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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58

       

        

        

        

       

        

        

        

       “그럼 그렇지. 유진 씨가 하는 이벤트가 멀쩡한 물건일 리가…우왁, 수류탄!”

        

       “다시 집어던지면 되잖아!”

        

       “그만 떠들고 대응사격이나 해, 이 망할 놈들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미 유진이 하는 이벤트가 정상이 아니라는 건 아주 잘 알고 있음 ㅋㅋ

       -맨날 지만 부정하지 비얌련은 상어랑 제일 닮았어 ㅋㅋㅋㅋ

       -로건 오열하는 소리 여기까지 들린다www

       -진짜 별의별걸다하네 무친놈들 ㅋㅋ

        

        

        

        8월 말, 송도 테일 파크, 날씨 맑음. 때때로 폭발.

        

        흡사 다크 존의 대전장Battlefield 모드를 연상하게 만드는 아비규환. 총합 여섯 개 가량의 구역으로 나눠진 테일 파크 내의 두 개 구역 가량을 교전지로 삼아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

        

        비현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현실같지만, 반대로 현실이라고 하기에는 굉장히 비현실적인 광경. 오로지 다크 존만이, 그리고 이카루스 인터내셔널만이 가능한 광기어린 이벤트였다.

        

        그리고 그 가운데, 이벤트 진행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유진에 의해 반쯤 납치당한 네 명과 은근슬쩍 합류한 아이리스는 소용돌이 한복판에서 신나게 교전 중이었다.

        

        

        

       ───콰아앙!

        

        

        

       “어으, 뭐야! 옆에서 누구 폭사했는데!?”

        

       “…킬카운트는 자폭인데. 뭔 짓거리를 한 거야?”

        

       “저 뭐야…아까 난 봤지. 수류탄 꼬리로 던지려다가 성대하게 자폭한 사람이 있네….”

        

       “아니, 저도 아직도 못하는 걸.”

        

        

        

       -??????

       -지 혼자 오리지널 꼬리 달고 있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 파 이 발 견 ! ! ! !

       -생각해보니 진짜 그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로 고개 돌아가는거 개웃기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순간에 모두의 고개가 아이리스를 향해 돌아간다.

        

        테마파크를 돌아다니고 있는 만 명 가량의 사람 중, 진정한 의미로 꼬리를 달고 있는 사람은 오직 아이리스 뿐이었다.

        

        유진이야 이벤트라는 이름의 함정카드를 발동시킴과 동시에 홀로그램 파편이 되어 사라졌으니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르고, 하모니와 다이스는 현재 가상현실을 노닐며 마주치는 적을 다 때려잡는 중.

        

        오직 이곳에만 존재하는 실로 귀하기 짝이 없는 백사(白蛇)였다.

        

        

        그것과는 별개로, 호떡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전황이 돌아가는 상황을 확인한 결과에 의하면 형세 자체는 비등비등했으나, 놀랍게도, 블루 팀에게는 유진의 제자들이 여럿 있었다 – 놀랍게도 호떡 일행, 그리고 아이리스가 그 주인공이었다.

        

        원래 실력 하나는 말도 안 됐던 다이스와 진즉 인간을 실력적으로, 그리고 종족적으로도 탈피해버린 하모니와 비교한다면 뭐하긴 했으나, 이들 역시도 비얌에게 직접적인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있는 바.

        

        창끝은 이들이었다.

        

        

        그리고 호떡 일행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발달되어버린 전장을 읽는 눈으로 상황을 냉철하게 파악하기 시작했다.

        

        

        

       “일단 목표 정하자. 돌파할까, 아니면 돌출하는 친구들만 하나씩 짤라먹을까?”

        

       “당연히 쟤네 대가리 싸그리 깨놓는 게 정배지.”

        

       “그럼 우리가 선두에 선다. 이의 있는 사람?”

        

       “…이렇게 대강대강 정해도 되는 거예요?”

        

       “유진 선생님도 목표는 명료하고 간단하게 정하라고 그랬어.”

