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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6

       준특급 던전, 천공섬.

       수백 개의 작은 섬들이 부유하고 있는 던전이다.

       

       “포탈이 있는 이 섬은 마물이 없다. 다른 천공섬으로 이동할 채비를 하도록.”

       “원래는 내 페가수스를 빌려주려고 했는데···. 이현성이 있으니까 뭐.”

       

       탁재환 교관과 한유미 교관이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비행이 가능한 소환수를 부리거나,

       탁재환 교관처럼 직접 하늘을 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이 던전은 탐색이 불가하다.

       

       그래서 기존 계획은 한유미 교관의 페가수스를 빌려 탈 예정이었다.

       

       밥통이의 정보력 덕에 그럴 필요는 없어졌지만 말이다.

       

       ===

       ◎소환

       ★★★킹 센티피드

       ===

       

       지네형 마물.

       엘더 센티피드의 진화형.

       

       외관은 그전과 동일하지만,

       머리 부분에 왕관이 하나 얹혀있다.

       

       능력을 설명하자면.

       체내의 마나를 운용해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이 가능했다.

       

       킹 센티피드를 소환하자 차유라가 허겁지겁 녀석에게 달려갔다.

       

       “센퉁아. 잘 지냈어?”

       ─스르르.

       

       애칭까지 붙여가며 킹 센티피드를 귀여워하고 있다.

       

       킹 센티피드도 싫지는 않아 보인다.

       딱히 애교를 부리지는 않지만 거부감 없이 머리를 내어주고 있었다.

       

       백소아는 그 장면을 보며 안쓰럽다는 듯 말했다.

       

       “현성아 네가 이해해. 차유라 쟤, 예전에 자기 아버지한테 반항했다가 2년 동안 감금된 적이 있거든. 그때 외로움을 달래준 친구가 방안에 있던 바퀴벌레라나 뭐라나···.”

       

       곤충 애호가가 된 것이 그런 이유였구나.

       궁금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그렇게 잡담을 나누며 킹 센티피드 위에 올라타고, 출발 전 탁재환 교관이 주의점에 대해 설명했다.

       

       “아. 경고하는데 절대 바다 쪽으로는 내려가지 마라.”

       

       이곳이 미탐색 던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부 탐색은 진행된 곳이다. 완전한 미탐색 던전은 아니라는 얘기. 탐색 보고에 의하면 천공섬 아래는 육지가 아니라 바다라고 들었다.

       

       “해저에는 수호자가 있다. 5성 마물 크라켄으로 추정된다는 보고가 있으니,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게 각별히 유의하도록.”

       

       크라켄.

       초대형 문어 마물.

       그 크기는 천공섬 수십 개를 합친 것보다 거대하다고 한다.

       

       뭐···. 추락하는 게 아닌 이상 마주칠 일이 없는 녀석이라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천공섬으로는 접근하지 않는다고 하니까.

       

       “그럼 조심히 갔다 와라.”

       

       소환 아티팩트를 챙겼는지 다시 확인한 뒤.

       교관님들의 배웅을 받으며 킹 센티피드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번 실습 목표는 천공섬 5개 토벌이었다.

       

       

       

       

       ***

       

       

       

       

       

       하늘로 승천하는 동양의 용···.

       아니, 용보다는 바닷속 미꾸라지처럼.

       킹 센티피드는 구름을 뚫고 하늘을 유유히 헤엄쳐나갔다.

       

       탑승감은 별로였다.

       트위스트를 추는 것도 아니고.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대서 멀미가 날 지경이다.

       

       ‘이따가 다른 소환수로 바꿀까···?’

       

       그렇게 구름을 헤치고 나오자 첫 천공섬이 우리를 반겼다.

       

       섬이라기보다는 새 둥지에 가까운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중.

       

       ─전방에 보이는 섬은 하피의 둥지로 추정됩니다.

       

       철밥통이 곧장 분석을 마치고 얘기했다.

       역시 생김새 그대로 둥지가 맞았나 보다.

       

       ‘첫 조우 마물은 하피구나. 시작은 순탄하겠네.’

       

       하피란.

       인간 여성의 얼굴에 맹금류의 몸을 지닌 인면조 마물이며, 2성 상급으로 분류된다.

       

       우리 수준에서는 손쉽게 토벌이 가능한 녀석들이었다.

       

       ─······.

       

       깨비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휙휙 돌리며 나와 철밥통을 번갈아 쳐다봤다.

       

       유능한 철밥통이 부러웠던 걸까.

