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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6

        

       표국(鏢局)!

         

       일반적으로 표국은 단순히 물류만을 운반해주는 배송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표국은 운송, 보험, 경호 이 세가지의 성향을 두루 가진 사업체다.

         

       사람이 표국의 무엇을 믿고 물건의 배송을 위탁할까.

         

       그건 표국이 물건을 운송하다가 파손, 탈취 등의 사건사고에 대해서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배상을 넘어서 보험 혜택을 주는 표국들도 여럿 존재한다.

         

       그러니까 물건을 잃어 버리거나 표행에 실패하게 되거나 기일 내에 표행을 끝마치지 못할 경우 물건 값 이상을 돌려주는 셈이다.

         

       상인의 경우 물건을 보내는 것을 실패하거나 물건을 받지 못한다면 단순히 물건의 원가를 배상하는 것만으로 진짜 배상이 될 수 있을까.

         

       또한 내가 신청한 경우처럼 돈을 받고 사람들의 안전한 여행길을 책임져주기도 한다.

         

       그러니 표국을 운용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어지간한 중소문파는 명함을 내밀지도 못할 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표국을 개업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명성이 있어야 하고 그 명성에 더해 표물을 받을 담보금이 있어야 한다. 뿐인가? 표물을 운송하기 위한 인력과 장비도 있어야 하니 [표국]이라는 간판을 달기 위한 최소한의 요소들을 갖추는 것 조차 쉽지 않다.

         

       그러니까 운남표국이라는 잘 나가는 표국주의 자식이라는 건 금수저를 물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선수는 딱 봐도 값비싸 보이는 비단옷을 좍 빼입은 모양새. 어디 고급 기루나 초대 자리에서는 빛날 법 하지만 지금부터 운남까지 표행길에 오르는데 멋을 잔뜩 부린 모양새가 딱 봐도 ‘나 망나니요’하는 놈이었다.

         

       흑묘는 말없이 고개를 까닥여 보였다.

         

       명백한 거절의 의사지만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걸었다.

         

       “이리 연약한 소저께서 이런 험한 짐마차를 타고 가신다고 하니 이 하 모의 마음이 불편합니다. 제가 타는 마차로 옮겨 타심이 어떠신지요?”

         

       “하하, 죄송하지만 대협, 동생은 제법 낮을 가리는 성격이라 어려울 듯 싶습니다.”

         

       지금 나와 흑묘는 신분을 가장한 상태. 우리 둘은 그냥 여행객이다.

         

       관계 설정은 아무래도 친남매라는 설정이 가장 무난했다. 그냥 동행이라고 말 하는 건 너무 관계성이 약하고 그렇다고 연인이라고 하는 건 나에게 너무 위험한 선택지가 아닌가 싶기도 해서 말이야.

         

       “오 그러시군요…형장께서는 성함이 어찌 되십니까.”

         

       “이런 소개가 늦었습니다. 금부산이라고 합니다.”

         

       가명을 정할 때 나는 시 이름을 끌어다 쓴다. 그래서 나는 김+부산 해서 금부산이고, 현재 흑묘의 가명은 금서울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살다보면 이름을 감춰야 할 경우가 생기기 마련. 그럴 때 그 자리에서 가명을 생각한다면? 상대가 모르게 가명을 대야 하는데 부자연스럽게 침묵한 뒤에 아 저는 김 아무개입니다 이러면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까?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그냥 가명이 줄줄이 나오는데 얼마나 좋아.

         

       “하하하. 그러시군요. 혹여나 불편하시다면 언제든지 소저의 편의를 봐 줄 수 있으니 말씀만 하시면 됩니다.”

         

       “아, 예 감사합니다.”

         

       하선수는 흑묘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지 좀 집요할 정도로 흑묘 쪽을 바라보았지만 흑묘는 묵묵히 무응대로 응답했다.

         

       하선수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리는 것을 봐서는 심기가 살짝 불편한 모양.

         

       그러나 곧 웃어 보이고는 다시 화려한 마차로 돌아갔다.