        

        

        

       -그게 그런 뜻이 아니지 않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팩트)비얌이라면 충분히 그런 뜻으로 말한 게 맞다

       -여기서 부정하는 애들은 윾진련이 글아너 출장갔을 때 랭겜에서 뭔짓거리 했는지 보고와야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한타에서 이기려면 적을 다 지워버리면 된다

       -심지어 비얌은 뇌근도 아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맞나 싶었지만, 아이리스는 곧 포기하고 말았다.

        

        당장 이들이, 그리고 하모니와 다이스가 어떻게 비얌 밑에서 사정없이 굴렀는지를 알고, 그것을 그 자신의 손으로 손수 편집했기에, 그 당시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간 것이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E2급 발현자인 호떡의 페이스를 따라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UI 위로 예상 기동 루트를 표기한 호떡이 최종 목적지를 표기했다.

        

        TTK – 상대방을 사살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 가 그렇게 짧다고 하긴 어려운 다크 존의 특성 상, 게임은 자연스럽게 일종의 땅따먹기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고, 이런 다대다 상황에선 변수 창출이 중요했다.

        

        그 중에서도 호떡은 레드 팀에 의해 점유되어있는, 하지만 위험하다면 언제든지 빠져나올 수 있는 중앙광장 건너편의 건물 하나에 핑을 찍었고, 거기까지 가기 위해서 필요한 엄폐물 루트를 계산했다.

        

        그 다음은 간단했다. 마치 사전에 짜놓은 것마냥 돌파조와 후방지원조로 인원이 자연스럽게 분단되었다. 그 사이에서 적응 못하는 것은 아이리스 뿐이었다.

        

        

        물론, 유진, 그리고 그녀의 피를 이어받은 – 비유적 의미로 – 이들이 그걸 봐줄 리가 없었다.

        

        

        

       “가자!”

        

       “리밋이랑 김스톤은 엄호사격하다가 천천히 오고. 알겠지?”

        

       “우리가 이런 거 한두 번 해보냐, 빨리 가!”

        

       “우왁, 왜 제가 선두로…!”

        

       “그럼 EM급 아니면 누가 선두에 서는데!”

        

        

        

        카토의 닦달과 함께 아이리스가 꼬리 빠지게 달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날아드는 총알. 그러나 저 뒤에서 이어지는 제압사격에 의해 하나둘씩 머리에 치명타를 얻어맞고는 담벼락 뒤에 숨는다. 사망 판정은 아니었지만 그에 준하는 대미지를 입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고, 인간보다도 한 발자국 더 나아갔지만, 동시에 동물적인 본능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호떡과 아이리스의 피가 끓는 것처럼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주체할 수 없는 아드레날린이 뿜어져나오며 두 명의 발현자가 담벼락을 말 그대로 타고 올랐다. 오르기 전 절묘한 힘조절로 수류탄을 그 위에 던진 것은 덤이었다.

        

        

        섬광을 동반한 – 파편은 없었다 – 폭발이 이는 순간, 인간을 뛰어넘은 각력이 두 명을 2미터가 넘는 담벼락 위로 몸뚱이를 올려놓았고, 무사히 착지한 두 명은 보이는 모든 표적이 총을 갈기기 시작했다.

        

        가시화된 방어선 일부가 송곳과도 같은 돌파에 의해 찢어졌다.

        

        카토가 건물 계단을 타고 힘겹게 올라온 것은 30초 후의 일이었다.

        

        

        

       “이, 이 미친 놈들아…누가 그렇게 빨리 가랬어…!”

        

       “오소이.”

        

       “후, 내가 EM급이 됐어야 니가 개소리해도 와사바리 걸어서 입에 재갈을 채웠을텐데….”

        

       “오, 유진 씨한테 한 번 말해봐야겠다.”

        

       “입 다물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속보)카토 비얌 되고 싶다고 충격발언….

