라 부르는 이유가 이곳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쯧. 쟤들 때문에 우리 꽃들이 놀랐네. 괜히 데리고 왔나 봐.”

         

       “빨리 부실로 돌아가서 꽃이랑 같이 운동해서 달래줘야 해…. 스쿼트, 스쿼트를 해야 해….”

         

       “부장! 빨리 돌아갑시다! 다 끝난 것 같은데! 이러다 근 손실 나겠어요! 이것 보세요! 꽃도 지금 야위어가고 있잖아요!”

         

       “하하. 알겠어요. 저도 근육이 근질거리네요…. 그럼 여러분. 우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혹시 우리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원예부로 찾아와주세요.”

         

       진정 학교가 세상의 축소판이라면.

       그렇다면 광기 역시 그대로 이곳에 재현되어 있을 수도 있겠지.

         

       그리고 어쩌면 꽃을 들고 운동을 하는 저들은 그 광기의 체현자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말이다….

         

         

         

        * * *

         

         

         

       그렇게 동아리의 소동은 끝났다.

         

       개미는 사라졌고, 난리를 피우던 마법사는 제압되었고, 잔잔한 광기의 근육 덩어리들은 원예부로 돌아갔다.

         

       하지만 동아리에서 개미가 사라졌다고 해서 학교에서 개미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개미들은 학교 곳곳으로 퍼져 창궐하기 시작했으며, 수많은 군체가 보여줄 수 있는 온갖 해악들을 다 보여주고 있었다.

         

       나뭇잎을 갉아 먹거나 껍질을 갉아 먹어 나무를 앙상하게 만드는 것은 기본.

       학교 안으로 파고들어 목조로 된 가구에 파고드는 것은 물론이요, 심지어는 플라스틱까지 뜯어먹으며 건물 자체를 훼손하고 있었다.

       사물함에 들어가서 책을 갉아 먹기도 했으며, 학생들이 가지고 온 간식거리를 미친 듯이 뜯어먹기도 했다.

         

       그야말로 개판…아니, 개미판 그 자체.

         

       학교에 있는 교직원들은 이러한 개미들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며 이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능력들을 사용해 개미들을 열심히 퇴치하는 한편, 해충퇴치 회사나 곤충학 연구를 하는 이들을 불러서 이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부르긴 했지만….

         

       “와. 이거….”

         

       “개미가 여러 종인데요? 가주성 개미랑 야외성 개미가 섞여 있어요.”

         

       “이건 유령개미, 이건 애집개미, 이건 불개미, 이건 일본왕개미…. 이건. 이건…. 개미가 맞나?”

         

       “집게 턱이 엄청나게 발달해 있는데요? 와, 플라스틱도 뜯어먹는데…? 이건 뭐지?”

         

       불렀다고 하더라도 딱히 제대로 된 구제 방법을 찾기는 힘들었다.

         

       일단 개미 종류도 제각각이었던데다가, 결정적으로 구제해본 적 없는 곤충까지 끼어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해충 방역업체는 자신들이 아는 개미만을 우선하여 구제하기 시작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개미인지 뭔지 알 수 없는 이상한 녀석들은 교수들에게로 넘겨지게 되었다.

         

       “아. 제가 아프리카 쪽에 연구하러 갔을 때 본 녀석입니다. 군대개미의 일종인데…. 음? 그때 봤던 거랑은 조금 종이 다른 것 같은데. 혹시 이 군대개미 아시는 교수님 있습니까?”

         

       “생김새를 보니 아에사이토니네이아과(Ecitoninae)의 군대개미 같습니다만….”

         

       “아에사이토니네이아과의 군대개미가 한두 종인가요. 게다가 아프리카에서 발견되는 녀석들도 한두 개가 아니고…. 이거 참, 좁힐 수가 없는데요?”

         

       “아! 저 이거 열대우림에서 본 적 있습니다. 뭔지 알겠네. 도릴루스 그리보도이입니다!”

