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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6

       

       

       신의(神醫) (3)

       

       

       매화선에게 천천히 사정을 얘기하기 시작했지만, 모든 걸 말할 수는 없는 노릇.

       그러니 적당하게 거짓은 없고 진실만 얘기하되 전부를 말하진 않았다.

       

       “…일단 세가를 떠나 귀물을 계속 품에 지니고 다녔습니다.”

       

       마공에 대한 얘기는 배제하고, 그저 수련을 끝내고 밤중에 잠에 들었는데 일어나보니 기운이 늘었다는 정도.

       

       솔직히 까놓고 말해 이것 말고는 설명할 게 없었다.

       정말 그냥 아침에 일어나보니 기운을 삼킨 상태였으니까.

       

       신 노야에 대한 얘기 또한 해야 하나 고민했으나 우선은 하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선 신 노야와 얘기를 한 뒤에 꺼내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으니까.

       

       사정을 얘기하는 건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짤막한 설명이 끝나니 매화선은 제 수염을 쓸어내렸다.

       

       내 말을 과연 믿을까?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믿기 힘든 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매화선이 곤란한 얼굴로 말을 꺼냈다.

       

       “쉽게 믿기 어려운 이야기야..”

       

       쪼르륵.

       

       잠시 느껴지는 침묵 속에서 매화선이 차를 따르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귀물의 기운을 삼켰다는 얘기도 그렇고, 본디 그 기운은 외인이 가져선 안 되는 것이며, 실상 네가 가지고 있다는 것도 믿을 수 없는 얘기다.”

       “예, 알고 있습니다.”

       

       다른 기운의 공존.

       하물며 서로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개성도 다르다.

       

       구염화륜공뿐 아니라 다른 화공들 가지고 있는 패도적인 기운과.

       도가의 이들이 품는 도기는 반대에 위치해 있다.

       

       그저 흐르는 대로 둔다는 순리와 막는다면 부수고 가겠다는 과격함이 공존하고 있다는 말이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조합으로 4성까지 뚫은 것도 신기한데.

       주화입마에 걸리지 않고 멀쩡히 걸어 다니고 있는 게 더 신기한 일이었다.

       

       이것이 마공(魔功)에 의함인지 까진 알 수 없지만.

       그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회귀를 겪고서도 목줄처럼 채워져 있는 이 빌어먹을 능력이 아니라면 이런 말 같잖은 사태가 내 몸에 벌어질 리가 없었으니까.

       

       ‘…후.’

       

       매화선은 여전히 내 눈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네게는 본문의 몇 제자들밖에 가지지 못한 매화의 기운이 느껴지는구나”

       

       단전 속에 숨어있는 기운.

       신 노야가 향기를 숨겼다는 말 이후에는 나 또한 느끼지 못했던 부분인데.

       

       매화선은 단번에 느끼고 있는 듯했다.

       

       결국 고의였든 고의가 아니었든, 이건 분명 곤란한 일이 돼버렸다.

       반대 입장에서 화산파의 누군가가 본가의 구염화륜공을 익히고 있다 한다면, 심지어 그 경지가 꽤 높다면.

       

       이건 누구도 아닌, 세가의 가주가 직접 나서서 확인해야 할 정도로 중대한 일이었으니까.

       

       “네가 거짓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으나, 쉬이 믿을 수 있는 얘기도 아닐뿐더러, 장문인 된 입장에서 확인은 해봐야 하는 얘기다.”

       “예…”

       “다행히, 귀물에 큰 문제는 없던 듯싶은데….”

       

       문제가 없다고?

       그렇게 휙 던져놓고 언제 확인해본 거지…?

       

       ‘와중에 확인이라?’

       

       확인 한다고 하면 어떤 방식으로 할 생각인 걸까.

       일단 단전이나 몸에 피해를 주는 방식은 아닐 것이다.

       

       애초에 이쪽은 술 내기에 져서 빼앗긴 귀물의 소유권을 돌려주러 온 입장이고.

       

       화산파는 엄연히 구파일방의 정파 소속이니 괴랄 한 짓까진 하지 않으리라 믿었다.

       다른 정파도 아니라 화산파라면, 그나마 믿을만한 곳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매화선이 뭔가 생각이 들었는지 밝아진 표정으로 손뼉을 친다.

