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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58

        

       그렇게 서울 이능 특성화 고등학교 측에서는 수많은 전문가를 불렀다.

       곤충학 쪽이나 방역 쪽 전문가만 불렀던 것과는 다르게, 아주 폭넓게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어떠한 에너지로 인한 이상발생이 발생하지 않았는가 싶어 마법사들을 부르기도 했고, 테러일 가능성이 있기에 경찰특공대까지 불렀다.

       심지어는 최전방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군인들까지 동원해서 부지에 혹시 알 수 없는 위협이 있는 것이 아닌가 검사를 하기까지 했다.

         

       그뿐이 아니다.

       혹시 주술이나 주물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는가 싶어 민속학 교수들까지 부르기까지 했다.

         

       그리고 민속학 교수를 부를 정도라면 당연히.

         

       “흐음. 학교 시설이 아주 좋군요.”

         

       통일 대한민국의 주술사.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대한민국 토종 주술사.

       박진성이 불리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학교 측에서는 적지 않은 금액을 주며 박진성을 불렀다. 게다가 그냥 성의 없이 보수만 부른 것이 아니라, 이양훈 쪽 인맥을 통해서 제안을 넣기까지 했다.

       거절하기 어렵게 말이다.

         

       [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학계 쪽과 인맥이 있어서 나쁜 것은 없지. 특히나 이능 특성화 고등학교라면 더더욱 말이다. ]

         

       박진성과 연결해달라는 부탁을 들은 이양훈 역시 이러한 제안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득만 있는 제안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당연히 박진성은 이 제안을 수락했다.

         

       인맥 때문에?

       막대한 이득 때문에?

         

       아니다.

         

       그건 전부 부차적인 이유일 뿐.

         

       ‘웨이브 한 번으로 들어왔군.’

         

       애초에 박진성은 이곳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으니까.

         

       “이렇게 잘 가꾸어진 곳에 벌레가 창궐하다니. 좋은 징조라고 보기는 어렵겠습니다. 이거 안타까운 마음에 더 말을 이을 수가 없겠군요.”

         

       박진성은 학교를 안내해주고 있는 학교 직원에게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단순히 말뿐만이 아니라 정말로 안타깝다는 감정을 담아서 말이다.

         

       거기에 더해 곳곳에 널려있는 개미 시체들의 산을 보면서 질린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했으며, 벌레들이 갉아먹은 벤치 등을 볼 때는 놀랍다는 듯 눈을 살짝 크게 뜨기도 했다.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여러 흔적을 보고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자신이 추리한 것을 늘어놓기도 했다.

         

       “일단 정상적인 개미라고 볼 수는 없겠군요.”

         

       “네? 정상적인 개미가 아니라면…?”

         

       “제가 문외한인지라 자세히는 모르지만, 미약하게나마 알기로는 이런 곳에 사용하는 목재는 화학 약품으로 코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벌레들이 갉아먹지 못하도록 말입니다.”

         

       “네. 그렇겠…죠?”

         

       “게다가 이 학교가 어떤 곳입니까? 서울 이능 특성화 고등학교.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명문고가 아니겠습니까. 그런 학교에서 싸구려를 쓸 것이라곤 생각을 할 수 없으니 최소 고급일 터인데.”

         

       “네? 고급이요?”

         

       “아, 제가 말하는 고급은 어떤 메이커나 장인이 만든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흔히 사용하는 저질 목재가 아니라 나름 괜찮은 수준의…. 고급이라고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목재를 말하는 것이지요. 재료의 품질 말입니다.”

         

       “아….”

         

       학교 직원은 진성의 말을 듣고 벤치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던 이 벤치가 그렇게 고급이었나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어떠한 물건이 만들어질 때 중요시해지는 것이 바로 누가 손을 댔느냐는 것. 하지만 장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재료이지요. 그리고 제가 보기에 이 벤치는 꽤 괜찮은 녀석입니다. 코팅도 제대로 이루어져 있고…. 미약하게나마 에너지가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군요. 느껴지십니까?”

         

       “네? 그, 글쎄요…?”

         

       “자. 벤치에 손을 가져다 대보십시오. 아뇨, 거기 말고 개미가 갉아먹은 곳. 그래서 누군가 주먹으로 때린 것처럼 움푹 파여 있는 곳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나무의 결을 따라서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여보시고, 손바닥을 쫙 펴고 최대한 파인 곳에 밀착해보십시오. 그리고 눈을 감고 손에 감각을 집중하세요. 천천히. 손바닥에서부터 손끝으로 열기가 지나간다는 느낌으로 감각을 집중하십시오. 그리고 손끝, 손톱과 손끝이 겹치는 그 부분에 감각을 집중하시고…. 자, 느껴지셨습니까?”

         

       “어…. 뭔가 따뜻한 기운 같은 게 느껴지네요.”

         

       “예. 그것이 목재를 가공할 때 사용했던 아티팩트의 효과일 것입니다. 아마 태양과 관련된 것이겠지요.”

         

       박진성은 방긋 웃었다.

         

       “이것은 목재의 운송과 가공을 위해서 개발된 기술입니다만…. 제가 전문가가 아닌지라 자세하게 설명해드리기는 어렵고, 설명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다만 그 효과만큼은 말씀드릴 수 있으니. 그 효과는 바로 목재가 습기를 먹기 어렵게 만들고, 벌레들이 목재를 갉아 먹기 힘들게 만드는 것입니다.”

