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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6

       “야 형석아.”

       

        나는 곧장 형석이에게 전화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일단 당장 내일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도통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으니까.

       

        “형 무슨 일이에요? 이 시간에? 뭐 갑자기 급한 일 생겼어요? 저 지금 게임 중인데.”

        “응. 아주 급한 일. 좀 좆된 것 같은데.”

        “에? 뭔데요?”

       

        내가 좀 심한 워딩을 쓰니까 형석이의 반응이 달라졌다.

        좀 집중을 하게 된 것 같은.

       

        “나 좀 큰일났거든. 여자가 자꾸 달라붙는 느낌이야.”

        “지금 저한테 잘난 척 하는 거에요?”

        “아니. 그게 아니라 진짜 여자가 나한테 너무 집착하는 느낌이라고.”

        “약올리시는 거죠?”

       

        되려 형석이는 열받아하는 것 같았다.

       

        ‘시발 인큐버스 특성에 타인 열받게 하기도 포함되어있나?’

       

        자꾸만 나랑 엮인 사람들을 도발하게 되는 것 같았다.

        내가 원하는 것도 아닌데.

       

        “하… 아니. 그게 아니고. 지금 여자 3명이랑 좀 복잡하게 엮인 것 같아.”

        “잘난 척은 사절입니다.”

        “하… 근데 그 여자 3명이 다 S급 헌터야.”

        “형. 욕해도 돼요? 지랄 마세요.”

       

        형석이는 내 말을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

        오히려 자기가 게임을 하는데 헛소리를 남발해서 방해했다는 듯한 태도였다.

       

        ‘도움이 안되네. 젠장’

       

        “근데 그 중 한명이 이수아 헌터야.”

       

        갑자기 자세를 고쳐잡는 소리가 들렸다.

       

        “이수아 헌터요? 왜요? 어째서요? 정말요?”

       

        그는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았다.

       

        “응. 진짜라고. 방금 전에도 우리집 왔다갔다고.”

        “왜요?”

        “왜요는…. 그래서 전화한 거잖아.”

        “아니. 이수아 헌터가 왜 형네 집에 갔는데요? 그럴 분이 아닌데요?”

        “그러니까…지금 난감하다고. 자꾸 문제가 커지는 중이라…”

       

        나는 형석이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니까…지금 이수아, 유하나, 채수현 헌터가 형한테 집착하는 것 같다고요?”

        “응…”

        “…”

       

        형석이는 아무 말이 없었다.

       

        “개 노답인 것 같은데요? 어쩌다 그렇게 된 거에요?”

        “아니. 방금 열심히 다 설명했잖아.”

       

        아무래도 듣고도 받아들일 수 없는 듯한 느낌이었다.

       

        “형. 병신이에요?”

       

        다짜고짜 욕을 박는 것이었다.

       

        “뭐야. 이 새끼야.”

        “아니. 형이 저능아처럼 행동해서 그런 거잖아요. 그거 그렇게 받아주니까 자꾸 집착하는 거 같은데. 그냥 형 본인한테 투자하세요.”

       

        형석이가 살짝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걸 자꾸 여자들한테 포인트 쓰고 그러니까 집착하는 거잖아요? 차라리 본인이 그냥 빨리 S급 되시고, 가능하면 남한텐 쓰지 마세요. 제 생각엔 그거 아주 큰 문제가 될 것 같은데요.”

       

        그는 꽤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

        “아니. 만약에 소문이라도 퍼져봐요. 그럼 이수아, 유하나, 채수현이 문제가 아니라 전국에 있는 모든 S급 헌터들이 죄다 몰려올 것 같은데요?”

       

        형석이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그랬다.

       

        ‘그러게? 시발.’

       

        지금까진 딱히 미래를 깊이 따져보며 생각을 해보진 않았으니까.

        그냥 당장 눈앞에 이수아가 고통을 받길래 딱지를 제거해줬다.

        유하나도 괴로워 하길래 해줬고…

        채수현에게도 열받아서 그냥 100% 회수를 박아버렸다.

       

        ‘내가 자초한 건가…’

       

        “형. 그냥 앞으로는 아무 것도 해주지 말아요. 안그러면 진짜로 좆될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내 이야기를 약 20분 정도 들었던 형석이가 내린 결론은 저거였다.

