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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6

       * * *

       

       

       

       

       당장 세르비아의 검은손 놈들만 봐도 대가리에 나사가 빠져서 바로 오스트리아 황태자를 죽여버렸잖아?

       

       한참 독립하기 이전 대전쟁에서는 러시아군을 이겨낸 폴란드가 차리나의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놈들이 보기에는 이도 저도 안 되는 제안일 텐데. 

       

       그렇다면 도박 한 번 해볼 것이다.

       

       내가 그놈들이라면 그럴 거다.

       

       예를 들면 차리나를 죽여서 유제프 피우수트스키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다고 하고. 러시아와 전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겠지.

       

       더군다나 아직 러시아는 정상궤도라고 하기에는 내 상징성 덕에 단합한 것이 여전히 크니 내가 죽고 나면 러시아가 분열 날지도 모른다.라는 희망회로도 돌릴 수 있잖아.

       

       자, 그럼 시나리오 좀 써볼까.

       

       예를 들면 폴란드 내부 깊숙한 곳에 침투해서 폴란드 노동자들을 선동하려고 각을 보는 독일 공산 똘마니들이 차리나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빨갱이들의 반동 테러용 폭탄을 폴란드 민족주의자들에게 넘기든가. 뭐 그런 거 말이야.

       

       이게 가장 완벽한 시나리오겠지.

       

       문제는 다른 장관들이다.

       

       무사히 넘기면 완벽하겠지만, 일단 이 가능성을 보자면 함께 온 장관들도 위험하거든.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라면 아마 나만 노릴 테지만, 위험할 거다.

       

       

       “뭐 아직 터진 일은 아니니까.”

       

       

       아직은 터진 일은 아니다. 이건 하나의 가능성으로 만 두고.

       

       폴란드가 그냥 거절했을 때를 생각하자.

       

       이 세상은 내 뜻대로 돌아가는 건 아니니 말이다.

       

       장관들 앞에서는 태연하게 말은 했지만, 거절했을 때를 대비하긴 해야 한다.

       

       폴란드를 잠재적 적이라고 여기고 방어선을 짜야겠지. 그리고 마음에 안 들지만, 영국과도 관계를 더 늘려야 하고.

       

       선공을 하는 것은 그래도 아니다.

       

       침략당한 입장에서 싸우는 것이 아군을 만들기에 더 좋으니까.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이 맞나.”

       

       

       대공황이 터지면 아마 공산 독일의 이미지가 조금 바뀌지 않을까.

       

       공산주의라서 대공황의 여파에서 피해 갔다고 말이다.

       

       그렇게 선동하면 어떻게 되려나.

       

       

       “내가 뭐 아는 게 있어야지.”

       

       

       경제학자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지금 당장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결국 얼굴 간판으로 돌아다니면서 러시아는 아직 건재하다. 라는 걸 알리는 일이지.

       

       아마 그만큼 지금 독일 내부도 상당히 지랄 났을 거 같은데. 뭐 그건 차치하고.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올 것이 오고 있는 건가.

       

       

       “누구인가?”

       “아, 저. 그 오늘 손님이 굉장히 귀중하신 분이라고 들어서, 혹여 불편하신 건 없는지 알아오라고. 하셨습니다.”

       

       

       나보다 좀 어려 보이는 여자애다.

       

       딱히 뭐 총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의외네. 이렇게 그냥 넘어가려나.

       

       

       “딱히 불편한 건 없는데 말이지. 오늘은 이만 나가도-”

       

       

       가볍게 말하면서 여관 직원을 내보내려는데.

       

       쨍그랑!

       

       무언가가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며 창문을 깨고 방안으로 굴러 들어왔다.

       

       나무 상자 같은 건데, 자세히 보니 뭔가 좀 수상하게 생긴 검은 무언가가 신문에 감싸여 있다.

       

       예전에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자주 본 게 떠오른다.

       

       심영이라는 빨갱이가 신의 편집으로 매일 같이 폭발하는 엔딩.

