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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6

       세 사람의 그림자가 가로등이 비추는 밤길을 스쳐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적막 속에서, 유난히 선명하게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저벅. 저벅.

       

       가장 선두에서 길을 여는 것은 베네트였습니다. 그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나아갔습니다. 혹시라도 광신도들과 마주하는 일이 없도록, 가능하면 전투를 최대한 피하는 방향성이었습니다.

       

       모퉁이 너머를 확인하고, 사람이 없음을 확인한 뒤에, 벽에 붙다시피 해서 걸어갑니다. 베네트가 이끌면, 니오레와 타라는 그 뒤를 따랐습니다. 

       

       베네트가 이토록 주의를 기울이는 까닭은, 지금 상태로 전투를 벌여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충격에 잠겨있는 니오레와 타라를 생각해서라도.

       

       타라는 사냥감을 찾듯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주변을 노려봤고, 니오레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타라와 베네트의 눈치를 살피면서 움직였습니다.

       

       두 사람은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 움직일 수는 있을 정도로 호전되었지만, 극복의 방법이 서로 달랐으며, 어딘가 비틀려 있는 듯 보였습니다.

       

       타라의 눈동자에는 저택의 불길이 옮겨붙어 있었습니다. 분노, 고통, 원망. 그녀는 당장이라도 광신도를 죽이고 싶어 했습니다. 

       

       니오레의 눈동자에는 저택의 그림자가 눌어붙어 있었습니다. 죄책감, 후회, 강박. 여전히 자신의 판단을 후회하고 있으며, 그것을 만회하고 싶어 했습니다.

       

       위험한 상황에서는 감정을 죽여야 합니다. 베네트는 그렇게 믿고 있었습니다. 감정에 휘둘리면, 사람은 희박한 확률에 목을 매게 됩니다. 그가 여동생의 몸을 되찾으려고 하는 것처럼.

       

       카터 거리로 가까워질수록 드문드문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밤늦은 새벽이건만, 술에 취해서 길을 떠도는 사람도 있었으며. 아브라함의 저택에서 일어난 화재와 소동에 잠에서 깨어난 이들도 있었습니다.

       

       “되도록이면⋯⋯ 눈에 띄지 않게 지나갈 거다. 불빛을 피하고, 그늘로만 다닐 거야. 목격 증언을 남겨서는 안 돼.”

       

       “⋯⋯아브라함도 이미 죽었잖아, 그런데, 그 새끼들이 우리를 쫓아올까?”

       

       “나라면, 쫒아올 거다.”

       

       은의 황혼 교단이 어째서 아브라함을 죽였는가. 그 이유는 그들이 친절하게 편지까지 써 가며 알려주었습니다. 연구를 그만두라는 편지. 그들은 아브라함의 연구가 중단되기를 바랐습니다.

       

       그의 자료들은, 광신도들이 마지막에 소환한 무언가에 의해 저택째로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연스럽게 의심을 품을 겁니다. 만약⋯⋯ 저택에서 탈출한 세 명에게 아브라함의 연구 자료가 있다면?

       

       그러니, 일말의 의심이 있다면, 일을 확실하게 매듭짓기 위해서라도 그들을 죽이려고 들 것이었습니다.

       

       그 말에, 타라는 아. 하고 미약한 탄성을 내뱉으며 말했습니다.

       

       “⋯⋯우리, 실제로도 알잖아. 남아있는 연구 자료의 위치.”

       

       아브라함의 안내에 따라 조사했었던 미스캐토닉 대학의 금서고, 그곳의 금고에는 연구 자료 사본이 들어있었습니다. 은의 황혼 교단이 그토록 지우려고 하는, 노인의 마지막 유산.

       

       “여전히, 연구를 방해하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중요한 건, 광신도들이 우리를 쫒을 이유는 충분하다는 거다. 움직이자.”

       

       “⋯⋯그래.”

       

       그림자가 어둠 속을 가로질렀습니다. 사람들의 수는 점차 늘어나고, 빛이 들어온 가로등의 수 역시 많아졌습니다. 또한, 인파 사이에 드문드문 섞여 있는 흰 두건도 보였습니다.

       

       베네트는 어느 담벼락에 멈춰서서 손을 들어 올렸습니다.

       

       앞으로 나아갈 길에, 전봇대에 등을 기댄 채로 감시하듯이 주변을 살피는 흰 두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광신도는 주변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니오레는 초조한 표정으로 손짓했습니다. 제가 해결하고 올게요. 기회를 주세요. 그러나 베네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습니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당장이라도 달려 나갈 것 같은 타라도 말렸습니다.

       

       “여기서 잠시 대기. 『고드름』.”

       

       가볍게 주문을 외우자, 베네트의 옷소매 안쪽에서 뾰족하고 날카로운 고드름이 자라났습니다. 그는 단단히 고드름을 숨겨 쥐고, 움직였습니다. 

       

       베네트는 지나가는 취객의 그림자 뒤에 숨어, 조용히 접근했습니다. 그리고 광신도와 충분히 가까워지고 나면.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자연스러운 속도로.

