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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6

       당소일은 누구보다도 더 저들의 간절함을 이해하고 있었다. 프로의 벽에 가로막혀 스트리머로 남게 된 사람이 바로 그라는 인간이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화령과 대전을 하게 된 게 그에게는 행운이었다.

       

       덕분에 저 사람이 직접 당소일을 봐주기로 했으니까.

       

       오늘 대회에서 싸우는 것만 보고도 각 개인에 맞는 피드백을 내려 줄 수 있는 실력자다.

       

       개인 피드백에 들어가기 시작하면 얼마나 사람을 바꾸어 놓을까.

       

       – 머시패리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나중에 수업 들을 때도 방송 켜줄 거지?]

       

       “아이고오오오. 머시패리님. 만 원 후원. 감사드립니다. 천마펀치! 뭐라고 확답은 못 드리겠네요. 배우는 입장이 되다 보니까. 가능하면 꼭 키도록 하겠습니다.”

       

       자본주의에 따라 공손함을 보인 당소일은 리액션을 끝마친 후에야 자신의 바로 옆에 사람이 있다는 걸 떠올렸다.

       

       냥냥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웃음을 참으려 했지만 부들거리는 입가와 반달을 그린 눈을 보면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뻔했다.

       

       “그냥 웃어요.”

       “푸흐하하하!”

       

       허락을 하자마자 웃음을 터트리는 냥냥을 본 당소일은 고개를 푹 숙였다.

       

       – 이러다 당소일 수치사 하겠는데.

       – 얼굴 벌게진 것 좀 봐.

       – 이것이 자본주의의 무게?

       

       당소일이 방송을 시작하고서 일 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을 완벽하게 놓진 못했다.

       

       자존심을 놓는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그는 수치심에 몸부림을 쳤다.

       

       “그만 좀 웃어요.”

       “푸흨. 아핰. 당소일님이 웃으라면서요.”

       “이 정도까지 웃으란 건 아니었어요.”

       “알겠. 알겠어요.”

       

       냥냥이 웃음을 다스리는 동안 당소일은 담배를 불러내서 입에 물었다.

       

       VR에서 담배를 펴봐야 뇌에 니코틴은 차오르지 않지만 그래도 담배를 핀다는 행동 자체에 마음을 다스리게 해주는 무언가가 있었다.

       

       “당소일님. 담배 무니까 꼭 아저씨 같아요.”

       “그러는 냥냥님도 여고생 컨셉을 하고 계시지만 아저씨잖아요.”

       “누가 그래요?! 저 이제 막 20살이 된 여대생이거든요?!”

       “영원한 17세같은 컨셉은 아닌가 보네요.”

       “아니 진짜라니까요!”

       

       냥냥이 눈을 치뜨며 소리를 쳤지만 당소일은 조금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지금에야 아피스를 주력으로 하고 있지만 당소일도 예전에 화룡무인을 해 본 적이 있었다.

       

       당시 냥냥은 컨셉러로 유명한 유저였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무협 게임에 빠진 여자아이라니.

       

       너무 성의 없는 컨셉에 다들 기함을 했지만 남들이 욕을 하건 말건 냥냥은 꿋꿋했다.

       

       몇 개월에 걸친 노력 끝에 냥냥의 컨셉은 인정을 받았다. 다들 암묵적으로 냥냥의 컨셉을 믿어주기로 했지.

       

       그렇지만 모두들 알고 있다. 무협 게임을 좋아하는 여고생 같은 게 있을 리 없다는 걸.

       

       “뭐어. 그렇다 치고 왜 온 거에요?”

       “그렇다 치고가 아니라! 저 진짜 여대생 이라니까요?!”

       “예예. 그러시겠죠.”

       “아니. 하아. 청승 떨고 계시길래 말 걸러 왔어요.”

       “저기에도 청승 떠는 사람 하나 있잖아요.”

