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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6

   어느 낮, 한 공터.

   한 여성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검은색과 금빛이 뒤섞인 짧게 묶은 머리카락이 특징적인 여성.

   그녀의 검이 쇄도할 때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선명히 울려 퍼졌다.

     

   그러는 순간 검명 사이로 발소리 하나가 울려 퍼졌다.

     

   “이야, 매일 같이 노력하는구만. 이러니 마스터에 들어간 건가?”

     

   그와 동시에 어딘가 게걸스러운 웃음을 거닐은 배 나온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의 등장에도 여성은 묵묵히 검을 휘두를 뿐이었다.

     

   배 나온 남성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훈련장에 구비된 의자에 털썩 앉았다.

     

   “아니면 낙천에게 도전했다가 깨져서 그걸 잊으려고 계속 검을 휘두르는 건가?”

     

   그 순간 우뚝 여성의 검이 멈췄다.

   라크라디온, 마성궁의 빛이라 불리는 여성.

     

   그리고 마성궁에서 유일하게 마스터 초입에 발을 들인 인물이었다.

     

   비 오듯이 쏟아지는 땀방울과 함께 그녀의 눈이 서서히 배 나온 그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못마땅함을 담은 눈이었지만 그걸 보며 배 나온 남성은 피식 웃을 뿐이었다.

     

   “예쁜 눈으로 너무 그렇게 노려보지 마. 설레잖아.”

   “데릭, 시비라도 걸러 왔나? 예전에 헛소리하다가 맞은 곳이 아직 덜 아물었을 텐데.”

   “아니, 우리 라크라디온이 들으면 설레발칠 거 같은 이야기를 듣고 왔지. 아니면 이미 들었거나.”

     

   데릭이라 불린 이는 호탕한 웃음과 함께 주머니를 뒤졌다.

   그러곤 만들어온 종이비행기를 휘잉하니 라크라디온에게 날려 주었다.

     

   그 종이비행기를 받은 라크라디온은 종이를 열었다.

   그리고 곧 그것이 공고문임을 알았다.

     

   “무려 발하임 직계가 낙천한테 도전 하신단다. 그걸 위해 함께 갈 인원을 구하고 있다더라고.”

   “……그게 어쨌다는 거지.”

   “라크, 네가 다시 도전해 보지도 못하고, 끝날 수도 있다는 거지.”

     

   라크라디온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러곤 이내 종이를 부욱 하니 찢어 바닥에 대충 던졌다.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다.”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데릭은 이내 한숨을 쉬었다.

     

   “하아, 라크, 나도 알아. 낙천에게 무너진 그날, 네가 어떤 심정이었는지 말이야. 그놈은 재앙이야. 괴물이지. 그리고 그 괴물을 넘고 싶으니 네가 그토록 혼자서 검을 휘두르던 것도 전부 잘 알지.”

     

   데릭은 그리 말하며 그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언제까지 낙천에게 묶여 있을 생각이냐. 그거 고집이고 아집이야. 너라면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냐.”

     

   한때 그녀와는 동료 사이였던 데릭이다.

   낙천이라는 재앙에 묶여 저리 살아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이번 기회에 한번 생각해봐. 네 마음속에 너무 거대해진 낙천이 꺾이는 걸 보면 너도 좀 생각이 바뀌지 않겠냐.”

     

   데릭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떠나갔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라크라디온의 눈이 찢어진 공고문으로 향했다.

     

   낙천이 꺾인다고.

   라크라디온은 헛웃음을 삼켰다.

     

   아쉽게도 데릭의 말은 이뤄지지 못할 거다.

   그는 단순한 실력 이전에 정말 망령이니까.

     

   자신이 아무리 검을 수련해도 꺾을 수 없듯이 발하임조차 결국 같은 결과일 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괜히 훈련만 끊겼군.’

   

   

   

   

   

   

    

   기분만 잡쳤다는 생각과 함께 그녀는 다시금 훈련을 반복했다.