       

       푹.

       

       “끄으⋯⋯!”

       

       광신도의 갈비뼈 사이로 폐를 찔렀습니다. 동시에 왼손으로 광신도의 목을 틀어쥐고, 순간적으로 마력을 불어넣었습니다. 뚜둑. 무언가가 어긋나는 소리와 함께, 광신도의 눈동자에서 빠르게 생기가 사라졌습니다.

       

       베네트는 광신도의 몸을 붙잡고 움직여, 등을 기대고 앉아있는 자세로 만들었습니다. 고드름에 꿰인 상처가 보이지 않게, 옷을 잘 여며 숨기고 나면. 잠깐 잠이 든 것 같은 시체가 완성되었습니다.

       

       베네트는 손짓했습니다. 타라와 니오레는 담벼락에서 벗어나 그의 뒤로 따라붙었습니다. 니오레는 무사해서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숨을 내뱉으며, 베네트의 이곳저곳을 살폈습니다.

       

       반면, 타라는 광신도의 시체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고통에 물든 표정을 봐야겠다는 것처럼, 고개를 숙여 시체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습니다.

       

       “고드름은 왜 쓴 거야? 좀 더 고통스러우라고?”

       

       목을 꺾어버리는 걸로 족했을 텐데. 그런 의미를 담아서 질문하자, 베네트는 간단히 답했습니다.

       

       “여차하면 안쪽에서부터 얼려버리려고 했다. 중간에 영창을 방해받아도 마법이 발동할 때가 있더군. 그래서 좀 더 주의를 기울인 거다. 저들이 쓰는 건⋯⋯ 우리가 아는 상식과는 다른 기괴한 마법이니까.”

       

       “⋯⋯그렇구나.”

       

       싸늘한 시체 한 구를 남겨 두고, 일행은 카터 거리에 진입했습니다.

       

       ===============================================================

       

       카터 거리에는 상가가 많았습니다. 음식점, 의류점, 철물점 등. 돈이 오가는 거리이다 보니, 늦은 밤에도 불이 들어와 있는 건물이 꽤 많았습니다. 불 켜진 창가에 딱 달라붙어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사람 그림자들도.

       

       흰 두건을 쓴 광신도 역시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들키지 않기 위해서는, 움직임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니오레는 거리에 붙은 표지판을 보고, 201번지의 위치를 찾아내어 방향을 가리켰습니다. 그리고, 맡겨달라는 듯 앞장서서 걸어갔습니다. 

       

       그녀는 뛰어난 눈썰미를 이용해, 예측하기 힘든 동선으로 움직였습니다. 배수관을 타고 건물 외벽을 올라, 옥상과 옥상 사이를 뛰어넘고, 때로는 수풀이나 비좁은 골목길에 몸을 숨기면서.

       

       목적지까지 세 블록 정도 남았을 무렵.

       

       “⋯⋯⋯⋯!”

       

       니오레는 도로 갓길에 주차된 경찰차를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홀스터에 권총을 패용한 경찰이, 차량 밖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아브라함과 함께 지내면서 기초적인 상식을 배운 터라, 저들이 도시의 치안을 유지하는 경비병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광신도들은 아브라함을 끔찍하게 죽여버린 데다, 저택에 불을 질렀습니다. 틀림없는 끔찍한 죄였습니다. 그러니까, 저들에게 도움을 구하면. 어쩌면 일이 수월하게 풀릴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보호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협조를 받아, 은의 황혼 교단을 일망타진할 수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거점이 불타고, 아브라함이 죽고, 추적당하는 신세가 된 이 상황을⋯⋯ 조금이나마 만회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실수를 주워 담을 수 있다면.

       

       “잠깐, 니오레⋯⋯!”

       

       그래서, 니오레는 베네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앞으로 달려 나갔습니다. 수첩과 펜을 빌려서, 광신도들의 악행을 증언할 생각이었습니다.

       

       단발머리의 소녀가 달려오자, 경찰은 눈을 게슴츠레 뜨더니 물었습니다. 대단히 사무적인 어조였습니다.

       

       “이 늦은 밤에 무슨 일입니까? 표정이 대단히⋯⋯ 안 좋아 보이는데요, 아가씨.”

       

       “⋯⋯⋯⋯.”

       

       “말을 못 하시나 보군요. 게다가 갈색의 단발머리라⋯⋯.”

       

       인상착의를 확인하는 듯한 대사. 여기서 이상함을 느꼈어야 했습니다.

       

       경찰은 입맛을 쩝쩝 다시다가, 홀스터에서 권총을 뽑아 들어 쏘았습니다.

       

       니오레의 머리가 하얗게 변했습니다. 겨눠진 총구, 당겨지는 손가락. 생각해 보면, 아브라함의 저택은 경찰서와 매우 가까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소란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저택이 모조리 불탈 때까지 경찰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이전에, 고양이의 사체와 불길한 협박 편지. 저택을 멋대로 감시하는 수상한 사람들⋯⋯.