       

       당소일이 가리킨 것은 편사러브였다. 그는 저 멀리에 떨어져서는 사람들에게 둘러 쌓인 화령을 가만 바라보고 있었다.

       

       “편사러브님은 뭔가 생각이 있어서 저러시는 거겠죠.”

       “그럼 저는요.”

       “아싸라?”

       

       – 확실히 편럽은 뭔가 생각이 있어서 저러는 거 같긴 해.

       – 평소 이미지가 다르니까.

       – 천마(소인배)랑 편사의 희망은 다르지.

       – 고고함과 쭈굴거림의 차이인가.

         

       “이 사람들이 진짜!”

       

       채팅창과 냥냥의 협공에 열이 받은 당소일이 소리를 쳤지만 냥냥은 한 방 먹였다는 듯 웃을 뿐이었다.

       

       “당소일님. 당소일님.”

       “…뭐에요.”

       “화령님한테 가르침 받기로 했다면서요?”

       “그러기로 했죠.”

       “다음 주에 오실 때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세요. 화령님 굴릴 때 정말 빡세게 굴리거든요.”

       “굴러봤어요?”

       “네! 여기선 제가 선배라는 거죠.”

       

       어쩐지 실력이 많이 늘었다 했는데 화령에게 교육을 받았던 건가.

       

       하긴 저만큼 보는 눈이 좋은 사람이 1:1로 교습을 해주면 실력이 안 늘 수가 없겠지.

       

       나도 냥냥님처럼 발전할 수 있을까.

       

       냥냥과 당소일이 잡담을 나누던 중 화령의 뒤편에서 데케이가 쭈뼛거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모두의 눈초리를 받으며 중앙에 선 데케이는 남들이 무어라 하기도 전에 땅에다 머리를 박았다.

       

       실로 정석적이라 할 수 있는 사죄의 절이었다.

       

       “데케이님은 가면 갈수록 사과하는 실력만 느는 것 같아요.”

       

       질린다는 듯한 냥냥의 말에 당소일은 자기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대단한 사람이에요. 여러모로.”

       

       데케이는 1:9에서 패배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1:9를 하자고 밀어 붙였다.

       

       이유가 뻔하다. 영상각을 만들고 싶었겠지.

       

       마이튜브에 미친 인간 같으니라고.

       

       화령이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줘서 망정이지.

       

       만일 그녀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사람들을 찍어 눌렀다면 대회 참가자 중에서 한 둘 정도는 폭발을 했을 것이다.

       

       괜히 화령이 데케이를 괴롭히고 돌아왔을 때 박수가 나온 것이 아니다.

       

       “슬슬 일어나죠.”

       “뭐 하러 가게요?”

       “데케이 좀 괴롭혀야죠.”

       

       대회를 이 꼴로 만들었으니 그에 합당한 죄를 짊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

       

       [첫 경기부터 천마 VS 천마네]

       

       둘 중 진짜 천마는 누구일까!

       

       [화령 컨셉 끝내주네.]

       

       천마는 무엇인가? 라니.

       

       저게 천마지. 당소일 같은 소인배는 천마가 아냐!

       

       – 멋있긴 한데… 좀 너무 하지 않나?

       – 당소일이 좀 불쌍해 보이긴 해.

       └ 소인배긴 해도 실력 있는 사람이라 다른 상대를 만났으면 위로 올라갔을 텐데.

       └ 당소일 눈 좀 봐라. 삶의 희망을 잃었어.

       

       [너네 화령 대회 나오면 못할 거라매!]

       

       왜 잘하는 건데! 당소일 아무것도 못하잖아!

       내 포인트 돌려내!

       

       – 그걸 믿었음?

       – 겜 줫도 모르는 애들이 억까하는 게 하루 이틀 일이냐. 적당히 걸러 들어야지.

       

       [화령이 편사픽했네?!]

       

       편사 VS편사

       

       이거 몇 년 만에 나오는 매치업이냐.