       -이건 상당한 논란이 있겠는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입다물엇 ㅇㅈ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와중 아이리스냔 표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연하겠지만, 편집자는 어떻게 얻은 꼬리를 뺏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좌우지간 성공적인 돌파가 이뤄진 순간, 흡사 댐에 구멍이 뚫린 것마냥 난리가 벌어진 것은 당연했다. 공통점이 있다면 구멍이 뚫린 순간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한다는 것 정도였다.

        

        안락한 자리에서 자리를 잡고 쏴대는 순간 레드 팀은 무지성으로 뒤로 후퇴할 수밖에 없었고, 다음 선택지는 간단했다. 호떡 일행이라는 가시를 어떻게든 아군 영역에서 빼내야만 했다.

        

        그러나 레드 팀이 잠시나마 간과한 것이 있었다 – 이들은 최소 여러 번 유진에게 직접적으로 가르침을 받은 경험이 있었고, 이들이 점거한 저층 건물에 발을 들여놓는 것은 그닥 좋은 선택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때로는 결과를 알면서도 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다.

        

        그리고 상황은 정확히 그에 기반한 결과대로 흘러갔다.

        

        

        

       “으아….”

        

       “우린 망했어. 우린 비얌과 호떡의 노예가 되서 헬스장 전구를 켜기 위한 무한의 자전거 형벌대로 끌려갈거야…!”

        

       “…진짜 그렇게 되기를 원하는 건 아니죠?”

        

       “우와, 카토다! 얼굴 한 번만 밟아주세요! 맨발로! 그 아바타로!”

        

       “뭐라는거야, 이 미친 놈들아-!”

        

        

        

       -갑자기 욕구충족wwwwwwww

       -소신발언)카토 아바타 개껄림

       -차마 호떡한테는 같은 말 못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니같으면 하겠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근데 얘네 왜 이렇게 열심히 싸우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와중 느닷없이 핵심을 찌르는 질문 아닌 질문.

        

        그러나 누군가가 뜬금없이 ‘갑자기 왜 이렇게 열심히 임하는가’를 묻는다면, 나올 대답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설마, 이번 세션에서 1등분대되면 가이아 꼬리 아바타 주는 거 아니겠지?’

        

        

        

        유진이 딱히 그걸 준다고 말한 적은 없었지만, 이들의 망상 아닌 망상은 끝없이 뻗어나가고 있었다.

        

        무릇 골반 위에 비얌꼬리를 달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품을 수밖에 없는 한 줄기 희망이었다.

        

        어딜 둘러보아도 불순하기 짝이 없는 변태들 뿐이었다.

        

        

        

        

        

        

        

        

        

        

        

       “저 친구들, 갑자기 의욕에 차서 덤벼드는군요. 뭔가 좋은 상품이라도 걸었나요?”

        

       “…글쎄요. 짐작이 안 가는 건 아니긴 한데….”

        

       “또 이상한 거에 꽂힌 거겠지. 네가 키워놓은 애들은 죄다 한 군데씩 나사가 빠져있는 걸 보면….”

        

       “아니, 제가 뭘 했다구우…아부부부븝.”

        

        

        

        한편, 그 와중.

        

        유진은 두 거대찌찌-가 아니라, 발현자 선임 두 명에게 둘러싸여있었다.

        

        여름이었다.

        

        

        

        

        

        

        

        

        

        

        

        

        

        

        

        

        

        

        

        

        

        

       “고생했어요. 기대했던 대로…라고는 뭐하지만, 예전에 배운 것들은 안 까먹었던 모양이로군요. 다들 너무 의욕적으로 임하든데, 무언가 기대하는 거라도 있었나요?”

        

       “…앗.”

        

       “…그 반응을 보니, 뭔가 상품을 기대하고 있었나보군요. 말했듯이 소정의 상품이 준비되어있긴 하지만, 여러분들이 원하는 거랑은 부합하지 않는 듯하고.”

        

       “내 용뱀꼬리….”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주그냥 초딩색1기들이 따로없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걸 여기서 풀겠냐고!!!!!!!!!!!!

       -유진표정 실시간으로 깨강정나는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몬낸이들 보존의 법칙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그럼 그렇지.