       

       “그래, 이렇게 된 거 잘됐구나.”

       “예?”

       

       매화선은 남아있던 차를 한 번에 들이키더니 벌떡 몸을 일으켰다.

       

       “장문인…?”

       “화산에 찾아온 목적에 네 막내 누이도 있다 하였는데 맞느냐?”

       “예…. 맞습니다.”

       

       걔 얘기는 갑자기 왜 나오는 거지? 

       내 대답에 매화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잘 됐다. 따라 오거라.”

       

       갑자기 일어난 매화선이 앞서 나가며 따라나오라 말한다.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내 물음에 매화선이 살짝 웃음을 지으며 대답한다.

       

       “화산에 찾아왔으니 네 동생을 보러 가야 하지 않겠느냐.”

       “…예?”

       

       나는 그 말에 멍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상황에 갑자기?

       

       

       

       

       

       ******************

       

       

       

       

       

       도르르르륵-탁!

       

       숲속에 물레방아 소리가 둔탁하게 울렸다.

       새소리는 심심할 즈음이면 들리고, 햇빛은 나무 그늘 사이로 내리쬔다.

       

       그런 아름다운 배경 사이 놓인 길, 그 끝에는 작은 오두막 하나가 지어져 있었다. 

       

       화음현에서 조금 떨어진 곳.

       화산파 10대 장문인이 은퇴 후 지었다는 오두막은 이제 와선 안식처 같은 느낌으로 쓰이고 있었다.

       

       “죄다 망가졌어.”

       

       오두막 안에서 백발의 노야가 말했다.

       툭툭 끊기는 가래 끓는 목소리가 듣기 불편했으나, 그걸 신경 쓰는 이는 오두막에 아무도 없었다.

       

       노인이 가진 이름을 생각하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신의(神醫). 

       중원에선 노인을 그렇게 불렀다.

       

       죽은자는 살릴 수 없지만, 숨만 붙어있다면 누구든 살릴 수 있다는 하늘이 내린 명의.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유랑을 하는 통에 쉬이 찾을 수 없다는 신의가 지금 이곳에 있었다.

       

       “혈도는 물론이고 기류가 죄다 뒤틀렸다, 몸이 이렇게 썩어가는데 고통은 어찌 참았던 게야.”

       “그렇게 고통스럽진 않았습니다….”

       

       여인이 자신의 제자를 흘깃 보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 탓에 신의의 미간이 확 찌푸려진다.

       

       “이 꼴이 나서도 그러는 게냐? 아이도 알 건 알아야 하는 것이다.”

       “…신의…”

       “그리 부르지 말라.”

       

       신의의 호통에 옆에서 듣고 있던 제자의 어깨가 움찔 떨린다. 

       이어 물기가 담긴 눈으로 자신의 스승을 쳐다봤다.

       

       “스승님….”

       

       쯧-!

       신의가 혀를 짧게 찼다. 

       오랜만에 진찰을 하는 통에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이어 신의의 옆에 가만히 앉아있던 소년이 품에서 천을 꺼내 신의의 이마를 쓱쓱 닦아준다.

       

       신의는 조심스레 잡고 있던 여인의 팔을 내려놓았다.

       진맥은 얼추 끝났으나, 신의의 표정이 나아지진 않았다.

       

       여인의 몸은 단전을 비롯해서 점점 썩어가고 있었다. 

       겉은 그저 평범한 노파로 보였으나, 그녀의 나이를 생각하면 그마저 겉늙어 보이는 것이다.

       

       그녀가 닿았던 무위의 경지를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매화검후(梅華劍后).

       

       화산을 필두로 중원 전역에서 협의를 펼쳤던 여협이 이리 무너지고 있었다.

       신의가 보기에 그녀가 지금 조금이라도 움직이고 숨을 쉴 수 있는 이유 또한 그녀가 가지고 있던 내기 탓이라 생각했다.

       

       ‘그마저 떨어진다면.’

       

       생명줄을 붙잡고 있는 도가의 기운이 점점 먹혀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가장 큰 문제라 한다면.

       

       “…생전 처음 보는 병이다.”

       

       신의의 말에 누군가 헛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의술로 하여금 중원 전역에서 따라올 자가 없다는 신의가 뱉은 말이다.

       

       “검후.”

       “예….”

