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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59

       

        

        

        

        

        

        

       “어으. 지난 번에도 느낀 거긴 한데, 평소에 거의 안 입어본 단정한 복장 입으니까 뭔가 기분이 이상하네요.”

        

       “보통 광고나 계약 건으로 MCN 가면 보통 이 정도로 단정하게 입고 가지 않냐? 난 평소에 나가면 보통 이런 복장인데.”

        

       “그렇긴 한데…도대체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 됐다냐.”

        

        

        

        4주차 금요일, 엑스포 종료가 이틀밖에 남지 않은 9월 초 오후 7시.

        

        지상에서부터 수백 미터 가량 떨어진 라운지, 바깥을 투영하고 있는 통유리창 너머로는 이 정도면 광공해가 아닐까 싶은 엑스포 불빛이 어마어마하게 번쩍거리고 있었다.

        

        바깥 하늘은 구름으로 가득히 뒤덮힌 상태였다. 달빛은커녕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8월치고는 비가 좀 적게 오는 이번 년도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름 특유의 습하고 더운 날씨는 일상 그 자체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하늘 위에 떠있는 수많은 드론이 쐐기꼴의 형태로 모여, 엑스포와 테마파크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흘려내고 있다는 점.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오늘 이 자리에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되었다.

        

        호떡과 리밋, 김스톤, 그리고 카토. 거기에 내 일행이기도 한 로렌티나와 올리비아, 세 명의 새끼 비얌들까지. 무려 열 명에 달하는 이들이 제각기 비슷하거나 다른 옷을 입고 누군가를 기다린다.

        

        누군가는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누군가는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은 표정으로.

        

        주인공들의 도착 전, 우리는 바깥이 보이는 대형 좌석에 앉았다.

        

        

        

       “오늘은 보다시피 코스요리는 아니고, 다들 좀 더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구워먹는 식이에요. 양은 많이 준비해놨으니 얼마든지 먹어도 괜찮습니다. 고기는 휴머노이드들이 구워줄 거예요.”

        

       “…이런 단정한 복장 입고 오니까 뭔가 회사 회식하러 온 것 같아요.”

        

       “로렌티나만 빼면 이카루스 관련으로 다 회식하러 나온 거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한 끼에 5천만원 정도 깨진다는 걸 감안한다면 그렇긴 한데.”

        

       “헉.”

        

        

        

        그럴 수밖에.

        

        나름 중요한 사람들만 왕창 모였는데 적당한 걸 먹을 수는 없으니까. 적잖아 벽제갈비에서나 유통되는 고급 고기들을 싸그리 긁어왔다. 아마 30kg 정도 대기 중이지 않을까.

        

        다들 이리저리 떠들기 시작하는 사이에도, 메카 막내들을 닮은 휴머노이드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이런저런 세팅을 시작하고 있었다. 열두 개의 개인 화로와 정갈하게 놓여지는 음식들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열린 엘리베이터로부터 두 명 분량의 뚜벅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당연하겠지만 부모님이었다.

        

        나는 슬그머니 일어서서 복도 쪽으로 걸어갔고, ㄱ자로 꺾어지는 복도에서부터 슬금슬금 걸어오고 계신 엄마랑 아빠를 맞이했다. 평소랑 다르게 상당히 편한 복장을 하고 계셨다.

        

        

        

       “너무 늦게 온 거 아니에요?”

        

       “배고팠구나, 우리 딸.”

        

       “가족 보고싶어하는 걸 배고프다는 말로 퉁치면 어떡해요, 증말.”

        

       “아유, 알았다. 알았어. 아빠 허리 아파.”

        

        

        

        이젠 가족을 등 뒤에서 안기도 힘든 몸이 되어버렸다. 몸무게만 어느덧 250kg을 찍어버렸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떤 테마파크에 가든 어트랙션은 못 타게 생겼구만.

        

        아무튼 부모님과 함께 단란하게 테이블 쪽으로 가자, 내 지인들을 제외하면 다들 일어나서 허리를 꾸벅 숙인다. 그럴 필요까진 없는데 말이야.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로렌티나와 올리비아는 느긋하게 뚜벅뚜벅 걸어가 아빠 및 엄마와 가볍게 악수를 나누었다. 비쥬 – 볼키스 인사 – 같은 건 안 해서 다행이라고 해야만 할지.