        

        내가 아무런 말도 없이 네 명을 빤히 쳐다보자, 다들 시선을 슬금슬금 피하더니 ‘이전부터 나는 꼬리에 1도 관심 없었다’라는 표정을 지으며 끙차-하고 일어났다.

        

        저렇게 뻔뻔하게 태세전환을 할 수 있는 것도 능력 아닐까. 그런 감탄이 나올 정도로 빠르게 표정에서 아쉬움을 지워버린 김스톤이 그 자리에 있는 이들의 등짝을 팡팡 때린다.

        

        그래. 저런 친구도 한 명쯤은 있어줘야지. 그리하여 나는 분위기도 환기하고, 다른 이들이 궁금해할 듯하여 덧붙였다.

        

        

        

       “짐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1등 분대 상품은 일종의…할인권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거였어요. 테마파크 입장에 필요한 장비를 대여할 때 드는 비용을 제로로 만드는 쿠폰이죠.”

        

       “아하. 생각보다는 소소하다고 해야만 할지…한 번 쓰면 땡인가요?”

        

       “아뇨. 1개월 동안 공짜랍니다. 환산하면 150만원 정도네요.”

        

        

        

       -헉

       -아니 생각보다 깔쌈한거였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걸 5명한테 뿌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싯1팔 생각해보니 호떡 얘네들한테는 필요없는 물건이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팩트)얘네들은 이미 입장에 필요한 것들 싸그리 사놨을 확률이 높다

       -어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코 작은 돈은 아니지만, 이들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오홍-하고 작은 반응을 보일 뿐이었다.

        

        뭐어, 그도 그럴 게. 이리 말하면 뭐하지만 그 정도면 얘네들은 하루 정도 안에 무난하게 버니까…물론 이걸 입으로 내뱉을 필요는 없었기에, 나는 이 친구들에게 덧붙였다.

        

        

        

       “여러분들에게는 그닥 필요없는 물건이기도 하고, 이번 1등에 대한 보상은 제가 따로 챙겨드리죠. 기존 1등 보상은 2등 분대에게 넘겨주는 게 낫지 않을지.”

        

       “아, 저는 상관없어요. 혹시 여기 아깝다 싶은 사람 있어?”

        

        

        

        다행스럽다면 다행스럽게도 아무도 고개를 내젓지 않았기에, 기존 1등 보상은 자연스럽게 2등을 차지한 분대를 향해 넘어가게 되었다.

        

        그 후 얼마나 지났을까, 드론이 가져다준 수건과 음료수 덕분에 다들 신나게 흐르던 땀을 닦고는 의자에 앉아 수분 보충을 시행했다. 간신히 말문이 트인 카토가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두 번째 안건은…이번 테마파크의 구조였다.

        

        

        

       “그건 그렇고, 선생님. 어제 테마파크 좀 돌아다녀봤는데, 주변에 배치해놓은 부스들이 하나같이 심상찮든데요. 리밋같은 애들을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이 만들어내시려고….”

        

       “…리밋같은? 얌마! 내가 뭐 어때서!?”

        

       “역시 당사자 빼고는 절대 납득 못 하는구만. 그럴 것 같더라. 호떡아, 얘 좀 붙잡아주라.”

        

       “옛써.”

        

       “크아아악, 놔라! 이놈들아! 나는 단순히 자본주의에 굴복해서 여자 아바타를 선택한 것뿐이라고오-!”

        

        

        

       -지1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밋같은’은 무슨 형용사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진짜로 테마파크에 유사TS장치 너무 많아서 좀 어지러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사TS? 이건 실제 TS 대비 연습장이야 이 씪빨럼들아

       -성전환준비끝났는데 언제 비얌으로 바꿔주냐고!!!!!!!!!!!!

       -사이버-피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어, 한 번쯤 말이 나올 거라고 생각은 했다.

