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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6

        

       

       “후우…….”

       

       최종 성녀 후보, 에일린이 착잡한 심정으로 기도를 마쳤다.

       

       바로 어제 리브가가 스스로 후보 자격을 내려놓은 탓이다.

       

       사실 전조는 몇 달 전부터 있었단다. 리브가의 시종들에 따르면, 리브가는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요, 틈만 나면 식은땀을 흘렸다고 했다.

       

       하지만 에일린을 포함한 다른 이들은 그 사실을 어제까지 알지 못했다. 

       

       아무런 내색 없이 평소처럼 경건한 태도로 임한 탓에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에일린 님. 어디 가십니까?”

       

       예배당을 수호하는 성기사가 물었다. 순백색 갑주를 두른 성기사들은 눈동자 외에는 그 어떠한 신체부위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외양이 아닌 오직 행실로만 평가받는 것. 그것이 성기사들의 교리였다.

       

       “참회동으로 가보려고 합니다.”

       “……리브가 님 때문입니까?”

       

       에일린의 몸이 움찔 떨렸다.

       정곡이었다.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에일린님. 규칙은 규칙입니다. 참회동에서는 타인과 접촉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신을 섬기는 자로서, 고통받는 자매를 내버려둘 수도 없지 않습니까.”

       

       그 또한 정론이었기에, 성기사는 입을 다물었다. 

       

       “……이번만입니다. 다만 해가 지기 전에는 돌아오십시오.”

       “가, 감사합니다!”

       

       성기사가 문 옆으로 한 걸음 비켜섰다. 에일린은 연신 감사하며 참회동으로 향했다.

       

       ‘높다.’

       

       참회동은 빛의 교단 뒷산 정상에 위치해 있었다. 말이 뒷산이지, 거의 절벽이나 마찬가지였다.

       

       참회는 신에게 드리는 것. 어중간한 각오를 지닌 자는 그냥 돌아가라는 뜻이었다.

       

       “후우.”

       

       에일린이 한 번 심호흡하자 순백색 신성이 그녀의 몸을 감쌌다. 그 상태에서 다리에 힘을 주자 단번에 자기 키만큼 뛰어올랐다.

       

       빠른 속도로 절벽을 타고 올라가던 에일린이 소매로 땀을 훔쳤다. 

       

       참회동에 가까워질수록 신성력을 사용하기가 버거워졌다. 참회동에는 금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지만, 그래도 버거운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가자, 마침내 평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에일린은 양손을 무릎에 대고 숨을 골랐다. 

       

       ‘……하아. 저기로 가면 되겠지?’

       

       눈 앞에 이끼로 가득한 성당이 보였다. 오랫동안 관리를 하지 않은건지, 아니면 일부러 이렇게 내버려둔 건지 알 수 없었다.

       

       끼이이익.

       

       에일린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참회동답게 지키는 사람은 없었다. 만약 이곳에 성기사가 있었다면, 그는 참회동을 수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죄를 참회하기 위해 왔을 것이다.

       

       내부는 이끼 낀 석조들로 가득했다. 의자들은 낡았고, 구석마다 거미줄이 끼어 있었다. 한때 형형색색의 빛을 내뿜었을 유리는 흐릿하게 변해 있었다.

       

       다 쓰러져가는 폐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

       

       에일린의 시선은 참회동 한가운데서 무릎을 꿇고 있는 한 소녀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폐허라고 생각했던 공간이, 단 한 명의 존재로 인해 엄숙하고 경건한 장소로 탈바꿈하는 기분은……참으로 모호했다.

       

       도무지 말을 걸 수 없는 분위기였기에, 에일린은 조용히 의자로 가서 앉았다. 

       

       – 드득.

       

       그 순간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의자가 산산조각나며 에일린이 바닥으로 엎어졌다.

       

       ‘흐으, 흐그극!’

       

       너무 낡았잖아!

       

       입술을 악물고 애써 고통을 삼키던 에일린이 움찔했다.

       

       눈 앞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리브가였다.

       

       “죄, 죄송합니다.”

       

       리브가는 상관하지 않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에일린 님. 어디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

       “네, 네.”

       “다행입니다. 여기 의자가 많이 낡았거든요. 파편이 박히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리브가는 빗자루를 들고 와 나무 조각들을 바깥으로 쓸어보냈다.