     

   그러기를 한참, 어느덧 밤이 되었다.

   오늘도 밤까지 검만 휘두른 그녀는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아 내었다.

     

   꼬르륵-

     

   배가 고픈 걸 보니 요기를 해야 할 듯싶었다.

   그러니 그녀는 평소 지내는 방에 들려 가볍게 세안하고는 자주 가던 식당을 찾았다.

     

   “푸하핫, 그 꼬맹이 자기 집사랑 멀뚱히 앉아 있는 꼴이 얼마나 웃기던지.”

   “낙천을 쓰러트리는 건 어디서 굴러 들어온 놈이 아니라 우리 펜달로드잖아. 발하임이라고 어디서 유세를 떨어. 대장, 그렇지?”

   “당연한 소리 마라.”

     

   그러는 순간 식당 안쪽에서 왁자지껄하게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고, 라크라디온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늦은 저녁을 해결하러 왔더니 선객이 있었나.’

     

   하긴, 이 식당은 마성궁에서 가장 음식을 잘하는 집이다.

   자신 말고도 다른 이들이 있어서 이상한 거는 없었다.

     

   단지, 그게 평소에 사이가 썩 좋지 않은 패거리라는 점이다.

   엑스퍼트 최상급인 펜달을 중심으로 모인 패거리, 펜달로드.

     

   자기 이름을 넣은 팀을 짜는 것만 보아도 그의 자존감이 얼마나 높은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사실 그럴 만도 했다.

     

   그는 마성궁 안에서만큼은 그야말로 왕처럼 군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응?”

     

   라크라디온이 등장하자 펜달의 눈이 이쪽으로 향했다.

   회색빛의 머리카락과 함께 지닌 그는 셔츠 사이로 펜달로드의 상징인 늑대 문신을 새겨 놓은 것이 언뜻 보였다.

     

   그런 그의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는데 보아하니 꽤나 취한 것 같았다.

   펜달은 라크라디온을 보자마자 히죽 웃었다.

     

   “이야, 라크라디온 양 아니야? 오늘도 어디서 수련하고 오는 길이야?”

     

   라크라디온은 들은체도 안 하며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곤 자주 앉던 자리에 앉자 펜달은 능글맞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무 까칠하게 굴지 말고, 이야기 좀 하자고. 전 동료잖냐.”

     

   술병을 쥔 채 어느새 라크라디온의 옆자리에 다가온 펜달은 그녀의 무시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너도 들었지? 무려 발하임의 직계께서 낙천에게 도전하겠다는 소식을 말이야. 무려, 마성궁의 빛께서도 아직 도전하지 않는 낙천을 말이야.”

   “…….”

   “게다가 아직 성인도 안 된 꼬맹이라더라. 마성궁의 주인이 누군지도 모르고 제멋대로 설치던데.”

     

   그걸 본 펜달로드 패거리들은 빠르게 손썼다.

   발하임의 직계가 모집하는 공고에 넣지 말라고, 주변에 경고한 것이다.

     

   자기 부하들이 멋대로 저지른 일이긴 하지만 펜달도 딱히 제지하지 않고, 방관했다.

   그 또한 발하임이랍시고, 마성궁을 휘젓고 다니는 게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마성궁의 주인?”

     

   그러는 순간 드디어 라크라디온이 입을 열었다.

   그녀는 무척이나 차가운 눈동자로 천천히 제멋대로 떠들고 있는 펜달을 돌아보았다.

     

   그 눈빛에 깃든 기운은 펜달조차 멈칫하게 할 정도로 살벌했다.

     

   “그 주인은 대체 어디에 있지? 펜달, 너도 그날 나와 같이 그날, 낙천을 겪었을 텐데. 그런 주제에 아직도 마성궁 8층을 갔다 온 것 정도로 스스로 대단하다, 여기고 있는 거냐?”

     

   라크라디온은 마스터 초입.