        내가 스스로 일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하… 알았어.”

       

        형석이와 대충 전화를 마쳤다.

       

        ‘너무 멍청하게 행동했나?’

       

        고작 일주일 만에 S급 헌터 3명이 이렇게 들러붙어서 난리가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그냥 눈 앞의 일에만 신경 썼더니 스노우볼이 되어 이렇게 되돌아 온 것이었다.

       

        ‘내가 왜 그랬지…’

       

        분명 귀신이 곡할 노릇.

        나도 모르게 이상하게 행동을 하고 싶었다.

       

        ‘야. 백지훈. 정신 차려라. 시발. 이거 정신 제대로 안차리면 진짜 좆될 수 있을 것 같아.’

       

        내 뺨을 챡챡 때렸다.

       

        ***

       

        “하. 씨… 들킬 뻔 했네.”

       

        골목으로 숨어들어간 유하나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고는 심호흡을 했다.

       

        “괜히 막 소문이 퍼지는 건 아니겠지? 뭐 기자들 들러붙은 건 아니겠지.”

       

        나름 조심해서 여기까지 온 상황이었는데 괜히 동네 사람들에게 들켜서 모든 걸 다 망칠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근데 이수아랑 채수현 뭐야? 그 년들은 왜 여기 온 거냐고. 진짜 어이가 없네?”

       

        유하나는 나름 힘을 주어 준비해온 상황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백지훈과 더 친해지고 좀 이것저것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했는데, 이수아와 채수현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백지훈, 이 사람 도대체 뭐야? 왜 S급 헌터들을 끌고 다녀?”

       

        벌써 자신을 포함해서 3명.

        말도 안되는 상황이었다.

       

        S급 헌터는 1명만 지인으로 두고 있어도 난리가 나는 세상에서 백지훈은 3명이나 들러붙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상한 상황.

       

        ‘하… 그게 문제가 아냐… 이거 경쟁자가 너무 많아. 게다가 치열하다고.’

       

        지금까지 쉽게만 세상을 살아왔던 유하나에게 지금의 상황은 아주 충격이었다.

        다른 S급 헌터 혹은 자신에 준하는 예쁜 사람이 아니라면 웬만해서는 자신이 쉽사리 통제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하필 S급 헌터들과 경쟁이 붙은 것이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엄청난 난이도.

       

        ‘질 수 없지. 게다가 상대는 이수아잖아?’

       

        자신의 오랜 천적 이수아.

        블루길드에 있을 때부터 앙숙이었다.

       

        게다가 채수현은 방송 쪽을 위협하는 또 다른 S급 헌터.

       

        ‘아니. 그 채수현이라는 사람 있잖아~ 백호길드 소속이라며? 태양 그룹을 등에 업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해~ 이미 CF도 한 8개쯤 예약되어있다던데? 담 주에 연예계 공식 등판할 예정인 봐?’

        ‘그 사람, 너랑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려는 거 같다고 그러더라고. 그래서 다들 걱정이야 괜히 따라잡힐까 봐. 이미지도 비슷하고…’

       

        분명 매니저가 그랬다.

        자신을 향해 걱정해주며 했던 말들.

       

        ‘하.. 어쩌다가 이렇게…’

       

        유하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지난 주에 백지훈과 일할 때까지만 해도 모든 일은 쉽게 풀릴 줄 알았으니까.

        아니, 백지훈이 오기 전까지만 해도 세상은 모두 자신의 것이었다.

       

        블루 길드 조차도 자신에게 다시 돌아와달라며 굽신댔다.

        그리고 각종 방송국 PD들도 방송 섭외 요청을 무수하게 해댔고.

       

        그저 자신은 이 삶을 즐기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완전히 달라진 것이었다.

       

        ‘하… 지훈 씨의 특성… 꼭 나한테 필요해. 그게 있어야 더 나아갈 수 있다고.’

       

        그녀는 주먹을 불끈쥐며 다짐했다.

       

        ‘어떻게 해서든 백지훈 빼앗을 거야.’

       

        ***

       

        “아오… 증말…”

       

        이수아는 지하철을 타고 돌아가고 있었다.