        

        사실 충분히 합당한 지적이긴 했다. 어쩌면 정신적 성별에 혼란을 줄 수도 있는 내용이기도 하고…약한 버젼으로 말하자면 여장에 빠지는 사람들을 양산할수도 있는 거니까.

        

        하지만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는…여러모로 좀 그렇잖아.

        

        

        

       “…합리적인 지적이지만, 그런 부스를 설치한 건 다른 이유 때문이에요.”

        

       “아, 그래요? 어떤 거길래.”

        

       “별 건 아니고, 최대한 많은 걸 방문객들이 체험해보길 원하는거죠. 일종의 완충장치라고 해야 하나.”

        

       “완충장치요?”

        

       “뭐든지 일어날 수 있는 세상이잖아요.”

        

        

        

        사람이 하루아침만에 바뀌는 세상인데 뭐.

        

        나는 적당히 답하고는 아이리스를 쳐다보았고, 그 순간 다들 아, 하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말대로. 방금도 얼추 말하긴 했지만,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는…눈을 떠서 일어났을 때 한순간에 모든 것이 바뀌어있을 수도 있는 세상이다. 그 산증인이 바로 나였고, 내 지인들이고.

        

        근래 동일한 사안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무수한 역사책 중에는 남자가 여자로 변하는 것뿐만이 끝이 아니라 그 반대의 경우도 역시 한둘 정도 있었다.

        

        유물론과 존재론적 자연주의가, 그리고 열역학이 정면에서 부정되어버린 세계니까.

        

        

        

       ‘…아니, 열역학은 아닐수도 있나.’

        

        

        

        어쩌면 나를, 내 지인들을, 편집자님을 여자로 바꾸기 위해 우주 정반대에서는 별이 예상했던 것보다 일찍 초신성이 되어버렸을 수도 있겠지.

        

        아무튼 그런 생각은 여기까지. 오늘은 이 친구들에게 전해줘야만 하는 소식이 있었다.

        

        손짓 한 번에 드론캠의 마이크를 꺼버린 뒤 덧붙였다.

        

        

        

       “그건 그렇고, 이번 주 금요일에 다들 시간 있나요?”

        

       “금요일이면…그때 유진 씨 뭔가 스케줄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지난 주에 날짜 고를 때 금요일이 아주 시뻘갰던 걸로 기억하는데.”

        

       “기억력이 좋으시네요. 근데 어쩌다보니…그 스케줄에 여러분들을 끼워넣을 수 있게 된 것 같거든요.”

        

       “네?”

        

        

        

        스윽.

        

        나는 그에 말없이 손을 내렸고, 부모님에게서 온 간단한 메시지를 보여주었다.

        

        내용은 간단했다. 이번 주 말에 엑스포 철수 프로세스 체크 및 엑스포 여론 확인을 위해 한국에 잠깐 방문할 예정인데, 그때 식사나 한 끼 하자는 것이었지만….

        

        지난 번 로체스터의 단체 저녁식사에 초대받은 이들의 명단을 생각해보면 앞으로 뭔 일이 벌어질지 다들 대강 눈치챌 수 있으리라.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드론캠의 마이크 및 스피커 기능이 꺼진 것을 확인한 카토가 말했다.

        

        

        

       “…이번에는 저더러 아이돌 데뷔할 생각 없냐고, 유진 씨네 부모님이 저한테 말씀하거나 하진 않겠죠?”

        

       “그런 일이 있다면…이번엔 제가 막아드리죠. 손가락 걸고 약속이라도 할까요?”

        

       “진짜 상상도 못 했던 타이밍에 상상도 못한 제안이네요. 유진 씨랑 있으면 진짜 심심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래, 어떻게든 포장해주어 참 고맙다고 해야만 하겠다.

        

        어쩌면 럭비공마냥 향후를 예상할 수 없게 튀는 나의 행보는 내가 부모님의 유전자를 너무 짙게 물려받은 탓이 아닐까. 나는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엑스포가 끝나가는 8월의 말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느덧 외전도 2화밖에 안 남았네요

    49화로 끝날 것 같습니다. 정말로 길고 길었습니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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