   거기다 벌써 서른이 된 나이다.

     

   인구수가 억의 단위를 넘는 이 넓은 세상에 죽을 때까지 자신을 단련하는 이가 그렇게 많은데도 불구하고, 네자릿수도 되지 못하는 게 마스터 급이다.

   거기다 그 숫자의 절반 이상은 마스터 초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덕이는 게 현실이다.

     

   엑스퍼트 최상급에서 마스터로 성장하는 벽은 높다.

   그러나 그 벽보다도 높은 것이 초입에서 중급으로 가는 길이었다.

     

   하물며 펜달은 엑스퍼트 최상급.

   몇 가지 특이 조건 덕에 라크라디온과 대충 어깨를 견주어 볼 만하나 결국 마스터에 들어가는 것조차 허덕이는 그다.

     

   그런 그가 마성궁의 주인 행세라니 기가 막혔다.

     

   “그래? 그래서 그때의 너랑 내가 뭐가 달라졌지.”

     

   펜달의 질문에 라크라디온의 입이 꾹 다물어졌다.

     

   펜달은 더 이상 정진하는 것을 내려놓고,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를 동안 마성궁의 주인인 양 펜달로드 패거리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반면에 라크라디온은 아직까지도 검을 놓지 못하고, 혼기조차 지난 채 검만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그렇게 매일 같이 검을 휘둘렀음에도 라크라디온은 여전히 마스터 초입이다.

   그리고 펜달로드 패거리를 만드는 데 집중한 펜달 또한 그날과 같이 엑스퍼트 최상급이었다.

     

   둘의 경지는 그때와 달라진 게 없었다.

     

   “뭘 해도 결국 같은 게 이 지긋지긋한 현실 아니었냐?”

     

   라크라디온이 시선을 아래로 돌렸다.

     

   남들은 모두가 우러러보는 마스터의 영역이라 할지라도.

   정작 마스터에 도달한 이들은 안다.

     

   그 위로 올라가는 것이야말로 진짜 천재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라크라디온은 그 벽 앞에 막혔다.

     

   “라크, 자각 좀 하라고, 너나 나나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우리는 이 마성궁에 갇혔어. 영원히 빠져나갈 수 없는 이곳에 말이야.”

     

   펜달은 그렇게 말하고, 탁자에 올려 두었던 술병을 다시 들어 올렸다.

     

   “……그래도.”

     

   그 순간 라크라디온의 입이 다시금 열렸다.

     

   “나는 계속 검을 휘두를 거다.”

     

   그걸 본 펜달은 김빠진 표정과 함께 어깨를 으쓱였다.

     

   “아, 그러셔.”

     

   참 쓸데없는 곳에 힘을 소비한다고 생각하며 펜달은 자신의 자리로 걸음을 돌렸다.

   이대로 다시 자신의 패거리와 술이나 마실 생각이었다.

     

   그렇게 그가 자리로 돌아오자 그는 패거리가 유달리 조용한 것을 깨달았다.

   그 사실에 그가 의아함을 느끼던 순간 그의 눈에 한 사람이 비추었다.

     

   조금 전에 자신이 앉아 있던 자리에 앉아 있는 이를 말이다.

     

   “사담은 끝난 모양이지?”

   “넌.”

     

   펜달이 그를 본 순간 서서히 그의 정체를 눈치채기 시작했다.

   저 검은 머리색과 푸른 눈동자.

     

   확실했다.

   크라슈 발하임.

     

   마성궁을 찾아 왔다던 바로 그 발하임의 직계였다.

     

   펜달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저 여유로운 태도와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를 보건대 모든 걸 알고 온 듯한 반응이었다.

     

   ‘이 꼬맹이, 내가 훼방 놓았다는 걸 알았군.’

     

   펜달은 건들거리는 자세로 크라슈의 앞에 다가와 섰다.

