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66

    오늘따라 머릿속이 선명해서 머리가 핑핑 돌아가는게 느껴진다.

    자신감이 그것을 넘어서 전능감마저 느껴질 정도.

    이런 컨디션이라면, 정말로 본 드래곤이라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예르나언니, 오늘은 꽤 힘이 넘치시네요? 컨디션이 좋은가봐요?”

    “아, 그래보여?”

    다프네의 물음에 예르나는 살짝 미소지으며 생각했다.

    ‘정말 효과가 좋아, 하룻밤을 꼬박 샜는데도 피로가 전혀 느껴지지 않잖아.’

    부끄럽지만, 이것이 모성의 힘일까?

    예르나는 루크가 자신을 위해 차를 타줬다는것이 뿌듯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해서 자랑하지 않고서는 배길수가 없었다.

    “오늘 아침에 루크가 끓여준 차가 되게 효과가 좋더라고. 피로가 하나도 안 느껴지는거 있지.”

    “차요? 루크가 차도 끓이나요?”

    다프네가 의문에 찬 목소리로 묻는다.

    “그렇더라고. 내가 끓이는걸 보고 배운걸까.”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언니는 차를 엄청 마시니까요.”

    숲지기는 원칙상 담배를 피울 수 없기에, 차를 마셔서 피로를 회복하는게 고작이다.

    예르나는 워커홀릭스러운 기질이 있어서 평소 차를 아주 많이 마시고.

    그만큼 그녀의 마음에 들었다는건, 루크의 차 달이는 기술이 수준급에 이르렀다는 것.

    다프네는 살짝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 차, 저도 마시고싶네요.”

    “그럼 너도 나중에 끓여달라고 해보는게 어때? 정말 잘 끓이더라고. 어쩌면 나보다 더.”

    “그럴까요?”

    예르나가 자신의 입으로 자신보다 잘 끓인다면 더욱 기대가 된다.

    뭐, 40년간 차를 달여마신 예르나보다 잘 끓인다는게 정말 사실일지는 모르겠지만, 루크가 직접 차를 타준다면 당연히 힘이 나리라.

    “그럼, 오늘도 힘내볼까?”

    예르나는 씩씩하게 외치며 지팡이를 비롯한 장구류들을 몸에 두른다.

    웨이브가 끝나면 루크랑 어디로 놀러갈지 생각을 하면서.

    ——–

    다과회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한결 가벼워진 가방을 어깨에 걸치며 하늘을 바라본다.

    1시, 아직 해는 높았다.

    묵직하던 보온병은 텅 비었고, 과자도 모두 먹었으니 조금은 허망할법도 하건만, 루크는 오히려 만족스러운 와중이었다.

    제라드와의 대화를 곱씹어보며 지식을 정리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으므로.

    지적인 대화는 마음의 양식이라, 루크는 지적인 포만감을 느끼는 중이었다.

    허나 실제로 육체적인 포만감을 느끼는 중이기도 했다.

    점심시간이 되어 돌아가기전에 식사를 대접받았기 때문이다.

    장소는 근처의 직원식당이었는데, 스프와 햄버그, 샐러드가 포함된 식사였다.

    그 또한 굉장히 맛있었다.

    뷔페식이라,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도록 되어있다는것이 또 마음에 들었다.

    간식을 먹느라 많이 먹지 못한것이 조금 아쉬울 정도.

    여건만 된다면 그곳에 취직하고싶을 정도였다.

    가장 마법사다운 일을 하며, 만족스러운 식사까지 주어진다니.

    게다가 돈까지 벌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실제로 취직이 가능한가 묻자, 마법사학위는 필수라는 답변이 돌아오고 말았다.

    그 탓에 루크는 자신이 학위가 아직 부족함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빠르게 졸업을 해야 할 이유중에 하나가 늘었다며, 루크는 마음을 다잡았다.

    날씨가 너무도 좋았기에, 루크는 길을 걸어서 돌아가기로 했다.

    집으로 급하게 돌아가봐야 이미 다 읽은 책들만이 반겨줄 테니까.