       

        “내가 오늘은 이만 후퇴하지만…”

       

        주변 주민들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퇴각.

        이수아는 분했다.

       

        “괜찮아. 지훈 씨. 내일도 블루길드야. 내일 꼬셔야지.”

        “아니. 근데 집까지 찾아와? 어이가 없네?”

       

        그녀는 유하나를 떠올렸다.

       

        “하. 남자에 관심 하나도 없는 척하더니 여우같은 년. 나 몰래 백지훈 씨 꼬시려고 했어?”

       

        아주 약이 오른 듯한 표정이었다.

       

        “휴. 괜찮아. 그래도 내가 미리 손을 써뒀으니까.”

       

        이수아는 그래도 자신이 한 발자국 앞서있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 했으니까.

        만약에 백지훈의 특성이 사실이라면 자신 뿐만 아니라 모든 S급 헌터들이 백지훈에게 매달릴 것이 분명했으니까.

       

        그래서 CCTV도 미리 준비를 해뒀다.

        게다가 박형석도 정보원으로 포섭을 해뒀고.

       

        ‘그래. 내가 앞서있어. 이 박형석, 잘만 꼬시면 나한테 유리하게 작용할 거야.’

        ‘그리고 헌터6과. 내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잖아? 그러니까 잘만 이용하면…’

       

        오늘 어처구니 없이 퇴각한 것에 대해선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자신이 있었으니까.

       

        ‘근데 채수현 얘는 왜 온 거야? 흠…’

       

        이수아의 마음에 걸리는 것은 채수현이었다.

       

        블루길드에서 애를 쓰며 다시 복귀를 하게 만들려는 유하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의 팀에서 파견이 된 것이니까.

       

        그런데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은 채수현.

       

        ‘설마… 백호 길드에서?’

       

        그녀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해답은 단 1가지였다.

       

        백호길드에서 블루길드의 핵심 인력을 빼가려고 한다.

       

        ‘안되지… 안돼…. 암… 안된다고…’

       

        그녀는 아주 표정이 날카로워졌다.

       

        인재 쟁탈전은 헌터 세계에서 아주 흔한 일이었으니까.

        이미 자신도 수백번도 당해본 일이었다.

       

        ‘그럼 오빠라고 부른 건?’

        ‘아. 미인계구나.’

       

        이수아는 손뼉을 쳤다.

        잘 알았다는 듯이.

       

        ‘흠. 괜찮아. 미인계 따위. 나도 할 수 있어.’

        ‘어디서 감히 내 앞에서 미인계를? 어이가 없네.’

        ‘S급 1위. 내가 곧 다시 따 줄게. 어차피 헌터6과 열심히 갈구면 돼.’

       

        이수아는 완전 결의에 가득찬 표정으로 자신의 미래 계획을 하나씩 잡아가는 모습이었다.

       

        ‘이수아. 화이팅. 다시 시작이다. 백지훈 보호 프로젝트. 시작.’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텅빈 집에서 채수현의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퍼졌다.

       

        쿵. 쿵. 쿵.

       

        그녀는 벽을 열심히 쳐대며 자신의 마음을 풀어보려고 했다.

       

        “어째서!!! 진짜!!!”

        “아니. 지훈 오빠. 어떻게 일주일 만에 여자 2명을 꼬셨어? 아니 나를 그렇게 금방 잊었어? 일주일 만에? 아니 뭐야. 내가 찰 줄 알고 있던 거야 뭐야?”

        “어떻게 2명을? 게다가 둘 다 S급 헌터잖아!!!!”

       

        쾅. 쾅. 쾅.

       

        방금 막 집에 돌아온 채수현의 분노는 점점 더 올라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지훈 오빠…”

       

        그러다 문득 백지훈이 떠올랐는지 우두커니 멈춰서서 생각을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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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배신당했지만 괜찮습니다ㅎㅎ
Status: Ongoing Author:
"I was the one who boosted your rank. Yet you stabbed me in the back? Fine. Goodbye. I'm taking it back. You're finished now. Thanks to you, I now have an abundance of skill points for a prosperous hunter life. But... after spending some of those points, the S-Ranks are starting to get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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