       

       편사 유저인데 행복사할 것 같다.

       

       – 아피스 초창기 이후로 처음 아냐?

       – 알아보니까 사설 공식 다 합쳐서 대회에선 8년 만에 있는 일이래.

       └ 씹ㅋㅋㅋㅋ. 상위 유저 중에 편사하는 사람이 편럽 밖에 없긴 했어.

       

       [2.7초]

       

       대회에서 한 게임이 끝나는 데 걸린 시간.

       

       – 그냥 가지고 노네.

       – 그 전 게임에서 편끼리 부딪히는 건 재밌었는데. 이건 좀 잔인하다.

       └ 솔직히 전이랑 전전게임도 농락이었잖아.

       └ 그래도 보는 맛은 있었다고!

       

       [화령 너무 밸붕아님?]

       

       지금 이 대회 수준에 맞는 사람이 아닌데?

       

       화령이 못할 거란 애들 어디갔냐. 대회 나와서도 양학 하잖아.

       

       – 아알못들 ㅈㄴ 많다니까.

       – 잘하는 사람들은 다 화령 밸붕이라 그랬음.

       

       [아니 근데 데케이가 화령한테 한 두 번 맞은 건데 아닌데.]

       

       이걸 예상 못했나?

       

       – 설마 알고 그랬겠음?

       – 화령 깎아내리면서 자기 퇴물이라 그러니까 꼴 받은 거 아님?

       └ 에이 설마..

       └ 내가 말하고도 말 안 된다 싶었음.

       – 혹시 몰라. 데케이 가끔 미친 짓 할 때 있단 말이야.

       

       [다른 사람은 다 그렇다 쳐도]

       

       이순이 아무것도 못하는 건 좀 충격인데.

       

       – 이순 프로 입단 직전 아님?

       └ 나도 그렇게 알고 있음. 근데 화령한테 손 하나 못 대네. 이게 말이 되나.

       

       

       [역대 가장 긴장감 없는 결승이었다.]

         

       게임을 하는 동안 단 한 번의 위기도 없었네.

         

       그래도 결승은 좀 다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 화령이 너무 압도적이야.

       – 저 사람 여기 말고 공식 대회 가야한다니까.

       

       [9:1 한다는데?]

       

       아무리 화령이 괴물이어도 9:1을 이기는 게 가능한가?

       

       – 무리지. 캐릭터 스펙은 똑같잖아.

       – 9:1은 안됨.

       – 외신도 잡았는데 9:1은 못할까?

       └ 다른 사람들이 브실도 아니고 챌이나 프로 리그 사람인데 어케 해.

       

       [처음부터 우승은 정해져 있었다.]

       

       어우화.

       

       어차피 우승은 화령.

       

       아니 씨발 저게 외신이랑 다를 게 뭐야.

       

       존재 자체가 승리 조건이잖아.

       

       – 아슬아슬한 것도 아니고 9:1을 압도해 버리네.

       – 데케이는 대체 저걸 어떻게 이기라고 대회에 초청한 거지?

       └ 나도 이해가 안 됨. 저 사람 너무 규격 외임.

       └ 공식 대회 나가면 화령이랑 비빌 수 있는 사람 있을까?

       

       [근데 화령 게임 보는 눈 엄청 좋네.]

       

       다른 사람들한테 이야기해주는 거 하나하나가 핵심을 짚는 말인데?

       

       저런 피드백 돈 주고도 못 받음.

       

       프로팀 입단해서 전문 코치 붙어야 받을 수 있는 건데 저거.

       

       – 그냥 대충 되는대로 한 말 아니었음?

       └ ㄴㄴ 다 저 사람들한테 부족했던 부분 말해주는 거임.

       – 님이 그걸 어케 암? 프로 코치라도 됨?

       – 화령이 본 거라곤 대회에서 싸우는 것밖에 없을 텐데. 의미있는 피드백이 가능함?