       “이렇게 된 지 얼마나 지났느냐.”

       

       검후는 자신의 제자를 살짝 보고 말을 잇는다.

       

       “사 년…. 정도 지났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지?”

       “…그건.”

       

       꾸우욱.

       

       갑자기 검후가 떨리는 손으로 주먹을 말아쥐었다. 

       말을 꺼내지 못하고 덜덜 떨던 검후의 입가로 핏물이 주르륵 흐른다.

       

       “스승님!”

       

       그걸 본 제자가 스승을 부축했다. 

       동시에 신의 옆에 있는 소년이 아까처럼 천을 검후에게 건넨다.

       

       “…고맙구나.”

       

       끄덕.

       

       검후의 말에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피를 닦는 검후를 보며 신의가 수염을 쓸어내린다.

       

       “…금제(禁制)인가.”

       

       알 수 없는 병, 그리고 금제. 

       하물며 그냥 말을 꺼내는 것에도 영향을 끼치는 금제라니, 이런 건 지금껏 살면서 본 적이 없었다.

       

       ‘금제가 걸렸다면 진맥을 했을 때 눈치를 챘어야 했거늘.’

       

       무인의 육체에 영향을 주는 금제란 필히 몸 어딘가에 흔적이 있어야 했다.

       특히 일정 행위에 가해진 금제는 그 흔적이 짙기 마련이다.

       

       헌데 신의는 아무런 흔적도 느낄 수 없었다.

       그저 검후의 썩어가는 육체만을 느껴졌을 뿐.

       

       여든에 가까운 시간 동안 공부해 온 지식이 몽땅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불쾌하구나….’

       

       모르는 것에 대한 불쾌감.

       그로 인해 사람을 살릴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이 더러운 감각을 견디지 못해 의계를 떠났던 것인데.

       

       ‘도화, 이 망할 놈이….’

       

       신의는 천존의 부름이 아니었다면, 안휘를 가지 않았을 것이고.

       안휘에 없었더라면 매화선의 부름 또한 받지 않았을 것이다.

       

       …하여튼 개 같은 무인들의 거친 방식이란.

       

       “신의님….”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말했잖느냐.”

       “죄송합니다…. 태 어르신.”

       “그래.”

       “제게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검후의 물음에 신의가 한숨을 내쉬었다. 

       누구보다 이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신의다.

       그리고 이 부분은 그가 가장 말하기 싫어하는 이야기였다.

       

       “빠르면 두 달, 운이 좋으면 겨울까진 버틸 것이다.”

       

       그래봐야 올해를 넘기진 못하겠지만.

       차마 뱉을 수 없는 뒷말은 신의 홀로 삼켰다.

       

       이미 말을 꺼낸 뒤로 어린 여아가 스승에 품에서 울고 있었으니 말이다.

       저게 싫었던 것이다.

       

       저런 걸 보기 싫었던 것인데.

       심지어 고칠 수도 없다니.

       

       ‘여전히 생이란 역겹도다.’

       

       그리 지식을 찾아 쌓아 올려도, 살릴 수 없는 이가 생기기 마련이다.

       신의가 자신이 신의라 불리는 걸 미치도록 싫어하는 이유였다. 

       

       소년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신의의 옷깃을 살짝 잡았다.

       신의는 어둑한 마음을 숨기고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도화놈의 부탁이자, 자네와의 인연을 봐서라도 할 수 있는 만큼은 해볼 것이다.”

       

       허나 큰 기대는 하지 마라.

       

       신의가 한 말에 검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린 신의가 아이들에게 말했다.

       

       “할애비가 환자와 할 말이 있으니 잠깐 나가서 놀고있거라, 너도 같이.”

       

       소년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검후의 제자는 원치 않는 듯 스승의 품에 더 파고들었다.

       

       “저, 저는 스승님과….”

       “령화야.”

       

       검후의 단호한 음성.

       제자는 목소리에 흠칫 몸을 떨었다. 

       

       글썽이는 눈으로 스승을 바라보지만, 검후는 단호했다.

       

       “어서 나가있거라.”

       “…네.”

       

       소년은 진작 밖으로 나간 상태였고, 제자 또한 시무룩한 상태로 오두막 밖으로 발을 옮겼다.

