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66


    ​
    ​
   
   
    ​
    { 아아 – 죽 어 버 리 다 니 정 말 한 심 하 구 나. }
    ​
    ​
    나는 눈앞에 떠오른 도트 글자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
    ​
    ‘진짜 죽었나보네.’
    ​
    ​
    나는 주변을 휘 둘러보았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공간은 온통 하얗기만 했다. 바닥은 구름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생겼는데 굉장히 푹신푹신했다.
    ​
    ​
    나는 이곳을 잘 알고 있었다.
    ​
    ​
    ‘저승세계 같은 곳이지.’
    “저승 세계라니! 천국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다냥!”
    ​
    ​
    내 머릿속 생각을 관음한 후 발작하는 저 사람은 대충 뭐…신?인가 하는 뭔가다.
    ​
    ​
    “취급 너무하다냥!”
    ​
    ​
    나는 바닥에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냥냥거리는 신을 바라보았다. 짧은 메이드 복에 두 손에는 커다란 고양이 손 장갑을 낀 검은 장발의 여성이 윙크하며 귀여운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
    ​
    그녀의 머리 위에는 머리색과 똑같은 검은색 고양이 귀가 쫑긋거리고 있었다. 허벅지에는 하네스가 채워져 있었는데, 단검이나 총 따위가 허벅지 바깥쪽에 매어져 있었다. BB탄 총과 고무칼일 것이다.
    ​
    ​
    “그래서 -…전 다시 죽은 건가요?”
    “그렇다고도 할 수 있고 아니라고도 할 수 있다냥!”
    “예?”
    “음..! 간단히 말해 부활 시켜줄 거라는 말이다냥!”
    “그놈의 냥이라는 말은 빼면 안 됩니까?”
    “안된다! 냥!”
    ​
    ​
    그리 말하며 커다란 고양이 손을 허공에 휘저으며 윙크를 하는 모습을 보니 주먹이 올라갔다. 왜 저 신은 볼 때마다 때리고 싶어질까?
    ​
    ​
    “흐흥. 나에게 빠지기라도 한거냥? 미안하지만 신과 이어지는 건 굉장히 어렵다냥! 히든 히로인이랄까?”
    ​
    ​
    말투, 차림새, 행동을 봐서 알겠지만. 눈앞에 신은 혼모노 그 자체였다.
   
