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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59

        

         

       진성이 가장 먼저 사용하기 시작한 주술은 바로 버섯의 포자를 뿌리는 것이었다.

       이는 버섯 그 자체가 진성의 목적이기도 했지만, 그 버섯이 또 다른 주술의 재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후으으으읍.”

         

       진성은 나무로 된 가면을 쓰고 몸을 한껏 웅크렸다.

       썩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약품조차 바르지 않은 가면은 나뭇결이 그대로 살아있었고, 얼기설기 만들어진 데다가 솜씨 또한 보잘것없는 이가 만든 것처럼 이곳저곳이 헤지고 망가져서 곳곳에 가시가 삐죽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게다가 가면을 이루고 있는 나무의 질이 어찌나 나쁜지.

         

       장마철 내내 불어 터지고 썩은 나무를 어디서 가져와서 대충 패고 잘라서 모양을 만든 것 같이 거무튀튀한 색이기까지 했다. 거기에 풍기는 냄새는 어찌나 퀴퀴하고 찝찝한지, 습기가 가득한 땅속에 묻었다가 한 달 뒤에 꺼낸다면 딱 이런 냄새가 나지 않을까 싶다.

         

       그러한 가면을 쓰고 진성은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대충 뚫어놓은 눈구멍으로 바닥을 내려다보면서, 대충 부숴서 만들어낸 입가를 이리저리 비틀면서 그렇게 몸을 한껏 웅크리며 숨을 한껏 들이쉰다. 폐부가 터지도록, 몸 곳곳에 산소만 남기겠다는 듯 한없이 그야말로 한없이 산소를 빨아들이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숨을 들이쉬는 것이 마침내 한계에 달했을 때.

         

       진성이 웅크린 자세를 풀고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는.

         

       까드드득.

         

       진성의 손이 갈퀴를 흉내라도 내듯 손톱을 바짝 세우고는 가면의 표면을 긁기 시작했다.

       마치 괴로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격렬하게 말이다.

         

       까드드득.

         

       그 움직임은 격렬하다.

       손톱이 뒤집히고 떨어져 너덜너덜하게 되었음에도, 뒤집혀서 분질러지거나 뿌리까지 들어 올려져 손가락 끝에 대롱대롱 매달릴 수준이 되었음에도 그의 손길은 멈추지 않는다. 손톱이 부러졌다면 부러진 손톱으로 가면을 박박 긁었고, 손톱이 아예 없다면 격통을 참아가면서도 손끝으로 가면을 미친 듯이 긁었다.

       나무 가면에서 나온 거스러미가 손가락에 박혀도, 손톱이라는 방어막을 잃어버린 취약한 손끝에 거스러미가 박히며 고문이나 다름없는 격통이 달린다고 할지라도 그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손끝이 피범벅이 되었을 때.

       밋밋한 썩은 가면이 어느새 피 칠갑이 되었을 때.

       손톱이 긁어내린 곳이 푹푹 파이고, 손끝이 지나간 자리에 피로 그린 선이 죽죽 그어지며 기괴한 형태가 되었을 때.

         

       “후-우우우우우우-”

         

       그제야 진성은 긁는 것을 멈추고 숨을 내뱉기 시작한다.

         

       겨울의 여신이 차가운 숨결로 세상을 내뱉는 것처럼.

       사나운 북풍이 거세게 몰아치며 모든 것을 날려버리기라도 하려는 듯.

         

       그렇게 진성의 숨결이 퍼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진성의 숨결에 호응하여 가면에서 하얀 가루를 떨구기 시작하였으니.

         

       핏자국이 교차하는 지점 지점마다 노란 무언가가 삐죽삐죽 나타나기 시작한다.

       검은색에 가까운 갈색의 모자를 쓴 그것들은 뾰족뾰족 가면에서 솟아나 마치 병을 앓고 곰보라도 된 것처럼 가면의 형상을 흉하게 만들기 시작하였는데, 그 버섯의 갓 역시 쭈글쭈글하고 흉하기 그지없어서 정말로 곰보의 얼굴을 뜯어다가 인피면구를 만든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키려 한다.

         

       그렇게 피어난 굵은대곰보버섯(Morchella crassipes)은 진성의 숨결에 포자를 얹는다.

       마치 지금이 기회라는 것처럼.

       지금이 포자를 널리 널리 퍼뜨려 번식할 기회라는 것처럼.

         

       그리하여 퍼져나간 버섯의 포자는 곳곳에 자리를 잡고, 우후죽순 자라나기 시작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모이고 모이며 형체를 이루고, 가시적인 형태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가면에서 피어난 것과 똑같은 형태로 솟아나고 피어나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균류를 사방으로 퍼뜨리기 시작하였으니.

       이는 단순히 포자를 뿌리고 바람에 흩날려 번식하는 것뿐만이 아니다.

       자신이 자리 잡은 그 위치에서, 자신들의 뿌리를 이용해서 토양 곳곳에 균류를 뿌리기 시작한 것이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움직인다.

       포자가 퍼진 곳을 기준으로 사방으로 뻗쳐나가며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기 시작한다.

         

       가면을 쓴 자.

       포자를 퍼뜨리기 시작한 자.

         

       박진성의 의도대로 말이다.

         

       “자라났느냐?”

         

       버섯이 퍼뜨린 것은 그의 의도요.

         

       “길러냈느냐?”

         

       수많은 버섯 중에서 굵은대곰보버섯을 선택한 것 역시 그의 의도라.

         

       “연결되었느냐?”

         

       그것은 바로 굵은대곰보버섯이 가지고 있는 특이성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공유하고, 대화하라.”