         

       “오….”

         

       “하지만 보십시오. 이 개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이 벤치를 파먹었지요. 누군가가 때려 부수기라도 한 것처럼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말입니다. 일반적인 벌레라면 얼씬도 하지 않을 것이고, 설령 갉아먹는다고 할지라도 고급 목재의 힘으로 인해 먹다가 죽음을 맞이했어야 정상이지요. 그리고 개미라는 곤충의 특성상, 위험한 장소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얼씬도 하지 않았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아무리 심하다고 할지라도 갉아먹은 흠집 정도나 나는 것이 보통.

         

       “하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지독하리만큼 갉아먹고 또 갉아먹었지요. 수많은 개미가 죽어 나가는데도 말입니다. 이건 명백히 이상한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박진성은 갉아 먹힌 벤치와 그 주변에 널려있는 개미 시체들을 번갈아 보여주며 자신의 추리가 옳다고 직원을 설득하였다. 그리고 직원은 자신감 넘치는 진성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혹시나 한 얼굴로 진성에게 물었다.

         

       “그럼 이게 어떤 주술적 효과 때문에…?”

         

       “하하. 그것까지는 아직은 알 수 없지요. 더 조사를 해봐야 하는 문제입니다. 물론 제가 어디까지 조사를 할 수 있을지는…. 교장 선생님을 만나보아야 알 수 있는 이야기겠습니다만.”

         

       하지만 진성은 직원의 물음에 확답을 내리는 대신에 고개만 저었다.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 표정에는 자신감이 서려 있어서, 조금만 더 조사한다면 그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들게 했다.

         

       그리고 이러한 진성의 태도 덕분이었을까?

         

       진성은 자신을 안내하러 온 직원에게 상당한 신뢰를 얻을 수 있었으며, 그 직원의 증언과 신뢰를 바탕으로 교장에게 자기 능력을 어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 대한민국에 주술사가 나타났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라 생각하는지 몰라. 우리 박진성 주술사가 조사하는 데에 불편함이 없게 할 테니 꼭 원인을 밝혀주었으면 하네.”

         

       학교 대부분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계획대로 말이다.

         

         

         

        * * *

         

         

         

       진성이 사용한 방법은 아주 간단한 것.

         

       도둑이 대상의 집을 털기 위하여 경찰인 척을 하는 것처럼.

       도둑이 어떠한 집을 털기 전 목공인 척을 하며 개구멍을 만드는 것처럼.

         

       진성 역시 아주 약간의 의태를 하였을 뿐이다.

         

       어렵지 않은, 어쩌면 익숙하기까지 한 의태를 말이다.

         

       ‘허허. 옛날 생각이 나는구나.’

         

       이러한 방식은 꽤 익숙한 것이었다.

       용병으로 활동하던 시절에는 심심치 않게 했던 것이었으니까.

         

       물론 거창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일반인인 척을 하면서 경호한다거나, 평범한 손님인 척 가게에 들어간 다음 건물을 스캔해서 구조를 알아낸다거나, 변장한 다음에 폭탄을 설치해놓는다거나, 설비를 수리하러 온 척을 하면서 기생충 알을 풀어 넣는다거나, 호텔을 비우기 위해서 레지오넬라균(Legionella)을 번식시킨 뒤 신고하여 폐쇄한다거나 하는 등의 일을 한 것이니까.

         

       그런 점에서 생각해본다면 진성이 서울 이능 특성화 고등학교에 한 일은 별것 아니었다. 그저 개미 떼를 한 번 보내고 끝낸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고작 한 번.

         

       학교가 자신을 부를 때까지 몇 차례 더 보낼 준비를 하고 있던 진성으로서는 싱겁기까지 한 일이었다.

         

       ‘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는 법. 개미가 학교를 습격하는 것 자체는 흉조라 할 수 있겠으나 모든 것은 새옹지마와 같으니. 설비가 더 새것으로 바뀌니 학생은 좋고, 그 과정에서 내가 개입한다면 주술을 걸어 학교를 더 튼튼하게 할 수도 있음이니 학교에 머무는 모든 이들이 더더욱 안전해질 수 있는 것이라.’

         

       게다가 딱히 큰 피해가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개미 때문에 입은 피해가 있기는 하지만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닐 것이고.

       금전적인 문제야 보험을 들어놓은 것도 있을 터이니 큰 문제 또한 안될 것이다.

         

       학교에 있는 ‘괴담’에 의하여 이아린이 피해를 볼 것을 생각해본다면…. 이러한 방법은 온건하고 상냥하기까지 한 수준이다.

         

       ‘해가 되는 것은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고, 피하는 것이 둘째며, 피할 수 없다면 부숴놓는 것이 좋으니.’

         

       이세린, 이아린, 엘라, 아나스타시아까지.

       이 학교에 얽혀있는 이들만 해도 잔뜩이다.

         

       그러한 이들에게 위협이 될만한 것이 잠재되어 있다니.

       당장 없애야 맞지 않겠는가.

       아주 약간 과격한 방법을 쓰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저택만은 못하지만, 여기에도 경보 장치를 설치해두면 좋을 것이니.’

         

       적어도 그녀들이 학교에 다니는 동안은 안전할 수 있도록 안배도 좀 해놓을 생각이었고.

         

       ‘보자…. 일단 굵은대곰보버섯(Morchella crassipes)의 포자를 뿌려야겠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늘 아니면 내일, 연참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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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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