   
    ‘저런 게 신이라니 말세다. 말세.’
    ​
    ​
    처음 저 사람과 마주쳤을 때를 떠올리며 한숨을 내뱉었다.
    ​
    ​
    “으흥, 아무래도 궁금한 점이 많은 것 같군!”
    “아무것도 안 물어봤는데요?”
    “갑자기 ‘처참하게 죽는 악당에게 빙의 당했습니다’가 되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겠지!”
    “당신 냥 없이 말할 수 있는 거였잖아!”
    “앗, 냥!”
    ​
    ​
    깜빡했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몸을 배배 꼬며 윙크를 하는 모습에 또다시 주먹이 떨린다. 때리고 싶지 않은 이유는 저 신이 그것조차 좋아할 변태 신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
    ​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도 나를 들여다본다고.
    ​
    ​
    심연 같은 신과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
    ​
    “됐으니까 그냥 하고 싶은 말이나 하세요.”
    ​
    ​
    어차피 내 말을 듣기는커녕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려고 할 테니 대충 손을 휘저으며 말하자 ‘신’이 헤헤 웃으며 메이드복 앞치마 주머니에 손을 쑥 밀어 넣었다.
    ​
    ​
    앞치마 주머니는 아주 작았는데도 커다란 고양이 손 모양 장갑이 쑥 들어갔다.
    ​
    ​
    뽁.
    ​
    ​
    코르크 마개를 따는 듯한 소리와 함께 주머니에서 성인 남자 머리만 한 크기의 둥그런 것을 꺼냈다. 뭔가 슬라임처럼 말랑해 보이는 물건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
    ​
    “짜잔 -. 이건…아니, 이 녀석은 네가 빙의한 세계의 신이랍니다! 냥!”
    “아..?”
    “흐윽,흐으윽…흐아앙!”
    ​
    ​
    하얀 덩어리 같은 것에서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빽하고 울려 퍼졌다. 동시에 투명한 액체가 후두둑 떨어졌다. 눈물로 추정되었다. 
    ​
    ​
    “냥! 기분 나쁘다 냥!”
    “끄엑..!”
    ​
    ​
    신이 공을 던지듯 둥그런 것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다른..세계의 신? 으로 추정되는 것이 바닥에 축 늘어져 훌쩍훌쩍 눈물을 흘려댔다.
    ​
    ​
    “허엉,허어어엉.”
    “이 녀석이 자기 세계 살리고 싶다고 너를 납치한 거다 냥!”
    “납…치..?”
    ​
    ​
    내가 멍한 얼굴로 대답하자 바닥에 찰싹 달라붙어 있던 덩어리가 몸을 움찔 떨더니 슬금슬금 몸을 일으켰다. 정확히는 굴렸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
    ​
    “훌쩍…안녕?”
    ​
    ​
    새하얀 덩어리에 초코볼 같은 눈이 콕콕 박혀있었고 작은 새의 부리가 달려있었다. 거대한 흰 오목눈이 인형처럼 생긴 것이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네왔다.
    ​
    ​
    “예에…”
    ​
    ​
    내가 인사를 마지못해 받아주자 흰 오목눈이 인형이 똑바로 섰다. 흰 오목눈이 인형의 두 다리는…젓가락처럼 얇고 아주 짧았다. 하지만 확실히 서 있긴 했다.
    ​
    ​
    총총총.
    ​
    ​
    내 곁으로 다가온 흰 오목눈이가 내 주변을 기웃거렸다. 나는 흰 오목눈이 인형을 무시하고 어느새 휴대폰을 꺼내 게임을 돌리고 있는 신에게 말했다.
    ​
    ​
    “그래서 제가 납치를 당했다는 건 무슨 소리입니까?”
    “저 녀석의 세계가 붕괴되면서 외신에게 침략을 당하기 시작했다냥. 도저히 이길 수가 없어서 외부의 도움을 받고자 여기저기 기웃거렸다고 한다냥. 하지만 아무도 안 도와줘서 막무가내로 다른 차원의 존재를 납치했다냥! 그게 너다 냥!”
    ​
    ​
    신이 VICTORY라고 뜬 게임 화면을 보여주고 말했다. 자랑하고 싶은가 보다.
    ​
    ​
    “다른 사람이었으면 납치까지는 안 당했을 텐데…너는 이미 차원을 한 번 넘은 적이 있는 존재라서 그대로 납치되어 버렸다냥!”
    “아니…제가 간다고 멸망이 막아지는 것도 아닐 텐데요? 왜 저를..?”
   “나는 이미 보았다. 수많은 세계를 구하는 타 차원의 존재를!”
    ​
    ​
   흰 오목눈이 인형이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봤자 어린 아이의 목소리라 웃겨보일 뿐이었다.
    ​
    ​
    “차원 이동, 환생, 빙의물 소설 보고 저러는 거다 냥.”
    ​
    ​
    신은 다시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엄청난 속도로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마 음악 게임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흰 오목눈이는 눈을 반짝거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
    ​
    “거기다 당신은 차원이동, 환생 경력자이기까지 하지! 분명 세계의 멸망을 막고 외신들을 도륙낼 수 있을 거야!”