         

       “도릴루스(Dorylus)? 장님개미 말씀하시는 겁니까?”

         

       “예! 그 개미! 가이드가 수컷 개미보고 소시지 플라이라고 했던 게 똑똑히 기억납니다. 도릴루스 그리보도이 맞는 것 같아요.”

         

       “아니…. 그 개미가 대체 왜 여기에? 아니, 일단 이 개미한테서 좀 물러납시다. 얘한테 물리면 골치가 아파요. 아프기도 아픈데 집게가 잘 빠지지도 않는단 말입니다.”

         

       “아, 맞아요. 현지인들은 상처 봉합할 때 이 개미들을 이용하기도 하더군요. 스테이플러처럼 말이죠.”

         

       “아, 김 교수! 물러나라니까! 그러다가 물리면 안 아파요?”

         

       “아 괜찮습니다. 얘네들이 의외로 잘 안물…으아아악!”

         

       “아 내 저럴 줄 알았지. 말벌 연구할 때도 저러다가 쏘이더니….”

         

       “아 뭐 곤충 연구하는 사람들이 그렇죠. 쏘이고 물려야 정신 차리는 게 기본 아니겠습니까? 자자, 마침 잘됐어. 김 교수! 개미한테 물린 곳이 어떻게 됐는지 잠깐 관찰 좀 합시다!”

         

       그리고 교수들은 빠르게 그 개미들의 정체를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한국에서는 있어선 안 될 종류의 개미, 장님개미라는 사실을 말이다.

         

       “근데 참…. 얘네들이 어떻게 여기에 있지? 한국에선 죽어도 발견이 안 되어야 정상인데?”

         

       “흰개미처럼 목재 같은 곳에 붙어서 온 것 아닐까요?”

         

       “그렇다기에는 수가 너무 많지 않아요? 수컷 개미들한테 날개까지 달린 게 어디서 각 잡고 둥지 지어서 번식한 것 같은데…?”

         

       “연구용이나 뭐 다른 목적으로 번식시킨 애들이 탈출한 거 아닙니까? 한국 날씨에 얘네들이 어떻게 적응해요?”

         

       “하긴 그렇죠. 한국은 얘네들이 살기에는 좋은 기후는 아니니까….”

         

       “어쨌든 참, 희한한 일이네요. 이거 뉴스에 실리겠어요? 하하.”

         

       “간만에 뉴스 패널로 나갈 수도 있겠네요. 그건 좀 마음에 드네.”

         

       “그러게요. 그런 뉴스 한 번 타면 총장한테 연구비 뜯어내기가 좋거든. 그리고 예산 아득바득 깎으려 하는 경제학과 출신 관료 놈들 설득하기도 좋고.”

         

       “어휴, 그놈의 경제학과…. 대체 예산 깎고 절약하는 놈들을 왜 과학 쪽에 배정해놓는지….”

         

       그리고 그 후의 일은 당연하게도 휴교였다.

         

       수많은 개미가 학교를 점령한 상황에서 제대로 수업할 수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냥 개미들이 곳곳을 점령한 것도 징그러워 죽을 것 같은 판국에, 이것저것 갉아먹고 다 부숴 먹는 군대개미까지 더해졌다.

       군대개미는 단순히 시설만 부수는 것이 아니라, 훈련용으로 만들어놓은 진법이나 아티팩트 등의 첨단설비까지 고장 낼 수 있었다.

         

       그러니 아예 대대적으로 각을 잡고 방역을 하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더해서, 또 다른 이유 때문에라도 휴교는 반드시 필요했다.

         

       “…이거, 뭔가 이상하죠?”

         

       “예. 전문가들, 불러봅시다.”

         

       갑작스럽게 개미가, 그것도 한국에서는 보여선 안 되는 개미가 갑작스럽게 창궐을 한 이 수상한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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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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