       └ 그걸 실제로 하고 있다니까.

       

       [데케이 참가자들한테 대가리 박는닼ㅋㅋㅋ]

       

       솔직히 이번에 너무하긴 했어.

       

       저런 괴물을 데려오는 게 말이 되냐.

       

       – 대가리 박는 걸로 끝임?

       └ 참가자들한테는 따로 참가비도 주고, 본인은 벌칙 수행 하겠다는데?

       – 벌칙 뭐래?

       └ 편사 코스프레하고 캠방한다는 데?

       └ 윽. 씨발. 상상했는데 벌써 역겹다.

       

       *

       

       나에게 광신이라는 것은 그림자와 같은 것이었다.

       

       본인이 어찌 생각하던 간에 항상 뒤를 쫓아오는 것.

       

       떼어내려 해도 떼어낼 수 없는 것.

       

       가지고 태어났기에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 했던 것.

       

       내가 천마신교의 소천마가 되었을 때부터 나는 광신의 대상으로 키워졌고.

       

       훗날 무너졌던 천마신교가 새로이 세워졌을 적에도 나는 그들의 신이 되었다.

       

       내가 그걸 바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죽어 잊혀져버린 누군가가 말하길 나는 무인에게 있어 마약이나 다름없는 존재라 했다.

       

       자신이 도달하고 싶은 경지의 끝에 도달한 이를 어찌 추종하고 따르지 않을 수 있겠냐면서.

       

       지금의 당신은 살아 숨 쉬는 한 언젠가 무인의 광신을 마주할 것이라 이야기를 했지.

       

       돌이켜 생각을 해보면 그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

       

       실제로 나는 무림과는 아무 연관도 없는 이 곳에서 광신의 싹을 마주하게 되었으니.

       

       실로 개같은 일이었다.

       

       광신자 하나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현실에선 그 어떤 경지에도 이르지 못했을 아해 하나가 따라붙는 것에 무어 귀찮을 것이 있겠는가.

       

       허나 그 하나로 끝날 리가 없지.

       

       편사러브는 나와 대화한 적이 없었다. 눈을 마주한 적도, 애초에 서로 얼굴을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나의 영상만을 보고 광신을 품었다.

       

       단순히 편사러브가 특이했던 것이고 다른 이들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어디에 있겠는가.

       

       광신은 바퀴와 같다.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넷이 되며 군체를 불리지.

       

       단순히 하나가 생겼다 무시를 한다면 어느새 집을 벌레에게 빼앗기기 마련이다.

       

       광신도 그러하다. 잠시 신경을 쓰지 않으면 어느새 몸집을 불려 나를 잡아먹으려 들지.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본인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할 것이다.

       

       벌레를 박멸하기 위해 세상 모두를 적으로 돌릴지, 아니면 벌레를 피하야 도망칠지.

       

       본인의 입에서 도망이란 말이 나온 게 웃기기는 한다만 안타깝게도 광신은 본인이 부수고자 하는 고고한 하늘과는 달랐다.

       

       그들은 질척한 늪이었다.

       

       나보다 훨씬 낮은 곳에서 본인을 늪 아래로 끌어들여 질식시키려 하는 자들이었다.

       

       본인은 억누르는 것을 박살내는 법은 알아도 발목을 잡는 손길을 떨쳐내는 법은 몰랐으니.

       

       신교의 처세가 커짐에 따라 은거를 택했던 것은 그러한 사유였다.

       

       현대로 오며 내 발목을 잡은 손을 모두 떨쳐냈다 생각했거늘 여전히 그림자는 나의 뒤에 도사리고 있었다.

       

       손을 건드리는 감촉에 정신을 차렸다.

       

       엔리가 눈짓으로 앞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라씨?”

       

       어학당의 교사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으로는 나를 질책하는 중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최신화님. 50코인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천마펀치가 독자님의 마음에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더 좋은 글 쓰는 작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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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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