   아직 성장기인 크라슈보다 머리 반 틈 정도는 더 큰 펜달은 그 큰 키를 이용해 위압감을 형성했다.

     

   “발하임의 직계께서 무슨 볼일이실까?”

     

   발하임이라는 말을 듣고, 뒤늦게 라크라디온도 이쪽을 돌아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크라슈는 태연하게 의자에서 일어났다.

     

   “나는 평소에 꽤 인자한 편이야.”

     

   뜬금없는 말이 툭하니 이어졌다.

     

   “그런데 나를 방해하는 놈들에게는 인정사정이 없거든.”

   “하하, 그래서 한 판 해보자는 건가?”

     

   펜달이 얼굴 가득 비웃음을 거닐었다.

   펜달의 눈에 비추는 크라슈는 엑스퍼트 최상급에 이제 막 발을 들인 녀석이었다.

     

   분명 저 나이 또래를 생각하면 그는 엄청난 재능아였다.

     

   그야, 당연하겠지.

   무려 발하임의 직계시니까.

     

   하지만 그건 반대로 말하면 지금은 자신의 아래라는 소리와 같았다.

   같은 엑스퍼트 최상급이라도 발을 막 들인 이와 거기에서 경험을 쌓은 이의 차이는 명백하기 때문이다.

     

   펜달은 비록, 마스터의 벽에 막혔을지라도 그 벽의 바로 앞에 서있는 수준이다.

   크라슈와의 수준 차는 명백했다.

     

   “엑스퍼트 최상급의 실력자는 흔하지 않지. 발하임 기사단에서도 충분히 등용할만한 실력이야.”

     

   그러는 순간 펜달의 위협 속에서도 크라슈의 말이 덤덤히 이어졌다.

   이 녀석이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건지 이해 못 하겠다는 듯 펜달이 그를 바라본 순간 크라슈가 입가에 웃음을 그렸다.

     

   “그러니 펜달, 널 발하임의 기사단에 고용하고 싶다.”

     

   펜달이 멈칫하였다.

     

   발하임의 기사단.

   마성궁에서 아무리 왕으로 군림 해봤자 발하임의 틀에 들어간다는 건 이야기가 아예 다르다.

     

   마성궁은 결국 뒷골목 양아치 취급을 면치 못한다.

   실제로 펜달은 자신보다 아래 수준인 기사들이 자신을 시정잡배 취급하는 것을 몇 번이고 겪어 왔다.

     

   그러나 그들의 가문의 위상 탓에 차마 그들을 어쩌지 못하는 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발하임에 들어간다면?

   자신을 무시하던 기사들이 전부 자신을 우러러보게 될 것이다.

     

   한순간 펜달의 눈에 욕심이 스쳐 지나갔다.

   무력과 재력 같은 건 이미 마성궁에서 얻을 만큼 얻었다.

     

   지금 그를 채워줄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명예욕이었다.

     

   “……정말인가?”

   “그래, 여기 있는 이 녀석들을 다 데려와도 좋아.”

     

   펜달로드 패거리까지 함께 고용해준다는 말의 펜달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 탐욕스러운 눈앞에 크라슈는 천천히 웃었다.

     

   “기사단 이름은 강아지단이 좋겠군. 딱 개같이 잘 짖는 게 너한테 딱 맞아.”

     

   하지만 이어진 말을 들은 순간 펜달의 두 눈이 우뚝 굳었다.

   동시에 거의 얼굴에 서서히 노기가 서리기 시작했다.

     

   “……지금 날 놀리는 건가?”

     

   크라슈는 웃음기 싹 사라진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마성궁에 왕이라며 떠벌리고 다닐 때는 언제고, 막상 발하임의 제안이 오니 눈 돌아가는 그 이중성이 역겨웠기 때문이다.

     

   그러니 확실히 알려주기로 했다.

     

   “그래, 너 놀리는 거 맞아. 등신아.”

     

   도발은 이쪽 전문이라는 걸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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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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