    ​
    ​
   흰 오목눈이가 날개를 파닥거렸다. 몸과 비교하면 굉장히 하찮은 크기였다.
    ​
    ​
    “앞으로도 잘 부탁하…꾸엑!”
    ​
    ​
   흰 오목눈이가 말을 다 잇기도 전에 어느새 다가온 신이 흰 오목눈이를 발로 꾹꾹 밟았다.
    ​
    ​
    “남의 집 자식을 납치해놓고 그게 할 말이냐 냥?”
   “살,살려 -…”
    ​
    ​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의외라고 생각했다.
    ​
    ​
    ‘그래도 화를 내주긴 하는구나?’
    ​
    ​
    신에 대한 호감도가 조금쯤 올라가려는 그때.
    ​
    ​
    “돈도 안 내고 가져가는 게 어디 있냥! 대가를 제대로 안 내면 그건 절도다 냥! 그리고 살려달라가 아니라 포상 감사합니다! 라고 하는 게 이 세계 룰이다냥!”
    ​
    ​
    호감도가 다시 마이너스가 되었다.
    ​
    ​
    “그래서 전 어떻게 되는 건데요?”
    ​
    ​
    내 질문에 신이 대답했다.
    ​
    ​
   “원하는 대로 선택 하면 된다냥. 당장 돌아오고 싶으면 돌아와도 되고 아니면 거기 계속 있어도 된다냥. 그 쪽 세계로 넘어가면 자연사 할 때까지 살 수 있을 거다냥. 거기서 죽게 되면 다시 이쪽 세계로 넘어와서 원래의 몸에 넣어주겠다냥! 아, 당장 원래 세계로 돌아가도 되긴 하지만 대신 그쪽 세계에 있는 ‘리안’은 그대로 죽게 될 거다냥! ”
    “…”
    “어떻게 할거냥?”
    “제,제발 저희 세계 좀 살려 -…꾸에엑..”
    “조용히 해라냥!”
    ​
    ​
    나는 진지함이라고는 전혀 없는 신들을 무시하며 생각에 잠겼다.
    ​
    ​
    ‘돌아가는 게…맞겠지.’
    ​
    ​
    애초에 내가 아이리스와 아이들에게 잘해줬던 이유가 무엇이었던가? 전부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
    ​
    가능하면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방법을 찾고 싶기도 했었다. 
    ​
    ​
    지금 원래 세계로 돌아가겠다고 말하면 위협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
    ​
    ​
    ‘노아,제스,아이리스 -…’
    ​
    ​
    잔혹한 세계 속에서 웃음 짓던 아이들의 모습이 발목을 잡았다.
    ​
    ​
    ‘멸망이 진행중이라고 했었지 분명.’
    ​
    ​
    내가 알던 이야기대로 흘러가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그 소리는 곧, 아이들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말이다.
    ​
    ​
    “저..혹시 저쪽 세계 아이들을 여기로 데려올 순 없나요?”
    “불가능하다냥!”
    ​
    ​
    단호한 대답에 머쓱한 기분이 들었다. 잠시 눈을 굴리다가 다른 질문을 입에 담았다.
    ​
    ​
    “그러면 제가 저쪽에서 이번처럼 죽으면 어떻게 돼요?”
    “아마 다시 여기로 오겠지냥? 그리고 다시 부활 할거다냥!”
    “으음..? 그럼 저는 절대 안 죽는 건가요?”
   “아마 특별한 일 아니면 죽을 일도 없을 거다냥. 특이한 녀석에게 심장이 꿰뚫려서 죽은 거 뿐이니까 냥!”
    “특이한..? 아이리스요?”
    “그렇다냥. 신에 대적하는 힘? 그런 걸 가지고 있다냥. 그것 때문에 내 권능을 뚫어버린 거다냥!”
    ​
    ​
    권능?
    ​
    ​
    내가 의문을 가지자 신이 곧바로 설명해주었다.
    ​
    ​
    “이 녀석이 멋대로 납치해가는 바람에 세계에 오류가 생겼다냥. 그걸 해결하기 위해선 내 권능 중 일부가 필요했고, 마침 인과율도 넉넉히 준다길래 -…아,아니 납치당한 네가 걱정되어 빌려줬다냥!”
    “무슨 권능인데요?”
    ​
    ​
    권능! 뭔가 굉장한 능력을 줄 것 같은 단어에 눈을 반짝거렸다. 그러자 신이 눈을 도르륵 굴리며 말했다.
    ​
    ​
    “이곳의 법칙을 적용받을 수 있는 능력이다냥!”
    “법…칙이요?”
   “너 식대로 말하자면 ‘개그 필터’? 그게 권능이다냥!”
    “그게..?”
    “그 능력이 있으면 아무리 칼에 찔려도 죽지 않고 살아날 수 있고, 어떤 위험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냥! 주변에 너를 위협하는 무언가가 다가오면,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권능이 발동된다냥! 이런 사기적인 권능이 어디 있다는거냥?” 
    ​
    ​
    듣고 보니 괜찮은 권능처럼 느껴졌다. 고개를 끄덕이자 신이 콧방귀를 내뱉다가 “앗!”하는 소리를 냈다.
    ​
    ​
    “그러고 보니 ‘사랑은 종갓집 햄버거집에서 냥냥 소리를 낸다 -내가 종갓집 햄버거 가게 고양이라고? 무리무리! 무리가 아니었다?-’ 할 시간이다 냥!”
    ​
    ​
    어질어질한 제목을 쭉 늘어놓은 신은 후다닥 한쪽으로 달려가 무언가를 소환했다. 커다란 티비가 나타났다.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정신나갈 것 같은 개그 세계의 신…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 아아 – 죽 어 버 리 다 니 정 말 한 심 하 구 나. }