    예르나의 집 안에는 이제 더이상 새로운 지식이 없었다.

    그러니 집 밖으로 돌게 되는것은 어쩔 수 없으리라.

    처음에야 모든것이 새로웠기에 예르나의 집에 모든것이 대단해보였으나, 여러 문물을 경험하고 조금씩 타인의 집과 비교해보게 되니, 예르나의 집은 조금 휑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삭막했다.

    뭐, 하다못해 TV라도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예르나의 집에는 TV조차도 없다.

    “흠, 예르나는 어째서 TV를 들여놓지 않은게지?”

    뭔가 이유가 있는걸까.

    ‘예르나는 내가 없을때는 어떻게 생활했는지 모르겠구나.’

    그러고보면, 예르나가 좋아하는 것이나 예르나가 평소 어떻게 생활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구나 하고 깨달았다.

    혼자 생활한 시간이 길어 미처 타인을 깊이 신경쓰지 못한것이다.

    그동안 이기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을까?

    문득 루크는 그녀가 자신을 크게 다그친적이 한번도 없다는걸 깨닫는다.

    어째서일까?

    타인의 감정은 역시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상대방을 화나게 하지 않으면 족하다는 주의였기에.

    젊은시절엔 사사로운 감정따위보다는 자신의 연구, 자신의 업적, 자신의 호기심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냉철’이라고 생각했었다.

    루크는 그 생각을 거의 철저히 지켰었다.

    오만하고, 독선적이며, 타인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그런 모습이 마법사가 가져야할 필수적인 기저심리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실제로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다 늙고 나서야 그것만이 아님을 깨닫고 말았지만 말이다.

    ‘돌아가면 뭐라도 해주고싶군…….’

    지금 자신이 예르나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어줄 수 있는것이 무엇이 있을까?

    최근들어 너무 걱정만 시킨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고 말이다.

    대부분은 그저 예르나가 사서 걱정하는 것이긴 하다만.

    ‘그러고보니, 영약은 꽤 평가가 좋았었지.’

    피로회복의 영약 말고도, 일상에서도 쓸만한 레시피는 많다.

    당장에도 떠오르는 레시피는 있지만, 글쎄…….

    “마력초를 구하기가 어렵군.”

    루크는 주머니를 뒤적여 자신이 가진 돈을 꺼냈다.

    지갑에 곱게 담겨진 5000길.

    이것만으로 버스를 10번이나 탈 수 있는 돈이다.

    적은돈은 아니었으나, 다프네의 말에 따르면 마낼로는 9000길이었다.

    현재 동원 가능한 자금과 거의 두배가까이 차이가 나고있다.

    다른 마력초라고 그 값이 다르진 않을 것이리라.

    아무리 마력초를 재배할 수 있다고 해도, 마나가 유료자원이 된 시대다.

    꽃을 피워 유지시키는데 들어가는 마나비용도 가격에 책정된것이 틀림없다.

    찾아보면 5000길 안팎으로 구매할 수 있는 마력초가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5000길로 구매할 수 있다고 해도 너무 비싼 값인건 어쩔 수 없다.

    헌데 숲에 들어가 직접 채집할수도 없고, 대체 어찌 해야하는가.

    고민을 하고 걷고 있으니, 바닥에 떨어진 한 개피의 담배가 루크의 눈에 띄었다.

    담배, 담배라…….

    “아.”

    그것은 마력초로 만들지 않던가.

    루크는 바닥을 내려다보며 걷다가 발견한 장초를 하나 집어들고 생각했다.

    “이것을 모아 정제한다면…….”

    굳이 마력초를 사지 않더라도 훌륭한 영약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현대 담배에 쓰이는 마력초는 보통 ‘필루스’를 사용하는데, 그것은 말려두어도 일단 머금은 마나가 잘 사라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는 마력초다.

    하지만 머금을 수 있는 마력의 양이 적어, 필요한 것이 아주 많았다.

    그래서 루크는 하루종일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담배꽁초를 줍는 중이었다.

    마력시로 살피면 마력초는 금방 찾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모아도 그렇게 만족스러울 정도로 많지는 않다.