        

        그리하여 주인공까지 전부 도착했을 즈음, 엄마가 아이리스에게 덧붙였다.

        

        

        

       “반가워요. 우리 딸내미 일하는 거 도와주고 있단 말은 들었어요. 몸이 변한 부분이라든지, 우리 진이가 뭔가 불편하게 하고 있는 점이 있다면 언제든 말만 해요. 따끔하게 혼낼 테니까.”

        

       “엣, 아, 아뇨! 오히려 너무 편해서 너무 좋습니다!”

        

       “아니, 왜 오자마자 우리 편집자한테 취조를 하고 있어욧-!”

        

        

        

        증말 미치고 환장하겠네.

        

        물론 누구나 대충 눈치챘겠지만 반은 일부러 그러신 거다. 쿡쿡 웃은 부모님은 느긋하게 자리에 앉아 먼저 수저를 들었고, 주변에 대기하던 휴머노이드가 고기를 구웠다. 그제야 다들 식사를 시작했다.

        

        환기 시스템 구축에 정성을 들였는지 연기란 연기는 그릴 옆의 덕트로 싸그리 빨려들어갔고, 그 즈음 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아니, 사실상의 폭탄 던지기였다.

        

        

        

       “진아.”

        

       “네?”

        

       “이번 엑스포 끝나면 메카 딸내미들은 한국에 잠시 놔둘 예정이란다. 아마 10월 즈음에나 다시 가져가지 않을까 싶긴 한데, 확실하지는 않아.”

        

       “비행기로 가져왔으니, 가져갈 때도 동일한 방법으로 가져가면 되지 않아요?”

        

       “원래라면 그럴 예정이었지만, 군용 휴머노이드 사업 쪽으로 불순한 이야기가 돌아서 말이지.”

        

        

        

        …이걸 우리가 들어도 상관없는 이야기인가. 그런 표정이 모두의 얼굴 위로 떠올랐지만, 두 분은 아주 능숙하게 드리프트를 꺾었다. 요컨대 그 이상으로는 아무 말 없었단 소리였다.

        

        대충 내막은 나중에 내게 개인적으로 말해주시거나, 아니면 개인적으로 추측해보라는 뜻일 것 같았기에, 나는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불순한 이야기라. 대충 방금 한 말로부터 따져보면…일단 두 가지 사실을 조합해보자. 첫째는 한국에 놔둘 수밖에 없다는 것, 두 번째는 군용 휴머노이드 사업 관련으로 불순한 일이 일어나고 있단 것.

        

        

        

       ‘…뭐, 타 방위산업체가 견제구라도 날리는 건가?’

        

        

        

        아마 그렇다면 지금쯤 방위산업체 친구들이 미 의회를 부지런히 드나들면서 무언가 작당을 꾸미고 있겠지만…뭐어, 애시당초 생산라인은 거의 다 완공되었단 말이지. 조금 손만 보면 끝이다.

        

        엑스포에서 굴려먹던 고성능 기체들을 그대로 사업 견본으로 내는 순간 다른 회사들은 탈락이 당연시될 테니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그러니까 저렇게 견제구를 살살 날려대는 거겠지.

        

        그걸로는 전혀 충분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깡그리 날려버리는 다음의 말이 이어졌다.

        

        

        

       “우리 딸내미네 집에 보관해두라고 할까?”

        

       “아니, 잠깐만요. 엄마!?”

        

       “농담이야, 농담. 엄마는 농담도 못하니. 이카루스 한국 지사에 놔둘 테니까 걱정하지 말려무나.”

        

        

        

        다들 밥 먹다가 터질 뻔했다. 여러 의미로.

        

        순간 깜짝 놀라서 일어설 뻔했네, 증말. 내 집이 아무리 넓다고는 하지만 식객이 이따시만큼 늘어나면 엄청…좀 정신없을 것 같단 말이지. 게다가 이미 원본이 저쪽 세계에 있는….

        

        잠깐만.

        

        그렇다는 건 설마…부모님은 내가 ‘합법적으로’ 메카 막내들이 세상에 돌아다니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려고 이런 말씀을 하신 건가?