나는 눈앞에 떠오른 도트 글자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진짜 죽었나보네.’

나는 주변을 휘 둘러보았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공간은 온통 하얗기만 했다. 바닥은 구름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생겼는데 굉장히 푹신푹신했다.

나는 이곳을 잘 알고 있었다.

‘저승세계 같은 곳이지.’

“저승 세계라니! 천국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다냥!”

내 머릿속 생각을 관음한 후 발작하는 저 사람은 대충 뭐…신?인가 하는 뭔가다.

“취급 너무하다냥!”

나는 바닥에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냥냥거리는 신을 바라보았다. 짧은 메이드 복에 두 손에는 커다란 고양이 손 장갑을 낀 검은 장발의 여성이 윙크하며 귀여운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 위에는 머리색과 똑같은 검은색 고양이 귀가 쫑긋거리고 있었다. 허벅지에는 하네스가 채워져 있었는데, 단검이나 총 따위가 허벅지 바깥쪽에 매어져 있었다. BB탄 총과 고무칼일 것이다.

“그래서 -…전 다시 죽은 건가요?”

“그렇다고도 할 수 있고 아니라고도 할 수 있다냥!”

“예?”

“음..! 간단히 말해 부활 시켜줄 거라는 말이다냥!”

“그놈의 냥이라는 말은 빼면 안 됩니까?”

“안된다! 냥!”

그리 말하며 커다란 고양이 손을 허공에 휘저으며 윙크를 하는 모습을 보니 주먹이 올라갔다. 왜 저 신은 볼 때마다 때리고 싶어질까?

“흐흥. 나에게 빠지기라도 한거냥? 미안하지만 신과 이어지는 건 굉장히 어렵다냥! 히든 히로인이랄까?”

말투, 차림새, 행동을 봐서 알겠지만. 눈앞에 신은 혼모노 그 자체였다.

‘저런 게 신이라니 말세다. 말세.’

처음 저 사람과 마주쳤을 때를 떠올리며 한숨을 내뱉었다.

“으흥, 아무래도 궁금한 점이 많은 것 같군!”

“아무것도 안 물어봤는데요?”

“갑자기 ‘처참하게 죽는 악당에게 빙의 당했습니다’가 되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겠지!”

“당신 냥 없이 말할 수 있는 거였잖아!”

“앗, 냥!”

깜빡했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몸을 배배 꼬며 윙크를 하는 모습에 또다시 주먹이 떨린다. 때리고 싶지 않은 이유는 저 신이 그것조차 좋아할 변태 신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도 나를 들여다본다고.

심연 같은 신과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됐으니까 그냥 하고 싶은 말이나 하세요.”

어차피 내 말을 듣기는커녕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려고 할 테니 대충 손을 휘저으며 말하자 ‘신’이 헤헤 웃으며 메이드복 앞치마 주머니에 손을 쑥 밀어 넣었다.

앞치마 주머니는 아주 작았는데도 커다란 고양이 손 모양 장갑이 쑥 들어갔다.

뽁.