         

       “흐음…”

         

       딱히 상황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군. 보통 표행에는 여행객들이 따라 붙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여행객들이 많이 따라 붙을 줄 알았는데 어째 우리 둘만 있는 모양이다.

         

       저 하선수라는 놈이 되도 않는 억지를 부릴 때 남의 시선이 있으면 좀 도움이 될 텐데.

         

       “귀찮게 됐네요.”

         

       흑묘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남행표국의 하선수는 사천에서 소문난 망나니에요. 손쉽게 포기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

         

       “흐음. 그냥 이탈할까?”

         

       “일단은 갈 수 있는 곳까지는 가죠.”

         

       불쾌함을 감내하는 것은 흑묘의 몫이기에 나는 흑묘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못 참겠으면 바로 말하라고.”

         

       “괜찮아요. 어차피 어딜 가도 저런 녀석들이 달라붙기 일쑤니까요.”

         

       “음.”

         

       미녀로 사는 일도 꽤 피곤한 일인 모양이다.

         

       흑묘는 흑립 대신 챙이 있는 모자를 썼다. 평소에 얼굴에 두르던 천년이무기의 면사는 그 형태가 변형되어 죽립의 끝에 달렸다.

         

       이편이 훨씬 편해보이는데 왜 이렇게 안 하고 다니냐고 물었더니 앞이 잘 안보여서 불편하단다.

         

       대놓고 흑영기공을 운영할 수 없으니 차선책을 고른 모양.

         

       흑묘가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금 오라버니, 당가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좀 해주시지요.”

         

       흑묘가 키득거리며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냈다. 하선수 때문에 잡친 분위기를 쇄신하자는 의도가 느껴져 나도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받아쳤다.

         

       “어허. 대외비라고 하지 않았느냐.”

         

       “동생에게도 말 못할 비밀이 어디 있답니까. 그러지 말고 좀 들려 주시지요.”

         

       나는 피식 웃었다. 동생 연기가 제법이네.

         

       “크흠, 비밀로 하겠다고 약조하겠느냐.”

         

       “혈육의 일을 어디서 떠들고 다니겠습니까. 이제 그만 이야기 보따리를 푸시지요~”

         

       당가주의 일은 이야기 하기에는 힘들지만 뭐 비천마차를 탄 일이라던가 당려아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는 건 나쁘지 않겠지.

         

       “그때 헤어질 때 탔던 마차 기억나냐?”

         

       *** ***

         

       “후우.”

         

       여일예는 한숨을 내쉬며 산길을 달렸다. 초절정에 오른 뒤에 늘어난 방대한 내공을 거침없이 태우니 땅에 발이 한 번 닿을 때마다 여일예의 몸이 쭉쭉 밀려났다.

         

       ‘이리 길어질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거늘.’

         

       운남행이 너무 길어지고 있었다. 은인에게 검의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은 둘째 문제고 너무 오래 사문을 떠나 있어서 슬슬 점창에서도 걱정을 하기 시작했을 일이었다.

         

       ‘독의께서 형귀산에 방문하실 줄이야.’

         

       참으로 얄궂은 일이었다.

         

       형귀산에 도달한 여일예는 곧바로 산채를 살피러 올라갔으나 산채의 문이 굳게 닫혀 있었고 산적들은 산적답지 않게 철통 경계를 서고 있는 상황이었다.

         

       멀리서 하루 정도 관찰한 여일예는 산채에 고수가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형귀산을 누비던 여일예는 독의 당처인과 마주했다.

         

       그리고 독의와 마주하자마자 여일예는 상황을 파악했다. 독의가 개왕채의 영역에 임시로 자리를 잡으니 막여부가 겁을 집어먹고 몸을 감춘 상황이라는 것을.

         

       여일예 역시 독의를 어찌할 방도가 없으니 그저 물러나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전후담과 상의 결과 역할을 분담하기로 했다. 여일예는 산채에서 가장 가까운 객잔에 머물며 산채의 동향을 살피기로 했고 전후담은 막여부가 어디로 숨었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 떠났다.