        

        

        눈동자를 도로록 굴려 눈을 마주하자마자 엄마가 미소를 짓는다.

        

        잭팟이었다.

        

        

        

       “…이카루스 한국 지사에 놔둬주세요. 안 그래도 저희 집 좁아요. 걔네들까지 감당하려면 아파트 한 채 가지고 있는 게 더 편할 걸요.”

        

       “그래. 말했듯이 지사에 놔둘 예정이다. 대신 그 이후의 일은 엄마랑 아빠도 확신할 수 없어서 문제지.”

        

       “그게…왜 문제인가요?”

        

        

        

        그와 동시에 이어지는 정적.

        

        방금의 말만 들어보면 마치…거기 데려다놓는 것은 엑스포의 일을 마무리짓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새로운 난장판의 전조처럼 들리는데. 머릿속 위기감지 센서가 위잉위잉 잘도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 불안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카루스 한국 지사에 배치될 다섯 기의 기체들이 지성체라는 사실을 먼저 생각해야만 했다. 요컨대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시행하기 위해 자율 행동을 한단 소리.

        

        근데 얘네들이 도대체 뭘 하려고 하길래 그러는 걸까.

        

        그 답은 부모님이 던졌다.

        

        

        

       “그 친구들이 어느 날 네가 보고싶다고 여의도에서 청담동까지 찾아오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잖니?”

        

       “켁.”

        

       “진이도 진즉 알고 있겠지만, 그 아이들은…아니다. 여기서는 네 의사를 먼저 물어보는 게 낫겠구나. 너는 어떻게 하고 싶니? 원한다면 지금 결론을 내리지 않아도 된단다.”

        

        

        

        내가 새끼 비얌들에게 하는 것과는 다른 세련된 질문. 선택지가 있는 듯 없는 나의 질문들과는 시작부터 완전히 달랐다.

        

        아무튼 여기서 선택지는 두 개. 메카 막내들을 그대로 놔둘 것인지, 아니면 별도로 부를 때까지 완전히 재워놓을 것인지 – 아니, 어쩌면 제3의 선택지가 있을 것 같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 세계의 메카 비얌들은 본체가 아니다. 이들은 의식을 마음대로 옮겨다닐 수 있는 전자생명체였고, 본체는 뉴욕에 존재한다.

        

        그렇다면 대충 적당히 놔두고, 내가 원할 때만 문을 열면 되는 게 아닌가?

        

        그럼 여기서 할 말은 간단했다.

        

        

        

       “…그건 나중에 말해드릴게요.”

        

       “와. 유진 씨를 통째로 제압해버렸어….”

        

       “역시 부모 이기는 자식 없다더니, 이게 진짜네.”

        

       “…보통 반대 아니냐?”

        

       “거기 지방방송 다 들리거든요!?”

        

        

        

        환장하겠네, 증말로.

        

        물론 부모님이 별 이유 없이 이런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이래저래 예전에 비하면 부모님의 직위가 좀 심하게 높아졌으니까 이런 식으로 긴장감을 좀 완화해주는 과정이 필요하단 말이지.

        

        까놓고 말해서 나 같아도 뜬금없이 팀 쿡이랑 하는 – 이 세계에선 한참 전에 은퇴한 듯했다 – 저녁식사에 초대받으면 식은땀이 좀 날 걸.

        

        

        아무튼, 부모님은 작게 웃으시면서 슬그머니 말을 이었다.

        

        

        

       “너무 오랫동안 떠들었군요. 편하게 식사하시길.”

        

        

        

        고기가 익으며 녹아내리는 지방이 아래의 숯에 닿아 경쾌한 소리를 내었다.

        

        저녁식사의 시작이었다.

        

        

        

        

        

        

        

       “…방금 웃을 때 유진 씨랑 진짜 닮지 않았어?”

        

       “옛날에도 느낀 거지만, 지인짜 붕어빵이다.”

        

       “저 변화구처럼 떨어지는 농담이 나한테 안 와서 다행이다….”

        

       “네가 그 말 했으니 이젠 카토 차례다.”

        

        

        

        한편, 유진이 모르는 지방방송.