코르크 마개를 따는 듯한 소리와 함께 주머니에서 성인 남자 머리만 한 크기의 둥그런 것을 꺼냈다. 뭔가 슬라임처럼 말랑해 보이는 물건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짜잔 -. 이건…아니, 이 녀석은 네가 빙의한 세계의 신이랍니다! 냥!”

“아..?”

“흐윽,흐으윽…흐아앙!”

하얀 덩어리 같은 것에서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빽하고 울려 퍼졌다. 동시에 투명한 액체가 후두둑 떨어졌다. 눈물로 추정되었다.

“냥! 기분 나쁘다 냥!”

“끄엑..!”

신이 공을 던지듯 둥그런 것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다른..세계의 신? 으로 추정되는 것이 바닥에 축 늘어져 훌쩍훌쩍 눈물을 흘려댔다.

“허엉,허어어엉.”

“이 녀석이 자기 세계 살리고 싶다고 너를 납치한 거다 냥!”

“납…치..?”

내가 멍한 얼굴로 대답하자 바닥에 찰싹 달라붙어 있던 덩어리가 몸을 움찔 떨더니 슬금슬금 몸을 일으켰다. 정확히는 굴렸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훌쩍…안녕?”

새하얀 덩어리에 초코볼 같은 눈이 콕콕 박혀있었고 작은 새의 부리가 달려있었다. 거대한 흰 오목눈이 인형처럼 생긴 것이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네왔다.

“예에…”

내가 인사를 마지못해 받아주자 흰 오목눈이 인형이 똑바로 섰다. 흰 오목눈이 인형의 두 다리는…젓가락처럼 얇고 아주 짧았다. 하지만 확실히 서 있긴 했다.

총총총.

내 곁으로 다가온 흰 오목눈이가 내 주변을 기웃거렸다. 나는 흰 오목눈이 인형을 무시하고 어느새 휴대폰을 꺼내 게임을 돌리고 있는 신에게 말했다.

“그래서 제가 납치를 당했다는 건 무슨 소리입니까?”

“저 녀석의 세계가 붕괴되면서 외신에게 침략을 당하기 시작했다냥. 도저히 이길 수가 없어서 외부의 도움을 받고자 여기저기 기웃거렸다고 한다냥. 하지만 아무도 안 도와줘서 막무가내로 다른 차원의 존재를 납치했다냥! 그게 너다 냥!”

신이 VICTORY라고 뜬 게임 화면을 보여주고 말했다. 자랑하고 싶은가 보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납치까지는 안 당했을 텐데…너는 이미 차원을 한 번 넘은 적이 있는 존재라서 그대로 납치되어 버렸다냥!”

“아니…제가 간다고 멸망이 막아지는 것도 아닐 텐데요? 왜 저를..?”

“나는 이미 보았다. 수많은 세계를 구하는 타 차원의 존재를!”

흰 오목눈이 인형이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봤자 어린 아이의 목소리라 웃겨보일 뿐이었다.

“차원 이동, 환생, 빙의물 소설 보고 저러는 거다 냥.”

신은 다시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엄청난 속도로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마 음악 게임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흰 오목눈이는 눈을 반짝거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거기다 당신은 차원이동, 환생 경력자이기까지 하지! 분명 세계의 멸망을 막고 외신들을 도륙낼 수 있을 거야!”

흰 오목눈이가 날개를 파닥거렸다. 몸과 비교하면 굉장히 하찮은 크기였다.

“앞으로도 잘 부탁하…꾸엑!”

흰 오목눈이가 말을 다 잇기도 전에 어느새 다가온 신이 흰 오목눈이를 발로 꾹꾹 밟았다.

“남의 집 자식을 납치해놓고 그게 할 말이냐 냥?”

“살,살려 -…”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의외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화를 내주긴 하는구나?’

신에 대한 호감도가 조금쯤 올라가려는 그때.

“돈도 안 내고 가져가는 게 어디 있냥! 대가를 제대로 안 내면 그건 절도다 냥! 그리고 살려달라가 아니라 포상 감사합니다! 라고 하는 게 이 세계 룰이다냥!”