       

       

       “이 시대에는 이런 걸 던지는구나.”

       “저기 저것은?”

       

       

       나는 피식 웃었다.

       

       사라예보 사건을 하기에는 지키는 이가 좀 있으니, 폭탄이라도 던진 것인가.

       

       총알은 분명히 말해서 좀 따가운 수준이었거든. 과연 폭탄은 어느 정도일까.

       

       조금 기대되지 않은가?

       

       

       “너는 죽을 수도 있으니, 나가라.”

       

       

       보통의 인간이라면 생각도 못 할 담대한 생각을 하며 나는 여관 직원을 밖으로 밀쳤다.

       

       그리고.

       

       이 폭탄은 반드시 널 죽이겠노라. 굳게 다짐하듯 망설이지 않고 터졌다.

       

       콰광! 콰르르르 쿠르르르

       

       폭탄이 터지고 조금 전까지 방 내부를 장식하던 테이블, 서랍장, 전등. 침대, 폭발력을 못 이겨 다 부수어졌다.

       

       그리고. 나도 그대로 벽에 날아가 부딪쳤다.

       

       

       “어, 이건 좀 큰데.”

       

       

       묵직한 주먹이 복부에 주입된 것처럼 가슴이 턱 하니 막힌다.

       

       다행이네. 그래도. 폭탄은 여기만 들어온 모양이다.

       

       애써 몸을 툭툭 털고 일어났다.

       

       입고 있는 제국 원수복도 꽤 찢기긴 했지만, 이 정도면 폭발을 정면에서 맞은 것치고는 나쁘지 않다.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2층에서 폭발이!”

       “폐하. 폐하께서 위험하시다!”

       

       

       1층에서 소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얼마 전에 나갔던 장관과 운게른. 그리고 베라게드로이츠까지 나타났다.

       

       찢긴 군복을 보일 수 없으니 바르샤바로 올 때 입고 온 코트를 걸쳤다. 

       

       

       “다 큰 어른들이 소란스럽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최대한 태연한 척. 힘을 주어 또박또박 말했다.

       

       왜냐고?

       

       지금 폭탄을 넣은 놈으로 보이는 새끼가 복도 끝에서 눈을 휘둥그레하게 뜨고 있거든.

       

       

       “마.말도 안 돼. 어떻게. 그런. 방이 저 꼴이 되었는데. 어떻게 살아있는 거야!”

       

       

       그래. 저 새끼구나. 폴란드의 검은손 같은 놈이.

       

       폭탄 반입 같은 걸 생각하면. 공범은 있겠지.

       

       이 근처에 폴란드군이 좀 배치되어있던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이것을 도운 이가 있다는 소리고.

       

       나를 지키겠다고 폴란드군을 직접 배치한 인물은 아마 유제프 피우수트스키.

       

       그 인간이 정신을 놓은 것이 아닌 이상 나를 죽이려 들지는 않을 거다. 

       

       그 명령을 받은 폴란드 군부의 인간 중에, 공범이 있다. 그런 소리겠지.

       

       생각보다 피우수트스키씨가 폴란드를 제대로 통치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저놈이 범인인 모양입니다. 제가 죽었는지 확인하러 온 모양이군요.”

       “저 개자식이!”

       

       

       범인은 그 자리에서 운게른에 의해 사로잡혀 무릎 꿇렸다.

       

       외국의 군주에게 폭탄을 던지고 이렇게 대해주는 것만으로도 좋아해야지. 지금 사람을 노려봐도 되는 건가.

       

       참으로 무례하기 짝이 없는 놈이다.

       

       

       “왜 안 죽었는지 궁금한가? 옷이 다 찢기고 방이 죄다 터져 나갔는데 왜 차리나만 살아있을까?”

       “어.어떻게 그 폭발에서도 살아있는.”

       

       

       얘가 아직도 지금 현실 파악을 못 하는 모양이다.

       

       지금 그런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데 말이지. 지금 이놈이 중요하게 여길 것은 죽지 않는 강철의 차리나가 아니다.