       

       아브라함이 바보가 아니라면 진작에 경찰에 신고했을 터. 그러나 단 한 번도, 경찰이 무언가 조치를 취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공권력도 은의 황혼 교단과 한패였습니다.

       

       탕-!

       

       니오레는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그러나, 기다려도 충격과 통증은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어째서인가 싶어 살며시 눈을 떠보면.

       

       “⋯⋯잠깐이라고, 말했잖나.”

       

       눈앞에는 어느새 베네트가 있었습니다.

       

       서걱-!

       

       베네트는 칼을 뽑아 들어, 경찰의 목을 단숨에 베어 갈랐습니다. 경찰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피를 쏟아내다가, 그대로 고꾸라져 죽었습니다.

       

       니오레는 감사를 표하려다, 베네트의 왼쪽 어깨에서 흐르는 핏물을 보았습니다. 뻥 뚫린 구멍으로부터 새빨간 피가 팔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나를 감싸려다가, 대신 베네트가.

       

       “⋯⋯⋯⋯으, 아.”

       

       “다음부터는 혼자 튀어 나가지 마.”

       

       베네트는 애써 태연하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찌푸려진 미간과, 볼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 잘게 떨리는 왼팔은, 그가 느끼고 있는 고통의 크기를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니오레에게는 아주 잘 보였습니다.

       

       니오레가 죄책감에 떨고 있을 때, 타라는 베네트의 상처를 치유하며, 경찰차 안쪽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치유』⋯⋯, 아. 이 자동마차 안에도 한 명 더 있는데? 베네트. 죽이자.”

       

       차 안쪽에는, 공포에 질려 덜덜 떨면서 무전기를 들어 올리고 있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응답, 응답 바람, 여기, 여기서 폴 반장님이, 목이 잘려서⋯⋯!”

       

       타라는 주먹에 마력을 모았습니다. 이대로 주먹을 뻗으면, 유리창과 함께 청년의 머리통도 박살 낼 수 있을 터. 그때, 베네트가 제지했습니다.

       

       “왜?”

       

       “모든 경찰이 은의 황혼 교단에 넘어간 건 아닐 거다. 죽은 녀석은 몰라도, 안에 있는 경찰은 목에 십자가를 걸고 있군. 저건 다른 종교의 표식이야.”

       

       “그래도, 은의 황혼 교단을 돕는 놈이랑 같이 있던 거잖아? 그럼, 조금이라도 책임이 있는 거니까. 벌을 받아야 해.”

       

       베네트는 타라의 눈을 마주 보았습니다. 맹목적인 분노가 날뛰고 있었습니다. 스스럼없이 사람을 죽이자는 말. 이에, 원래대로였다면 타라를 말려야 했을 니오레는, 죄책감에 주눅이 든 채로 허둥대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목격자를 남겨서는 안 된다. 그러니, 청년을 죽이는 것이 조금 더 안전한 선택지일 것입니다.

       

       그러나, 베네트는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미 그는 수많은 사람을 죽인 바 있으니, 이제 와서 위선을 부리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타라가 이 청년을 죽이는 순간, 그녀의 마음이 크게 어긋날 것 같아서.

       

       “⋯⋯경찰은, 니오레의 인상착의를 체크한 뒤에 쏘았다. 이미 우리들의 모습이 퍼져 있다는 뜻이야. 여기서 저 녀석까지 죽이더라도, 곧 시체는 발견될 테고. 굳이 피를 더 볼 필요는 없어.”

       

       “너답지 않게 왜 그래?”

       

       “답지 않은 게⋯⋯ 누구 쪽인지 모르겠군. 이동하자. 이미 소란이 벌어진 이상, 비밀 안가에서 보급이라도 마쳐야 할 테니까. 시간 없다.”

       

       “하아⋯⋯.”

       

       “⋯⋯⋯⋯.”

       

       일행은 겁에 질린 청년을 남겨 두고, 비밀 안가로 향했습니다. 카터 거리에서 경찰을 죽였으니, 포위망이 좁혀지는 것은 순식간일 터. 그러니 비밀 안가에서 물품을 챙긴 뒤에 빠르게 떠날 예정이었으나.

       

       “이건⋯⋯.”

       

       “말 그대로 ‘비밀’ 안가네.”

       

       동방 상가 2층, 조사원이 마련한 비밀 안가는 놀랍도록 견고했습니다. 마법이 이중 삼중으로 깔려 있어서 완벽하게 은닉된 채였습니다. 보고서에서 존재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이곳에 안가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로.

       

       조사원은 일행 세 명에 대한 예외 처리를 이미 끝내 둔 모양이었습니다. 비밀 안가는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고, 일행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카터 거리에서 벌어진 두 건의 살인사건. 경찰은 이상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사건을 수사했습니다. 그러나, 거리의 하수도까지 샅샅이 수색했음에도 불구하고, 3인조 살인마는 어디에서도 찾아낼 수 없었습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은 좀 일찍 와봤어요. 점심시간이 5분 남은 시점이긴 하지만⋯⋯.
    마이 프렌즈,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하늘도 맑고, 산책하기 적당해보이는 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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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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