       

       ‘참회동까지 올라오실 줄이야.’

       

       그녀는 에일린이 온 이유를 짐작했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에일린은 마음씨가 착한 사람이다. 리브가가 성녀로 결정되었을 때, 진심을 다해 축하해준 사람이 바로 에일린이었다.

       

       참회를 다시 시작하려는 리브가에게, 에일린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리, 리브가 님!”

       “말씀하세요.”

       “……왜 포기하셨어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리브가가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말씀다렸다 시피, 자격이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만이라고 느끼셨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저는 성녀가 될 자격이 없어요.”

       

       진심이 느껴지는 목소리에 에일린이 입을 다물었다.

       

       그랬기에 무례인걸 알면서도 질문할 수밖에 없었다.

       

       “이유가 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에일린이 리브가의 손을 붙잡았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

       

       리브가는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당황했기 때문이 아니다. 지금 같은 상황을, 예전에도 경험했었기 때문이다.

       

       – 리브가. 내가 도와줄게. 

       

       착각일까.

       에일린의 얼굴 위로 올리비아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한때 누구보다 숭고했던 사람.

       모든 성기사들의 인정을 받았으며, 성녀였던 자신조차 믿고 의지했던 사람.

       

       그랬던 사람이…….

       

       리브가는 새삼 마음 속에 증오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런 삿된 감정을 품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분노했다.

       

       감정 조절이 이렇게 힘들었던 적은 처음이었다.

       

       “그러면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얼마든지요!”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지금 교황 성하의 인가를 받아 참회동을 사용 중입니다. 오늘부터 일주일동안 말이지요.”

       

       에일린이 멈칫했다.

       

       “그동안만 양보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마음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그제서야 리브가의 의도를 깨달은 것이다.

       

       “……그거면 되나요?”

       “네.”

       

       에일린은 입을 다물었다. 지금으로서는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최선이었다.

       

       “단식……하실거죠?”

       “네.”

       

       일주일 동안 단식하는게 얼마나 고된지는 에일린도 잘 알고 있었다.

       위가 쪼그라들고, 몸의 움직임이 둔해지는 고통.

       

       “……마지막 날에 데리러 올게요.”

       

       그것이 에일린이 할 수 있는 마지막 배려였다.

       

       터억.

       

       리브가는 에일린의 인기척이 멀어질 때까지 한참을 정좌한 채 앉아있었다.

       

       빛의 여신상을 향해, 리브가가 엄숙하게 무릎을 꿇었다.

       

       “……제가 그녀를 용서할 수 있겠나이까?”

       

       

       

       *****

       

       

       

       “……왜 그런 눈으로 보지?”

       

       칼리오페는 긴장한 얼굴을 했다.

       

       “그냥, 오랜만이라서?”

       

       맞은편에는 올리비아가 능글맞은 미소를 한 채 서 있었다. 

       

       그들이 만난 장소는 북부이기는 했다. 다만, 글레이시아의 레어와 꽤나 떨어진 장소였다.

       

       멜리나의 기감이 닿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요즘 많이 바쁘지 않아? 2황자가 너희들 세력 확장을 가만히 내버려둘 리가 없을텐데.”

       “……세트가 그런 것까지 알려줬나?”

       “다 아는 방법이 있지.”

       

       두 황자는 모두 유능했다. 지식과 인품, 그리고 강맹함까지 두루 갖춘 그들은 황재(皇材)라고 불리기 부족함이 없었다.

       

       귀족들이 두 파로 갈린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차라리 한 쪽이 덜떨어졌으면 싸울 일도 없었을텐데, 둘 다 뛰어나버리니 선택의 여지가 생겨버린 것이다.

       

       ‘아리아가 능력만 드러냈으면 그럴 일도 없었을텐데.’

       

       압도적인 능력 차이에 절망하며 알아서 나가떨어졌을테니 말이다. 

       

       ‘…….’

       

       칼리오페의 눈빛이 복잡해졌다. 머나먼 북부에서 황실 내부 사정을 꿰뚫고 있는 마녀가, 자신들과의 거래 수단으로 정보를 요구한다는게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험 상, 이런 부류가 가장 위험한 부류였다.

       

       꿍꿍이를 알 수 없는 부류.

       

       하지만…….