       

       

       “그게 중요한가?”

       “폭탄으로 죽지가 않았는데, 그럼, 그게 중요하지 뭐가.”

       

       

       그래. 그래. 그렇겠지.

       

       작정하고 죽이고 싶었는데, 죽지 않았다. 그것도 일국의 군주를 죽여야 하는 일인 만큼, 목숨을 걸었는데 말이다.

       

       나는 차갑게, 비릿하게 웃어 보였다.

       

       나를 폭사 시키려고 했던 우리 폴란드 친구에게 마음껏 비웃어 댔다.

       

       

       “기껏 거사는 치렀는데, 죽이지도 못했으니, 이제 폴란드는 어떻게 될까?”

       

       

       내 말에 범인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래. 이런 일까지 벌였지만, 전쟁은 발발하기 힘들 거다.

       

       진짜로 날 죽였으면 모르겠는데. 살아남은 이상. 유제프 피우수트스키에게 남은 선택지는 러시아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 외엔 없다는 거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범인은 군인들에게 끌려갔다.

       

       자, 그럼 우리 피우수트스키씨는 어떻게 나올까.

       

       

       * * *

       

       

       

       

       쾅!

       

       내각에서 러시아의 제안을 수락하나, 중립을 지키냐, 아니면 물밑에서 공산 독일에 동맹을 타진하여 러시아와 싸우나. 한참 입씨름을 벌이면서 모두가 지칠 무렵.

       

       유제프 피우수트스키의 귀로 폴란드를 한바탕 뒤집어 엎어버릴 소식을 듣게 되었다.

       

       

       “뭐라고? 차리나가 머무는 숙소에 폭발이? 차리나는 어떻게 되었나!”

       “그 자리에서 범인으로 보이는 자와 공범들을 잡았습니다. 범인은 민족주의자 놈들입니다.”

       

       

       기어이 우익 놈들이 일을 저질렀나.

       

       하필, 자신이 총통으로 있는 지금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젠장. 이럴 줄 알고 미리 다 지키게 했는데.”

       

       

       진짜로 죽었으면 선택의 여지도 없었겠지만.

       

       차리나는 멀쩡하게 살아있다.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

       

       관계 개선을 위해 차리나가 직접 폴란드까지 왔는데, 폭탄으로 보답했다.

       

       이 얼마나 옹졸한 국가란 말인가.

       

       전 세계에서 비난 받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건국 된 지 얼마나 되었다고. 타국의 군주를 폭탄으로 죽이려 했다는 타이틀을 대문짝만 하게 달게 될 것이다.

       

       

       “누군가 공모하지 않은 이상 무리다. 누구인가? 똑바로 말하는 것이 좋을 것이네. 당장 그 여관 직원이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고 했네.”

       

       

       심지어 각국의 기자들이 그 여관 직원을 직접 묻고 정치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여관 직원은 있는 그대로 다 대답해버렸다.

       

       방에 폭발물이 들어와 터졌고 차리나는 자신을 보호해줬다고.

       

       유제프의 서슬 퍼런 눈빛에 내각의 장관들은 감히 얼굴도 들지 못했다.

       

       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지나니. 한두 명이 쭈뼛거리며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냥. 차리나에게 폴란드의 반러 감정이나 보일 생각으로 우익세력을 부추기긴 했습니다만.”

       

       

       순간 유제프 피우스트스키는 뒷골이 선명하게, 또렷하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부추기긴 했습니다만.’

       

       

       그래. 저기 있네. 저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놈들이 저기 있었다.

       

       저 개자식들 때문에 이제 폴란드는 보이지 않는 목줄에 채워져 열심히 러시아의 사냥개가 되어 공산 독일을 물어 뜯어야 할 것이다.

       

       

       “그 때문이지 않나!”

       “죽이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 폭탄이라니. 정말 아닙니다! 그냥 협상이 결렬되는 것만 노렸을 뿐입니다!”