       아니면 시샘이라도 하는 것일까.

       

       깨비도 전방을 가리키며 당당하게 말했다.

       

       ─맞아! 하피 둥지야!

       ─몰랐으면서 아는 척하지 마십시오.

       ─알고 있었어!

       

       입을 삐죽 내미는 깨비.

       철밥통은 그런 깨비를 보며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거짓말 탐지 작동. 거짓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으으···!

       

       둘이 티격태격하고 있던 그때였다.

       저 멀리서 인면조 하나가 매섭세 활공해 왔다.

       

       ㅡ삐이이이!

       

       “정찰조인가?!”

       

       차유라가 빠르게 대처했다.

       푹. 얼음송곳이 하피의 가슴을 꿰뚫었다.

       

       이어서 백소아가 작은 화염구를 날려 하피의 몸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푸스으으-

       던전 마물의 특성상 육체가 소멸하기 시작한다.

       나는 곧장 들고 있던 랜턴 슬라임을 하피에게 겨누었다.

       

       “라임아. 흡수해.”

       ─영혼을 흡수하겠습니다.

       

       쩌적거리는 소리와 함께 해골의 입이 기괴하게 벌려진다. 짧은 시간 동안 경련하는 것처럼 마구 흔들리던 해골은 이내 잠잠해졌다. 영혼 흡수를 끝마친 모양이었다.

       

       ‘준특급 던전이니까 괜찮겠지.’

       

       웬만해서는 던전 귀속 마물들의 영혼은 흡수하지 않는 게 좋다.

       

       만약 흡수한다면 더는 리젠이 되지 않으니까 말이다. 내 소유의 던전으로 확인해 봤다.

       

       다만,

       두고두고 마석 보급지로 활용하는 1급 이하 던전들과는 다르게, 특급과 준특급은 철저히 붕괴시키는 게 원칙이라서 문제는 없었다.

       

       “저승사자 같아요···.”

       “저승사자보다는 그 뭐지? 무슨 게임 챔피언 중에 쓰레기였던가? 그거랑 비슷한데.”

       

       옆에서 서한빛과 김영지가 랜턴을 빤히 바라보며 얘기했다.

       

       순간 욕하는 줄 알았네.

       쓰레기라는 게임 캐릭터도 있구나.

       

       아무튼.

       정찰 역할을 맡은 하피가 당하자 다른 하피들이 신호를 수신했는지 총공세를 펼치려 하고 있었다.

       

       ─주인님. 하피들이 사방에서 접근 중입니다.

       

       전방과 후방은 물론.

       위아래에서도 쾌속으로 돌진해오는 하피들.

       

       쿵! 쿵!

       하피들이 투명 보호막에 몸통을 계속해서 때려 박는다.

       

       숫자가 숫자인 만큼.

       보호막에는 점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 안 돼요!”

       

       서한빛이 양팔을 뻗었다.

       미간을 한껏 좁히며 킹 센티피드 주위에 둘렀던 투명 보호막을 더 강화시켰다.

       

       ‘이 보호막도 진짜 유용하기는 하네.’

       

       외부의 침입을 허용하지 않지만.

       내부에서는 외부로 공격을 날릴 수 있는 보호막. 비유하자면 일방통행 느낌이었다.

       

       서브직업이 정령술사인 차유라와 백소아는 각자 정령을 한 마리씩 소환했다.

       

       차유라는 얼음 정령.

       백소아는 불꽃 정령.

       자신들의 메인 직업과 어울리는 정령들이었다.

       

       

       ─···흡수하기 딱 좋은 정령들입니다.

       

       철밥통이 정령들을 보고 입맛을 다셨다.

       가슴에 박힌 고대 정령석의 힘을 이끌어내기 위해 제물로 바치고 싶은 눈치였다.

       

       “밥통아···. 저 정령들은 안 돼. 우리 편이잖아.”

       ─농입니다.

       

       표정은 한없이 진지하면서 무슨.

       

       철밥통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저격총을 소환했다.

       

       깨비도 배트를 움켜쥐었다. 환상 세계는 당분간 발동하지 않기로 했다. 체력 소모가 심해서 몇 번 사용하고 나면 곯아떨어지기 때문이었다. 이런 잡몹들을 상대할 때는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환상 세계가 아니면 도깨비불이 약해···.

       

       깨비는 도깨비불을 잠시 바라보더니.

       백소아의 엉덩이를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며 부탁했다.

       

       ─첩실!

       “응?”