         

       산채와 가장 가까운 객잔이라고 해 봐야 일반인의 발걸음으로는 꼬박 하루를 걸어야 하는 거리. 방대한 내공을 지닌 여일예도 두 시진 이상 땀 흘려 가며 경공을 전개해야 하는 거리였다.

         

       여일예는 항상 개왕채를 관찰하는 장소에 도달해 숨을 골랐다.

         

       ‘변화가 있군.’

         

       항상 관찰해오던 여일예는 개왕채의 인원이 줄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단순히 경계를 줄였다고 하기에는 확연히 인원이 빈다.

         

       ‘산적 치고는 오래 참았지.’

         

       산채를 관찰한 지도 일주일이 넘었다. 독의가 언제 형귀산에 자리잡았는지는 여일예 역시 알 수 없는 문제였으니 산적들이 숨을 죽인 시간은 적어도 일주일 이상.

         

       드디어 변화가 일어났다.

         

       “막여부.”

         

       산채가 활동을 시작하면 채주 역시 자리를 지켜야 하는 법.

         

       여일예는 찌가 움직이기를 기다리는 낚시꾼의 시선으로 개왕채를 바라보았다.

         

       *** ***

         

       흑묘가 얼굴을 꽁꽁 싸매는 사정에 대해서는 들어본 바가 없다.

         

       그러나 왜 면사와 앞머리로 얼굴을 가리는가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 그냥 흑묘의 자태를 눈으로 보고 나면 ‘아 그냥 저 정도 분위기면 안 예쁜 얼굴이 달려 있을 수가 없겠네’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면 자연적으로 ‘아 얼굴을 안 가리면 소란이 날 정도의 미모를 소유하고 있는 모양이군’이라는 생각까지 이어진다.

         

       사실 현대인으로서의 나는 이 부분에 대한 내성치가 굉장히 높다.

         

       엄청 예쁘게 보이는 스트리머가 사실 말도 안 되는 보정 작업의 결과였다던가.

         

       와 소리가 절로 나오는 미녀의 화장 전 사진이 돌아다닌다던가.

         

       현대인으로 살아온 세월이란 곧 저런 불확실 요소에 대한 실망의 연속이기도 했다.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것이 하도 학습되어서 이젠 기대감 자체가 안 올라오는 거지.

         

       물론 위의 이유들은 그냥 내가 흑묘와 다닐 때도 덤덤할 수 있는 이유고.

         

       흑묘가 얼굴을 가린 것은 그냥 흑묘 본인의 사생활이다. 본인이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가린 건데 그냥 뭐 그런가보다 하고 존중해 줘야지.

         

       흑묘는 어차피 어딜 가나 하선수 같은 놈이 들러 붙는다고 말했다.

         

       그 말은 말 그대로였다.

         

       흑묘는 객잔의 시선을 쓸어 담고 있었다.

         

       표국의 무사들이 우리를 호위하듯이 배치되어서 그냥 시선을 받는 정도로 끝나는 거지 그냥 둘만 들어왔으면 몇 놈은 말을 걸었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사실 좀 어안이 벙벙했다.

         

       면사를 두르고 평범한 옷을 입었는데도 이 정도 주목을 받는 것인 보통인가?

         

       전생 현생을 통틀어서 어디 예쁜 사람이랑 돌아다녀 본 경험이 있어야지 지금 이 상황이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판단을 내릴 수 있을 텐데 말이야.

         

       내가 주변 분위기에 어색해하자 흑묘가 태연하게 만두를 집어 먹으며 말했다.

         

       “말했죠? 어딜 가나 비슷하다고요. 지금도 봐요.”

         

       흑묘의 턱짓을 따라 몸을 돌리니 탁상에 얼굴을 처박고 있던 자가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생각해보니 흑묘가 처음에 왔을 때 정삼이랑 여진상도 저러고 있었지.

         

       “하선수가 귀찮게 굴 것 같다고 이탈해 이곳에 와 봤어야 결국 저 사람들이 접근해서 귀찮게 굴었을 걸요.”