       

       

       뚫린 입이라고 말은 잘 지껄인다.

       

       그래. 그렇지. 도둑이 자기 입으로 훔쳤다고 하는 경우가 있나?

       

       이런 모자란 사람들 같으니라고.

       

       

       “차리나가 죽었으면 이 나라는 바로 전쟁이었네! 독일이 우릴 돕기 전에 수백만의 러시아 백군에게 짓밟히겠지! 다시 온 나라가 피바다가 될 거야!”

       “그럼, 독일을-”

       “독일이 도와줄 거로 생각하나? 우리가 다 죽기 전에서야 들어와서 도와주고 생색을 내며 폴란드 땅에 공산정권이나 박겠지!”

       

       

       독일? 어림도 없는 소리다.

       

       그 빨간 독일이 그냥 도와줄 거로 생각하나?

       

       유제프 피우수트스키는 러시아의 내전과 독일의 혁명을 봐서 공산당이 어떤 식으로 권력을 잡는지 그래도 대강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영국 때문에 내전을 이용해 러시아 진출은 못 했지만, 적어도 지금 독일에게 틈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아차렸다. 

       

       

       “그.그런.”

       “지금만 해도 위험하네. 모르겠나? 이제 우리는 화해의 손길을 내민 러시아의 군주에게 폭탄을 던졌다고 세상에 다 까발려지겠지! 우리에게 남은 방법은 이제 러시아의 제안을 받는 거 외에 선택지 따위는 없네!”

       

       

       사라예보 사건의 재현이라도 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건 명백한 실책이다.

       

       이제 남은 건 정부와는 관련이 없다면서 최대한 차리나의 요구를 들어주며 범인들을 러시아에 인도하는 것뿐.

       

       애초에 선택지는 없었다.

       

       하지만, 그나마 기세등등하게 이쪽이 콧대를 세우며 화해의 손을 잡을 기회는 스스로 차버린 격이다.

       

       차리나는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그것은 가면이다.

       

       가식적으로 웃으면서 폴란드를 어떻게 정당하게 고기 방패로 쓸까 고민하는 여자일 것이다.

       

       본능이 지금 그렇게 말하고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아랫것들은 그 정도 머리가 없었다.

       

       영국 덕에 독립했을 때, 러시아 내전이 끝났을 때, 러시아와 전쟁하는 길은 사실상 막힌 거란 말이다.

       

       

       “내가 직접 찾아가야겠네.”

       

       

       이쪽에서 최대한 비위를 맞줘야 한다.

       

       그렇게라도 해야 그나마 차리나에게 폴란드가 최선을 다한다는 것 정도는 보일 수 있는 거 아닌가.

       

       

       “총통께서 직접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이 미친 작자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유제프 피우수트스키 손가락으로 개자식들을 하나하나 가리켰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제국의 군주를 죽일 뻔했네. 하다못해 내가 직접 찾아가야지 않겠나? 네놈들을 차리나 앞에 던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지!”

       

       

       솔직히 차리나가 전쟁을 생각하고 있다고 하면, 내각을 갈아엎을 생각마저 드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냥 단독으로 러시아를 상대로라면 이를 악물고 싸우겠지만, 지금은 누가 봐도 폴란드가 세상에서 손가락 받을 개새끼였으니까.

       

       러시아는 전쟁 명분을 갖춘 데다가 세계의 지지를 받을 것이며, 폴란드는 다시 힘든 시기를 겪어야 할 거다.

       

       그러니 지금은 엎드리기라도 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유제프 피우수트스키는 한숨을 쉬며 발걸음을 옮겼다.

       

       부디 이번 일이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직 폴란드를 냠냠 하진 않습니다.ㅠㅠ

    폴란드 냠냠하면 빨갱이랑 싸우기 전에 폴란드 민족을 없앨 각오로 싸워야 해서, 사이다 전개로 먹으시는 걸 바라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너무 편의주의 전개라. 일단 목줄 정도입니다.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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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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