       ─그 불이랑 내 도깨비불이랑 합체하자!

       “알았어.”

       

       백소아의 붉은 불꽃과 깨비의 푸른 도깨비불이 뒤엉키며 화력을 키워나갔다.

       

       하늘에 태양이 떠오른 것처럼 거대해진 화염구.

       

       둘은 합심해서 하피가 밀집해있는 곳에 화염구를 낙하시켰다.

       

       ㅡ삐이이!

       ㅡ삐이이이···!

       

       나도 내 할 일을 하기로 하며,

       랜턴 슬라임으로 하피들의 영혼을 죄다 흡수했다.

       

       그리고 하피들이 소멸함과 동시에 우수수 떨어지는 마석들.

       

       이대로라면 마석은 저 아래 크라켄이 서식하고 있는 바닷속으로 빠져버리고 만다.

       

       하지만 이미 대책은 세워놨다.

       

       “으흐흐. 마석은 하나도 안 놓친다!”

       

       짐꾼 역할을 자처한 김영지.

       탐욕에 찌든 광기 어린 눈빛을 한 그녀는 청소기처럼 생긴 기계로 마석을 전부 빨아들였다.

       

       ─제 야심작입니다.

       

       밥통이가 제작해준 아티팩트였다.

       밥통이는 저 청소기 이외에도 신박한 아티팩트를 다수 제작했었다.

       

       대부분은 실패작이라 폐기 처분했지만.

       

       물론, 그만큼 제작에 대해 진심이었다.

       

       ‘처음에는 시공간을 관장할 수 있는 아티팩트도 만들어보고 싶다 했지···.’

       

       알아본 결과.

       밥통이의 직업 팬시 인벤터는 공상 속 물건을 구현해낼 수 있으며, 웬만한 물리 법칙까지 무시하는 사기 직업이었다.

       

       그래도 시공간에 관련된 아티팩트를 만드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최근에 만든 건 죄다 실패작이었으니까.’

       

       요즘은 흥미도 떨어진 모양이다.

       굳이 시공간을 다스려서 뭐 하겠냐며 다른 아티팩트 제작에 열을 올렸다.

       

       현재는 김영지가 사용하고 있는 청소기.

       통칭 마석 흡수기가 최대 성공작이었다.

       

       ─옅은 분홍 뚜껑. 마석 흡수기 활용 점수 10점 만점에 10점 드리겠습니다.

       “오. 땡큐!”

       

       철밥통이 김영지를 칭찬했다.

       옅은 분홍 뚜껑은 김영지, 짙은 분홍 뚜껑은 서한빛을 지칭하는 단어였다.

       

       “근데, 영상은 잘 찍히고 있겠죠?”

       

       짙은 분홍 뚜껑이 약지에 낀 감시 아티팩트를 매만지며 말했다.

       

       신생 아티팩트 회사에서 스폰해준 거라 성능이 의심 가는 눈초리였다.

       

       “탁재환 교관님이 성능에는 문제없다고 했으니 걱정 마요. 오히려 화질은 그전에 사용하던 것보다 좋다던데요?”

       “그런가요? 그럼 다행이고요!”

       

       대한 아카데미와 협약을 맺은 기업들은 우리에게 아티팩트를 지원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탁재환 교관이 소환 아티팩트 부적을 발명한 회사와 따로 계약을 맺었다.

       

       그쪽에서도 우리를 꼭 스폰하고 싶다고 해서 잘 성사됐다고 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잘 성사됐으면 다행이지 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

       다른 하피들하고 생김새가 확연히 다른 인면조가 모습을 드러냈다.

       

       

       ㅡ삐이익!

       

       녀석들의 우두머리, 하피 퀸이었다.

       자세히 관찰해보니 인면조라기보다는 인간 여성의 모습을 빼다 박은 생김새였다.

       

       등에 날개가 달린 것만 빼면,

       상체는 마물이 아닌 인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당연히 옷은 걸치고 있지 않았기에, 말랑해 보이는 가슴이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 꼴을 본 철밥통의 얼굴이 한순간에 일그러졌다.

       

       표정에 감정이 드러난 것은 처음 본다.

       

       동시에 철밥통이 기관총을 하피에게 겨누고.

       

       팡!

       

       ─불순물. 사살 완료.

       

       하피 퀸의 머리를 터뜨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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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cademy’s Only Monster Summoner

The Academy’s Only Monster Summoner

아카데미 유일급 마물 소환사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possessed a madman in the novel who confessed to the heroines and was dump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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