호감도가 다시 마이너스가 되었다.

“그래서 전 어떻게 되는 건데요?”

내 질문에 신이 대답했다.

“원하는 대로 선택 하면 된다냥. 당장 돌아오고 싶으면 돌아와도 되고 아니면 거기 계속 있어도 된다냥. 그 쪽 세계로 넘어가면 자연사 할 때까지 살 수 있을 거다냥. 거기서 죽게 되면 다시 이쪽 세계로 넘어와서 원래의 몸에 넣어주겠다냥! 아, 당장 원래 세계로 돌아가도 되긴 하지만 대신 그쪽 세계에 있는 ‘리안’은 그대로 죽게 될 거다냥! ”

“…”

“어떻게 할거냥?”

“제,제발 저희 세계 좀 살려 -…꾸에엑..”

“조용히 해라냥!”

나는 진지함이라고는 전혀 없는 신들을 무시하며 생각에 잠겼다.

‘돌아가는 게…맞겠지.’

애초에 내가 아이리스와 아이들에게 잘해줬던 이유가 무엇이었던가? 전부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가능하면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방법을 찾고 싶기도 했었다.

지금 원래 세계로 돌아가겠다고 말하면 위협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

‘노아,제스,아이리스 -…’

잔혹한 세계 속에서 웃음 짓던 아이들의 모습이 발목을 잡았다.

‘멸망이 진행중이라고 했었지 분명.’

내가 알던 이야기대로 흘러가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그 소리는 곧, 아이들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말이다.

“저..혹시 저쪽 세계 아이들을 여기로 데려올 순 없나요?”

“불가능하다냥!”

단호한 대답에 머쓱한 기분이 들었다. 잠시 눈을 굴리다가 다른 질문을 입에 담았다.

“그러면 제가 저쪽에서 이번처럼 죽으면 어떻게 돼요?”

“아마 다시 여기로 오겠지냥? 그리고 다시 부활 할거다냥!”

“으음..? 그럼 저는 절대 안 죽는 건가요?”

“아마 특별한 일 아니면 죽을 일도 없을 거다냥. 특이한 녀석에게 심장이 꿰뚫려서 죽은 거 뿐이니까 냥!”

“특이한..? 아이리스요?”

“그렇다냥. 신에 대적하는 힘? 그런 걸 가지고 있다냥. 그것 때문에 내 권능을 뚫어버린 거다냥!”

권능?

내가 의문을 가지자 신이 곧바로 설명해주었다.

“이 녀석이 멋대로 납치해가는 바람에 세계에 오류가 생겼다냥. 그걸 해결하기 위해선 내 권능 중 일부가 필요했고, 마침 인과율도 넉넉히 준다길래 -…아,아니 납치당한 네가 걱정되어 빌려줬다냥!”

“무슨 권능인데요?”

권능! 뭔가 굉장한 능력을 줄 것 같은 단어에 눈을 반짝거렸다. 그러자 신이 눈을 도르륵 굴리며 말했다.

“이곳의 법칙을 적용받을 수 있는 능력이다냥!”

“법…칙이요?”

“너 식대로 말하자면 ‘개그 필터’? 그게 권능이다냥!”

“그게..?”

“그 능력이 있으면 아무리 칼에 찔려도 죽지 않고 살아날 수 있고, 어떤 위험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냥! 주변에 너를 위협하는 무언가가 다가오면,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권능이 발동된다냥! 이런 사기적인 권능이 어디 있다는거냥?”

듣고 보니 괜찮은 권능처럼 느껴졌다. 고개를 끄덕이자 신이 콧방귀를 내뱉다가 “앗!”하는 소리를 냈다.

“그러고 보니 ‘사랑은 종갓집 햄버거집에서 냥냥 소리를 낸다 -내가 종갓집 햄버거 가게 고양이라고? 무리무리! 무리가 아니었다?-’ 할 시간이다 냥!”

어질어질한 제목을 쭉 늘어놓은 신은 후다닥 한쪽으로 달려가 무언가를 소환했다. 커다란 티비가 나타났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