         

       “음..”

         

       흑묘의 태연함을 보아하니 흑묘에게는 이런 주목이 일상인 모양이었다. 나에게는 터무니없이 느껴지지만…뭐 이해 못할 것까지는 없었다. 사천낭인 일도 처음에 시작할때는 정신적으로 충격을 많이 받았지만 이제는 그런 적대적인 시선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경지에 도달했으니까.

         

       “하하하하! 편하게 휴식들 하고 계십니까!”

         

       흑묘의 말이 현실적이기는 하지만 뭔가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영 껄끄러워 말을 곱씹어 보고 있었는데 망둥이가 나타났다.

         

       동의도 없이 둘이 자리를 잡은 식탁에 냉큼 앉는 모습.

         

       향가루로 목욕을 하고 왔는지 훅 치고 들어오는 향내 때문에 코가 간질거렸다.

         

       “하하하! 고단한 여행길에 이리 부실하게 먹어서야 쓰겠습니까! 점소이! 여기 숙수가 할 수 있는 가장 비싼 요리 다섯 개!”

         

       “예! 공자님! 곧바로 대령해 올리겠습니다요!”

         

       내 귀를 의심케 한 주문을 수행하기 위해 부리나케 점소이가 움직였다.

         

       와 세상에 가장 맛있는 것 다섯 개도 아니고 가장 비싼 요리 다섯 개라니. 진짜 호천안 인생 8년동안 이렇게 호구같은 음식 주문은 또 처음이다.

         

       하선수의 패왕색 주문을 내 두 귀로 듣고 나니 하선수의 모습이 망둥이가 아닌 금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이거…

         

       망나니라고 혐오할 게 아니라 잘 벗겨 먹으면 운남까지 가는 길에 호의호식이 가능할지도?

         

       아니. 아니야.

         

       흑묘가 힘들어 할 수도 있는데 내가 무슨 생각을! 이 금자, 아니 망둥이가 옆에서 껄떡대면 흑묘가 얼마나 불편해하겠어.

         

       “일전에 당가의 당도경 공자를 뵌 적이 있었습니다.”

         

       “오, 오오. 그렇구려.”

         

       흑묘의 목소리를 처음으로 들은 하선수가 반색하며 대답했다.

         

       “공자께서는 당도경 공자와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오라버니?”

         

       “허허, 허허…그래. 너는 그렇게 생각하느냐?”

         

       “오라버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이거 혹시 그거냐…? 나는 흑묘의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서 입을 열었다.

         

       “그때, 그 저잣거리에서 본 적이 있던 ‘그 상태’의 당도경 공자와 같은 느낌이라는 것이지?”

         

       “예에. 오라버니. 딱 그때. 그때의 호기로운 모습 말입니다.”

         

       흑묘는 황금가 앞에서 내가 만든 도박판에 혈옥비를 건 당도경을 [호구]라 표현했었다. 나는 호구를 잡기 위해 설계한 것이 아니고 정당한 내기도박이었다고 주장했지.

         

       “하하.”

         

       이것 참.

         

       “사실은 나도 처음 볼 때부터 하선수 공자에게 같은 느낌을 받았단다.”

         

       운남까지는 편안한 여정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 호구, 아니 대남행표국의 정당한 후계자 대협객 하선수님의 금전과 함께할 테니까.

         

       하선수의 속옷까지 털어먹으며 호의호식 한번 해 보자고.

         

       흑묘가 조용히 엄지손가락을 올려 보였다.

         

       그 모습에 나 역시 엄지 손가락을 올렸다.

         

       “하하하하! 두분께서 하 모의 얼굴에 너무 금칠을 해 주시는구려!”

         

       우리들의 속도 모르고 좋아 죽는 얼굴로 신나게 웃어대는 하선수를 바라보며 나 역시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우리 모두 행복한 여행길의 시작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하선수가 흑묘에게 껄덕대고

    그런 흑묘를 멋지게 구하는 호천안을 예상하셨습니까?

    꾸짖을 갈!

    *6분 늦은 업로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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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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