         

       굵은대곰보버섯은 박테리아를 심고, 기르고, 소비하는 버섯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단순히 자신만이 사용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자신들의 네트워크 내에서 공유하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가진 ‘네트워크’란 무엇인가?

         

       ‘균근.’

         

       그것은 바로 균근(菌根, mycorrhiza)이다.

       식물의 뿌리가 곰팡이와 공생하는 형태.

         

       이 기묘한 공생은 그야말로 자연의 신비 그 자체라.

         

       균과 식물의 뿌리가 만나서 만들어진 이 네트워크는 수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

         

       숙주 식물은 균근에게 영양물질과 물을 공급받는다.

       균근은 숙주 식물에 탄수화물을 공급받는다.

         

       그뿐이랴?

       숙주 식물에 무기질을 선별적으로 제공할 수도 있고, 독성 물질을 주위 토양이나 식물에게 뿌려 다른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고 숙주 식물의 성장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네트워크를 통해서 호르몬을 이동시킬 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유전물질까지도 이동시킬 수 있다.

         

       게다가 ‘네트워크’라는 이름처럼, 균으로 연결된 식물들끼리는 소통마저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네트워크로 엮인 식물들의 공통된 행동이다.

       어떠한 식물 하나가 진드기에 시달리게 되었을 때, 그 식물은 휘발성 화합물을 발산해 진드기를 물리치려 시도했다.

       그런데 정말로 놀랍게도 그 식물 하나만이 휘발성 화합물을 발산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로 연결이 된 모든 식물에 정보를 전달해 그들 집단 전체가 휘발성 화합물을 발산해 진드기를 물리치는 모습을 보였다.

         

       균으로 만들어진 네트워크를 통해서 천적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 것이다.

         

       진성이 버섯을 뿌린 것은 바로 이 균근 네트워크를 만들어내기 위함이었다.

         

       ‘식물이 어느 정도 있는 곳에서는 버섯이 효율이 높지.’

         

       그렇게 버섯은 뻗어나간다.

       식물과 얽히고설키며.

       네트워크를 만들며.

         

       이 느슨하면서도 역동적인 적응형 복잡계(Complex adaptive systems)의 움직임이란!

         

       “후우우우우우우….”

         

       그리고 버섯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일수록 진성의 피부가 푸석하게 변해가기 시작한다.

       아니, 단순히 피부가 푸석하게 변하는 것이 끝이 아니라 진성의 몸 전체가 푸석하게 변해가기 시작한다.

       피부는 생기를 잃고, 머리카락은 힘을 잃고 힘없이 늘어진다.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길게 자리를 잡고, 아기 피부 같았던 피부 곳곳에서 트러블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뿐만 아니라 공룡만 한 모기한테 피라도 빨리기라도 한 듯 창백하게 질리기 시작하고, 어지럼증이 동반된다.

       거기에 잇몸이 무르게 변하며 피가 나기 시작하고, 코에서도 시큰한 감각과 함께 코피가 흐르기 시작한다.

         

       버섯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과는 반비례로 그는 쇠약해진다.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버섯들이 성세를 이룰 때 그는 점점 영양을 빼앗긴다.

         

       이것이 바로 대가.

         

       버섯을 뿌리고 급속도로 성장시키는 주술의 대가다.

       영양을 빼앗기고 쇠약해지는 것이 바로 대가였다.

         

       ‘몸의 나이가 젊어서 그런 것인가. 괴혈병까지는 가지 않은 듯하구나. 잇몸이 물러져서 치아가 빠지지도 않았고 말이지….’

         

       하지만 진성은 그러한 대가를 지불했음에도 오히려 기뻐했다.

         

       과거 이 주술을 주력으로 사용할 때보다 훨씬 상황이 좋았으니까 말이다.

       그때는 나이를 먹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주술 때문에 몸이 잔뜩 망가지고 뒤틀린 상태여서 그런 것인지 단순히 영양만 빼앗기는 것임에도 그 후폭풍이 꽤 심각했었다.

       몸 곳곳에 염증이 생기기도 했고, 괴혈병이 심해져서 입가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치아 몇 개가 절로 빠지기도 했으며, 부종이 생기거나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심하면 다른 주술의 대가가 겹쳐있는 상황을 악화시켜 몸 어느 한 부분이 썩어들어가기도 했고, 심장이 멈출 뻔한 적도 있었다.

         

       뭐, 작은 대가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아예 감당하지 못할 대가는 아니었었다. 썩은 부분은 그냥 잘라낸 다음에 재생시키면 그만이었고, 심장이 멈출 뻔한 것 정도야 직접 가슴팍을 가른 뒤 전기충격을 가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그냥 조금 무기력해진 것 말고는 그리 큰 문제가 없지 않은가.

         

       젊음이란 이렇게나 축복받은 것이다.

         

       참으로 말이다….

         

       ‘자, 보자…. 지상은 문제가 없으렷다….’

         

       진성은 씨익 웃으며 부숴버린 가면을 쓰레기통에 집어 던지고는 벤치에 앉았다.

       그리곤 챙겨온 전투식량을 먹으며 영양 보충을 하기 시작했다.

         

       느긋하게.

         

       ‘자아. 포자야 퍼져라. 네트워크를 만들어라. 밖이 아니라 안에까지 퍼지고 퍼져서 자라나도록 하여라….’

         

       활발하게 움직이는 버섯들이 학교 전체에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를 만들 때까지.

       곳곳에 자라나 포자를 뿌리는 버섯들이 건물 안까지 자신들의 포자를 퍼뜨릴 때까지.

         

       느긋하게 말이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로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따가 한 편 더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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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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