        

        그곳에서는 별도의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엑스포는 즐거우셨나요, 여러분들?”

        

       “아, 넵. 무지 즐거웠습니다! 자주 못 와서 아쉬울 뿐이었습니다-!”

        

       “자주 못 왔다니, 상당히 아쉽네요. 그리고 우리 딸과 친하게 지내는 두 분도…꽤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더군요. 그렇지 않나요?”

        

       “우후후, 덕분에요.”

        

       “어쩌다보니 유진 그 녀석 때문에 말이죠….”

        

        

        

        유진이 없는 시간, 라운지.

        

        이들이 먹었던 자리가 순식간에 치워지고, 새로이 들어선 테이블 위에는 디저트와 각종 음료수, 그리고 이름만 대면 아는 여러 고급 주류들이 놓여진다.

        

        유리잔 안에 담긴 샴페인에서부터 기포가 보글보글 올라오는 사이, 그것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유진의 어머니 – 이소연은 작게 숨을 내뱉었다.

        

        현재 라운지에 이 자리를 주선한 유진은 없었다. 정확하게는 그녀와 이소연의 배우자이자 이카루스 인터내셔널의 부사장 – 곧 CEO로 바뀔 – , 그리고 유진의 아버지인 이현진이 없었다.

        

        그것을 알기에, 유진의 어머니는 아까는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하나둘씩 꺼내기 시작했다.

        

        

        

       “이번 엑스포, 그리고 테마파크는 원래 이 정도로 다양한 컨텐츠를 다룰 예정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얼마 전에 있었던 발현자의 날이 상당히 많은 것을 바꾸었지요.”

        

       “그렇군요. 조금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을지.”

        

       “원래는 전면에 그 아이들…그러니까 여러분들이 알기 쉽게 말하자면, 진과 레인 같은 이들을 내보내지 않으려고 했지요. 하지만 발현자의 날 이후로 딸이 생각보다 많은 제안을 던졌답니다.”

        

        

        

        그런 뒷이야기가 있었나.

        

        모두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떠오르는 동안, 로렌티나는 유진의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샴페인을 한 잔 따라 손에 들었고, 그녀에게 가까이 붙어 대화가 건조해지지 않게 유지했다.

        

        상어의 나이는 40이 넘었고 – 아무도 그렇게 보지 않았지만 – , 바로 그로 인해, 그녀는 실로 능숙하게 한두 마디씩을 덧붙였다. 유진의 어머니는 이전보다 편하게 입을 열었다.

        

        

        

       “진이는 휴머노이드가, 그리고 발현자들이 훨씬 여러분들에게 가까이, 그리고 좋은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기를 원했지요. 구태여 직접 볼 필요는 없는데도 엑스포를 계속해서 쏘다니고…여러분들을 초대하는 것도 그 일환이었겠죠.”

        

       “…아마 그랬겠지요?”

        

       “별다른 뜻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시길. 우리 딸은 그렇게…계산적인 사람은 아니니까요. 남에게 도움을 주는 사이 스스로의 개인적인 즐거움을 챙기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후후.”

        

        

        

        그에 몇 명이 쓰게 웃었다. 특히나 카토가 그러했다.

        

        하지만 반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는 이들이 모여있었다. 호감이 있기에 유진이 이들을 이 자리에 초대했듯이, 호떡 일행 역시 결과적으로는 유진의 장난이 싫지 않았기에 온 것이었다.

        

        그러는 사이, 이소연은 아이리스를 슬그머니 바라보았다.

        

        마치 무언가를 기억해내기 위한 촉매라도 되는 것처럼.

        

        

        

       “…진이는 발현자의 고충을, 그리고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도 알길 원했죠. 이 세계에는 갑작스러운 성별 변화에, 그리고 인간에겐 존재하지 않는 신체 기관이 자라나 고충을 겪는 사람이 틀림없이 존재하니까요. 그렇지 않나요?”

        

       “….”

        

       “누군가는 우스갯소리로 발현자를 인간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너무 단편적인 결론이죠. 그것이 반드시 더 나은 삶을 보장해준다는 보장이 어디 있단 말인가요?”

        

        

        

        대답을 바라고 말한 것은 아니었으리라.