    “이상하군, 평소엔 분명히 많이 보였던 것 같은데 말이지.”

    과거고 지금이고.

    어째서 재료가 필요하면 눈에 띄지 않는걸까?

    참으로 의아한 일이다.

    ———-

    뻐끔, 뻐끔.

    푸우우…….

    담배를 빨아들이는 중년의 남성이 버스정류장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 연기에 표정을 찡그리는 사람은 많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불쾌해서 일부러 타인에게 쓴소리를 하는 사람은 잘 없다.

    고작 말싸움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겠지만.

    말한다고 고칠거였으면, 진작에 피우지도 않았겠지 하는 체념적인 느낌도 섞인 상태다.

    그래서 그 남자도 별 생각없이 그저 평소대로 담배를 피우는 중이었다.

    누군가 자신을 부르기 전까지는.

    톡톡.

    손등을 두드리는 손길.

    그는 시선을 내려 자신을 건드린게 무엇인가 확인한다.

    “엥, 뭐야?”

    백금발머릿결의 혼혈수인으로 보이는 아이였다.

    고양이귀와 뿔, 오드아이에 아이답지 않아보이는 성숙한 차림의 여자아이.

    수인혼혈이 흔한 현대에서조차 한번 보면 잘 잊을 수 없는 인상의 아이였다.

    그 아이는 순수한 눈빛으로 물었다.

    “그 담배, 언제까지 피울겐가?”

    “엉? 그건 왜?”

    “그냥 궁금해서 물었다네.”

    남자는 생각했다.

    ‘담배피우는 사람한테 다가와서 언제까지 피울거냐고하는건 뭐야.’

    담배를 끄라는건가.

    남자는 당황해서 주변을 둘러본다.

    그런데 아이의 고운 목소리가 꽤 시선을 끈건지, 자신을 보는 시선이 꽤 많았다.

    “으윽…….”

    그는 그 시선을 무시하며 담배를 피울 수 있을만큼 담이 좋은편은 아니었다.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달아오른다.

    “알았다, 알았어. 그만 피운다.”

    그는 툭, 하고 담배를 바닥에 튕기며 불씨를 밟아서 껐다.

    아이는 살짝 눈웃음지으며 말했다.

    “오, 참으로 고맙네.”

    “……그래.”

    아이가 끄라는데 어쩌겠는가.

    그래도 아깝긴 하다. 

    별로 못 피웠는데…….

    그래도 그 모습을 본 시민들은 저마다 만족한듯 보였다.

    이쪽을 흘깃흘깃 바라보는 시선에 담긴 적의가 조금 누그러진다는 느낌.

    헌데, 그 시선은 그 아이가 몸을 숙여 담배꽁초를 주워 자신의 가방에 넣음으로서 다시 불이 불고만다.

    ‘이, 이런…….’

    이건 마치 쓰레기가 된 기분이다.

    아닌가?

    나는 쓰레기가 맞나?

    평범한 담력으론 도저히 저들의 시선을 버티기가 힘들다. 

    식은땀이 흐르고 가슴이 뛴다. 

    그는 안절부절하며 아이에게 말했다.

    “그, 내가 주워도 되는데…….”

    그러나 그 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말하고 몸을 돌렸다.

    “괜찮다네! 협조해줘서 고맙군, 좋은하루 되게!”

    “자, 잠깐……!”

    그는 당황으로 우물쭈물하다가 사라져가는 아이의 뒷모습에 불러봤지만……. 벌써 아이는 흠흠, 하는 콧노랫소리를 내면서 저만치 가버리고 말았다.

    이 순간 버스정류장은 얼어붙은 시간의 감옥이었고, 그는 이곳의 유일한 죄수였다.

    마치 가슴 깊은 곳에서 지금 반드시 이 말은 하라고 시키는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그것이 충분한 속죄가 된 것인지, 조금은 시선이 누그러진다는 느낌이 든다.

    어쩌면 그냥 그런 기분이 들 뿐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생각했다.

    앞으로 공공장소에선 담배를 피우지 않겠다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길빵은 나빠요!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