       

       

       

       

       

       ******************

       

       

       

       

       오두막 밖으로 나오니 여름과 어울리지 않게 산산한 바람이 불어왔다.

       구령화는 울먹이는 눈을 손등으로 슥슥 닦으며 오두막의 문을 닫았다.

       

       울지 말았어야 했는데.

       누군가 잃는다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것이었다.

       

       ‘…스승님.’

       

       또 다시 눈물이 나오려는 느낌에 옷으로 닦아보려는데.

       옆에서 누군가 천을 건넨다.

       

       신의 옆에 앉아있던 소년이었다.

       듣기로는 손자라고 들었는데…. 

       

       그걸 보고 구령화의 등에 소름이 끼쳤다.

       자신과 동년배라 한들 남자는 남자였다. 

       

       구령화는 남자가 싫었다.

       그래서 소년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동년배라는 점에서 더 그랬다.

       

       가까이 다가온 손길에 힘껏 쳐내고 싶으나, 스승님을 치료하러 온 의원의 손자다.

       아무리 그래도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역겨움을 꾸욱 참고 최대한 곱게 거절해야 했다.

       

       “필요없….”

       

       구령화가 말도 다 꺼내지 않았는데, 소년은 이해했는지 별말을 하지 않고 다시 오두막 주위로 가서 앉는다.

       그제야 구령화가 숨을 몰아쉬었다.

       

       ‘…스승님.’

       

       이럴 때마다 뒤편에 누워있는 스승의 얼굴이 그리웠다.

       올해를 넘기지 못 할거란 말을 떠올릴 때마다 눈물이 자꾸 새어나온다.

       

       ‘어쩌지…어떻게 해야 하지.’

       

       신의라 하면 중원 제일이라 했다. 

       그가 고치지 못한다고 말 하는 것이면 어쩔 수 없다는 얘긴데.

       

       이렇게 되니 어리고 못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왜 그러고 있느냐.”

       

       구령화가 훌쩍이다 앞에서 들린 목소리에 화들짝 고개를 들었다. 

       

       “령화가 아니더냐. 왜 밖에 나와있누?”

       

       매화선, 자신이 몸담은 화산의 장문인이 그곳에 서 있었다.

       훌쩍이던 눈을 금방 닦아내고 몸가짐을 바로 했다.

       

       “장, 장문인을 뵙습니다.”

       

       그렇게 예를 취하던 구령화가 매화선 옆에 서 있는 소년을 보고 멈칫했다.

       

       검은 머리카락의 사나운 눈매, 구가임을 증명하듯 입고 있는 적색 무복과 짙어진 적안.

       

       구령화의 반쪽 짜리 핏줄들과 달리 유일한 진짜 혈육.

       그리고 구령화가 가장 원망하는 인물.

       

       구령화는 곧바로 들끓는 감정에 휩싸였다.

       

       저 놈이 왜 여기에 있지?

       세가에서 망나니짓이나 일삼고 있어야 하는 놈이 왜 여기에 있지…?

       

       역겨운 집안을 벗어나 겨우 생긴 자신의 유일한 안식처에 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구령화는 감정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니가 왜….”

       “너.”

       

       구양천이 자신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온다.

       

       점점 가까워지는 거리에 구령화의 숨이 거칠어진다. 

       대체 뭘 하려고?

       

       자신은 이제 달라졌다.

       

       흥청망청 놀고 먹기만 하고, 노력 같은 건 일절 하지 않았던 자신의 오라비 따윈 한숨에 제압할 수 있었다.

       목검을 들고 오진 않았으나, 충분할 거라 믿었다.

       어떻게 나오든 대처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구령화가 마음의 준비를 끝냈지만.

       구양천은 그런 구령화를 그저 지나쳐간다.

       

       “뭐…?”

       

       당황한 구령화가 뒤를 돌아보는데. 

       구양천이 신의의 손자 앞에 서있었다.

       

       “…?”

       

       소년이 고개를 올려 구양천을 마주했다.

       

       “네가 왜 여기에 있지?”

       

       구령화 눈이 커졌다.

       

       살의(殺意)다.

       소년에게 말하는 구양천의 목소리에서 짙은 살의가 느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_ _ )

    중요한 줄거리에 들어가게 되는 상황이라 좀 빨리 달리려 연참을 했습니다.

    …어라 주 6회 연재였는데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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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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