        

        아이리스는 살짝 고개를 숙인 채 깊은 생각의 바다 속에 몸을 맡겼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말대로였기 때문이었다. 인간은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동물이었고, 몸이 변한다는 건 관계의 대전제가 무너진단 소리였으니.

        

        이소연의 입술이 작은 호선을 그렸다.

        

        그러고는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을 돌아보았다.

        

        

        

       “한 기업의 수장이기 전에 한 아이를 둔 어머니로서, 이쪽은 그 아이가 제시한 것을 구체화한 것뿐. 그것이 여러분들에게 즐거운 경험이 되었다면 진이도 틀림없이 좋아할 겁니다.”

        

       “후후. 이따 돌아오면 열과 성을 다해 고마움을 표시하면 되겠군요.”

        

       “로렌티나 씨의 관심을 그 아이가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면요. 다들 알고 있겠지만, 우리 딸은 부끄러움을 잘 타는 성격이니까요.”

        

        

        

        그에 다들 피식피식 웃는다.

        

        그녀 역시 작게 웃었다.

        

        

        

       “고작해야 3년 전, 우리 딸은 미국에서 막 돌아왔지요. 그동안 알고 지내던 모든 관계가 눈 깜짝할 사이 증발했지만, 그 아이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고…지금 이 자리가, 그리고 여러분들이 그 결과겠지요.”

        

       “….”

        

       “우리 딸이 여러분들의 삶이라는 이름의 궤적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휘게 만들었지만, 그 반대도 마찬가지지요. 이 자리에 모인 분들 덕분에 진이도 힘들었던 시간을 버텨내고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답니다.”

        

        

        

        어느덧 라운지는 상당히 조용해진 상황.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와 여러분들은 어쩌면 다시금 만날 수도 있을 거고,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르지요. 그렇지만 이런 말을 하는 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말하죠.

        

        여러분들이 우리 딸의 친구로서, 조언자로서, 동료로서 있어서 고맙군요. 부디 앞으로도 이런 좋은 일로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당연하죠.”

        

       “어차피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서 유진 씨한테 인생 저당 안 잡힌 사람 없을 거예요. 유진 쌤 사라지면 다들 울고불고 난리일 거예요.”

        

       “후후.”

        

        

        

        그녀는 샴페인을 들이켰고, 이내 덧붙였다.

        

        

        

       “다음에도 이런 즐거운 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물론입니다.”

        

       “곧 진이가 돌아오겠군요. 이 시간이 여러분들에게 부담이 된 건 아니겠죠?”

        

       “아유, 그럴 리가요. 이미 지난 번에도 한 번 있었던 일인데 부담스러울 리가 없죠.”

        

        

        

        그녀에게는 그 대답만으로도 충분했다. 

        

        그 사이 발현자가 되어 한껏 예민해진 감각을 지닌 하모니와 다이스, 그리고 아이리스가 진동과 미약한 소음을 감지했고, 두 명 분량의 진동이 복도를 걸어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포착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잠시 밖을 산책하다 돌아온 유진과 그녀의 아버지가 느긋하게 라운지 안으로 들어왔고 – 유진의 눈이 로렌티나를 사정없이 훑었다.

        

        그 사소한 위화감과 동시에 말이 이어졌다.

        

        

        

       “엄마, 얘네들한테 또 이상한 말했죠!?”

        

       “아이구, 얘는 무슨 소리니. 너 엄마 못 믿니?”

        

       “누가 봐도 엄청 수상하잖아요-!”

        

        

        이상한 이야기라, 어떻게 보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 생각한 이들이 큭큭 웃는 동안, 유진의 오해는 한층 더 깊어져만 갔다.

        

        엑스포가 끝나가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음 화로 소설이 완전히 마무리됩니다.

    생각보다 수술 후 예후가 좋은 것 같습니다. 원래 3일에 한 번씩 소독하러 병원 가라고 했는데 적당히 소독한 후 5일에 한 번씩 와도 될 것 같다고 하더군요

    아마 다음 주 월요일 하루 정도만 쉬고 연재를 시작할 것 같습니다. 주5일~주6일 연재가 될 것 같네요

    봐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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