       

       ‘거부하기에는 너무 멀리 왔지.’

       

       남몰래 칼리오페를 지켜보던 올리비아가 미소를 자아냈다.

       

       처음부터 달달한 정보들만 추려서 줬었기에, 한 번 맛을 본 이상 떨쳐내는건 불가능하다.

       

       “아무튼, 네가 부탁했던 정보다.”

       

       올리비아는 마법 처리가 된 문서를 확인했다. 

       

       문서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런 느낌이었다.

       

       하나, 제국과 동부 연합의 대표들이 국경에서 협상을 진행한다.

       둘, 협상 내용을 보증해줄 공증인은 제 3의 국가로 선정한다.

       

       칼리오페가 북부까지 직접 올라온 이유였다. 단장 정도는 되야 알법한 정보였기 때문이다.

       

       화르륵!

       

       시간이 지나자 문서가 저절로 타올랐다. 아무리 칼리오페가 밤까마귀의 단장이라지만, 지금 하는 짓은 엄연히 기밀 유출이었으니까.

       

       물론 칼리오페는 이를 대의를 위한 불가피한 희생 정도로 여기고 있을 것이다.

       

       마녀인 올리비아를 토벌하는 대신 공존을 택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물론 정말로 마녀는 아니지만.

       

       ‘그나저나 공증인이라…….’

       

       제국과 동부 연합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으면서도, 중재역를 수행할 명분이 있는 국가는 하나밖에 없었다.

       

       신성 왕국.

       

       그리고 신성 왕국에는 아직 성녀가 없다. 

       

       ‘그러면 교황이 가겠네.’

       

       제국과 신성 왕국, 카니스 왕국과 로엘 왕국. 거기에 두 개의 자유도시까지.

       

       여섯 국가의 주요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소리다.

       

       물론 거기까지는 올리비아가 알 바가 아니었다.

       

       교황이 공증인으로 간다는 것. 그것만 알면 됐다.

       

       ‘당분간 신성 왕국 경계가 옅어지겠네.’

       

       교황씩이나 되는 인간이 미쳤다고 호위도 없이 가지는 않을것이다. 신변을 보호할 수 있을 정도의 병력을 끌고 가겠지.

       

       ‘아마 4기사도 데려가지 않을까.’

       

       신성 왕국의 초강자, 4기사. 

       자유도시 미카벨의 대표로 무왕이 나올테니, 4기사 정도는 데려와야 힘의 균형이 맞아 떨어진다.

       

       그들만 없다면, 신성 왕국 내부로 침투하는건 일도 아니다.

       

       ‘그나저나 이번 보상은 뭘까?’

       

       단서 한 개를 획득했을 땐, 과거의 기억에 개입할 수 있었다.

       

       단서 두 개를 획득했을 땐, 회귀자와 함께 있을 때만 시간이 흘러가도록 바뀌었다.

       

       그렇다면 단서 세 개를 획득하면…….

       

       올리비아는 신성 왕국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회귀자들은, 세상을 그녀가 모르는 방식으로 바꿔가고 있었다.

       

       제국은 동부 연합에 먼저 협상을 제안했고, 아쉐 발타르는 아틸라 산맥에서 하산했다.

       

       세계가 완전히 비틀리기 전에, 단서를 하나라도 더 모아야 한다.

       

       [단서 #3의 주인은, ‘성녀 리브가’ 입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투표 결과는 두구두구ㄱㄷㄱㄷㄱㄱㄱㄷ

    몰리비아입니다!

    투표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labo님! 59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ㅎㅎㅎㅎ
    5959코인 감사합니다!

    ¤ 현재 등장/언급된 회귀자 목록

    (단서 순서와 무관합니다.)
    1. 키엘 로트실드(제국)
    2. 멜리나 디비아에(제국)
    3. 황녀 아리아(제국)
    4. 성녀 리브가(신성 왕국)
    5. 무왕 아쉐 발타르(자유도시 미카벨)
    6. 이카일의 파도 에스티(카니스 왕국)

    7. 화이트 로드 카르시안
    8. 레드 드래곤 로드
    9. 대수림의 드라이어드
    10. 암주
    11. 혁명가
    12. 연쇄살인마
    13. ???
    14. ???
    15. ???

    신상 파악 6명, 언급 6명!

    ㅘ! 황금 밸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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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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